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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X40k 유니버스] Guns and Flowers 1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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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9, 2013 01:40에 작성됨.

한동안 미니어쳐 게임 관련된 취미에 집중하느라(정확히 따지자면 글쓸 시간에 로스터를 짰지만) 좀 많이 늦었습니다. 어째 변명이긴 변명이지만....... 어찌하였건 적은 숫자의 관심있으신 분이라도 제가 열심히 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항상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Guns and Flowers 18편



바르고스 프라임의 안보에는 당장 미치는 여파 따위는 정치적인 처세술, 아르비테스의 고역과 보이지 않는 이단심문청의 꼼꼼한 손 아래에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섹터 전체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수도성이자, 그렇기에 제국을 위협하는 수많은 암적 존재들로 칭해지는 외부의 위협을 상대로 싸우는 암투는 항상 이어진다.


인류제국의 각 지역을 잇는 중계 무역과 산업으로써 극한의 발달을 만끽하는 신민들조차 이 어둠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다. 문명의 빛은 행성 전역에 고루 퍼지지만, 정작 그 아래에 깔린 음침한 안개에는 쬐지 못해 그 누구도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이 은하, 시대 전체를 지배하는 광신과 광기, 야만의 전쟁은 가장 평화로운 바르고스 프라임에조차 전운의 여파로써 드리운다.


오직 그 안으로 몸을 내던지는 제국의 충신들만이 안갯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며, 또한 그들이 맞선 적을 상대로 싸워나갈 수 있다. 무자비와 심판, 응징으로 점철된 역사와 의지를 갖춘 이단심문청의 상징으로 두 명이 바르고스 프라임에서 장대한 작전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가까운 과거에 그 둘의 선임이 시작하였으며, 곧 그 길의 끝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이였다.


그러나 이 행성에서 시작되는 작전의 종막을 향해 달리지도 못하고, 이제 한 발짝을 떼었을 뿐이었지만 아직도 그들이 맞선 적을 완벽히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초석을 준비한 카터가 항상 그랬듯이 심문 대상을 준비하였으며, 그에게서 정보를 얻어내 거래 중 급습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총알받이의 가치밖에 지니지 못한 변절자의 부하들을 사살하였을 뿐이었다.


전투에서 마주친 외계종들이 보여준 간교한 계책만이 그들의 정체를 가늠할 뿐이었다. 그들이 마주칠 적들이 제국의 배신자만이 아니라는 것은 두 이단심문관도 애당초에 깨닫고 있었다. 전운 속에서 적의 모습을 헤아리려 들었지만, 더 가까이 다가가며 모습을 가늠해야만 한다는 것을 제이콥 칼카스와 앨리스 카터 둘 다 알고 있었다.


강렬한 빛조차 통과하지 못할 안개에서 마주친 모습은 어쩌면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로 제국의 적수일지도, 아니면 유혹에 홀려 자신이 저지르는 행동도 생각해내지 못한 얼간이일 가능성도 엄연히 존재한다. 제국이 임하는 징벌의 검으로써 그들은 단순히 명령에 지배된 군인들이 아닌, 스스로 조사하며 적을 판별하며, 목표를 가려야만 하는 전사들이다.


다만, 그들의 행동은 결과를 부를 뿐이며 그에 따라 책임을 지어야만 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적막한 공기는 별을 헤아리기에 충분히 트인 밤하늘의 사이에 맴돌았으며, 그것의 일부를 창문에 떼어 붙여놓아 틈으로 들어오는 좁은 방에 한 명의 기틀이 갖추어진 건장한 사내, 그리고 그보다는 체격의 구분이 더 되었지만 비슷하게 자립 되어 모습을 갖춘 여인 한 명이 의자 없이 싸구려 양탄자 하나만을 깔아둔 바닥에 앉아있었다.


외계종의 핏방울과 배신자의 혈흔으로 점철된 전투복들은 그들의 몸에서 떠나 정화를 위해 함선으로 옮겨져 이 행성의 지표면에서 떠나있었다. 전투로 인해 급격하게 쌓인 피로는 그들이 걸친 옷으로도 자연스레 나타내고 있었다. 이마에 나타날듯한 주름과, 앞에 아무렇게나 펼쳐진 서류들과 한주먹에 찌그러진 깡통들은 언제라도 카터와 칼카스 둘 다 앞으로 몸을 쳐박아 쓰러지기에 충분한 모숩이였다.


만약 이들이 앞에 놓여진 탁자를 보는 얼굴을 보지 않았더라면 누구라도 섣불리 판단하여 둘 다 끌어내어 침낭이나 침대로 부축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카스는 물론이요, 이 작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여 기회를 얻은 카터에게서 절박함이 드러났다. 특히나, 얻은 자료들에도 불구하고 물자 공급의 방해에 실패하였다는 것에 앨리스는 스스로 자책하며 우울하게 자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묶은 머리를 풀어 다시 풍성하게 그녀의 머리를 덮지만, 회색기의 짙은 금발의 끝이 뻣뻣하여 찌르는 듯한 모습의 카터가 침묵 끝에 말하였다. "........ 애초에 이렇게 될 것이였으면 차라리 네 말대로 그냥 죽이고, 아예 장소를 급습해서 물자와 그 변절자들을 체포하면 병력 손실도 없고 차질도 없이 끝냈을텐데 말이야. 아무래도 베테랑의 말을 들을걸 그랬어." 옆에 술잔이 있으면 그 푸념은 딱 걸맞을 것이였다. 불만족스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분명 무언가 얻어낸 것은 있었고 그것에 칼카스는 주목하였다.


현장에서 체포한 변절자의 중간급 수괴, 그리고 그 명령을 직접 하달받아 전투에 임하다 IST 부대원들에게 사살되거나 항복한 자들의 프로필이 나열된 가운데에 손등과 손목을 잇는 곳에 커다란 흉터가 남은 사내의 손이 종잇장을 집어 움직였다. "일단 놈들을 최소한 붙잡았고, 전사자들이 바친 목숨의 대가로써 얻어낸 정보도 있다고 판단한다. 다시 말하는 것이지만, 한번 더 정리하기 위해서 다시 나열해보지."


"그러든가........ 이 행성에서 흔히 보이는 무릎 높이의 탁자에서 칼카스가 자료를 쓸어담고, 자세히 보아야만 흉터를 찾을 그의 손으로 클립에 겹쳐진 사진들을 꺼내는 동안 카터도 기분 덕분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이단심문청 제복과 플랙 아머의 정화/수선하기 위해 함선으로 귀환하는 아퀼라 경수송기에 맡겼기에 걸치고 있는 옷은 유연한 바지 하나에 그 위에 외출복으로 생긴 원피스를 입어 언밸런스한 모습으로 보여졌다.


기껏해야 극히 최근에 이단심문관의 인장을 임명받아 대부분의 지급된 예산이 강제적으로 행성 방위력 향상에 투입되었기에 앨리스 카터, 형식상으로 로그 트레이더 '미나세' 가문에 파견된 이단심문청 소속 외무요원으로 4년간 활동한 덕분에 '타카가키 카에데'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집은 평범한 수입의 바르고스 프라임 신민이 살고 있을 형태를 띄었다.




대체 왜 바깥으로 나갔는지는 그 이유를 가늠하지 못하지만, 마땅히 그 이유도 없었기에 돌발적인 상황이 아닌 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칼카스는 현재 자료들 중 상세한 부분을 제외하고 개요만 적혀있는 서류들을 모아보기 시작한다. 아예 스탠드를 일어나서 직접 전선을 가지런히 놓으며 가져다놓을 쯤에서야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좀 늦었어. 뭐, 이 행성에 친구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속을 탁 터놓고 말할 사람은 별로라서 말이지. 어쨌든, 어디까지 했더라?" 카터는 칼카스가 바라보는 위치에서 탁자의 오른쪽, 가구 사이로 지나가는 길목 쯔음에 상자 하나를 두었다. 그곳에서 힘줄의 굵기가 엿보여지는 왼손을 뻗더니, 다른 행성에서 수입하였을 맥주 한 병을 칼카스의 손에 집어주었다.


"마셔. 어차피 몇 개월동안 혼자 마시.......지는 않았지만 뭐, 최소한 탁 터놓고 말할 사람이 왔으니 대접은 해줘야지." 심리를 안정시키는 알약과 겹쳐져 피로가 극도로 다다른 카터의 가라앉은 얼굴에서 그나마 눈가가 조금 올라간 모습이 엿보여졌다. 비슷한 맥주병들이 쌓였고, 그 사이에 금속제 병 하나가 눈에 띄어 얼핏 보았다.


그것을 기억하되, 당장은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심드러진 소리 하나만을 내며 병뚜껑을 딸 따개를 건네받았다. "일단 심문 때부터 다시 언급하도록 하지. 네가 살려달라고 해서 어떻게든 놈을 미끼로 사용하고자 사선에서 빼냈지만, 덕분에 그 작전에서 IST 대원 두 명을 넘겨 대가로 죽은 탓에 이제는 방구하게 되었지. 내 손에."


현재로는 X자가 붉게 칠해져, 아직까지는 비공개로 함구되어 있었지만 곧 실종사로 처리된 자의 사진이 붙여진 서류를 보며 카터는 안면에 그 때의 시체를 보았다는 듯이 콧가를 찡그리며 숨을 들이쉬었다. "그럴 것이였으면 차라리 그때 목숨을 끊었지....... 내 판단력이 좀 무뎌진거 같네."


"아직까지 그렇게 단정짓기에는 일러." 그 사이에 맥주를 조용히, 그러나 입술로 병목을 잡아 계속 마시던 카터에게 손사레를 치며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거래가 중간에 이어진 탓에, 외계종의 정체를 거의 온전히 확보할수가 있었지. 애초에 바르고스 프라임에서 항상 겪듯이, 이 행성의 재화에 눈독을 들이는 놈들은 항상 존재한다. 함대를 습격하는........ 해적, 다크 엘다 해적과 그 외에 해적들. 행성 지표면에 암약한 외계종들도 존재한다." 잠시 말이 끊어져, 카터의 너머를 쳐다보듯이 동공의 크기가 변했지만 이내 돌아왔다.


"항상 엘다의 존재는 이 행성에서 가늠할수가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어. 제, 아니 망할....... 크으." 항상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낮은 톤으로 조용히 말하던 칼카스와 달리 앨리스는 그녀 스스로 지닌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저주하며 치를 떨었다. 눈빛에서는 그들을 향한 증오로써 점철되어 있었다. 이단심문관으로써 마땅한 자세라고 칭찬해야만 하겠지만, 그 격분한 감정이 오직 외계종에게만 향하였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적과 아군의 모습을 뚜렷히 구분하지 못하여, 전쟁터에서 향하는 총구는 결국 모두를 향하게 되기 마련이였다. 순수한 이상은 현실 아래에 꺾이지만, 그 가치가 가리키는 정의는 제국의 고결한 방향과 함께하였기에 완전히 부정당하지도, 그러나 온전히 지킬수도 없게 되었다.


7년에 걸쳐진 장대한 계획을 악연이라고 호칭하는 것보다, 차라리 시대 전체에 파급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계종의 저주라고 부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카터는 여겼다. 정작 지금껏 이끌고 마침내 이곳까지 도달한 저 사내는 별로 상관치 않는다고 생각하며 한때는 품었던 사람 간의 호감조차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별과 별 사이를 횡단하며, 바르고스 프라임을 거쳐 세그멘툼 솔라와 울티마 세그멘툼을 잇는 항로의 잦은 습격에 대한 정보가 담긴 서류를 거꾸로 돌리며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래, 기껏해야 선단의 재화와 인력 그리고 물자를 노리는 하찮은 해적들에 불과하지. 하지만 우리가 상대할 상대는 다를 것이다."


칼카스의 언급에 카터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하였다. '그'와 직접 맞서 싸우고 버티다, 끝내 저격 한 발로 간신히 사살된 모습을 본 그녀는 아예 헛웃음이 나오려던 것을 참고 누르며 대답하였다. "크래프트월드 엘다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라....... 지금껏 상대했을 때에는 네가 말한 그 해적들과 별다를 바가 없는 한량배들이였는데 말이지. 애초에 그런 임무가 아니였더라면 네가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조심스레 말을 마치고 나서, 칼카스에게 말할 시간을 돌린다는 듯이 병을 살짝 올렸다. 이제는 탄산의 김조차 거의 빠진 참에 점차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놈들도 무엇을 부른 것인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지. 곤란하게 되었군." 체포한 용의자들의 간략한 프로필과, 동시에 사람의 것으로는 희귀한 적안의 소녀가 포착된 사진이 첨부된 서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대체 이 아이가 어떻게 연관되었길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가."


"오직 황제 폐하만이 아시겠지." 마지막 방울까지 유리병을 기울여 마시려고 노력하였지만, 끝내는 포기하며 탁자 밑에 병을 내려다놓은 카터가 성호를 그으며 맞받아쳤다. 넋이 나간 것처럼 이 임무에 대한 행운을 바랄 뿐 어쩌지 못한다고 스스로 자책한 카터처럼, 칼카스 또한 쉽사리 염세적인 생각에 잠길수가 있었다.


그러나, 칼카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의지가 강한 자였다. "그래.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 인도하신 길을 따라 무엇이 있는지도 찾는 것은 우리의 임무이다. 전사한 어스팩트 워리어로 대표되는 크래프트월드의 개입, 그들에 힘입어 점차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결탁한 배신자들, 그리고 7년간 쫒은 '장대한 계획'의 끝에서 나타난 '다이애나 세이죠우'라는 신비하다고 느낄 수준으로 감추어진 비밀의 '목표'........


7년간 스스로 발을 들인 미로의 입구와 출구는 가늠할수 있지만, 그 사이를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이미 걸어들어온 이상 모든 것을 감당한 이단심문관의 의무로써 결코 뒤돌아볼수도 없다. 철저히 시야를 가린 안개를 헤쳐나가는 것은 그들의 임무였으며, 그들이 판별하기 위하여 행동하고 나아가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책무이다.




"지금 당장으로써는....... 아마 외계종이 인형사로써 도사릴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확신할수가 없다. 그래도 돌아오는 주말에 어떻게든 자료를 얻어내고, 조사하며 동시에 더욱 확보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아야겠지."


"그렇게 따지기에는 여유가 없잖다는 것은 우리 둘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싶은데." 카터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몇 시간 전만 하여도 교전으로 분란을 일으키려 든 적들이 이제 도사리고 있다. 바르고스 프라임을 무대삼아 제국을 기만하려 드는 외계종은 한둘이 아니며, 그것과 한편으로 배신자를 자청하는 자들도 단수라고 단정지을수는 없었다.


지난 경험으로 그가 이끌어진 방향을 기억하며, 같은 것을 겪은 카터에게 방법을 풀며 설득시키려 들었다. "항상 외계종들은 옛날부터 이렇게 우롱하려 들었지. 그렇다면, 제국의 방식으로써 과거를 반복하게 되겠지." 그것들을 말하며 스스로도 하소연을 하는 것이라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이 상황에서 해야만 할 답을 알고 있었지만, 카터는 냉소적으로 읆으며 그에게 대꾸하였다. "참, 옛날부터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어. 이곳까지 다다르기 위해서 쌓인 피의 양을 생각한다면......."


"뭐라고 했나?" "아니, 아무것도........ 그냥 말이나 계속해. 악의는 하나도 없었으니." 제국의 언어체계로써 가장 대중적인 로우 고딕과는 연관이 거의 없을 행성 방언으로 비밀스럽게 중얼거리니, 제이콥 칼카스는 자신의 앞에서 술병에 눈길을 주는 여인의 이름이 앨리스 카터인지, 아니면 타카가키 카에데인지 혼동될 지경이였다.


그녀가 변명하는 것에, 목이 마른 것을 느끼며 칼카스는 맥주병을 집어 이제 얼마 안남은 술을 들이키며 잠시뿐인 갈증을 해소하였다. 자신이 말한 것도 스스로 의심이 가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점차 끊겨지는 과거의 기억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자신을 전력으로 돕고 같은 뜻으로 일하는 카터조차 이리 대하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카터는 그가 생각하던 묘한 느낌을 가볍게 무시하듯이 말을 이으며 빠르게 종지부를 지으려 들었다. "우선 돌아오는 주말에 '크로우'가 직접 자료를 건네주기 위해서 방문하거나, 아니면 그의 하수인이 찾아오게 되겠지. 그 안에 내 역할로써 변절자들에 대한 확인을 시작해야만 해. 그 이후에서야 변절자의 정보를 알아내든 뭘 하든 하겠지. 애초에 놈도 감금되어 있으니. 이런 상태에서 무작정 정보를 빼내고자 한다면 오히려 일이 허술해질 터."


"적도 명확찮은 상황이니. 우선 나도 기본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네가 자료를 전달받아 찾는 동안 내 쪽에서도 외계종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든 찾아야만 하는가. 나도 알아서 잘 처신하도록 하지." 아마 다음에 해야만 할 듯한 행동의 종지부를 찍는 듯 하였지만, 하나의 적을 헤아리기 위해 연막 속에서 행해야만 행동은 그의 손 아래에 놓여져 있었다.......




이 작전을 총괄하는 미나세 가문의 이단심문청 측 조언자 '로드'를 처음으로 면담할 경우 : 칼카스 스스로도 이 장대한 계획에서 외계종을 상대로 싸워오며, 그 어떤 전쟁터에서든 뒤를 쫒아오며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려 들었습니다. 당시 현역으로 복무한 로드에게서는 현장에서 들을수 있는 남모를 비밀과 지혜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사람의 한계로써 완전히 참된 정보까지는 기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행성 내부에 점차 분탕치기 시작하는 변절자를 카터가 조사하는 동안, 그 또한 외계종과 관련된 정보를 찾으며 다시금 기억을 헤아리기 시작할 경우 : 그 또한 비록 신속대응팀의 부대원으로써 뛰었을 지언정, 현장에 관련된 정보를 찾으면서 확고한 진실로써 접근하며 온전히 과거를 떠올릴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그러나, 왜 그 과거를 스스로 잊으려고 들었는지를 곰곰히 헤아려야만 합니다.




이단심문관의 의무이자, 그가 지닌 인장으로써 하나의 섹터를 두고 싸우는 투쟁에서 그 어느 행동이든 신중히 선택해야만 하는 것을 유념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로써는 당장 처한 임무에 관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마지막 한 잔 이후로 나도 곧 나가야만 한다. 애초에 너야 묶인 것도 없을 것이지만, 앞으로 몇 개월간 남은 임무 때문에."


"하, 무슨 들으면 내가 집구석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혼자 사는 독신녀처럼 들리겠어....... 어떤 의미로는 맞을지도. 일단 오늘은 그냥 좀 쉬려고." 총상이라고는 플랙 아머로 전해진 간접 충격밖에 없을 것이지만, 지금껏 제대로 된 전투 없이 다시 실전으로 돌입하는 것은 카터에게서 고된 일일 것이다. 바르고스 프라임에서 그녀는 투지를 잃지 않았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수밖에 없었을까.


"자, 건배." 잠시 그를 보던 불신스러운 눈빛은 접어들고, 순수히 전우이자 친구로써 맥주병의 뚜껑을 딴 다음 건네주었다. 분명 이것보다 더 독한 증류주라고 생각될 금속제 술병이 자주 눈에 띄어, 기억해내어 칼카스는 받으며 물어보았다. "맥주야 고맙다만....... 그 금속 병 하나가 눈에 띄어서 말이야. 혹시 무엇이라도 준비하는 것인가?"


"마지막을 위해서다. 언젠가일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이 모든 일이 끝날 터. 그 때를 기념하여 기억하려고 옛날에 받아둔 것들 중 마지막 한 병만은 누구에게 선물로 보내지 않았지." 자신의 맥주병의 뚜껑 또한 따내며, 그와 같이 참전한 카터는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야 지금을 기억하지 않겠니. 그때가 반복되지 않기를........"


"그래, 치룬 대가로써 희생들을 말미암아 한번에 끝내야만 이 기나긴 길의 마지막을 볼수 있지 않겠나." 그녀의 뜻을 가늠하여 칼카스는 맥주병을 들었지만, 잠시 행동에 뜸을 들인 카터는 스스로 아무렇지 않다는 최면을 거는 것처럼 입술에 경련을 일으키며 그에게 잠시나마 가질 마지막 건배를 제안하였다.


"레빈스에서 잃어버린 제국의 전우들과 신민들을 위하여." 카터의 건배에는 항상 믿는 그녀의 신념이 담겨져 있었다. 마주본 앞에서 그녀의 흥을 돋구며 맞장구라도 쳐줘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느꼈지만, 곰곰히 생각하며 들이닥칠 어떤 일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고 판단하며 따라마실 뿐이였다.


의지의 정도는 비슷하였다. 다만, 상징으로만 대변되는 신념이 아닌 자신이 지닐 이상까지 온전히 품는다고 카터와 달리 칼카스는 장담할수 없이 잊으려고 들었다. 제국을 수호하겠다는 목표 자체는 남아있어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었지만, 과거에 대한 이유모를 기피와 그것을 공유한 전우의 혐오는 단절된 사람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장벽으로 남아있었다.


강렬한 집념, 그의 손에 잔흔이 남아있는 희생에 대한 '복수'를 이유로써 이단심문청의 인장이 찍힌 사내는 길의 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극히 추상적인 명분만이 도깨비불처럼 전사들을 안개가 드리운 전쟁터로 인도하고 있었다. 서로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살육을 잇는 곳에서 이단심문청의 하수인으로써 행해야만 할 것은 오직 단 하나밖에 없었다.




제국을 위협하는 사악한 것이 불러온 전운으로 전쟁터가 휩싸이고, 신념으로 가득찬 눈앞조차 궤뚫어서 들여다보지 못하여도 두려워하지 마라.

수 개의 천년기들로 거슬러진 선대부터 이어져와 항상 그러하였듯이, 제국의 성전을 방해하는 무리에 누가 속하여도 자비와 연민없이 심판하라.

우리의 손 아래에 거두어진 목숨들은 말과 행동을 보이지 못할 것이며, 정적 아래에는 오직 황제 폐하만이 그들의 순수성을 가려내실 것이기에.




(추기경 레프 사이레아스, '추수절 대공세' 당시 제국 해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초토화된 우주공항 도시 '스콜로스'의 폐허에서, 오르도 제노스, 헤러티쿠스가 주력으로 행한 이단심문청의 명령에 행성 정화의 막바지가 이루어졌다.)



Guns and Flowers Chapter 4 - Light above the Fog




"바르코나르 씨. 사이먼 바르코나르 씨. 저희들도 지금 막 도착하여 이리 왔습니다만."


몇 분을 졸았는지, 아니면 벽에 기대어 몇 시간을 보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야만 할 목소리에 깨어 음성에 지향적으로 반응하여 시선을 돌렸다. 이곳을 지나치는 다른 신민들과 유사하지만,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인위적으로 비추어질 바르코나르라는 표면적인 이름을 지닌 사내는 인영들 중 기다리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정오의 중천이 이제 석양으로 변하기 시작하였을 쯤, 통상 때처럼 기다리고 있던 참에 갑작스러운 일정 계획을 받고 예정치도 않게 바깥으로 나서게 되었다. 그 이후로 몇 시간이 지났을까는 가늠하지 못했지만, 어쨌건 그 스스로도 이곳을 대기 장소로 잡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 맞군. 리츠코 씨 덕분에 이곳에서 약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지. 하필이면 이렇게 익숙한 모양의 건물이 주변에 있었으니......." 입구 주변에 서있는 곳으로 뾰족한 고딕 아치가 벽마다 기둥들을 중심으로 새겨져 있었으며,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오른 높은 첨탑과 거대한 '천사'의 석상은 메카니쿠스의 제국을 향한 경탄의 정도를 추측케 하였다.


하지만, 매년마다 하나의 섹터에서 절반을 웃도는 재화를 쌓아들이는 바르고스 프라임의 번화가에서 그 유서깊은 기념적인 건물이라도 점차 높아지는 마천루의 옥상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잠시나마 제국이 쌓아올린 영광에 흠뻑 젖어 환상에 심취하였지만, 그 소녀로써 꿈에서 깨어나 다시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였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다니. 왠지 옛날에 취하셨을 모습과 어울리는 듯한 모습으로 엿보여지는 군요." "뭐, 그렇다고 해야만 하나........ 맞지." 경외의 눈빛으로 대하며 가까이 세이죠우가 다가와 감탄으로 말하였지만, 고맙다는 말은 커녕 스스로 얼쩡이는 모습이 책에서 읽은 제국의 군인이 가지는 모습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여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잠시뿐이자, 항상 평온한 표정으로 고상한 모습을 보이는 세이죠우답게 바깥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았으며 오직 깊은 통찰력을 지닌 사람만이 그녀의 내면을 읽을수 있을 것이였다. "우선 하루카 씨도 다시 아키즈키 리츠코 씨와 같이 사무소로 들어갔다고 휴대전화로 말씀하셨죠. 아직 늦지 않았겠죠?"


"확실히. 이제 출발하면 된다." 점차 늘어져 옆으로 기울어지는 건물의 그림자에서 떨어진 곳에 찰랑거리는 은발의 다이애나가 손을 조심스럽게 흔들며 그를 밖으로 걸어나오게 해주었다. 이제는 신화의 영역으로 다다른 거대한 전사의 형상을 띈 동상을 등지며 걸어나오는 바르코나르에게 있어서 지금에서야 일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에 그녀와 같이 바깥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오후쯤 되어 달아오른 태양빛에 덥혀진 도시의 보도(步道), 그리고 봄의 싱그러운 향기와 함께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은 그 빛에 재화로 쌓아올린 유리궁전에 반사되어 사방에 광휘를 발한다. 이렇게 세상이 훤히 비추어졌지만 행성에 도사리는 적들을 쉽사리 볼 수가 없었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한 대의 자동차는 다시 교외의 한 극장을 향하여 빠져나간다.



예, 다시 선택지가 나왔습니다. 굳이 순간의 선택뿐만이 아니라, 작전에 대한 전체적인 결정에도 영향을 줍니다.

(만약 심문 당시에 사살하여 입을 영원히 막았을 경우 : 거래 장소에서 변절자들을 이끄는 중간 관리직의 부대는 나타날 것이지만, 그 중심에서 관할하는 엘다들은 눈치채며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겁니다. 여전히 흑막에서 조종하는 자들의 정체는 쉽게 헤아릴수 없을 것이지만, 당장 눈앞에서 놓여진 먹잇감을 쫒기 위해서 행성 내의 외계종과 결탁한 자들을 쫒을 것입니다........)

즉 전의 선택지에서 준 영향은 어느 쪽을 적으로써 중점을 두냐였습니다. 비슷하게 1번과 2번으로 댓글을 올려주셔도 됩니다. 응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차가운 일창남자, 하지만 댓글돌이들에겐 따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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