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2-

댓글: 14 / 조회: 2769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5-03, 2013 13:08에 작성됨.




대략 1주일 정도가 지났다.

자리가 나쁘진 않아 그간 지나가던 사람들이 몇번 들락날락 했었고 내 요리솜씨도 아직 죽지 않은듯 그때마다 호평을 받아 벌써 눈에 익은 몇몇 손님도 있다.

정신없이 바쁜정도는 아니지만 딱 적당한 정도로 충실하게 하루하루 장사에 매진하는데 몇번 이야기하는 사이 조금 친해진 한 손님이 술기운이 올라 알딸딸한 얼굴로 걱정을 해왔다.

"그나저나 이 구역에서 이런 장사해도 괜찮겠어?"

"무슨 뜻입니까?"

"아니, 듣기론 이쪽에 야쿠자가 관련되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지. 나야 그냥 소문을 줏어들은 평범한 회사원이라 자세한건 모르지만 보통 이런 포장마차 같은건 처음 입점하면 괜히 시비에 휘말리고 그러지 않던가?"

야쿠자인가.

그러고보면 예전에 잠깐 그쪽에 몸을 두고있는 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에 조금 겪어본적이 있다.

내가 도와준 사람이야 야쿠자치곤 상당히 신의있고 사람다운 사람이었지만 대다수의 야쿠자들은 상종하기 싫은 족속인게 사실.

자릿세라던지 하는 명목으로 귀찮게 굴지도 모르겠다.

잠깐 고심하다 일단 고마운 충고를 해준 손님한테 특별히 초밥을 서비스로 준다.

아참, 그리고 메뉴말인데 그날 이후 그대로 쭉 없는걸로 했다.

정확히는 매일매일 새로 갱신한다.

내 기분에 따라 그날그날 하고 싶은 메뉴를 정해 보드에 적어놓고 가격은 쭉 한사람당 천 엔이다.

오늘은 물 좋은 생선이 많이 눈에 띄길래 초밥과 회, 어묵 위주다.

그렇다 한들 어묵은 빠지지 않는구나. 나 어묵 좋아하고.

하고 출출한 기분에 어묵 하나를 꺼내 덥석 입에 물어 먹는데 입구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손님이 한명 더 들어올 모양이다.

과연 한 사람이 들어온다.

그런데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덩치도 엄청 크고 인상도 사납다.

그뿐인 사람일수도 있지만 분위기가 그리 평범한 사람은 못되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그쪽있잖아 그쪽.

"아저씨 때문입니다. 정말로 와버렸잖습니까."

"미안하다고 해야하냐."

말 나온지 얼마나 됬다고 당사자가 온 모양이다. 초밥 괜히줬다. 쳇.

그 야쿠자(로 추정되는)는 한번 가게를 훑어보더니 내 앞으로 와 자리에 앉았다.

"메뉴가 저것 뿐인가?"

"오늘은 그렇습니다. 메뉴가 매일 바뀌거든요."

"호오. 가격도 천 엔이라는건 하나당 천엔이라는건가?"

"아뇨. 한사람당 천 엔입니다."

그러자 마음에 드는듯 만족스런 웃음을 지은 그는 회와 술을 주문했다.

의외로 평범하게 손님의 역활에 충실하는 그의 모습에 안도하며 수조로 향한다.

잠깐 회의 이야기를 하자면 회라는 요리는 딱히 요리하는 사람의 솜씨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 중 하나다.

애초에 생선의 살이 흐트러지지않게 잘 베어낸다면 결국엔 생선 그 자체의 맛에 구애받는 요리니까.

그래도 마냥 무시 할 수는 없는게 그 생선 고유의 맛을 살려내는 것이 중요한거라 무턱대고 자르는것보단 세심하게 하나하나 고려하며 베어낸 경우가 훨씬 맛이 좋다.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한칼 한칼 살점을 정리하여 담아낸다.

"주문하신 회, 나왔습니다."

먼저 내놓은 술을 몇잔 마신 그가 회가 담긴 접시를 보더니 작게 감탄한다.

"호오. 솜씨가 제법인걸."

"감사합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고 신경써서 되도록 아름답게 담았으니까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괜찮아 보일거다.

물론 맛도 보장한다구.

한 점 집어 입에 넣은 그의 반응이 그 말이 사실임을 말해준다.

"이거 참. 내가 왜 이 지역에 이런 좋은 가게가 있는걸 몰랐던 거지?"

"이제 개점한지 일 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렇군. 앞으로 꼭 자주 방문해야겠어."

단골이 한명 더 늘은건 좋지만 보기에 좀 어떨까 싶다.

그렇잖아? 딱히 못된짓은 하지 않지만 이미지라는게 있으니까. 다른 손님들도 불편해 할지 모르고.

그렇다고 오는 손님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그가 한마디 덧붙힌다.

"다음엔 내가 아는 사람들과 함께 오도록하지."

…….

아니 좀.

아무리 그래도 단체 손님이라니.

야쿠자 회식장소가 포장마차인건 저쪽이나 이쪽이나 서로 어떨까 싶은데.

다른 손님들은 들어오다가도 무서워서 도망갈지도.

한번 한숨을 폭 쉬곤 다시 낙관한다.

어쩔수 없나. 곱게 먹고 마셔주기만 한다면 나로선 거부할 이유가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한 병 더 주문하는 다른쪽 손님에게 술을 꺼내준다.








몇 일이 지난 날.

어김없이 입구쪽이 부산하다 싶으면 역시나 손님이 들어온다.

어라? 저 손님은.

"잘 지냈나 점주."

"또 오셨네요."

그때의 그 야쿠자(추정)다.

그런데 옆에 한사람이 더있다.

이쪽도 인상은 더럽긴 마찬가지. 그런데 얼굴이 익숙하다.

내가 누구였더라? 하고 미간을 좁히며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데 저쪽도 날 아는 눈치다.

서로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보다 동시에 앗! 하고 탄성을 지른다.

"하기와라 씨!"

"너 이자식!"

"이자식이 뭡니까 이자식이. 오랜만에 만나선."

별로 곱지 않은 호칭에 투덜대 보지만 하기와라 씨는 개의치 않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다가와 팡팡 등을 두들긴다.

"하하! 여기서 포장마차나 하고 있던거냐. 생각보다 초라하구만!"

"초라하다니, 이래뵈도 꽤 잘나간단 말입니다."

"헹, 그래봐야 포장마차는 포장마차지."

기분좋게 비웃는 그에게 다시 한번 툴툴대다 마주 웃는다.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전에 한번 이야기 했던 그 야쿠자 되시겠다.

그러니까 나도 깊게 관여하진 않아 자세한건 모르지만 하기와라 씨가 관리하던 조직이 라이벌 조직에게 존속이 위협받을 정도로 몰리고 있을 때 마침 인연이 있던 내가 도와줬던 적이 있거든.

단순히 조직간에 파벌싸움이라면 그냥 알고지내던 내가 끼어들었을 리가 없지만 그 상대 조직이라는게 상당히 악질적이었던데다 하기와라 씨는 결코 더러운짓은 하지 않는 인물이었으니까.

어차피 둘중 하나가 남아야 한다면 하기와라 씨네 쪽이 남는게 낫다고 생각해 도왔고 어떻게 일이 잘 진행되 결국 그 상대 조직은 완전 괴멸, 그 이후론 그냥 훌쩍 떠나버려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는데 얼굴을 보자니 여전히 호황인 모양이다.

"일단 앉지. 너도 한잔 하자구."

"전 아직 영업해야하니까 술은 무립니다."

"딱딱하긴. 한 두잔 정도는 상관없잖아?"

"글쎄 안된다니까요. 술냄새 풍기며 장사하는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자꾸 그렇게 나오면 그냥 오늘 하루 전세내 버린다."

"거참 막무가내인건 여전하네요."

"그게 또 내 매력이지."

하고 웃는 그에게 항복의 표시로 손을 들어올린다.

"그럼 정말 딱 한잔만 하겠습니다. 뭘로 주문하실건가요."

"듣자하니 메뉴가 매일 바뀐다며?"

"네. 오늘은 꼬치 입니다만."

"그렇다면 파와 닭고기로 주문하지."

주문을 받고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그나저나 저 야쿠자(이제 확정)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이다.

아마 하기와라씨 밑에 있는 사람인것 같은데 내가 도울 당시에는 못봤던 얼굴이다.

지금 하기와라씨와 단둘이 이런데 올정도면 나름 위치도 어느정도 된다는건데.

"그때 이녀석은 아직 막내였으니까. 그 뒤로 꽤나 능력이 좋아 지금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거지."

"저기, 형님. 대체 저…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개 포장마차의 점주였으니까 말을 편하게 하다 자기가 모시고 있는 윗사람과 편하게 이야기 하는 날 보니 아무래도 마냥 낮춰말할 수는 없었던건지 경어를 붙히는 그에게 하기와라씨가 설명을 한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난다.

그러고보니 그런일도 있었어 음.

추억에 잠겨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갑작스레 이야기를 다 들은 그 야쿠자가 벌떡 일어나 팍 하고 고개를 숙인다.

"실례했습니다! 제가 미처 알아뵙지 못하고 그만!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엑?! 왜, 왜 그래요?!"

어째서 나한테 그런 말도안되는 자세를 취하는거야? 그보다 그만둬!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잖아!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수근대는 소리가 들린다.

당신같이 험악한 인상의 사람이 (실제로 야쿠자)나한테 그 자세로 나오면 내 정체가 의심받잖아!

내가 손사래를 치며 버벅이는데 다행히 하기와라씨가 중재해 주었다.

"관두고 앉아라. 폐가 되잖냐."

"이런, 죄송합니다."

이번엔 조용히 사과하고 다시 자리에 앉는데 아까완 달리 뻣뻣하게 굳어있다.

"저기 편하게 있어도 좋은데요. 대체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뀐겁니까?"

"하지만 눈 앞의 점주…님이 그때 그 분이신줄 모르고. 아마 지금 이자리에 있다면 형님 밑에 있는 대부분이 아마 저와 같은 기분일거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호칭이 곤란한 모양인지 애매하게 부르던 그에게 아직도 의문이 남아 다시 질문한다.

"그렇지만 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그렇게 말씀하셔도 적어도 그때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던 사람들 중에 점주님을 대단치 않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습니다."

한치의 물러섬없이 말하는 그의 모습에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정도 대우를 받을 만큼 뭔가를 한 기억은 없다.

그러다 말씀을 낮추시는게, 라며 말하는 그에게 그것만큼은 결사반대해 결국 서로 경어를 하는것으로 합의를 봤다.

절대 안되지 그건.

내가 무슨 은퇴한 전직 야쿠자도 아니고 포장마차 주인이 형님소리를 들으며 장사한다니.이상하잖아 그런거.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계속 진행하던 꼬치가 완성되고 그들에게 내놓는다.

겉 모습과 냄새를 확인하곤 한번 침을 삼킨 하기와라 씨가 한입 크게 물어당긴다.

몇번 씹더니.

"핫. 초라하다고 말했던건 취소해야겠군. 맛이 제법이야."

"흠흠!"

가슴을 펴고 헛기침을 해보이며 나도 하나를 집어 입 안으로 넣는다. 

달큰한 소스섞인 육즙이 베어나오는 닭고기가 부드럽게 혀를 자극한다.

맛있구만.

한잔 받기로 약속했으니 하기와라 씨가 따라준 술을 받아 목으로 넘긴다.

술 맛도 좋고, 오늘 장사 접으면 꼬치 몇개 구워가 홀로 몇잔 해야겠다.

어느새 다 먹어치운 하기와라 씨가 이번엔 대량으로 주문을 넣는다.

그 뒤론 그간 만나지 못했던 사이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옛날 이야기도 하면 나로선 오랜만에 감상에 빠져드는 하루가 되었다.






결국 그 뒤로 한참이 지나고서야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녀석도 여기서 장사하고 있다는걸 알았고 내용도 훌륭하니 이거 자주 찾아올 수 밖에 없겠군."

"그래도 단체로 몰려와서 점거하는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이런 좋은 가게를 망치는짓따위 할까보냐. 뭐, 네녀석 얼굴이 구겨지는건 좀 보고싶긴 하다만."

하곤 마치 악동과 같이 웃는 그 모습에 예전과 똑같구나, 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키호는 아직 기억하고 있냐?"

"유키호?"

유키호라는 이름에 가만히 머릿속을 뒤져본다.

아아~ 하기와라 씨 딸이 한명 있었지.

그때 당시 아직 초등학생이었던가? 지금 쯤이면 고교생 정도의 나이가 되었겠지.

그리 물어보자 하기와라씨가 맞다고 대답해준다.

"유키호도 아마 널 보면 상당히 반가워 할거다."

그때 당시 상당히 날 따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 칙칙한 하기와라 씨의 패거리 중에서 그나마 아직 어리고 험악하지 않은 인상의 나였기에 그랬던것 이겠지만.

"저도 오랜만에 보면 반가울것 같네요."

"말나온김에 다음번엔 유키호와 함께 오도록할까."

"저야 좋죠."

좋은 추억을 함께했던 옛사람을 만나는건 좋은일임에 틀림없으니까.

그러곤 이번에야 말로 손을 흔들며 작별한다.

이 구역을 관리한다는게 하기와라 씨네 였구나.

모르고 있던 사이 상당히 세력이 발전했는지 이 지역까지 손에 닿은 모양이다.

방금 전 술마시며 이야기 한거론 지금은 건설업계에서 일하고 있다지만.

그나저나 유키호라.

어떻게 성장했을까?

얼굴을 떠올려 보려해도 몇 년이나 지난 지금은 흐릿하게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다음에 만나기로 했고 그때 가서 생각하도록 할까.

턱을 괴고 있다 이제 오지 않는 손님에 오늘 장사를 접기로 한다.




일일 정산 그냥 일기

오랜만에 하기와라 씨를 만났다. 잘 지내고 있는것 같아 안심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 야쿠자씨의 반응은 곤란하네. 평범하게 대해주었으면 하는데. 유키호와의 만남이 기대된다. 



========================


오늘의 인물은 유키호의 아버지 입니다. 앞으로 유키호가 나오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해야할까요. 과거에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구상만 해놓은 상태이지만 결과물만 따져놓고 본다면 어찌됬든 하기와라 파를 구원한 일이 되었으니까요. 본인은 자각이 없지만….

다음회엔 누구와 만나도록 할지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