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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마스] 77프로덕션.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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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1, 2013 14:47에 작성됨.


 꿈을 꾼다. 언제나 보이는건 신호등 건널목, 7살정도의 어린아이 둘이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고 나는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뛰어나가는 남자아이, 그걸보고 밝게 웃으며 서두르지 마라고 하는 여자아이.
 그러다 남자아이는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고, 신호문제로 직진하던 트럭과 부딪힌다.
 
 구할수 있었다. 손을 잡아채서 내쪽으로 끌어당긴다거나, 내가 밀쳐내고 그아이 대신 치이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나는 돕지 않았다.
 
 머리속에 여자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질듯이 울린다.
 미안해요, 내가 막았었더라면 됐을텐데
 미안해요, 내가 잡았었더라면 살았을텐데
 미안해요, 내가 대신 죽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정말 미안해요.

 머리속에서 여자아이의 비명소리만 계속해서 들린다. 정말 미안해요. 사과를 계속해도 닿지 않는다.


**


"그래서 이게 뭐지 말입니다?"

 전날 울적해서 밤에 술을 먹고 난 후에 깨질거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어찌저찌 출근을 했는데 영감이 가게에 와있었다. 그냥 와있었으면 그러려니-하는데 어째서인지 가게에 있는 악기란 악기는 다 빼고 피아노 하나만 남아있었다.
 ─── 뭐야 이거, 이래가지고는 악기점이고 뭐고 아니다. 지금은 여러 아저씨들이 모여서 방음시트를 사방에 깔고 있었다. 유리창도 좀더 단단해보이고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비투명 유리로 바꾸는 중인데- 이래가지고는 악기점의 기능을 못한다. 바깥에 보여야할 악기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방음제를 설치하는건 사실상 여기를 밴드 연습실 같은데로 쓰려나본데,지하도 아니고 1층에서 이런걸 하는거 자체가 굉장한 비효율이다, 건물의 외관에도 별로 좋지가 않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영감을 보고 있자 영감과 눈이 마주쳤다.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좋아한다는 걸 알게되】…가 아니지, 이렇게 되면 혹시 내 직장째로 날아가는거 아닐까,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아무래도 매상이 안나와도 너무 안나오다 보니 전기세만 엄청 먹고 말일세, 아무리 그래도 몇달 연속으로 전기세도 못내는건 심각하다 생각하지 않냐?"
"윽…, 이의있소!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쪽이 이상한 악기를 가져와서 이렇게 된거 아냐?"
"이의있소. 그러면 나에게 클레임이라도 해줬어야 하는게 아니였나 싶지 않여? 가게의 매니져로서 책임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겨? 악기점에 있는놈이 하는거라곤 피아노 레슨과 기타조율밖에 없는게 벌써 몇년짼데!"
"윽!"

 영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서 내 가슴을 찌른다. 사실 이렇게 안하는게 이상한 가게이긴 했다, 영감의 취미생활에 내 취향을 더하고 매상이랑은 거리가 먼 형식의 가게운영이였으니 사실 언제 짤려도 이상하지는 않을 상황이고.
 따지자면 고용하기로 약속되어있는 기간이 아직 한참 남았지만 가게가 없어지면 그걸로 끝이고 오히려 내 잘못이기도 해서 나에게 책임을 물어올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면서 책상에 정돈되어있는 악보들을 전부 가방에 우겨넣고서 영감에게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영감이 내 손목을 붙잡는다.

"…영감, 저 위약금 낼 돈 없어요? 그리고 가게가 망한건 제책임만이 아닙니다?"
"하아, 위약금이니 뭐니 너 대체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분명 처음 여기 들어올때 10년간 일하겠다고, 중간에 그만두지 않겠다고 어머니 수술비 달라한건 네놈이잖여?"

 영감이 짜증나는 표정으로 꺼내든 계약서에는 분명 내 날인이 있었다.──저런것도 있었지 분명 노예계약이고 법에도 맞지않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많은 은혜를 입은게 크다. 아직 원금도 다 갚지 못했고.
저 계약서를 옛날에 써둔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딱히 내가 뭐 자신있는 전공도 없고 자격증도 없는 상태에서 길거리에 떨어진다면 분명 옛날의 니트생활로 떨어져서 지금까지 벌어뒀던 돈을 까먹거나 하고 있을거같으니까.
 저게 아직까지 유효하다면 뭐 직장걱정은 더는샘인데, 문제는 내가 어디서 일할지가 거진 감이 안잡힌다. 저 영감이 갖고있는것만해도 피자집에다가 '바'도 갖고있고, 나름 괜찮은 기업의 전직 이사였기도 했고,

 "우선 따라 올라와봐."
 
피자집만 아니면 괜찮다는 태평한 생각을 하면서 영감을 따라 사무실로 올라간다. ──사무실에는 꽤 많은 여자아이들이 포진해 있었다. 7~8명 될까, 소파에 들러붙어서 잠이나 자고있는 조그만 여자아이는 어제 봤던 후타바 안즈-일테고, 나머지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미인이다.…솔직히, 시선이 조금 따갑다.
어찌저찌 하다보니까 결국 사장실까지 끌려왔다. 영감은 잔에 냉녹차를 타서 나에게 준다.─저번의 그 미인 비서는 없는걸까 둘러봤지만 없었다. 
 
 째깍째깍, 영감의 책상 옆에 걸린 벽시계의 시침만이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고, 영감이 녹차를 한잔 마시고 PC를 만지작거리더니 프린터에서 종이를 뽑아낸다. 지금까지 내가 긴장감이 없게 행동했지만 막상 저 인쇄되는 종이에 내 인생이 걸려있다고 생각하니까 등에 소름이 돋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돌려말하는건 귀찮지? 읽어봐라."
"아 …알았다니깐."

 긴장하면서 영감이 준 종이를 넘겨본다. 피자집일까, 아니면 영감이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사채 조직일까 원양어선일지도 모른다.갑자기 생성된 긴장감에 식은땀이 난다. 귓속에서는 술렁술렁 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첫째 장을 넘긴다. 77프로덕션─, 그래 아이돌 사무소인데 혹시 잡무나 운전기사같은걸 시키려나보다, 이전의 그 와쿠이 루미-라던 비서같은 사람이 이쪽의 프로듀서인것 같은데 아마 몇번 왔을때 운전면허가 없어서 택시비가 와장창 깨진다 했었지.
운전기사겠거니 하면서 종이를 넘기는데 직급:프로듀서 ─라고 적혀있다.어디 문제가 있겠거니 하면서 손으로 눈을 문질러보고 다시 확인해본다.

 직급:프로듀서. 내 눈은 뭔갈 잘못본게 아니였다. 당황함에 영감을 쳐다보지만 영감은 고개를 어느새 신문을 펴고 보고 있다.

"할꺼여? 말꺼여? 안할거면 너거 어머니 수술비랑 아버지였던사람 빚포함해서 가게 적자 다 메우고, 교육비에 내가 너한테서 세금 안쓰게 한거에 학자금, 그리고 사실 네 멋대로 굴린 가게니까 그 가게의 월세까지 합하면 얼마나 나오는지 아냐?"
"이..일억엔 나온다고 저번에 그러시지 않았나."
"1억 3천4백52만 8900엔이여." 

백엔까지 쭉 불려진 금액이 묘하게 어디 집사가 여장하는 만화같은 금액이라 숨이 막힌다. 비록 내 어머니가 사자에상씨도 아니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노비타같은분은 아니였지만 이사람한테 신세진게 이정도로 많다는걸 생각해보니 백번 사죄해야 마땅하단걸 깨닫는다.
입이 바싹 마른다. 이렇게 빚을 진다면 어머니의 부양은 커녕 당장 어머니에 대해 병원비도 지불 못하고 그냥 인생째로 매장될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계속해서 난다. 몸이 무거워진다.
이게 사회의 무게인가. 지금까지 나는 얼마나 안일하게 살았던걸까? 영감의 말을 듣자마자 손이 떨린다. 영감의 신문너머로 보이는 시선이 굉장히 무섭고 이 사무실이 굉장히 쾌적하게 느껴졌었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기 시작한다.
영감의 시선, 바깥에서 술렁이는 소리 모두가 나를 비웃는것처럼 느껴지고, 최근 월급내역이나 병원에 누워계신 어머니까지 생각하자니 점점 앞날이 막막하다. 20대 중반이 되었는데 있는거라고는 천문학적인, 말도 안되는 빚더미밖에 없다는게 이런말인가.

한숨을 쉬고 계약서를 잡고 머저리처럼 부들부들 떨고있을때 영감이 내쪽으로 다가왔다.

"사실 이런 이야기 하기도 뭣한게 사실상 그날에 가족처럼 대해달라 그랬지 않었냐. 빚 이전의 문제로 웬만하면 날 믿고 좀 따라와줬음 싶다. 사실 이 빚도 여기서 일해준다면 걍 다 없는거로 칠거고 말이제."

영감은 읽던 신문을 접어두고 나에게 가까이 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미소를 짓는다. 그제서야 지금까지 이 영감에게 어떤 신세를 졌는지 기억이 난다.
빌어쳐먹을 아버지 대신 내 등을 토닥여주고, 아무런 비전이 없어도 돈을 빌려주고 나에게 직장을 주고 어머니 아플때는 수술비도 주고 살곳과 직장까지 줬다. 이 영감에게 슬슬 보답해줘야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니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금까지 얼마나 빚을진거지. 이 영감에게 슬슬 보답해줘야되지 않을까.

"니 성격에 침묵은 거진 긍정이니께 하는걸로 알고있을껴, 내일까지 집에 쳐박아둔 양복 잘 빨아서 입고와라. 내일부터 교육기간없이 몸으로 부딪히믄서 알하게 시킬꺼여."
"응."
"뭘 그리 풀죽어있어? 그리고 이 파일에 우리 사무소 애들 프로필 있고, 또 어디보자 ─ 메뉴얼이 어딨더라? "

영감은 풀죽어있는 내 앞에 더럽게 큰 서류뭉치와 여러 책들을 쌓아놨다. …한꺼번에 다 들고갈수가 없을거같은데 이정도면.

"영감 이거 들고갈수 있는거 맞아?"
"누가 한꺼번에 들고가래? 이 책들은 업무중에 읽고,급한건 이쪽애들 서류여 서류. 애들 스리사이즈,이름,특기등은 그래도 알아놔야되지 않겄냐 명색이 프로듀서라는놈이,"

아하-, 그런가. 받은 책과 서류뭉치를 이것저것 받으니 몸이 무겁다. 영감에게 받은 종이가방이 찢어질듯이 3개가 가득 찬다.하나는 양쪽 어깨에 메고 하나는 반대쪽 겨드랑이에 끼자 어정쩡한 자세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서류들을 어떻게 들수 있었다.
서류뭉치를 메고 문을 나서자 꽤나 많은 여자아이들이 사장실 앞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디보자- 도합 열명정도려나, 아는놈은 20대 아이돌도 맡고있다고 하는데 이쪽은 그런사람들은 없나보다, 다행이네.

"뭐여 너희들 왜 연습 안가고 여기 모여있다냐?"
"사장님- 옆쪽의 남성분은 앞으로 뭘 하시나요?"

검은 단발머리의 여자아이가 손을 들면서 질문한다. 저쪽 뒤에서 아는얼굴인 사치코는 터질듯한 웃음을 입으로 막고있고 안즈는 아까도 그렇더니 지금도 소파에서 뻗어서 자고있다. 미리 저 둘이 소개라도 해줬으면 편했을텐데, 어째선지 다들 처음보는 사람 눈치다.
……바로 밑 가게에서 일했고 지금까지 꽤 자주 왔다갔다했는데 어째선지 아무도 이걸 모르냐.

"이 아저씨가 아마 내일부터 너희들 일정조율,곡의 작곡,보컬트레이닝을 책임질 너희의 프로듀서다."
"저희도 이제 곡을 받는건가요?!"
"전담 보컬트레이너 생기는거에요?!"

 여자애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눈물까지 짓는 아이까지 있었다.
 ……사무실 꼬라지가 어떻게 돌아갔던거야? 작곡,보컬트레이닝까지 나보고 하라는건 ──설마.

"영감, 혹시."

혹시나-해서 영감쪽을 물어보자 

"난 이쪽으론 연줄이 없어서 말이여. 네가 고생해야될거다."

혹시나 해서 바로 일정표를 본다. 거의 댄싱연습과 자잘한 프로 말고는 웬만한 일정들이 전부 텅텅 비어있고, 근처 파일을 찾아봐도 곡은 하나도 없다. PC에 있는 폴더를 찾아봐도 MR도 없다.
설마- 싶어서 영감에게 받은 서류를 열어보자, 시재사진이 다들 엉망이였다. 흔들리거나 각도가 맞지않거나 이상한 사진이라거나 ── 이러니 오디션이란 오디션은 전부 서류에서 떨어지지…!

"앞으로 잘부탁하네. 77프로덕션 프로듀서."

앞으로 험난한 여정이 될거같다.


**

집에 도착해서 불안해서 이곳저곳 전화를 걸었지만 신생 프로덕션에는 자리를 내주기 굉장히 힘들다고한다. 1mg라도 어느정도 유명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돌들이 필요하다고 하고, 이곳저곳 아는사람 다리건너 알아봤지만 소규모 프로덕션에는 커봐야 한사람밖에 자리를 내주기 힘들다고 한다.
그것도 곡이 하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사랑』을 주지 않았더라면 그걸 아무나 쥐어줘도 괜찮은 노래인데 그걸로 흥행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프로그램 안좋게한다고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한다.

"후우─."

지금 겨우 얻어낸건 '우사밍 성인과 함께하는 게로게로 키친'. 이거도 패티랑 아카바네에게 사정사정해서 겨우 얻은거고, 지금 상황에선 이거에서 제대로 못하면 잘릴수밖에 없다. 그리고 노래도 하나 준비해가라고 하는데 대체 뭘 써야할지, 누구를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가 않는다.
게다가 시재사진도 깔끔한거로 다시 찍어야되고, 앨범 녹음실이랑 댄스 트레이너도 더 좋은데를 알아봐야되고 왜 내가 이놈들 보컬트레이닝까지 해줘야 하는지 알수도 없어서 더 잘하는 사람도 구해봐야한다. 제일 급한건 내일 당장 있을 우사밍 성인과 함께하는 게로게로 키친인데, 누구를 보내야 될지 알수도 없다. 
내가 제대로 알고있는 아이돌은 우리 가게에 수없이 러쉬해온 사치코와 딱봐도 게으른놈이라는걸 알수있는 후타바 안즈밖에 없다. 집에 도착하길 오전 11시부터 지금 새벽 3시까지 모두의 프로필을 돌아보고 성격유추를 해보지만 이런거가지고는 사실 한계가 있다. 개인의 끼를 어떻게 당일치기 프로듀서가 알아낸단 말인가

결국 이지선다중에서 하나는 완전한 지뢰일 확률이 높기때문에다가 요리프로 나가면 분명 '안즈 귀찮으니까 생쌀을 먹겠습니다-.' 하면서 생쌀을 씹어먹을게 분명하다. 자동적으로 사치코를 선택할수밖에 없는데 이건 이녀석대로 더 불안하다.
그렇게 불안함을 못벗어내며 단 한숨도 자지 못하고 어제 영감에게서 소포로 온 가방을 들고 양복을 입고 사무소로 나선다. 

"일찍오셨네요?"
"아, 안녕하세요-, 와쿠이씨."

공사중인 이전 일터였던 악기점을 뒤로하고 사무소로 도착했을때에는 와쿠이씨가 나를 반겼다.어제 여러 아이들이 난잡하게 사용하느라 지저분해졌던 사무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고 서류를 보느라 엉망진창이 되었던 예비 내 책상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자, 여기 커피요."
"아, 감사합니다."

커피잔을 받아든다. …정신없고 아이돌 사무소라 몰랐는데 와쿠이씨도 꽤 미인이다. 날카로운 눈매가 얼핏보면 무서워 보이지만 그것조차도 매력으로 보일수 있는 사람이고 체형도 모델도 해야 될 정도인데 어째서 이런곳에서 사무원? 비서? 일로 보이는 일을 하고있을까? 거짓말 조금만 보태면 아이돌로도 문제가 없을거 같기도 한데.

"있죠 와쿠이씨. 와쿠이씨는 왜 이쪽에 와서 사무원을 하고계세요?"

책상에 앉아서 스케쥴표를 정리하면서 와쿠이씨에게 묻자 와쿠이씨는 약간 불만이 있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뭘 잘못한걸까 나.

"그, 그게말이죠 와쿠이씨 정도라면 모델-이라던가, 프로필을 뵈었을때는 더 좋은 회사에서도 일하는게 더 좋아보이기도 했구요. 굳이 이런 중소규모 아이돌 사무소에서 일하시는게 조금 의아하다고 할까-."
"음 - 원래는 다른기업의 비서였어요. 꽤나 큰 기업이였죠."

와쿠이씨는 그걸 듣고나서야 아까보다 약간 풀린 포정으로 커피 한잔를 들이키고 타이핑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흔히 말하는 워커홀릭이였죠. 사장의 비서일도 하면서 밤샘은 일상에 에너지드링크를 끼고살았고, 야근과 연일근무는 일상이였구요. 가끔 집중하면 실종신고가 되었다가 회사에 경찰이 들이닥쳐서 저를 감금한줄 알았다니까요."

와쿠이씨는 얇게 미소지으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영감도 그렇고 여기 소속된 후타바 안즈도 그렇고 …이사람도 꽤나 엄청난 사람이구나. 존경심을 넘어선 두려움까지 들 정도다.

"그러다가 결국 입원했고, 입원한 사이에 회사가 망해버려서 길거리에서 방황했죠. 바에서 술먹고 뻗어있는걸 데려온게 이쪽의 사장님이세요.사장님 말씀으로는 그때 여러 변태들이 절 노렸는데 어찌저찌 물러가게 해놓고 데려왔다 하네요. 그리고 저보고 【그쪽말인데, 알고 있으니까 우선 날 따라와 봐.】하고 데려오셨죠.
 그리고 여기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일양이 줄어서 불만스러웠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졌어요. 여유로운 휴가라고 해야할까요?"

이사람 이력도 대단하지만 이사람 이력도 대단하구나. 지금까지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였구나-. 약간 내자신이 한심해진다.

"그래도 어제 당신 반응을 보니까 아무리봐도 우리가 엄청 잘못하고 있었나보네요."
"아하하-관련자가 아무도 없다보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거에요. 지금부터 고치면 됩니다."

확실히 어제는 엄청 쇼크였다. 제대로된게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하지만 그건 착실히 고쳐나가면 되는 이야기다. 

"그럼 아무쪼록 잘 부탁해요?"
"네. 지금부터는 옛날만큼 바빠지게 해드릴게요."
"어머 그건 좀 곤란한데."

악수하자고 내밀어진 손을 잡고 악수를 한다. …어째 일에 시달린 사람의 손이라지만 아주 부드럽고 예쁜 손이였다.


0. 그 더운 여름날에 완료



프롤로그 끗
이제부터 본방. 아직 뭐 따로 짜둔건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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