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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또 다른 사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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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7, 2012 13:08에 작성됨.

신데렐라프로에서의 일은 바쁜 나날이었다. 기존에서 있던 프로듀서인 칸나는 원래 사무원으로 들어왔던 사람인지라 프로듀서 일에는 미숙함이 많았다. 그 미숙함이 드러나는 아이돌 중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신데렐라의 최장신 아이돌, 모로보시 키라리였다.

웨이브가 들어간 갈색장발에 눈이 큰 그녀는 큰 덩치와 달리 귀여운 이미지의 아이돌이다. 순수한 그 성격과 상반되게 키카 크고 몸매가 좋은 그녀를 보고 칸나는 모델 일을 가져왔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순 잡지의 모델이라면 키라리는 확실히 좋은 모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모델워킹이 필요한 일. 그런 일은 표정까지 관리해야 해서 아이 같은 키라리로서는 힘든 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무소 여건상 들어오는 일은 거절하지 못하니 했겠지만, 이 일은 차라리 쿨한 분위기가 강한 시부야 린에게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아카바네 P는 이 일을 시부야 린과 상의해 그녀에게로 옮겼다. 대신 키라리와는 상의를 해서 케이블 TV의 어린이프로그램에 출연하도록 제의했다. 

이런 의도라지만 결국 일을 뺏는 형국이기에 키라리에게 말할 때 걱정을 했지만, 키라리는 오히려 기뻐했다.


“사실 키라리는 모델일이 힘들었어. P짱이 새로운 일을 구해준다면 상관없어! 잘 부탁해☆”


P짱은 키라리가 자신을 부르는 애칭이었다. 20대 중반에 17살 여고생에게 그리 불린다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새로운 사무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담당아이돌들과 친해지는 것이기에, 이것에는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키라리가 이리 격식없이 대해준 덕분에 다른 아이돌들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미카만은 여전히 무언가 불만이 많은 듯 했지만 말이다. 

유아프로그램은 신인 아나운서가 MC를 보는 경우도 많았고, 신인배우나 아이돌들이 그 외의 역할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지난 1년간 쌓은 자신의 인맥으로 케이블 방송의 자리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거기다 키라리는 그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귀엽고 순수했다. 그런 만큼 이런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큰 키로 캐릭터를 만들기도 좋았다.

이런 점들을 내세우니 금방 좋은 케이블 어린이방송에서 자리를 구할 수 있었고, 그것도 PD가 공중파 어린이프로그램을 같이 맡은 프로그램으로 구하게 된 것이다.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였다.

일단 인지도를 쌓고 좀 더 큰 프로그램을 노리려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은 단순 케이블 TV의 어린이 교육방송이지만, 이런 프로그램에는 알만한 프로듀서들은 다 아는 굉장히 매력적인 장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만일 공중파의 출연자가 어떤 사정으로 출연하지 못하게 되면 PD는 자신이 맡고 있는 또 다른 어린이 프로그램, 바로 이 케이블TV 어린이교육프로에서 배우를 섭의해 간다는 것이다. 물론 그 한 번으로 고정 출연은 되지 않지만, 한 번 캐릭터가 알려지면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해 다음에도 몇 번 더 출연하다가, 그대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P는 이 부분에 있어 자신이 있었다. 일단 키라리는 키부터가 이미 눈에 띄는 아이였다. 이 큰 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인 캐릭터를 만드는데 좋았고, 이것은 평균적으로 키가 그리 크지 않은 타 아이돌들에 비해 아이들에게 어필하기가 좋았다.


“키, 키라리 사진이 아닌 카메라 앞에서 찍는 건 처음일지도…….”


케이블에 있는 인기는 낮은 어린이교육프로그램이라지만, 키라리로서는 아이돌이 되고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방송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C랭크인 미카를 제외하면 신데렐라 프로덕션에서 처음으로 고정출연을 계약으로 첫 촬영을 하는 것이다. 키라리로서는 처음으로 큰 일을 맡은 거라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곧 긴장으로 이어졌고, 평소에 보이던 힘찬 모습과 ‘뇨와’라는 이상한 인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좋지 않았다. 키라리의 그 활기참이 이 어린이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였다. 그런데 첫 촬영을 하러온 그녀는 긴장감에 평소의 모습을 잊어버린 듯 했다. 이래서는 첫 촬영을 망칠 위험이 있었고, 그 부분이 키라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일 거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의 사무소는 사정이 나빴고, 사무소가 현재 유지하는 것은 C랭크인 미카가 힘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미카에게 너무 부담만 주는 거고, 다른 아이돌들이 클 기회도 없다. 그러나 지금 사무소와 미카에게 도움이 될 찬스가 왔다. 여기서 자신이 잘하면 사무소와 다른 아이돌들에게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 같은 순수한 키라리로서는 이 단순한 사실이, 그러나 단순하기에 더더욱 큰 부담이 되는 것이 마음을 짓누르는 것이다.

P는 그런 키라리를 보고 웃었다.

아이돌의 긴장과 무거운 어깨를 덜어주는 것은 자신의 일이다. 

어딘가 주눅 들어 이제는 고개까지 숙이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어깨를 움츠려 의자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P는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다 너무 걱정한 나머지 울 것 같은 얼굴이던 그녀가 자신을 올려다보았다.

자신보다도 키가 큰 그녀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일은 좀처럼 없기에 P는 묘한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키라링 파워야!”

“뇨와?”

 

키라리가 그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하자 그녀의 양 어깨에 양 손을 얹고서 P는 계속 말했다.


“걱정하지마. 첫촬영 같은 거 망쳐도 좋아.”

“그,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예전에는 그러면 안 됐지만, 지금은 괜찮아!”

“어째서?”

“내가 있으니깐!”


그 자신감 넘치는 장담에 키라리는 납득을 못하는 듯 귀엽게 고개를 끄덕였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아이, 그것이 키라리다.

P는 계속 말했다.


“예전에는 이런 일 하나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서 안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내가 있어. 이번 일 실패해도 내가 얼마든지 일을 구해다 줄게. 그러니 키라리는 걱정하지 말고 평소처럼 키라리 파워를 힘껏 내는 거야!”

“……그 말, 정말이야?”

“정말이야! 사장에게 듣지 않았어? 난 아주 유명한 프로듀서라고! 아이돌이 아무리 실패해도, 얼마든지 그것을 만회할 기회를 갖다 주는 것이 바로 나의 일이야! 그러리 걱정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 일도 걱정하지 말고 키라리가 하고 싶은 데로 해도 좋아! 키라리가 실패해도 다른 사람들의 일까지 내가 가져다 줄 테니깐!”


그 장담에 키라리는 놀란 듯 하다가 이내 서서히 웃기 시작했다.


“헤헤, 그러네. 지금은 P짱이 있구나.”

“응. 지금은 내가 있어. 너희들을 얼마든지 서포트하기 위해서 말이야.”

“우히히…….”


키라리는 이내 평소처럼 웃기 시작했다. 그 눈가에 어렸던 눈물을 P가 순수 닦아주며 눈높이를 맞췄다.


“키라리, 힘내자!”

“응! 힘낼거야앗-!”


그평소처럼 기운찬 외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P보다도 높은 눈높이에서 이번에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깨달았다는 듯 P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그리고 갸웃거리며 이상하단 얼굴로 말했다.


“어라어라? 일 때문에 지친걸까나아? P짱 졸려보여.”


그 말에 P는 순순히 인정했다. 키라리가 읽을 정도면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다.


“최근 준비로 바빴으니깐. 내가 바쁜만큼 너희도 이제 바빠질 거야.”

“그렇구나. 우리 더 바빠지는 거구나. 헤헤, 그럼 지금은 힘든 P짱을 힘내게 해줄게!”

“어떻게?”

“키라링의 큥큥파워로 몸도 마음도 상쾌하게 해줄거야-! 하나-”


그녀는 그리 말하며 두 손을 활짝 펼쳤다. 그리고 환한 얼굴로 그 두 팔을 크게 접어 P를 껴안았다.

 

“둘! 키라링☆”


여자, 그것도 귀엽고 몸매가 좋은 여고생에게 껴안겼지만, 아이 같이 순수한 그녀의 태도에 그 포옹은 친구간의 포옹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파워가 나눠지는 건지 마음과 몸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곧 P와 몸을 떼어내며 웃으며 물었다.


“어때? 힘이 났어?”

“응. 고마워 키라리.”


자신의 머리보다 높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키라리는 애처럼 웃으며 기뻐하다가 중얼거렸다.


“냐하☆ P짱한테서 활기를 받아버렸어. 후히히히☆”


그녀는 그리 웃고서 P가 손을 떼어내자 촬영장소를 향해 갔다.


“그럼 촬여하러 갔다올게!”

“나도 가서 볼 거니깐 키라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응! 잘 지켜봐줘!”

 

그리고 키라리는 평소처럼 힘차게 촬영을 하러 갔다. 그날의 그녀의 촬영은 순조로웠다. 거인국에서 왔다는 그녀는 키라링이라는 이름인 그녀는 간단한 곤경에 처해 방송에 출연한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었다.

크지만 어린애 같은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햐, 대단한데. 역시 P씨가 추천할만한 아이야! 좋은 느낌이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 말씀은……?”

“그녀를 우리 방송에서 고정으로 쓰겠다는 거야! 아직 방송은 안했지만, 아이들도 확실히 좋아할테니깐!”


그러면 PD는 P의 어깨를 두드려주고서 촬영을 더 하기 위해 스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아싸!”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좋아하고 말았다.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었다. 765 초창기에는 이렇게 일을 얻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녀들이 인기를 얻자 반대로 자신들이 선택해야하는 입장이었기에 이렇게 고생해 일을 얻는 일은 없었다. 


“P짱! 키라리 어땠어?”

“좋았어! PD가 방금 말했는데, 키라리를 고정으로 쓰겠데?”

“저, 정마알? 와아아아아!”

“정말 잘했어 키라리!”

“키라리 많이많이- 힘냈어니이☆ 칭찬해줘칭찬해줘-☆”


그녀는 아이처럼 팔짝팔짝 끼며 P를 껴안기도 하면서 보는 사람이 같이 기분 좋을 정도로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이 사실에 사무소 사람들도 같이 기뻐했다.

케이블에, 어린이교육방송프로그램이지만 방송프로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것은 키라리가 처음이었다.


“와아, 안즈짱 키라리야 키라리!”

“우으- 나도 보고 있다고- 흔들지마-”


그리고 그녀의 방송이 처음 나오는 날 오후 4시에 사무소의 모두가 모여 방소을 지켜보았다. 그 큰 키 덕분에 옷만 입는다면 아이들 앞에서 키라리는 거인처럼 보였다. 그런 주제에 미숙하고, 덜렁거리기를 잘하는 그녀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아 잊어버린 케이크를 찾을 수 있었고, 그 보답으로 모두와 같이 케이크를 나눠먹었다.

방송 자체는 그리 길지 않고, 짧은 등장이었지만 고정으로 출연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모두가 기뻐하고 축하해줄 수 있었다.


“모두 여기 좀 와 봐요!”


방송이 끝난 후 각장 이야기를 나누며 슬슬 일을 할 때, 지금은 얼굴의 피곤함이 많이 사라진 칸나가 호들갑을 떨며 모두를 불러보았다.

모두 가 모이자 칸나는 방금 방송한 프로의 홈페이지를 보여주었다. 


-키라링 다음에 또 나오나요? 우리 아이가 키라링을 보더니 자신도 거인을 만나고 싶다고 하네요.

-키라링! 정말 거인나라에서 왔어?

-우히히히! 키라링 웃음 재밌어! 물건 잊어먹지마!


적지만,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이다. 거기다 그녀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뿐이었다. 글이 적은 만큼 악의 적인 글을 일부러 올리는 사람이 없던 것이다.


“웨헤헤헤…….”


이 글을 보고 기뻐 더욱 크게 날 뛸 줄 알았던 그녀는 왠지 방송을 볼 때보다는 얌전하게 웃고 있었다. 이상해 쳐다보자 키라리는 울고 있었다. 어떻게 든 웃으려 노력했지만 그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곁에서 안즈가 말 없이 손을 꼬옥 잡아주었고, 그러자 키라리는 이내 자신보다 훨씬 작은 안즈의 몸을 몸을 웅크려 안으며 소리내어 울었다. 그녀가 울자 다른 사무소 아이돌들도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축하의 말을 건네주었고, 우즈키와 리카는 그런 키라리와 같이 울어주었다.  

저것은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P는 잘 알고 있었다.


“정말 고맙네.”


옆에서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P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고, 칸나는 P의 손을 꼬옥 잡았다. 겨우 작은 일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무명시절이 길고, 제대로 된 스케줄조차 없던 그녀들로서는 이 작은 일이 크게 다가왔던 것이다. 

거기다 사무소 최초로 정기적인 스케줄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한 명이 단독으로 말이다.

그나마 미카의 스케줄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정기적이지 않고, 쉬는 날도 많았다. 거기다 다른 아이돌들의 일은 이런 미카와 같이 나가는 경우가 많거나, 서로 팀을 짜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미카와는 랭크차이가 있어 다른 아이돌들은 어쩌면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랭크인 키라리가 이번 일을 해냄으로써 깨닫고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자신들은 아이돌이고, 앞으로 이런 일들을 하게 된다는 것을.

한차례 기쁨을 나누고서, 리카가 쪼르르 달려와 그 손을 잡고 흔들었다.


“저기저기, P군! 리카도 TV에 출연하고 싶어!”

“하하, 알았어. 조금만 기다리면 리카 일도 구해다줄게.”

“프로듀서, 저도요!”


리카에게 답하자 우즈키도 가까이 다가와 그리 부탁했다. 뒤를 이어 다른 아이돌들도 기대감을 갖고 P에게 둘러싸듯 붙었다. 

그런 아이돌들을 보며 P는 장담했다.


“걱정하지마. 조금만 기다리면 너희들의 일도 구해올테니깐. 말했잖아? 내 목표는 너희를 톱 아이돌로 이끄는 거라고!”


그의 장담에 모두의 얼굴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키라리의 작은 성공은 사무소의 큰 희망이 된 것이다.

키라리는 이후 세 차례 더 그 프로에 출연했고, 출연할 때마다 점점 그 시간이 늘어났다. 그만큼 작지만 좋은 반응의 인지도가 늘고 있었다. 이것은 좋은 일이다. 이 작은 방송으로 키라리는 카메라 앞에서 촬영하는 데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키라리에게 더 큰 기회가 찾아 왔다. 공중파 어린이교육프로그램 ‘스스로 꿈동산’에서 출연자 하나가 몸이 아파 출연을 못하게 되었고, 그 자리를 케이블TV에서도 존재감이 크던 키라리가 맡게 된 것이다. 만일 여기서 제대로 캐릭터를 어필하면 이 신데렐라 프로에서는 처음으로 공중파에 정기적으로 자리를 잡은 아이돌이 생기는 것이다.

거기다 이 어린이 프로그램은 굉장히 매력적인 점이 많았다. 일단 어린이 프로그램이라 하면 10세미만의 유아들이 보지만, 그 뒤에는 그 아이들을 돌봐주는 30,40대의 어머니들, 거기에 765프로의 야요이 같은 특별한 경우의 언니, 오빠들이 있다. 그렇다하면 이 프로에서는 잘만하면 그 나이대의 팬들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공중파 방송의 어린이교육프로그램은 보통 한 프로그램이 장수하는 경우가 많았고, 키라리가 출연하게 된 이 ‘스스로 꿈동산’도 20년이 넘은, 과거에는 어린이였던 어른들과 학생들에게도 인지도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만큼 어린이 프로가 아닌 다른 장르의 PD들도 이 프로그램은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은 체크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PD에게서 듣고서 사장과 칸나에게 말하자 두 사람은 굉장히 기뻐했다. 


“뇨와!”

“키라리!”


특유의 인사로 활기차게 사무실에 들어온 키라리를 칸나가 그보다 더 큰 목소리로 기뻐하며 불렀다.


“네, 네?”


그 반응에 놀란 키라리가 평소와 달린 존대를 하며 반응하자 칸나가 다가가 그 두 손을 잡았다.


“방송이 잡혔어!”

“후에?”

“케이블이 아니라 공중파 방송이 잡혔어!”

“뇨와!?”


키라리가 놀래 P를 보자 P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출연하는 방송의 PD가 공중파의 어린이 프로도 맞고 있다고 말해줬지? 이번에 거기 출연자가 사정으로 한 회를 빠지게 되서 키라리에게 일을 맡기고 싶데. 어때 키라리, 할거야?”


그 물음에 키라리는 한 동안 말을 못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이내 두 팔을 활짝 펼치며 소리쳤다.


“만세! 할거야, 키라리 할거야! P짱하고라면 틀림없이 잘할 수 있어!”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칸나씨! 아, 키라리도 안녕-”

“모두 안녕하세요. 윽-” 


우즈키와 린이 사무실에 들어왔고, 그런 둘을 큰 덩치의 키라리가 갑자기 와락 끌어안았다. 키라리는 둘을 끌어안고 방방 뛰면서 말했다.


“모두 들어봐! 키라리 방송이 또 잡혔데! 그것도 공중파로!”

“에, 정말? 이렇게 빨리? 와아! 축하해 키라리!”

“정말 잘 됐어. 축하해 키라리.”

“우헤헤헤!”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같이 키라리를 껴안으며 좋아했다. 이후 키라리는 입구에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달려가 껴안아 흔들며 연신 계속 기뻐하며 자신의 일을 알렸고, 그 때마다 아이돌들은 놀라며 축하해주었다.


“안즈짱-! 안즈짱!”

“어, 어지러워…….”


칸나에게 속아 사무소에 온 안즈쯤에 갔을 때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를 안고 빙빙 돌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만 할 뿐이었다.

멀리서 이미 그녀의 일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던 미카가 왠지 복잡한 표정으로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런 미카의 모습을 본 P는 왜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지 잠시 고민하닥 곧 알 것 같다는 미소를 지으며 씁쓸해했다.

그녀는 이 사무소의 간판 아이돌이다. 간판아이돌치고는 인지도가 낮지만, 그것은 무명 사무소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이 사무소에서 가장 랭크가 높고 인지도가 있는 아이돌이었다. 이 사무소를 유지하게 해주는 중요한 아이돌인 그녀였기에, 그녀는 복잡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료의 성공과 사무소에 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확실히 좋은 일이다. 눈매가 사납고, 성격이 무서운 그녀지만, 그런 모습과 다르게 그녀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좋다. 그러니 사무소의 일에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최근의 키라리의 성공은 그녀에게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공중파 방송 출연은 그녀에게 거의 없다시피 했고, 거기다 잘하면 고정이 될지도 모른단 말은 그녀를 한순간에 앞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동료의 성공은 기쁘다. 하지만 그동안의 자신의 노력이 프로듀서가 바뀌어 한 번 도움을 준 것만으로 한 번에 앞질러지는 것은 씁쓸하고 질투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랭크도 금방 뒤처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경각심이 그녀에게 복잡한 심정을 느끼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예상하고 있을 때 그녀 혼자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런 그녀의 뒤를 프로듀서가 뒤따라갔다. 아직 수가 적을 때 아이돌들의 마음을 잘 돌봐주어야 한다. 한명이 성공할 때 원치 않더라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질투심을 느끼는 아이돌이 생길 수밖에 없고, 곧 그것은 아이돌끼리의 관계가 틀어져 잘못하면 사무소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

그것조차 대비해야하는 것이 지금의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미카는 사무소 옥상으로 올라와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그런 그녀에게 P가 따듯한 커피캔을 두개 들고와 하나를 건넸다.

그녀는 P에게 왜 따라왔는지에 대해 묻지 않고 순순히 그 커피를 받아 두손으로 쥐었다. 그녀의 포니테일로 묶은 분홍색 머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날카로운 그녀의 눈매는 사나웠던 평소와 달리 어쩐지 슬퍼보였다.


“……눈치챈거지.”


그녀가 씁쓸하게 물었고, P는 말없이 캔커피의 폴트를 따 마셨다.    


“키라리가 성공하는 것에 나도 진심으로 기쁨을 느끼고 있어. 그런데 왜일까, 마음이 불편해.”


그녀의 말에 P는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는 위로를 하기 위해 그녀를 따라온 것이 아니다.


“저기 말이야, 자랑하거나 한탄하려는 건 아니야. 그래도, 나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해. 근데 당신이 와서 한 번 도와준 것만으로 그 노력이 금방 앞질러져 버렸어. 나 사실 그렇게 노력할 필요 없던 거 아니야? 내가 없어도 당신이 왔으면 이렇게 금방 잘 되었을 것 같은데.”


필요하다 생각했던 자신의 역할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굉장히 허무하게 다가오는 듯 했다. 그것을 느끼면서도 P는 일단 조용히 있었다. 성급하게 그녀에게 그렇지 않다는 위로를 하지 않았다. 위로를 바랄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당신 어떻게 생각해, 내 노력은 필요 없던 걸까? 내가 없어도 사무소는 잘 되었을까?” 


그녀의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어려 떨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P는 웃으며 말했다.


“한 사무소의 아이돌들이 성장하려면 사무소에는 간판 아이돌이 필요해.”

“그게 나라는 거야? 하지만 지금의 나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단순한 위로란 생각에 미카는 자책하듯 비꼬아 말했다. P는 거기에 씁쓸하게 웃어주고서 이어 긍정했다.


“맞아, C랭크의 아이돌로는 그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어.”

“하하, 역시…….”

“하지만 B랭크라면 말이 틀려.”

“……!”


순간 그의 말에 미카가 놀래 그를 보았다. 그런 미카를 보며 P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사무소에는 B랭크의 아이돌이 필요해. 그리고 그게 가능한 것은 당연하지만 C랭크의 아이돌뿐이야. 다행히도 우리 사무소에는 C랭크의 아이돌이 하나 있어.”


그가 뜻하는 것이 뭔지 이해한 미카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미카의 머리에 P가 손을 얹었다.


“미카, 앞으로 레슨이 더욱 힘들어질텐데 괜찮아?”


그 질문에 미카는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얼마든지. 이 죠가사키 미카라면 어떤 힘든 일이 있든 견딜 수 있다고!”

“그럴 거라 생각했어. 혼자서 이 사무소를 지탱해왔으니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리 말하고서 P는 웃으며 먼저 옥상을 내려갔다. 그 뒤에 남은 미카는 그런 P의 뒷모습을 보다가 이내 소리를 죽여 웃다가, 쪼그려 앉아 중얼 거렸다.


“내 노력은 쓸모 없는게 아니었어…….”




키라리의 공중파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미숙한 거인의 이미지인 그녀는 아이들에게 좋은 이미지였고, 같이 보던 어머니들도 즐거워했다고 한다. 그리고 첫 방송 이 후 2주가 지나 PD로부터 고정출연 제의를 받았고, 그날 사무소에서는 다같이 파티를 열어 축하해주었다.

P와 키라리는 그 후 공중파 방송국을 1주일에 한 번씩 왔다갔다했고, 그 때 우연히 하루카가 그런 둘을 보았다.


“프로듀서씨?”


전혀 모르는 아이돌과 같이 있는 그를 보고 하루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그 둘이 같이 있던 PD에게 다가가 물었다. PD는 유명 아이돌인 그녀와 안면이 있었고, 그 때문에 순순히 알려주었다.


“아, P씨가 전에 있던 사무소의 아이돌이었지 너도. 이번에 P씨가 새로 맡은 아이돌인가봐. 소속사가 아마 신데렐라 프로덕션이었지? 처음 듣는다고? 하하, 나도 처음들어. 아마 흔히 있는 인지도 낮은 무명 사무소겠지. 그런데 이제 그렇지도 않을 것 같아. 저 사람이 지금 하는 것으로 봐서는 너희 만큼은 아니라도 금방 업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걸?”


그의 설명에 하루카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서 창문 너머로 차를 타고 떠나는 그를 보았다. 

즐거워 보였다. 새로운 아이돌과 일하는 그는 최근 자신들과 일을 할 때보다 왜인지 즐거워보였다.

자신은 그 일로 그렇게 슬퍼했는데 말이다.


“……하하하.”


하루카의 입이 비틀어지며 웃음이 세어 나왔다. 잘 알았다. 그가 왜 그리 기뻐하는지. 무엇을 착각하는 건지.


“프로듀서도 참, 착각하고 계시는 구나. 그 아이들이 자신과 어울리는 아이돌이라고.”


하루카는 한껏 어두워진 눈빛으로 떠나가는 차를 보다가 이내 등을 돌렸다. 


“후후, 프로듀서 착각이에요, 착각. 곧 깨닫게 해줄게요. 프로듀서에게 어울리는 아이돌은 우리 765프로의 아이돌이라는 걸.


그리고 그녀는 들었던 사무소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냈다. 신데렐라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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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 되어버렸습니다. 연재는 불규칙적. 일단 톱아이돌부터 끝내야 해서요...

오오, 게임을 한 번 깬 후 경험치와 레벨을 계승해 1스테이지부터 다시 깨는 P의 위엄.

제법 유능하네요.

키라리 귀여워요! 잘 표현하지 못한게 아쉬울 정도로...

보다시피 훈훈하 신데마스 애들의 성장 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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