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백지화의 파동 -하편

댓글: 1 / 조회: 1686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7-26, 2015 23:15에 작성됨.

아침에 일어나자 프로듀서가 우선 찾은건 두통약이었다.

어젯날 과음한 탓도 있었지만 어제 미시로 상무의 충격발언 때문인지 아니면 그 여파 때문인지

머리가 깨질것만큼 아파왔다.

 

"아 씨발 개같은년 진짜..."

 

미유키 앞에서는 그리고 회사 안에서는 최대한 욕을 자제하려고 하지만 오늘은 차마 그럴 수 없었을것 같았다.

처음부터 재수없게 생겼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일을 던져줄 줄은 몰랐다.

프로듀서는 세수를 하고는 차분하게 앞으로의 일을 정리해보았다.

미시로의 말을 따른다면 분명 인기 없는 혹은 장기적인 연습생들을 그는 미시로의 악으로 보고있다.

그리고 유명하고 인기있는 아이돌을 주축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시행해서 그에 걸맞는 성과를 내게한다.

그렇다면 남은 아이돌들은 어떻게 되는것일까

자신이 여지껏 프로듀스 해온 다른 아이돌들에 이제 새 프로젝트를 받는듯 했더니

그건 당장에 백지화 되어버렸고 다른 유명한 아이돌들을 받게 될 것이란것 까지는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미유키는 어떻게 되는것일까

어쩌면 이적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프로듀서는 세면대 옆에 안경을 집어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그 시간 이후부터 부쩍 한숨이 늘어난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미시로 상무의 행동력을 알 수 있는 좋은 날이었다.

벌써부터 프로덕션의 분위기가 어수선한게 무슨 일이 있는것만 같았고 실제로도 무슨 일이 있었다.

카와시마 미즈키의 배너가 떨어지고 사무실들의 짐을 빼는곳도 그리고 곳곳에서도 청소나 정리같은게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사무실에 올라가자 우선 사무원이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냐고 캐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거에요?"

"모르겠어 아이돌 유닛도 통폐합 될거같고 사무실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상무인지 뭔지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뭔 말을 해줘야 알아듣지 지 할말만 하고 그것도 아이돌 부문의 진행 방향을 완전 틀어버릴 이야기를 해놓고 막상 그 뒷처리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자신이 다 알아서 하겠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정말 생각이 없는 인간인지 프로듀서는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지금 미시로 상무가 생각없는 년이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테이블에 있던 큐티 케이크 프로젝트의 기획서를 들고 나왔다.

 

"전부 파기시켜"

"네? 이것도 전부 백지화 된거에요?'

"그런가봐..."

 

프로듀서는 우선은 진정하고 미유키를 만나러 갔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레슨을 받고 있을테니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재수없이 도도한 표정으로 미시로 상무는 그를 맞이했다.

 

"몇 층?"

"10층 입니다"

"저번보다는 많이 정신을 차리고 사는군"

"상무님 궁금한게 있습니다"

"뭐지?"

"이번에 아이돌 프로젝트를 백지화 한다면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합니까?"

"다른 아이돌들끼리 다시 모아서 각자에게 프로젝트를 맡길거야 어떤 아이돌 일지는 곧 알려줄거고"

"그러면 그 프로젝트에 소속되지 못하는 아이돌들이나 연습생들은 어떻게 되는겁니까?"

"성장했다는게 눈에 보이면 다른 아이돌 프로젝트에 들어갈거야"

 

그 사이에 10층에 도달했다.

프로듀서는 목례를 가볍게 하고 문이 닫히기 만을 기다렸다.

프로듀서가 한 가지 확신 할 수 있던것은 적어도 미시로 상무는 지금 위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추측이지만 아마도 그녀는 지금 중견 아이돌까지를 어떻게 할 지 밖에 생각을 안하고 있다.

큐티 케이크 프로젝트를 위해 구상해두었던 멤버들 모두 아마 그녀는 이름은 고사하고 존재조차 모를게 분명했다.

 

"멍청한 년"

 

프로듀서가 내린 미시로 상무에 대한 평가였다.

미유키를 비롯한 히로미, 아오이, 미사토, 사야 등등

그녀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는 이런 아이돌들은 어떻게 되는것일까

지금 상태로라면 데뷔는 아마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될테고

어쩌면 다른 프로덕션으로 이적 당할 수 도 있다.

그때쯤 되면 그녀도 뭔가 잘못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346 프로덕션의 장점은 거대한 규모와 수 많은 아이돌들에 있다.

아무리 인기없고 연습생 신분인 아이돌이라 해도 그를 지지하는 팬층은 미약하게나마 존재한다.

타카가키 카에데가 처음 데뷔했을때 부터 아이돌이었던가?

물론 그녀는 346의 아이돌부서가 처음 생겼을때 부터 있던 아이돌이니 어쩌면 조금 개념은 다를지 몰라도 일단 그녀의 팬도 처음에는 굉장히 적었다.

그리고 그녀가 성장해서 이렇게 된 것이지 처음부터 유명한 연예인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다는 말인가?

프로듀서 개인적인 생각이었지만 미시로 상무의 의견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결국 유명 아이돌로만 구성된 고인물은 언젠가 썩기 마련이었다.

그녀 성격상 쉽게 다른 아이돌들의 역량을 인정하려 하지도 않을테니 더더욱 그러했다.

적어도 그 동안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동안만 미유키를 지켜주면 되는 것이었다.

 

"미유키 있니?"

"아 프로듀서 도대체 무슨 일..."

"물어볼게 있습니다 쥬나오 프로듀서님"

 

미유키보다도 먼저 그에게 질문할게 있다고 물어본건 다름아닌 아스카였다.

 

'아스카도 그녀석 프로젝트 소속이었지'

 

"왜 무슨 일인데 아스카"

"저희는 이제 어떻게 되는거죠?"

 

어제 그 얘기를 듣고 아스카도 꽤나 혼란한듯 보였다.

둘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게 모처럼 심각해 보이던것도 아마 이 일 때문일것이다.

 

"아직 나도 확실하게 대답해 줄 수는 없어 그런데 당분간...너희 자체한테는 별 일은 없을거야 다만 유닛 활동이 폐지되거나 스케쥴이 상대적으로 줄어 들 수는 있어 너네는 그래도 꽤 잘나가는 아이돌들 이니까"

"프로젝트의 백지화라던데"

"백지화 한다 하더라도 상무님이 미치지 않고서야 모든 아이돌들을 해고하고 다시 뽑을리는 없잖아?"

 

아스카는 그래도 어느정도 안도한 표정이었다.

평소에는 냉정하고 차가운 아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역시 아직 어리긴 어린 아이었다.

 

"아스카 스케쥴 갈 시간이야"

 

문 밖에서 아스카를 부른건 쥬나오의 후배 프로듀서였다.

어제 술취하고 온갖 고생한 것에 비해서 멀쩡한 쥬나오를 보자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야 너 얘기 들은거 있어?"

"몰라 뭐 우리는 이미 프로젝트 개념에서 벗어나서 다 활동 중인 아이돌들이니까 별 상관 없는거 같고 그 양반이 말한 브랜드 고급화라는건 아직 구체화된거같지는 않고"

"그년 생각이 있긴 한건가"

"뭐 제일 엿먹은건 신데렐라 프로젝트 애들이지 타케우치 녀석이 상무님한테 개기는 바람에 사무실까지 뺏겼으니 뭐"

"제대로 미쳤구만..."

 

그러고보니 아까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뉴 제네레이션 애들이 뭔가 짐을 챙기고 내려가던걸 본걸 그는 어렵지않게 기억해냈다.

이제 데뷔한지 반년 남짓밖에 안된 애들은 도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프로듀서 무슨 소리 하는거야? 백지화는 뭐고 프로젝트는 뭐고..."

"어...그래서 미유키한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어"

 

여태까지 있던 말들의 분위기로 미유키는 적어도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는것을 직감했다.

프로듀서는 침을 삼키고 미유키에게 시선을 맞춰 한 쪽 무릎을 굽혔다.

 

"그...데뷔 하는거 조금 힘들거같아...저번에 보여줬던 프로젝트가 다 무산되어버려서"

 

미유키는 고개를 푹 숙였다.

스스로 그런 말을 하고도 미안했는지 프로듀서는 미유키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프로듀서가 껴안아주자 미유키는 그제서야 다시 웃어보인다.

 

"헤헤...나는 괜찮아 좀만 더 기다려보지 뭐"

"그래 우리 미유키 열심히 해왔으니까..."

"맞아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될...테니...까아아..."

 

웃으면서도 애써 눈물을 안보이려던 미유키가 결국 말 끝을 흐리더니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 일그러진 표정은 펴질 줄 몰랐고 뚝뚝 떨어진 눈물은 점점 더 많이 흘러내렸다.

프로듀서는 차마 보지 못하고 미유키를 자신의 품 안에 파묻히게 했다.

 

"흐아앙..."

"미안해...미안해 미유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 웃으면서 방방 뛰어다니던 곳에서

단 일주일이 못되어서 둘은 서로 껴안고 울고 있었다.

와이셔츠의 가슴부분이 물로 젖어들어가는게 느껴졌다.

미유키는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천일이 넘는 시간동안 그녀를 바라보면서 어렸을때 그녀를 잠깐 놀려먹던 때 이후로

처음보는 그녀의 눈물이었다.

그날 보았던 모든것이 그리고 꿈꿔왔던 모든것이 허상으로 돌아갔다.

음식점의 입간판 모델도 쇼핑센터의 작고 하얀 무대도 카에데처럼 멋진 아이돌이 될거라는 이야기도

전부 다시 꿈으로 돌아가버렸다.

다시 처음부터라는 절망감

그리고 부서진 기대에 대한 허무함

미유키가 울음으로 쏟아내기엔 이 모든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쥬나오 프로듀서의 사무실 분위기는 어제와는 너무도 달랐다.

마음만 같아선 기분전환이라도 하려고 미유키를 데리고 외출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운명은 너무 얄궂은 녀석이었다.

미유키를 데리고 간 곳은 실내 워터파크였다.

물론 노는것보다는 일의 목적이었다.

일이라고 해봐야 누가 해도 상관없는 그런 보잘것 없는 것이었지만

미유키도 프로듀서도 이제 그런 상황에는 익숙해졌다.

 

"깡총이 좋아하지?"

"응"

 

왜 워터파크 안에서 라이브를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오늘은 라이브 무대의 백멤버로 뛸 예정이었다.

아이돌들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것이 맞건만 오늘은 다른 멤버들도 무대의 주인공인 아카네도 표정이 밝지 못하다.

미시로에는 지금 폭풍우가 몰아치는것만 같았다.

그 안에 미소는 전혀 없었다.

 

"미치겠다 진짜..."

"그쪽은 어떻게 됬어?"

"뭐 우리라고 다를거 있나..."

 

프로듀서 끼리들도 모였다 하면 넋두리가 우선이었다.

 

"아카네언니 웃어 웃어야지"

"으...그래야겠지"

 

아이돌들도 이제는 미소를 잃어버린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그들의 사명이 유지되기도 힘들어보였다.

미시로에 부는 바람은 정말 지독한 폭풍인듯 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