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면 세상이 하얗게 변해도 좋지 않을까하고 살짝 기대를 해보면 언제나 하얀 건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입김일 뿐인 12월 23일이다. 내일이면 소녀는 생일을 맞이하게 된다.
크리스마스에 생일이란 것은 남들이 보면 굉장히 로맨틱하고 아름다워 보여 부러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
특별한 날과 특별한 날이 겹친다.
그렇게 되면 둘다 축하는 받지만 결국 제대로 축하를 받는 것은 한 쪽뿐이다. 선물만 해도 그렇다. 선물 하나를 생일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고, 파티도 크리스마스와 생일 파티를 같이 겸한다.
거기다 혼자만 축하를 해주는 것이 아닌, 크리스마스니 서로 어울려 즐긴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할 날 자신은 그런 취급을 받지 못한다.
그것이 슬프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단지, 그래 단지. 단 하루라도 좋으니 크리스마스와 생일을 둘 중 하나만 보내고 싶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이야기. 이미 날짜는 그렇게 정해졌고, 소심한 자신으로서는 그런 부탁을 주위 사람들에게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신경써주는 사람들에게 폐가되니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소녀는 내일이 기대되었다. 자신을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깐. 모두와 같이 즐겁게 보낼 수 있으니깐.
“유키호!”
그 때 그녀의 프로듀서가 그녀를 부르며 차에서 내렸다. 촬영이 끝난 그녀를 데리러 온 것이다.
“아, 프로듀서. 저 혼자 돌아가도 되는데…….”
그런 유키호의 말에 P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추운데 그럴 수야 없지. 아이돌의 건강관리도 프로듀서가 신경써야할 일이니깐.”
“그런가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그리고 유키호는 환하게 웃었다. 그와 같이 돌아가는 것은 좋은 일이니깐. 그에게만은 마음 놓고 어리광을 부릴 수 있다. 또한 더 이상 떨지도 않고, 숨기지도 않는다.
마음 놓고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수 있다.
“후아, 사실 굉장히 추웠어요.”
유키호는 벙어리 장갑을 낀 두 손을 얼굴로 가져가며 귀엽게 반응했다. 그 모습에 P는 자신도 모르게 유키호의 머리를 모자 위로 쓰다듬어주었다. 귀 덮개가 달린 하얀색과 회색줄의 털모자. 그 모자가 만져진 것이지만 그래도 유키호는 기분이 좋다는 듯 웃었다.
하얀 코트에 그 밑으로 보이는 하얀 롱스커트. 유키호에게 어울리는 색과 차림이었다. P가 직접 유키호에게 조수석차문을 열어주자 유키호는 살짝 부끄러워하면서 차에 탔다. 유키호가 타자 P도 곧 바로 운전석에 타고서 차를 출발 시켰다.
거리는 이미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큰 크리스마스트리, 가게마다 장식 된 크리스마스 장식.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롤.
창문을 닫았지만 라디오로 캐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이브까지는 4시간이 남았는데 말이야.”
P가 웃으며 그리 말하자 유키호는 옆에서 같이 웃고서 흘러나오던 캐롤을 따라 불렀다.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 But the very next day you gave it away-”
중간에 P가 라디오를 껐어도 유키호는 영어로 된 ‘Last Christmas’를 용케 끝까지 완창 했다. 다 부르고서 P가 길가에 차를 멈추고 박수를 치자 유키호는 모자를 두 손으로 벗고서 P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모자를 앞에 두고서 물었다.
“왜 라디오를 끄셨어요?”
“라디오가 유키호 노래를 듣는데 방해해서. 역시 현역 아이돌의 라이브가 훨씬 듣기 좋아.”
능청스러운 칭찬에도 유키호는 순수하게 기뻐했다. P에게서 이정도 칭찬을 자주 들어 이제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순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 미소를 보던 P는 문득 생각난 것을 그대로 말했다.
“유키호는 역시 사랑스럽구나.”
“후에!?”
그 칭찬에는 면역이 없는지 유키호는 곧장 놀라더니 그대로 허둥거리다가 놓아둔 모자를 푹 눌렀었다.
“갑, 갑자기 그런 칭찬은 비겁해요…….”
“유키호는 계속해서 칭찬해주고 싶은 걸?”
“후에, 그거 기쁘지만…….”
“그런 반응 하나하나가 귀여우니깐 말이야.”
“우으…….”
계속 되는 칭찬에 익숙해졌던 칭찬까지 부끄러워 유키호는 목에 두르던 목도리로 입 부분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보고 P는 유키호에게 웃으며 권했다.
“많이 더워 보이는데 좀 걸을까?”
“우우, 프로듀서 때문이에요.”
차를 조금 더 이동시키다 곧 유명한 대형마트가 나타났다. P는 그 안으로 차를 몰고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후 유키호와 같이 내렸다.
“저, 뭐 사실 거 있나요?”
“살거 없어도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마트는 여러 가지로 구경할게 많아 의외로 재밌거든.”
그러면서 유키호를 안내하면서 P는 좀 더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여기는 크리스마스 이브전날에는 이브까지 새벽 2시까지 영업해. 시간이 없어 크리스마스 준비를 못한 사람들을 위해 연장영업을 한다나봐.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간에 와도 볼거리가 많다고.”
그러면서 유키호의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을 잡고 안내하는 프로듀서의 행동에 유키호는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결국 그에게 안내를 맡기며 자신도 잡힌 손에 힘을 주어 놓치지 않도록 주의했다.
미리 안경을 갖고 나와 쓴데다, 모자도 쓰고 있어 사람들은 유키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랬기에 둘은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먼저 1층 식당가에서 음료수와 햄버거를 사 출출한 시간대에 간단히 야식을 때우고 나서 본격적으로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비취 된 노란 플라스틱장바구니를 P가 오른 팔에 매달고, 왼팔에는 유키호가 팔짱을 끼고서 걸었다.
지금의 모습에 유키호가 웃으며 말했다.
“후후, 이러면 완벽히 커플로 보이겠죠?”
“커플보다는 신혼부부로 보이지 않을까?”
“부부요……?”
P의 지적에 유키호는 상상을 하는 듯 하더니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닌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유키호가 의외로 그러지 않자 P는 의아해했지만 곧 이어진 유키호의 말에 수긍을 하고 말았다.
“확실히, 제가 아이돌을 그만두게 되면 그리 되겠네요.”
“아직 정해진 건 아닌데 말이지.”
“프로듀서는 이미 절 사랑하게 된 줄 알았는데요?”
“유키호 답지 않게 엄청난 자신감이네.”
유키호의 속에서는 이미 확정된 일이기에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상상하고 행복감에 젖어있던 것이다. 그런 유키호의 모습이 다시금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정말 이미 자신은 유키호에게 빠진 것일지도 모른다. 단지 프로듀서와 아이돌이란 관계가 자신의 이성을 억눌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대로 가면 유키호가 은퇴하는 날 자신은 참지 못하고 고백할지도 모른다.
둘은 3층에 있던 패션매장에 가서 옷들을 둘러보았다.
“이런 옷은 어떨까요?”
유키호는 눈을 반짝이며 남자 옷들을 골라보더니 그대로 P의 몸에 대보았다. 그 기세가 엄청나 감히 제지할 생각도 못하고 P는 그냥 얌전히 유키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생각해보면 생방임까?에서도 유키호는 마코토를 개조시킨다 명목하게 폭주한 적도 있었다.
“유키호는 인형옷 갈아입히는 걸 좋아했을 것 같아.”
“후후, 좋아하는 사람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건 행복한 일이니깐요.”
유키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하면서도 옷 고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거기다 전 프로듀서의 사복 입은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으니깐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프로듀서의 다른 모습을 보겠어요? 거기다…….”
그리 말하고서 유키호는 갑자기 부끄러워하며 들고 있던 옷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만 내밀었다.
“그, 프로듀서를 제 색으로 물든인다고 해야 할까……. 저만의 사람으로 만든다해야할까…….”
유키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유키호는 P자신에게 자기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로서 가까워지는데 한계가 있으니 패션이나 옷 정도는 자신의 취향을 방영하고 싶은 것이다.
이 후 유키호는 몇 번 더 옷들을 고르고서야 만족하고서 이번에는 악세사리 상점으로 갔다. 이미 P의 손에는 유키호가 골라준 상의 바지가 세트로 들려 있었다. 악세사리 상점에서는 P가 유키호의 얼굴과 머리띠들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떤 장식이 유키호에게 잘 어울리지 쉽사리 결정되지 않았다. 왜 유키호가 자신의 옷을 골라주면서 그리 고민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전 반지로도 좋은데 말이죠…….”
“아니, 그건 좀 위험할 것 같은데…….”
유키호의 중얼거림에 그리 답하고서 P는 별 장식이 달린 머리띠를 선택했다. 유키호의 싱글 노래인 ‘Kosmos,Cosmo’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머리띠를 유키호의 머리에 씌어주고서 생각보다 괜찮다는 스스로의 감상에 P는 고개를 끄덕여 만족감을 표했다.
유키호도 거울을 보고서는 만족한 미소를 짓고서 P에게 고맙단 인사를 하였다.
“고마워요 프로듀서, 소중히 할게요.”
머리에 P가 골라준 머리띠를 쓰고 모자는 벗은 상태로 유키호는 기뻐했다. 유키호가 쓰고 있던 모자는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이번에는 4층의 가구 매장을 둘러보았다.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유키호가 가고 싶다고 재촉했다.
그러고 가구를 둘러보면서 유키호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가구까지 둘러보니 꼭 신혼준비를 하는 예비 신랑신부 같지 않아요?”
“그러네. 그럼 유키호는 내 미래의 아내인가?”
“후후-”
기뻐하면서 유키호는 더욱 P에게 몸을 기대더니 침대 쪽을 보고서 그 쪽을 구경하다 더블사이즈의 침대를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신혼집을 상상하면서 어떤 침대가 좋을지 선택한 것 같았다.
“저 침대 집에 놓기 좋지 않아요?”
하지만 P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흐음 하고서 침대를 자세히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때 점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왔다.
“침대가 마음에 안 드세요?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골라드릴게요.”
“아니,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는 너무 넓지 않은가 해서요.”
“네? 그런가요? 하지만 두 분이서 쓰시는 거면 저 정도가 적당하실 텐데요…….”
“그렇긴 하지만요,”
거기까지 말하고서 P는 장난스러운 미소로 팔짱을 풀고서 유키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아마 밤에도 이렇게 꽈악 붙어 있을테니 침대 여유공간이 많이 남을 것 같아서요.”
“어머.”
“후에-!”
P의 능청스러운 말에 유키호의 얼굴이 눈에 보이게 붉어졌고, 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점원은 묘한 눈웃음을 지었다.
“호호, 그러시다면 직접 본인들이 보시는게 좋겠군요. 잘 구경하다 가세요.”
그러고 점원은 꾸벅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점원이 물러가고 나서도 유키호는 한동안 열에 들뜬 얼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P의 애정행각이 평소보다도 더욱 짙었던 것이다.
“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러는 건 아직은 부끄러워요…….”
“그럼 나중에는 괜찮다는 거야?”
“우…… 프로듀서는 바보…….”
유키호는 그리 말하면서도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신혼부부 기분을 한껏 내며 가구들을 둘러본 들은 뒤늦게야 식품들이 있는 1층에 왔다. 딱히 무엇을 살 계획이 없던 그 둘은 간단히 시식음식들을 먹고서 나가서 차안에서 먹을 음료와 간단한 간식을 사서 매점에서 나왔다.
“즐거웠어요.”
유키호는 즐거움을 표정과 행동에서 가득 나타내며 그리 말했다.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P가 사준 머리띠가 있었다.
“나도야. 데이트에 어울려줘서 고마워.”
그리 말하고서 P는 시계를 보았다. 지금 막 12시가 되었다. P는 유키호 머리위로 매장에서 산 작은 폭죽을 꺼내더니 그대로 터트려주었다.
“해피 버스데이, 유키호.”
“고마워요, 프로듀서.”
유키호 쿡쿡 나오는 웃음소리를 참으며 그 축복에 감사를 표했다.
“내가 유키호의 18번째 생일을 축하한 첫번째 사람이 된거네.”
“제 처음이 프로듀서라 좋아요.”
둘은 매장에서 산 탄산음료와 작은 조각 케이크를 꺼내 차안에서 마셨다. 둘의 앞에는 작은 산타모양의 촛불이 켜져 있었다.
둘만의 크리스마스 파티였다.
“유키호의 생일 파티는 있다가 다른 아이돌들과 같이 할테니깐. 그러니 유키호 지금은-”
P는 작은 금색 종을 꺼내 흔들었다. 맑은 소리가 차안에 퍼졌다.
“메리크리스마스, 유키호.”
“메리크리스에요, 프로듀서.”
차에 설치된 오디오를 틀자 캐롤이 나오면서 더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해주었다.
은은한 크리스마스 촛불,
메리크리스마스라 적힌 초코케이크 한 조각.
샴페인 대신 탄산음료.
작지만 모든 크리스마스 재료가 모여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생일이라, 불편한 것도 있겠지만 그 만큼 축복을 많이 받을거라 생각해.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나 행복을 빌테니깐, 가장 많은 행복을 받는 생일이 아니겠어? 축복인사도 두 가지를 받잖아. 해피 버스데이,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포크로 찍어 한 조각 먹으며 P가 말했다.
“프로듀서가 그리 말해주시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말이죠.”
유키호는 음료수를 마시고 아까 흔들었던 종을 한 번 더 흔들고 웃었다. 작지만 맑은 종소리가 마음에 들은 듯 했다. 촛불의 불빛에 유키호 머리의 별모양 머리장식이 빛을 냈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유키호가 다시 캐롤을 따라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곧 그것에 맞추어 P도 같이 불렀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Glad tidings we bring
To you and your kin
Glad tidings for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P로서는 자신이 아는 부분인 이 부분만 같이 불렀을 뿐이지만 이것만으로 둘은 만족해 웃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무언가를 같이한다, 그것은 굉장히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다.
“후후, 역시 사랑해요 프로듀서.”
그 뜨끔 없는 고백에 순간 P는 ‘나도 사랑해’라고 말할 뻔하다가 겨우 속으로 삼킬 수 있었다. 위험하다. 잘못하면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거리를 스스로 깨버릴 뻔 했다. 아직 유키호의 고백을 받을 수는 없다.
“하아, 일방적으로 고백을 받는다는 것도 괴롭구나.”
대신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그 반응에 유키호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며 놀리듯 말했다.
“프로듀서도 저처럼 하시면 한결 편해지실텐데 말이죠.”
“프로듀서인데다 어른이라서 말이야.”
“어른은 불편하네요.”
“그러게.”
그러고 둘은 쿡쿡 거리며 웃었다.
거리의 조명이 세상을 밝게 비추어줄 때, 갑자기 불빛이 무언가에 부딪혀 반짝였다. 처음에는 무언가에 부딪혀 풍선이 터지듯 반짝이던 가로등 불빛 앞에 곧 하얀 조각들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얀 눈이었다.
그것을 보다가 이번에 유키호 쪽에서 먼저 말했다.
“메리 화이트크리스마스에요 프로듀서.”
“하하, 그러네. 메리 화이트크리스마스.”
뭐가 틀린지 모르지만 둘은 기분에 취해 그렇게 말했다. 알코올이 없는 단순한 탄산음료였지만 틀림없이 둘은 무언가에 취하고 있었다.
하얀 눈들이 내리면서 주위는 더욱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캐롤과 이따금 들리는 종소리가 울렸지만, 그 소리조차 고요한 크리스마스 이브의 시작을 더욱 정갈하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프로듀서.”
유키호가 문득 불렀다.
“응?”
P가 무심코 대답하자 유키호는 긴장한 듯 꼼지락 거리다가 짐짓 활기차게 말했다.
“프로듀서,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선물!”
“푸훗!”
어울리지 않는 그 흉내에 P가 웃고말자 유키호는 곧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손으로 내렸다.
“우, 역시 이상했나요?”
“아니, 오히려 귀엽고 사랑스러웠어. 단지 갑자기 하루카의 흉내를 내서 놀랐을 뿐이야. 갑자기 왜 하루카 흉내를 낸거야?”
“저기, 하루카처럼 한 번 분위기를 밝게 띄어볼까해서…….”
유키호 나름대로 무언가를 노력했다는 걸 알고 프로듀서는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우-”
유키호는 그 손짓에 기뻐하다가 P가 손을 떼자 그를 보며 말했다.
“저기, 크리스마스 선물이요!”
“응? 선물은 아까 매장에서 산 옷과 머리핀 아니었어?”
“그건, 그 뭐랄까 평소의 보답이었다고 하고!”
하고란 말은 결국 원래는 그것을 선물로 할 생각이었다는 것이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따지지 않았다.
“그래? 그럼 어떻게 하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한게 없는데…….”
“그, 괜찮아요! 제가 준비했으니깐!”
“그래?”
“네! 그러니깐, 눈 좀 감아주시겠어요?”
유키호의 말에 P는 순순히 눈을 감았다. 선물이라, 언제 준비한 것일까?
아까 매장에서 몰래 사 놓은 것이 있는 걸까?
그런 궁금증에 무엇을 준비 했을 지에 대해 기대하고 있을 때, 유키호의 가는 팔이 자신의 목뒤로 둘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목도리인걸까?
그런 생각을 했을 때 유키호의 팔이 자신의 목을 둘렀고, 그대로 자신의 입술에 따듯하지만 말랑한, 기분 좋은 촉촉한 촉감이 닿은 것이 느껴졌다.
그 갑작스런 촉감에 놀래 눈도 못 뜨고 가만히 있었을 때 그 촉감은 떨어져 나갔다. 그제서야 크게 놀래 눈을 뜨니 유키호가 쑥쓰러워하며 베시시 웃었다.
“그, 프로듀서씨는 제가 크리스마스 축복과 생일축복을 모두 받았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제가 받은 많은 축복 중 하나를 나눠드렸어요. 저기, 어땠나요?”
유키호가 불안해하며 묻자 P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좋았어?”
“그런가요?”
유키호의 표정이 담박에 밝아졌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부끄러워하며 물었다.
“저기, 그럼 이번에는 프로듀서가 축복을 나눠주시겠어요? 축복은 서로 나누는 게 좋다고 하니깐…….”
“으, 응.”
당황해하면서도 답하자 유키호는 기대하 듯 눈을 감았다.
에, 유키호 이게 첫키스였지?
그런 의문을 가지며 P는 유키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심장이 엄청나게 뛰고 있었다.
평소라면 거절했을 이런 요구를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취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성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 지 걱정을 했다.
가슴이 뛴다.
눈을 감은 유키호의 얼굴이 정말로 사랑스럽다.
캐롤이 울린다.
촛불이 흔들린다.
종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리고, 입술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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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호 생일 팬픽입니다.
링크와 이어집니다!
P.S : 쓰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 이성도 날아가 신사창작 갈뻔했지만, 버텨냈습니다!
1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보는 내내 마음 졸였던건 안비밀
마을 졸일게 뭐 있나요? 하하~
신사게는 19-G라는 잔혹한 묘사라서 가는 거군요, 압니다.
이리 훈훈한데!
그리고 정말로 여기에 눈이 내리고 있어요!
메리 화이트 크리스마스 유키호!
화이트크리스마스라니, 멋진일입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얀의 지존?
네잎님의 글(번역&자작)은 얀물?
정도라고 해야될듯 싶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