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Gloomy, Blue Life -14-

댓글: 2 / 조회: 1621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7-15, 2015 22:12에 작성됨.

"기본적인 업무는 이 정도입니다."

"오호~"

"두 분 모두 능력이 뛰어나시니 이 정도는 문제 없으실 껍니다."

회의실에서 견습 프로듀서인 코우센 도쿠쟈와 코쵸 난쟈쿠는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자신들의 선배인 한코츠 유우츠에게 앞으로의 기본 업무를 배우고 있다. 어째서 업무 설명을 회의실에서 하는가 한다면 아침부터 기운차게 돌아다니던 바퀴벌레 때문일 것이다.

"선배님~그러면~업무 다 끝나면 놀아도 돼요~?"

몸을 앞뒤로 흔들고 정체불명의 손동작을 하며 질문하는 난쟈쿠. 자칫 산만한 듯 과장된 몸짓을 하며 눈을 반짝인다.

"뭐 주어진 업무만 끝난다면 그 다음은 자유니까요."

"그나저나 선배. 우리 환영식 같은 거 안 합니까?"

"환영식이라면...어제 파티 하지 않았나요?"

"아뇨. 그거 말고, 몰래 카메라라던가 골탕 먹이는 미션이라던가 그런 거요."

"...그건 그냥 괴롭힘 아닙니까?"

"쩝, 그런가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도쿠쟈. 분명 자신들이 곤란해지는 상황을 기대하는 이유가 뭘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그럼~우리가 역으로 하면 되겠다~"

"오! 그거 좋다!"

"...주제는 정하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하! 이 코우센 도쿠쟈에게 그런 건 식은 죽 먹기죠. 어디 보자...아! 좀 자극적으로 가도 되겠죠?"

"자극적이라면..."

"예를 들어...유우츠 선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안 됩니다."

"엑..."

"안 됩니다."

"저기...선배? 너무 무서운..."

"안·됩·니·다."

"...옙. 포기하겠습니다."

유우츠의 반응이 사실 과한 건 아니다. 불과 이틀 전 자신이 저지른 참사를 기억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은 것을 알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우웅~그러면 몰래 카메라도 포기하자~잘못해서 감정 상해지면 안 되니까~"

"...그러면 이제 사무소로 돌아가죠. 소독약도 다 빠져있을 테니."

────────────────

"후아~암~졸려..."

"정 졸리시면 수면실에서 잠시 눈 좀 붙이시는 건 어떤가요?"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는 난쟈쿠. 걸음걸이도 느릿느릿하다. 그런 그녀에게 수면실의 존재를 가르쳐 주는 유우츠. 도쿠쟈는 사무소 정리를 위해 먼저 출발한 상태다.

"우웅...그게 좋겠어요..."

"여기서 왼쪽으로 쭉 가시다 보면 오른쪽에 수면실 명판이 있을 겁니다. 그럼 전..."

갑자기 유우츠의 소매를 잡는 난쟈쿠.

"??? 무슨 일이십니까?"

"혼자 있기 싫어요...무서워요...같이 있어 주세요..."

방울만한 눈이 글썽거리며 위쪽으로 치켜올라간다.

"예? 아니, 저기...방금 뭐라고 하신 건지..."

"안...되나요?"

"..."

유우츠는 순간 골치아픈 일이 생길 것이라는 걸 직감한다.

───────────────────

"스으...스으..."

"..."

수면실의 침대 위,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곤히 잠에 빠진 난쟈쿠. 침대 위에서 구부정하게 누워있는 유우츠를 꼭 껴안고 있다.

'...위험하다.'

젊은 남녀가 대낮부터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상황. 거기다 일방적이라지만 포옹까지 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 광경을 목격했다간 변명도 할 수 없다.

"으응~스으..."

그런 유우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난쟈쿠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위험하다...! 진짜 위험하다! 누가 보면...그 전에 등에 닿고 있어! 닿고 있다고!!!"

"으응..."

한 술 더떠 다리를 감는 난쟈쿠. 누워 있는 것만 제외한다면 딱 미루나무에 매달린 매미 꼴이다.

'아...제발...'

이윽고 유우츠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다.

─────────────────────

"우하~암~잘 잤다!"

한껏 기지개를 펴며 사무실로 향하는 난쟈쿠. 1시간 동안 푹 쉰 건지 기운이 넘친다. 그와 반대로 오히려 더 수척해진 유우츠.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종종 자러 와야겠어요~고마워요, 선배님~"

자연스럽게 유우츠의 팔에 매달리며 팔짱을 끼는 난쟈쿠. 머리까지 비비며 애교를 부린다.

"알겠으니까...제발..."

이윽고 사무소 문을 열고

"안녕하세요!"

"둘 다 늦으셨네...요..."

"어서 오세요, 프로듀서...님..."

고개를 돌리는 사무소 인원들의 얼굴이 당황함으로 가득 찬다. 그 중에서도 카나데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유우츠 씨? 지금 난쟈쿠 씨랑 뭐 하는 거야?"

"잠시...잠시만 시간을..."

"에에~다들 왜 그래요?"

손사래를 치며 당황하는 유우츠. 그 옆에서 난쟈쿠가 무슨 일인지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린다.

"코...코쵸 양? 우선 떨어져 주시겠습니까?"

"에..."

순간 난쟈쿠의 얼굴이 싸늘히 식어간다. 그 커다란 눈이 순식간에 어둠에 잠식되어간다.

"저...버림받는 거에요...? 제가 싫어서...전혀 귀엽지 않아서...그래서...버리는 거에요...?"

눈에 보일 정도로 떨기 시작한다. 마치 주인을 애처롭게 쳐다보는 유기견처럼.

"싫어요! 버림받긴 싫어! 제발 버리지 말아 주세요! 제발! 더 즐겁게 웃을 테니까! 모두를 기쁘게 해 줄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눈물을 쏟아내며 매달리는 난쟈쿠. 갑작스러운 상황에 유우츠는 물론 방금 전까지 험악한 표정을 짓던 카나데도 난쟈쿠를 진정시킨다.

"자...잠깐만, 난쟈쿠 씨? 괜찮아. 화난 거 아니니까 진정해."

"제발...제발..."

그대로 주저앉아 머리를 움켜쥐며 제발이라는 한마디만 애처롭게 내는 난쟈쿠. 유우츠와 도쿠쟈가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 받는다.

"...우선 진정하십시오. 아무도 코쵸 양을 버리지 않습니다."

"...정말...요? 정말 안 버리는 거죠? 그렇죠? 네? 네?!"

애절하다 못해 처량한 얼굴로 유우츠에게 달라붙는 난쟈쿠.

"예...그러니 일단 진정하십시오."

"다행이다...우우...정말 죄송해요...폐만 끼치고..."

다행히 기운을 되찾은 것 같지만 유우츠의 곁으로 다가와 그에게 신호를 주는 도쿠쟈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

"후우...오늘은 누나도 온다고 했으니 좀 호화롭게 차려 볼까..."

퇴근 후 저녁거리를 사러 가는 유우츠. 그의 눈에 한 여성이 들어온다.

검은 보브컷에 커다란 눈. 말끔한 슈트 차림의 여성. 누가 봐도 유우츠의 동료인 코쵸 난쟈쿠였다. 다만 그 분위기에서는 위화감이 들었다.

검고 큰 눈은 텅 비어 있는 채 입 안에서 무언가를 계속 중얼대며 가고 있다. 화창한 봄날 같은 평소의 분위기가 아닌 지독하게 차갑고 을씨년스러운 한겨울의 밤과 같은 분위기.

"코...코쵸...양?"

얼 빠진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동료를 부르는 유우츠. 그 목소리를 어떻게 들었는지 난쟈쿠가 이쪽을 바라본다.

"아! 선배님~"

방금 전의 어두운 기운이 말끔히 가시고 평소와 같은 발랄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난쟈쿠. 자신의 선배를 향해 경쾌하게 뛰어간다.

"헤헤~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저녁 장 보러 왔습니다만 코쵸 양은 퇴근하시는 길입니까?"

"네! 매일 이렇게 걸어서 퇴근해요!"

씩씩하게 겉는 흉내를 내며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는 난쟈쿠.

"걷는 건 좋은 일이죠. 그럼 집까지 조심히 가시길..."

가게로 향하는 유우츠의 소매를 붙잡는 난쟈쿠. 익숙한 상황에 유우츠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다.

"무...무슨 일이라도..."

"저기...저희 집까지 같이 가 주시면 안 될까요?"

"네?"

"혼자 집까지 가기 무서워서..."

확실히 젊은 여성, 거기다 이렇게 귀여운 여자를 홀로 내버려 두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그럼...같이 가시죠."

"만세! 이 쪽이에요~"

어린아이처럼 신나하며 앞장서는 난쟈쿠. 유우츠는 그 모습에서 간식을 받고 좋아하는 쌍둥이를 비춰 본다.

───────────────────

"여기에요!"

난쟈쿠의 집은 꽤 큰 규모의 단독주택.

"좋은 집이네요."

"괜찮으시면 들어와서 차 한잔 하고 가세요. 마마도 기뻐하실 꺼에요!"

"집에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차는 다음 기회에 마시도록 하죠."

"웅~그러면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윽고 대문이 닫히고 유우츠는 난쟈쿠의 집을 애처롭게 바라본다.

"..."

'당신의 상처가...당신을 잠식하지 않게...힘 내 주십시오.'

──────────────────────────────────────────────────

어쩐지 위태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운 일상을 살아가는 유우츠였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