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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즈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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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7, 2016 23:49에 작성됨.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런 문자를 받고 키류 츠카사는 프로덕션의 지하로 향했다. 간단한 장소의 위치와 Y.M. 이라는 서명 말고는 다른 내용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지만 그런 문자를 보낼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이 갔기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아무도 쓰지 않는 방으로 향했다.

 

 '이 회사에 이런 곳도 있었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인 만큼 수많은 시설이 있었고 츠카사도 dnps만큼은 알고 있었지만, 지하로는 내려와 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 보는 방들이 많이 있었다. 소품실이나 의상 보관실, 자료 창고처럼 츠카사의 흥미를 끄는 곳도 있었고 아무런 팻말이 붙어있지 않고 문까지 잠겨있는 방도 많았다. 츠카사는 그런 방들의 용도가 궁금하긴 했지만 왠지 모를 무서움도 느꼈다.

 

 츠카사도 아이돌이면서 한 회사의 사장이기도 했기에 프로덕션의 크기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람 한 명이 이 모든 걸 관리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런 거대 프로덕션의 사장같은 자리가 츠카사의 목표이기도 했다. 경험을 쌓는 것도 츠카사가 아이돌을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 사이 츠카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지나쳐온 많은 방들처럼 똑같이 아무런 무늬도 팻말도 없는 방이었다. 다른 방들과 달랐던 것은 문고리를 잡고 살짝 돌리자 낡은 철제 문이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는 것이다.

 

 "어서 와, 츠카사."

 "역시 마키노였네."

 

 Y.M.,야가미 마키노는 어두운 방의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언제나와 같이 안경을 쓰고 커피를 마시며 의자를 빙 돌리며 모습을 보인 그녀는 마치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좀 자세히 얘기해주지 그랬어. 아무 말도 없이 부르기만 하고."

 "문자로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 건 비효율적이니까. 직접 보는 게 좋지 않겠어?"

 

 마키노는 자신의 뒤에 펼쳐진 광경을 소개하듯 손을 뻗었다.

 

 안 쓰는 창고를 개조한듯한 방에는 커다란 모니터들이 늘어서 있었고 거기에는 다른 아이돌들의 사진이나 프로필들이 잔뜩 떠 있었다. 

 

 "하아? 이것들이 다 뭐야?"

 "보면 알 수 있잖아? 지금까지 내가 모아 온 정보들이야."

 

 마키노는 정보를 모으는 것이 취미인 아이돌이었다. 이 프로덕션엔 수많은 개성과 다양한 취미를 아이돌이 있는 만큼 첩보활동을 하는 아이돌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츠카사가 보고 있는 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내가 조사한 것에 한정되지만 우리 프로덕션의 모든 아이돌의 정보가 담겨 있어. 한 명만 빼고."

 "한 명? 누군데?"

 "나."

 

 마키노는 당연하다는 듯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어이, 임마. 왜 너는 빠지는 건데."

 "내가 나를 조사할 필요는 없잖아? 물론 기록은 남겨두고 있지만 여기에 올릴 필요는 없잖아."

 

 순간 츠카사의 미소에 살짝 금이 간 듯했지만 마키노도 츠카사도 아무 말도 없이 흘려보냈다. 뻔뻔한 여자들이었다.

 

 "그렇다는 건 내 정보도 여기 있다는 거야?"

 "물론이지. 하나 보여 줄까."

 

 마키노는 다시 의자를 돌려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몇 개의 폴더가 열리고 나온 사진은 츠카사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 이건..."

 

 얼굴은 나오지 않은 사진이었지만 가볍게 땋아 흐트러트린 금발은 츠카사의 것이 분명했고 그 옆에서 손을 잡고 걷고 있는 건 츠카사의 담당 프로듀서였다.

 

 "마키노, 어서 불어. 이 사진을 찍은 게 누구인지."

 

 츠카사는 어두운 웃음을 흘리며 사진의 제공자를 어둠 속으로 매장해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익명의 에이전트 A 씨."

 "뭐야 그게."

 "정보 제공자의 신원은 노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니까."

 

 츠카사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짚었다.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담당 프로듀서와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건 유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굳이 필요해? 나를 부른 이유는 뭐야?"

 

 마키노는 다시 의자를 돌렸다. 몇 번씩이나 의자를 빙글빙글 돌려대니 처음 본 순간의 무게감도 없고 그냥 장난 같기도 했다. 뭘 하고 싶었던 걸까.

 

 "이번에 계획을 조금 확대하기로 했거든. 츠카사처럼 말한다면, 사업 확장이라고 하면 되겠지."

 "아, 그렇구나."

 

 사업 확장이라는 말에 간단히 이해해버린 츠카사는 다음 순간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느새 마키노한테 말려들어 버린 기분이다.

 

 "정보는 힘이라고들 하잖아? 실제로도 그렇고. 사용하지 않고 버려두는 건 낭비야. 논리적이지 못해. 모으기만 하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는 거지."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데."

 "톱 아이돌...?"

 

 그렇게 말하는 마키노의 눈빛은 장난스러우면서도 그 속에는 진지함이 담겨있었다.

 

 "뭐, 너무 거창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있지만 나는 지금이 즐겁거든. 내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서 해 나갈 생각이라는 거지."

 "야, 도촬은 범죄잖아"

 

 츠카사는 아직도 화면에 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여고생이 친구가 데이트하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어서 다른 친구한테 보여주는 것 정도는 범죄가 아니잖아?"

 "어이, 범법자."

 "알았어. 이 사진은 지워 줄게. 나한테도 츠카사는 꼭 필요한 전력이니까."

 

 마키노는 다시 컴퓨터를 조작해서 사진을 삭제했다. 화면에서 왠지 기분 나쁜 금발의 모습이 사라지자 츠카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나서 흠칫했다.

 

 "혹시 사본이라던가 있는 거 아니야?"

 "비밀이야."

 

 츠카사가 화난 표정으로 거칠게 마키노에게 다가가자 마키노는 웃음을 터트렸다.

 

 "없어 없어. 무슨 기밀 사항도 아니고 말이야. 흐음. 지금 반응을 보니 츠카사도 제법 진심인 것 같네? 후후후..."

 "너 진짜... 하아..."

 

 완전히 마키노에게 말려들었다. 협박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상대방이 자신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로 우위를 빼앗긴 것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뭐야."

 "정보를 사용하기 위해서, 정보를 더 모으기 위해서 일종의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거야."

 

 서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정보를 공유한다. 그리고 모인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들이 필요할 때에 정보를 제공한다. 그것이 마키노가 말한 '걸즈 네트워크'였다.

 

 "어느 순간 깨달았거든. 나 혼자서 정보를 모으는 것보단 사람 수가 늘어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걸. 두 사람이 있으면 두 배, 아니, 그 정보를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파급효과까지 생각하면 두 배 이상의 효율이 나오는 법이야."

 "진짜냐..."

 

 아무래도 마키노는 진심인 듯했다. 츠카사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어째서인지 선뜻 긍정의 말을 꺼내기는 어려웠다.

 

 "츠카사는 이래저래 인맥도 넓잖아? 그러니까 꼭 포섭해 둬야겠다고 생각했지. 물론 이쪽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마키노는 손을 내렸다. 설명은 끝이라는 제스쳐였다.

 

 "그 네트워크라는 건 지금 몇 명인데?"

 "단순 제보자도 있고 해서 정확한 숫자는 애매하지만... 아, 그래. 츠카사한테 소개해 줄 사람이 있었어."

 

 마키노가 허공에 손짓했다. 츠카사는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지만, 다음 순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르셨어요?"

 "으아악?!"

 

 어느새 츠카사의 등 뒤에는 사쿠마 마유가 서있었다.

 

 "꺄아악! 도 아니고 으아악?! 이라니. JK가 낼 비명소리가 아닌데 말이야."

 "마, 마유?!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너무나 놀라 순간 넘어질 뻔한 츠카사는 무심코 마유의 어깨를 꽉 잡고 말했다.

 

 "처음부터요. 츠카사 씨가 들어오실 때부터 저어기에 앉아있었답니다? 우후후..."

 

 마유가 가리킨 곳은 문 옆이었다. 자세히 보니 소파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문 옆에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올 때는 보이지 않고 그 후에는 어두운 것도 있고 마키노와 그 뒤의 화면들이 눈길을 끌어서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정말로 놀랐다고. 이런 어두컴컴한 곳에서 귀신이라도 나온 줄 알았단 말이야."

 "죄송해요. 하지만 마키노 씨랑 츠카사 씨가 이야기하는데 끼어들기도 뭐해서..."

 

 고개를 숙이는 마유의 모습을 보고 츠카사는 자신이 마유를 붙잡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황급히 손을 뗐다. 마유는 체구가 상당히 작아서 누가 봤더라면 괴롭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그래도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네. 츠카사의 비명소리라든가, 귀신을 무서워한다든가."

 "어이, 신경 끄시지."

 

 츠카사는 마키노를 째려보았지만 마키노는 웃을 뿐이었다.

 

 "자, 그럼 이걸로 걸즈 네트워크 발족이네. 앞으로 잘 부탁해."

 "잘 부탁드려요, 여러분. 우후후..."

 

 츠카사는 말도 안되는 사람들하고 엮여버린 기분이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츠카사에게도 이익이 됐으면 이익이 됐지 나쁠 건 없었기에 거절하지 못했다.

 

 "자, 잘 부탁해..."

 

 세 사람은 악수를 하려다가 세 명인 관계로 원을 그리며 서로 손을 맞잡았다. 왠지 어린아이들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면 걸즈 네트워크의 무한한 발전을 바라며 밥이라도 먹으러 갈까?"

 "그렇네요. 어떤 게 좋을까요?"

 

 마키노는 츠카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계시는 힘 있는 사장님이 뭔가 사주시지 않을까?"

 "야, 마키노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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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데마스 이벤트인 도리페스에 나오는 유닛 '걸즈 네트워크'하니 생각이 나서 짧게 써봤습니다.

사쬬의 지난번 SR가 나올 때 극장에서 접점이 생긴 유닛입니다.

이런 쪽이라면 마키노가 빠질 수 없고, 실제로 극장에서도 마키노 이야기가 나와서 과감하게 넣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키노가 지분을 다 먹어버린 글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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