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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Gloomy, Blue Life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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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4, 2015 22:02에 작성됨.

사무소 탁자 위에 놓인 노트북. 기괴한 생물들이 인간을 무자비하게 잡아먹는 광경이 화면을 통해 비춰지고 있었다. 비록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닌 움직이는 그림으로 이루어졌지만 그 참혹성은 경우에 따라 불쾌할 수도 있는 것이였다. 그리고 쇼파에 앉아 그 광경을 보는 4명의 인물. 한코츠 유우츠와 카미야 나오는 움찔거리기도 하고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면서도 그 장면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 옆으로 곤란하단 듯 화면에서 눈을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는 아라키 히나와 눈을 빛내며 화면에 집중하는 시라사카 코우메가 앉아 있었다.

이윽고 동영상이 끝나고

"으음...여기서 이렇게 자를 줄은..."

"그러니까~이거 다음 주까지 못 버틸 것 같은데?"

유우츠와 나오가 아쉬운 듯 동영상 파일을 닫는다.

"아하하...두 분 다 잘도 눈 안 돌리고 보셨네요..."

"아라키 양은...죄송하지만 감상 태도가 영 좋지 않았습니다."

"으익...그럼 어떡함까...위장이 못 버틸 것 같던데..."

"우린 그냥 우리끼리 보려고 했는데 히나 씨가 우리 쪽으로 와서 같이 보자고 했잖아?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이면 우리가 섭섭해지지."

"..."

두 명이 동시에 자신을 공격하는 데다가 사실만 짚어 내니 할 말이 없어진 히나.

"저기...이거...다음 편...없나요?"

"이게 최신 화라 아마 다음 주에 나올 겁니다."

"어때, 코우메? 이런 것도 재미있지?"

"으, 응..."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코우메. 그런 그들 뒤로 사무소 문이 열린다.

"좋은 아침. 어라? 다들 여기서 뭐 해?"

"아, 하야미 양입니까. 그냥 신작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있었습니다."

"헤에...응? 나오나 히나 씨는 그렇다 치고 코우메도 애니 보는 쪽이였어?"

"이번 신작이 좀비 서바이벌물이라 코우메 취향에 맞을 것 같아서 같이 보자고 한 거야. 히나 씨는 본인이 스스로 와서 본 거고."

"으으...저렇게 쎈 건줄은 몰랐슴다..."

"엄청...재미있었어요..."

"...하야미 양은 좋아하시는 장르 있습니까? 원한다면 구해 줄 수 있습니다만."

"음...난 영화파라서 애니는 딱히."

"그렇습니까..."

유우츠의 목소리가 어쩐지 아쉬운 듯 하다. 나오 역시 아깝다는 표정이다.

──────────

"유우츠 프로듀서는 개인 시간 때 뭘 하며 지내시나요?"

느닷없는 무츠미의 질문. 유우츠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애니 감상, 커뮤니티에서 취미 관련 정보 수집, 가끔 게임도 하고, 좋아하는 작품의 2차 창작물도 보고...음악도 듣네요."

"우와아...그 정도면 그냥 폐인 아니야? 바깥으로 나가진 않아?"

지독하단 듯이 유우츠를 바라보는 하루.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하루로서는 집에서 컴퓨터 앞에 줄창 앉아 있는 유우츠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딱히 만나는 사람도 없으니 집에만 계속 있게 되네요."

"취미는 개인의 취향이니까 너무 몰아붙이는 건 좋지 않아."

"...그러고 보니 여러분들도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죠."

"예를 들면?"

"창작 계열로는 전직 동인작가였던 아라키 양부터 시작해서 칸자키 양의 그림이나 니노미야 양의 만화, 모리쿠보 양의 시 같은 거죠."

"에...프로듀서, 혹시 그거...봤어?"

불안한 듯 기어드는 목소리로 아스카가 묻자 유우츠가 당당하게 말한다.

"예. 전부 매일 체크하고 있습니다. 아이돌들의 작품을 관리하는 것도 프로듀서로서의 일이니까요."

"..."

"아스카 씨, 만화 그리시나요? 저도 한 번 보고 싶어요!"

"아, 그...그러니까 아직 완성이 안 돼서...하하..."

평소와 달리 당황하는 아스카. 남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즈노 양이나 와키야마 양은 전통무예, 야마토 양은 서바이벌 게임에 우메키 양은 삼림욕이 취미시죠."

"헤에~이렇게 보니 신기한 취미도 많네."

"그걸 다 일일히 기억하는 유우츠 씨도 대단하네."

"취미가 같은 경우에는 서로 친해지는 경우도 있지. 나랑 아냐처럼..."

"타카미네 양과 아냐스타샤 양의 취미는...천체관측이죠?"

"да. 밤하늘, 예쁩니다. 보고 있으면 마음, 편해집니다."

"손에 닿지 않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겠지."

홀로 감상에 젖은 노아. 언제나 진지하고 대범하지만 가끔씩 자신만의 세계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다음 번에 천체관측 일을 구해 드리죠."

"정말입니까? спасибоюю. 아, 그러니까...감사, 합니다."

"흐흥~갑자기 취미 얘기를 꺼내길래 왜 그러나 싶었더니 이런 거였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능률이 오르니까요. 그리고 며칠 후면 휴가도 끝나니 이제부터 계획을 잡아야죠."

"후훗. 유우츠 씨, 요즘 유우츠 씨는 처음과는 다른 사람같아. 우울한 기운도 얕아지고 항상 의욕이 넘치는 것 같아."

"아..."

듣고 보니 그랬다. 분명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그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귀찮고 무서워서 남의 사정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혀 있던 유우츠였다. 프로듀서 일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저 뒤만 잘 봐 주면 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거기까지.

자신의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을 뒤흔드는 것이 그의 천성이였을까. 그러나 그 천성 덕에 그도, 그의 동료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뀐 것은 누구의 덕분일까. 카나데의 말은 뭔가 흘려 놓는 듯하지만 유우츠에게는 항상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느아아아~또 이겼다!"

유우츠의 감상을 난잡하게 뒤섞는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은 뒹굴거리던 쇼파에서 일어난다.

"무슨 일이십니까, 코우센 씨."

"아, 원격대전으로 체스 하고 있는데 제가 6연승을 하고 있지 뭡니까?"

도쿠쟈의 손에 들린 휴대용 게임기. 화면에 나타나는 도쿠쟈의 닉네임 'Viper'. 살무사, 즉 독사(毒蛇)라는 뜻을 가진 그야말로 도쿠쟈에게 어울리는 닉네임이다.

"상대방 이름이...'딸기요정'? 귀여운 닉네임이네요."

"뭔가 여중생 느낌이 물씬 나는 닉네임이죠? 장난삼아 대결해서 이겼는데 저 쪽에서 자꾸 대결을 걸어 오내요."

즐거운 듯 빙글거리는 도쿠쟈. 24세의 청년이지만 이럴 때는 꼭 어린아이같다.

그 때 사무소 문이 열리고 화가 난 듯한 아리스와 따분해 하는 소시오가 들어온다.

"다녀왔어~"

"...안녕하세요."

"소시오. 사이코는 어디 있어?"

"사이코는 치에랑 또 누구였더라...아! 스즈호 언니랑 휴게실에서 제봉 모임 하고 있을걸~"

"흐음...그래? 그러면 뭐 그냥 둬도 괜찮겠네."

'우에다 스즈호'. 인형옷 전문 페션 타입 아이돌. 소문에 의하면 그녀의 무대 의상은 모두 그녀가 직접 만든다고 한다. 제봉이 취미인 치에나 평소 줄곧 옷을 만드는 사이코에게는 좋은 스승이 될 것 같다.

유우츠와 소시오 남매가 이런 얘기를 하는 동안 도쿠쟈가 뚱한 표정의 아리스에게 다가간다.

"아~뤼스~무슨 일이길레 표정이 않 좋은 걸까?"

"타치바나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만."

"무슨 일일까나~"

"하아...아무것도 아니..."

"아! 아리스 아까부터 체스 져서 그럴 껄."

"소, 소시오!"

"어이구~그랬쪄요? 우리 아리스 분해서 어떠카나~"

"으읏..."

소시오의 말에 도쿠쟈가 빙글빙글 웃으며 아리스의 속을 긁기 시작한다.

"아까 보니까...'Viper'라고 했나? 그 사람한테 계속 진다고 막 발 동동 구르고 그랬거든."

"음?"

"그, 그만 해...뭐, 뭔가요? 갑자기 얼굴 들이밀고..."

"딸·기·요·정~★"

"히잇!"

순식간에 얼굴이 딸기처럼 붉어지는 아리스. 그만 하라며 도쿠쟈에게 때를 쓰지만 그런다고 들어줄 사람이 아니니...유우츠나 다른 사람들 눈에는 사이 좋은 남매 같은 모습이니 그냥 내버려 둬도 좋을 것 같다.

───────────────

화창한 날씨의 오후. 공원은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일상의 풍경들을 둘러보는 소녀.

금색의 머리카락과 초점이 흐릿한 하늘색 눈, 그을린 피부는 그녀가 먼 외국에서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은 그녀의 옆 벤치.

"아~덥다, 더워."

밝은 갈색의 머리칼과 초록색 눈의 남자가 한 손에 캔 음료를 든 체 앉아 있다.

"정말이지...어디서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어 온다면 좋을 텐데 말이야~"

"마치 겨울처럼 말이군요─"

남자는 자신의 혼잣말에 맞장구를 친 소녀를 쳐다보다 주위를 둘러보고는 다시 소녀를 본다.

"...방금 내 말에 대답해준 거야?"

"네. 저도 이때쯤이면 더워서 해롱해롱하지는 겁니다에요─"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이 소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한 남자. 어색하게 소녀에게 자기소개를 한다.

"어...그러니까 난 '코우사 사소리(黃沙 さそり)'라고 한다. 그 쪽은?"

"네. 전 라이라씨라고 해요─"

'라, 라이라씨...? 아니지, '씨'를 빼서 라이라인가. 외모로 봐서는 외국인 같은데...'

"그, 그렇구나. 그런데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건 이유가..."

"공원에서 많은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멋진 일이에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건 즐겁습니다에요─"

멍한 눈처럼 장황한 말을 늘어놓는 라이라. 타국의 말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는 터라 자주 하고 싶은 말을 이상하게 표현하게 된다. 사소리 역시 그녀의 장황한 말이 아직 일본어가 서툰 것으로 생각하고 머리 속에서 해독을 하기 시작한다.

"으음...그렇구나. 그래도 사람 가려가면서 말 걸도록 해. 요즘은 이상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더군다나 넌 외국인인 것 같은데 일부러 순진한 외국인들만 속이는 사기꾼도 있으니까."

"오오─그런 것입니까? 좋은 사실을 알려줘서 감사합니다에요. 사소리 씨는 정말 상냥한 분이시군요."

"아니...뭐, 그 정도 까지는...우왁!"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사소리. 이만 돌아가려는 순간 자신의 등 뒤에서 갑자기 날아오른 비둘기에 놀란다. 어찌나 놀랐는지 라이라의 등 뒤까지 도망가 얼굴만 슬쩍 뺀다.

"아이고...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사소리씨는 비둘기가 무서운 것입니까?"

"날짐승은 영 익숙치가 않아서...아, 이거 미안하게 됐네."

사소리는 이윽고 자신이 초면의 소녀의 등에 숨었단 것을 자각하고는 재빨리 라이라의 등 뒤에서 떨어진다.

"흠. 그럼 기회가 되면 또 만나자."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입니다─"

서로에게 손인사를 하며 해어지는 라이라와 사소리.

그러나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소리가 라이라의 등 뒤로 숨는 그 찰나의 순간이 무언가의 액정에 비춰지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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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과 이번편은 좀 쉬어갔으니까 다음 편부터 또 터뜨려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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