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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아침에 일어나 그대 얼굴을 마주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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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0, 2016 04:47에 작성됨.

타카가키 카에데 [후후, 언니... 좋은 아침...]

 

P [카에데, 비켜.]

 

카에데 [에, 이제 시작이었는데...]

 

P [너 무겁다고... 비키라니까 얼른.]

 

카에데 [담당 아이돌한테 뚱뚱한 돼지라니... 흑흑...]

 

P [키 크니까 무겁다니까... 넌 쉬지만 난 출근한다고!]

 

카에데 [치... 알았어요.]

 

P [으... 이게 뭐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는데 몸에 술 냄새가 잔뜩 쩔어 있었다. 근처에서 쩔도록 마시고 집에 쳐들어온 누군가 때문에.

 

P [다시 씻고 와야겠네 이건...]

 

그러고서 정작 범인은 말끔해 보이는 모습이라 화난다. 자는 사이에 먼저 씻고 옷까지 정리한 듯 했다. 게다가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까지 풍긴다.

 

카에데 [얼른 씻고 나오세요.]

 

P [시끄러.]

 

 

P [큭...]

 

머리가 지끈거린다. 느긋하게 출근해서 서류 업무나 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망가졌다. 게다가 문제의 범인은 밉살스럽게 사무실 소파에 앉아서 쿨쿨 자고 있었다.

 

P [아, 정말...]

 

오늘은 그나마 일 하는데 방해는 하지 않는다. 사실 그만큼 취하고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평소대로 움직이는게 더 이상했다.

 

아무래도 추워 보인다. 감기라도 들면 나중에 큰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 진짜 그거뿐이다.

 

그렇게 몇 번이나 다짐하고 무릎에 덮어놨던 담요를 잠자는 카에데에게 대충 덮어 씌웠다.

 

P [그냥 자고 있지...]

 

오프인 날이라도, 평일에 카에데가 사무실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적은 없었다. 물론 멀리 나갔을 때는 제외하고.

 

거의 이 사무소가 시작할 때 부터 들어와서, 하루도 빠짐 없이 저 자리를 지정석처럼 지키고 앉아 있었다.

 

후배들을 지켜보기도 하고, 혼자서 빈 사무실을 지키기도 하면서.

 

P [그러지 않아도 네가 우리 프로덕션의 기둥이라는건 다들 알고 있으니까...]

 

처음 만날 때 느꼈던 다가가기 힘든 아름다움도, 닿으면 꺼질듯한 신비로움도 없다.

 

소파 위에 대충 널부러져 자고 있는 모습엔 그저 익숙함만이 남아 있었다.

 

P [그렇다고 정말...]

 

머리칼이 손끝에 감기는 듯 부드러웠다. 별 생각 없이, 진짜 별 생각 없이 잠들어 있는 카에데의 머리에 손을 얹으려 했다.

 

카에데 [...?]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지만 않았다면.

 

P [야, 너, 무슨...]

 

카에데 [언니...? 더 안해요?]

 

손을 꽉 잡아왔다. 팔을 빼려고 했지만 카에데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팔뚝 힘으로는 택도 없었다.

 

카에데 [카에데는~ 언니의 손길이 없으면~ 외로워서 죽어버려~]

 

P [놔, 징그럽게... 놓으라니까...!]

 

손에다가 억지로 얼굴을 부빈다. 부드럽지만 기분상 묘하게 기분나빴다. 진짜 때릴까, 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별로 아파하지도 않을 테지만.

 

카에데 [언니이~]

 

진심으로 때리려고 손까지 들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프로덕션내 폭력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은 것은 예상치 못한 제 3자의 출현이었다.

 

타카모리 아이코 [저기, P씨 있나ㅇ... 어라...]

 

잠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아이코 자신이 어제 저녁 늦게 깜빡 잊고 사무소에 파우치를 놓고 오지 않았으면 들르지 않았을 시간.

 

가깝게 얽혀 있는 두 사람. 어쩐지 붉어져 있는 얼굴과, 잔뜩 흐트러진 옷차림. 주로 P쪽이지만.

 

아이코 [죄,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올게요...]

 

P [안돼! 가지마! 아이코!]

 

 

아이코 [전 또...]

 

카에데 [그래. 나랑 P언니는 이 프로덕션이 시작할 때 부터 함께 있었으니까. 이 정도 스킨쉽은-]

 

P [씁...]

 

그새 쿨한 표정을 하고 존경받는 선배로 되돌아오려 하기에 싸늘하게 노려봤다.

 

P [손 똑바로 들고 있어.]

 

카에데 [손 똑 bar?]

 

이번엔 진짜 때렸다.

 

 

카에데 [아침에 일어나 그대 얼굴을 마주하면...]

 

P [밤이거든?]

 

카에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P [아침에 나 따라서 사무소에 와서는 여태까지 잤거거든?]

 

카에데 [제가요? 설마요.]

 

P [... 어이구... 저걸 그냥...]

 

그렇게 말하면서 비닐봉지를 휙 집어던졌다. 내용물은 편의점 샌드위치와 음료수. 정성이라고는 1mg정도밖에 안 들어 있는 물건이었다.

 

P [최소한 밥은 먹고 자라, 응?]

 

카에데 [음음... 언니가 직접 사준 샌드위치... 언니의 손맛이 느껴져요...]

 

P [적당히 해라... 좀, 제발. 부탁이니까...]

 

카에데 [진짜 적당히 하면 어색해할 거면서...]

 

P [뭐?]

 

카에데 [아니에요, 아무것도.]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웃는다. 심록과 청록의 눈동자에 깃든 빛. 익숙해졌다 해도 여전히 눈부셨다.

 

P [내일부터 또 일 잔뜩 있잖아. 얼른 들어가서 자.]

 

카에데 [낮에 너무 자서 혼자선 못 잘거 같은데... 언니?]

 

P [너 요즘 외로움 타? 이상하게 엉긴다?]

 

조금도 완곡하지 않게 물어봤다. 카에데의 말장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익힌 화법인데, 어느새 그대로 말투로 붙어버렸다.

 

카에데 [안돼요?]

 

P [미유짱한테 가봐.]

 

가방을 챙겨서 일어났다. 문 알아서 잠그라고 하고 그냥 놓고 가야지. 진짜로.

 

카에데 [에이, 오늘만요. 네?]

 

P [그 오늘만이 벌써 몇백번이야.]

 

카에데 [그리고 결국은 받아주잖아요?]

 

어느새 바로 뒤까지 다가왔는지, 슬쩍 안아왔다. 한참 위에서 양 팔을 둘러 오니 체격 차이 때문에 폭 안길 수 밖에 없었다.

 

P [알았어... 괜히 이상한 분위기 만드려 하지나 마.]

 

카에데 [후후...]

 

어쩔 수 없지.

 

카에데 [맥주 두캔만 사가지고 가요.]

 

P [됐거든.]

 

카에데 [그럼 집에 가면 야식 만들어줘요.]

 

P [너 내일 얼굴 붓는다?]

 

카에데 [그정돈 괜찮아요.]

 

P [사진 촬영이라고.]

 

 

미후네 미유 [...?]

 

평소에 전화로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오프인 날에 전화를 걸어왔다. 뭐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혹시 나쁜 소식 아닐까, 일말의 불안을 안고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P [미유짱, 저기 어제 카에데가 뭐라고 했어?]'

 

미유 [아...]

 

정말, 이 사람은 여전히 자나깨나 카에데씨 걱정 뿐. 프로듀서와 아이돌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입장으로써 조금은 질투도 난다.

 

그렇게 응석받이로 키우니까 카에데씨가 그렇게 되어 버린거겠지.

 

미유 [P씨 자랑만 잔뜩 하던데요?]

 

어른스럽지 않게 맞받아 치느라 술자리가 길어졌다는 사실은 숨겨두자.

 

'P [욕 한게 아니라?]'

 

미유 [설마요.]

 

'P [그건 그렇겠지만...]'

 

미유 [무슨 일 있었어요?]

 

물어보면서도 그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상상은 쉽사리 하기 힘들었다.

 

'P [아무 일도 아냐. 그럼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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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티격태격하는 사이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까지 왔네요.

 

프로덕션 멤버는 아마 카에데, 미유, 카렌, 아이코, 해나, 나나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딱히 의미는 없는 인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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