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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생일 [이오리생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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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5, 2013 02:14에 작성됨.

*얀 없습니다. 그저 이오리가 가장 행복한 생일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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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서 얕은 물안개가 조용히 피어오르는 새벽이었다. 가로등의 불빛이 물안개에 번져 세상이 희미한 파스텔그림처럼 변해버린 듯 했다. 이런 날에 거리를 걷고 있자니 흡사 물속을 걷고 있는 듯하며, 몸이 둔해지는 것 같아 걸음걸이가 절로 조심스러워진다. 비가 오는 게 아닌데도 물방울들이 공기에 떠있어 옷과 피부에 달라붙어 젖어간다. 집안에 들어와 몸에 물기를 탁탁 털어내자 그에게 남동생이 다가와 수건을 건네준다.

“이제야 끝난 거야?”
“오늘 사고가 있어서 말이야. 그거 다시 재검토 하고 보니 이리되어 버렸어. 지금 몇 시야?” 
“새벽 1시.”

그 말에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제거하던 그는 동작을 멈춘다. 그리고 딱딱한 시선으로 묻는다.

“이오리는?”
“최고로 행복한 생일을 시작하고 있어.”

그 말 뒤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여동생의 방이 있는 2층을 쳐다보았다. 비가 오지 않는 밤이다. 하지만 비보다 더 무거운 젖은 형태 없는 무음이 지붕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일찍이라 하기에도 지나치게 이른 아침이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소녀는 일찍 일어났다. 졸린 기운이 서려있는 눈으로 비틀비틀 욕실로 가 가벼운 세안과 머리를 감고서 자신의 집사인 신도에게 부탁해 머리를 말리고서 몸단장을 한다. 그리고 늘 가지고 다니는 샤를이라 이름 붙인 토끼인형을 안고 신도를 쳐다본다.

“어때?”
“오늘도 귀여우십니다, 이오리 아가씨.”
“니히히힛!”

오늘은 이오리에게 있어 즐거운 날이다. 바로 자신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날은 오래도록 즐기고 싶기에 평소보다도 일찍 일어나 버렸다. 이오리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이른 아침을 먹고서 사무소에 간다. 학교에 가기 전에 야요이를 만나 같이 가기로 한 것이다.
예전이라면 단순히 생일로 이렇게까지 기뻐할 일은 없었다. 자신의 생일은 쓸데없이 호화로워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과 만남을 가져야 했다. 명분은 자신의 생일 파티. 하지만 사실은 파티를 구실로 정계의 인간들과 교류를 할 뿐이었다. 자신들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 생일조차 단순한 구실이 되어버린다. 그랬던 것을 765프로에 입사한 후 변했다.
처음 시작은 단순했다.

“생일 축하해 이오리.”

평소와 같은 출근. 그 때 프로듀서는 평소와 다른 인사말을 건넸다. 그 말에 이오리는 담담히 답했다.

“고마워.”

많이 들었던 인사다. 가족에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프로듀서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그때 프로듀서는 스케줄을 확인하면서 물었다.

“혹시 저녁에 바빠?”
“스케줄은 당신이 알고 있잖아.”
“공적인 일 말고 사적인 일을 이야기하는 거야.”
“왜?”
“원래는 깜짝파티를 해주고 싶었지만, 이오리는 바쁘잖아. 그랬다가는 이오리가 못 올수도 있으니 미리 물어보려고.”

이오리는 그 말에 콧방귀를 꼈다. 

“생일파티라도 해주게?”
“응. 사무소의 소중한 아이돌의 생일인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스케줄 중에도 생일기념 이벤트가 있지만, 그건 팬들과 어울리는 정도고.”
“필요 없어. 이런 생일은 평소와 똑같아.”

이오리에게 있어 평소와 똑같은 특별할 게 없는 날이다. 하지만 그 말은 자신의 담당프로듀서에게 부정당했다.

“확실히 이오리에게라면 이런 파티는 평소와 똑같겠네. 선물도 특별히 생일이 아니라해도 갖고 싶은 건 가질테고.”

이오리는 프로듀서가 포기했단 생각에 팔짱을 끼고서 로케장소로 가자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어진 프로듀서의 말에 재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평소와는 다른 날이야.”
“.......어째서?”
“가장 좋아하는 담당 아이돌의, 다른 아이돌에게는 가장 소중한 친구의 생일이니깐.”
“.......”
“생일은 너에게만 특별한 날인 게 아니야. 너의 생일은 우리에게도 아주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날이라고.”
“...어째서?”
“우리의 소중한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된 아주아주 소중한 날이니깐.”

생일은 단순히 내가 태어난 날. 그냥 나를 축하하는, 자신을 기쁘게 하기 위한 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생일은 나만이 아닌 자신을 좋아하고,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모두가 기쁜 날이었다. 자신이 태어나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그런 서로에게 소중한 날.

“....오늘 저녁에 예정은 없어.”
“그럼 저녁 때 시간 좀 내줘.”
“알았어.”

차갑게 말했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다. 이오리는 혼란스러웠다. 생일이란게 그렇게 소중하고도 큰 의미를 지닌 것이었나? 
그런 고심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무언가 기대를 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 모든 로케를 맞추고 사무소에 돌아오자 소박한 생일파티를 즐기게 되었다.
야요이와 하루카가 직접 만든 케이크, 마코토와 유키호가 직접 만든 음식, 아미마미와 히비키가 힘내서 노력한 장식등 모두가 노력해 만든 파티음식이었다. 

“어때?”

프로듀서는 이오리에게 웃어보이며 물었다.

“흐, 흥! 괜찮은 수준이네.”

이오리는 그리 말했지만 그 귀는 붉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어려 있었다.



“이오리, 안에 있니?”

이른 아침, 남자는 방 앞에서 노크를 하다가 조심스럽게 방안을 보았다. 방안에서 이오리는 밝은 햇살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오리는 남자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오라버니?”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 기분이 어떠니?”
“좋아요. 생일이니 즐거운게 당연하잖아요?”

그리고 니히히힛하고 웃는 동생을 보며 남자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



이오리는 믿을 수 없단 눈으로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야요이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버렸다. 자신의 17살 생일이 되기 이틀 전의 일이었다.

“야요이가 P의 아기를......... 가졌다고?”

이오리는 P를 보았다. P는 죄책감 어린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런 P를 보다가 이오리는 알았다는 듯 웃었다.

“아, 맞다. 내 생일이 이틀 전이지. 니히히힛, 깜작 파티 해주려고 이런 장난을 하는 거구나? 근데 장난이 좀 심한 것 같아. 이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P는 자신의 연인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톱 아이돌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P는 결코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것은 뻔한 장난. 생일 날 놀래키기 위해 미리 세트를 깔아두는 것이다. 그럴 것이다.

“.....나 야요이랑 결혼하기로 했어.”
“저기, 그런 장난 재미없다니깐?”
“......미안.”
“왜 사과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장난친 거 사과하는 거구나. 니히힛, 괜찮아 괜찮아. 내 생일 날 깜짝 파티 해주려 했던 거잖아? 이 이오리님은 관대하니깐 특별히 용서.....” 
“야요이의 배가 부르기 전에 식을 올려야 해서 두 달 뒤에 결혼식을 올릴 거야.”
“....저기.... 뭐라고...?”
“그날 꼭 와주었으면 해.”

그리고 프로듀서는 자신에게 청첩장을 건네주었다. 이오리는 그것을 받고서 웃음도 잃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손에 낀 반지를 보았다. 장난으로 보이지 않는 금으로 만들어진, P와 야요이에게는 비싼 반지.

“.....재미 없어.”
“.....”
“재미 없다고.”
“.흐윽, 미안해 이오리.....”
“재미 없다고! 재미없으니깐 두 사람 다 그만두라고! 장난이 심하잖아! 야요이!?”
“미안해, 미안해 이오리....”

야요이의 사과에 이오리의 얼굴이 굳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버렸다. 하지만 그런 행동에도 자신의 얼굴이 아닌 배를 소중하게 감싸는 야요이의 모습을 보더니 힘 없이 손을 내렸다. 모든 것이 장난 같고 꿈인 것만 같았다.
그래, 생일날까지 기다려 보자. 그럼 두 사람은 ‘깜짝 파티였어!’라며 웃어줄지도 모른다.

“흐윽.......미안, 미안해.......흑....”

웃어줄 것이다. 생일날은 자신이 제일 행복한 날이니깐. 
생일이 되기 이틀 전, 청첩장은 사무소의 모두에게 돌은 후였다. 사무소의 분위기는 야요이와 P를 축하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주위에만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오리와 P의 약속은 모두 알고 있었다. P가 함부로 여자를 안을 사람도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다 이리 된 것인지 모두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단지 이오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다음 날이 생일인데도 그런 그녀의 얼굴은 생일보다는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이오리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장난이라고 믿고 싶었다. 거짓이라고 믿고 싶었다.
모두가 자신의 생일 날 놀래주기 위해 장난치는 거라고 믿으려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진심으로 결혼을 생각하고 있고, 야요이의 배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가장 절친했던 친구 야요이.
가장 사랑했던 남자 P.
왜 이리 되어버린 걸까?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이오리.”

P가 다시 한 번 자신을 불렀다. 그 때와 같은 눈이다. 죄책감과 불안함이 섞인 시선. 이오리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이오리!”

옥상으로 올라가자 야요이가 뒤따라 왔다. 이오리는 그런 야요이를 돌아보지 않고 난관에 기대어 밖을 보고 있었다.

“....미안해.”

야요이가 사과하자 이오리는 뒤돌아보았다. 그 얼굴은 웃고 있었다.

“축하해 야요이.”
“이오리?”
“정말로 결혼하는 구나.”
“미안.”
“사과하지마.”

그리고 이오리는 살며시 야요이를 껴안았다.

“축하해, 진심이야.”
“이오리...”
“계속해서 부정했었어. 틀림없이 모두가 날 놀리는거라고. 하지만 더 이상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어. 그렇잖아?”

그리고 이오리와 얼굴을 마주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가장 소중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데, 축하해줘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흐윽...”
“꼭 행복해야돼, 야요이.”
“응....”

야요이는 힘껏 이오리를 끌어안고서 울었다.

“꼭, 꼭 행복해질게.”
“정말 울보라니깐....”

그리 말하는 이오리 또한 울고 있었다. 이오리와 야요이가 화해를 하고서 사무소의 분위기는 확실히 밝아졌다. 야요이와 P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또한 다음 날 있을 이오리의 생일을 준비한다. 그런 765에는 평소보다도 더욱 기분이 좋은 활기가 가득찼다.
그리고 다음 날 이오리의 생일. 

“좋은 아침 이오리.”

P는 예전처럼 이오리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생일 축하해.”

그 인사에 이오리는 니히힛하고 특유의 웃음소리를 냈다.

“오늘 만큼은 당신과 야요이의 결혼식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오늘은 날 위한 날이니깐.”
“흐음- 과연 그럴까?”
“호오, 도전할 생각이야? 이 초슈퍼아이돌 미나세 이오리님에게?”

그 말에 P는 소리내어 쿡쿡 웃었다.

“그 말 정말 오랜만에 듣는구나.”
“평소에는 너~무나 당연해서 말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그런 것 치구는 얼굴이 빨간데?”
“키익! 그러면 그런 줄 알아!”

성을 내지만 그 행동에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오리는 볼을 부풀리며 팔짱을 끼다가 풀며 팔을 쭈욱 내밀어 기지개를 켰다.

“하아, 정말. 당신 절대로 행복해져야해. 그래야 야요이가 행복해질테니깐.”
“물론이지. 꼭 행복하게 해줄 거야.”
“뭐, 오늘 하루는 내가 더 행복할 테지만.”

그리고 니히힛하고 웃는다. 그 얼굴을 보며 P는 이오리가 힘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맙고 미안했다. 자신을 이렇게 웃으며 축하해주는 것은 정말로 어렵고 가슴이 아픈 일일 것이다. 그래도 이오리는 해내고 있다. 

“오늘 스케줄은 점심 때쯤이면 끝나.”
“그렇구나.”
“나와 야요이도 그 때라면 시간이 널널한데, 같이 점심 먹을래?”
“하? 신혼부부 염장을 눈 앞에서 보여줄 생각인거야?”
“후후, 겁나면 그만두시지. 오늘은 우리보다 행복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정면에서는 무리지?”
“날 뭘로 보고! 좋아, 그 도전 받아주겠어!”

그러다가 이내 둘은 즐겁게 웃기 시작했다. 여전히 마음에 쌓인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지만 동시에 지금이 즐거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오리는 먼저 로케를 끝내고서 식당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변장하고서 식당 앞에서 기다리니 곧 두 사람이 멀리서 오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초록불에서 깜박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두 사람에게 기다릴 것을 말하려 했지만 야요이는 평소보다 들뜬 얼굴로 그냥 무시하고 달려오고 있었고, P도 그런 야요이를 따라 같이 달린다.
아무래도 자신과 화해하고 셋이서 점심을 먹는 것이 너무나 기쁜 듯 했다.
그래도 임신한 몸으로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야요-"

그 때 이오리는 급히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어쩐지 그래야한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밀면서 셋이서 뒤로 넘어져버렸다. 그 험한 행동에 자칫 임신한 야요이가 다칠까 걱정되었지만, 그 걱정은 등 뒤를 바로 지나가는 트럭에 의해 잊혀졌다.
빠르게 지나간 트럭의 바람에 세 사람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뭐, 뭐야 저 트럭! 괜찮아 야요이?”

이오리가 화를 내며 이미 지나간 트럭에게 승질을 냈다. 그리고 야요이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켰다. 야요이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 응. 구해줘서 고마워 이오리.”
“별 말씀을.”
“윽, 역시 야요이를 말렸어야 했는데. 이오리 덕에 살았어.”
“조심 좀 하라고. 신호 하나 보내고 오면 될 걸 뭘 그렇게 급하게 오는 거야?”
“하지만 이오리랑 화해하고 셋이서 처음으로 먹는 점심이니깐 너무 기쁘다고 할까... 헤헤.”

이내 귀엽게 웃는 야요이를 양쪽에서 프로듀서와 이오리가 꼬옥 안아버렸다.

“아, 정말 귀여워. 이런 변태프로듀서에게 넘겨줄 수 없어.”
“내 아내야. 나야말로 멋대로인 부자아가씨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친구라고 생각해.”

그리고 둘은 야요이를 사이에 두고서 서로를 노려본다. 그러다가 이내 세 사람은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정말, 오늘은 내 생일이라고. 내가 제일 행복할테니깐 오늘 하루만은 너무 행복하지 말라고?”
“그건 무리.”
“후후, 어떨까나~”

세 사람은 그렇게 웃으며 신호를 기다리다가 식당으로 향했다. 너무나 행복한 생일이라고 이오리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행복은 저녁시간에도 이어졌다. 모두와 즐기는 생일파티.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자신의 축하. 그러다가 새로운 신혼부부인 두 사람에게로 축하인사가 넘어갔다.
야요이는 아이돌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 얼굴은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자신의 생일파티가 끝나고서도 이 행복은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자신의 집으로 와 오늘 하룻밤을 같이 보내주기로 한 것이다.

“베게와 담요가 있으니 복도에서 충분하지?”
“충분할까 보냐! 손님방을 달라고! 그보다 내 아내 뺏어가지마!”
“흥! 원래 야요이는 우리 집에 오면 나와 같이 잤었다고? 너야 말로 나와 야요이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지마!”
“난 남편이거든?”
“난 절친이거든? 그럼 특별히 손님방을 안내해 줄게. 신도!”
“아내를 내놔!”
“여자애랑 한 침대에서 자겠다니, 역시 변태프로듀서!”

그렇게 서로 다투고 있지만 그 얼굴에는 웃음이 어려 있었다. P는 결국 혼자 손님방으로 갔고, 이오리의 침대에는 야요이가 웃으며 파자마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둘은 곧 방의 불을 끄고 한 침대에 누웠다. 아직 생일이 지나기 1분이 남았다.
그 시간에 야요이가 이오리에게 물었다.

“오늘 어땠어?”

그 질문에 이오리는 오늘의 행복을 가득 담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니히힛, 최고로 가장 행복한 생일이었어!”



땡-
시계소리에 이오리는 부스스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옆을 보니 야요이는 없었다. 시간은 밤 12시가 된 0시. 멍한 시선으로 주위를 본다. 생일케이크가 덩그러니 책상 위에 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야요이?”

조심스럽게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스스로 몸을 껴안으며 떨었다.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기분으로 방안에 설치한 방범카메라를 재생시켜보았다.

[생일축하해 이오리!]

방안에는 자신 혼자서 생일불을 키고서 스스로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야요이와 P를 부르고 있지만 그곳에는 자신 혼자 뿐. 
화면 속의 자신의 얼굴을 보고 깨달았다.
이번에도 최고로 행복한 생일을 보냈다는 걸. 
그리고 생일이 지난 지금은 최고로 외롭고 슬프고, 춥다는 것을.
차라리 그런 행복한 환상을 보지 않았다라면 좋을 텐데...
책상 위의 액자를 보았다. 그곳에는 17살의 자신과 야요이, 그리고 P가 있었다. 그 액자 밑에는 오려둔 신문기사가 있었다.

-인기아이돌 타카츠키 야요이, 담당프로듀서와 함께 트럭에 치여 사망

자신은 그 트럭으로부터 두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아니, 구할 생각조차 못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그 장면은 순신간에 일어나 반응조차 못했다. 
자신의 17살 생일 때의 일이었다.
그날 자신은 소중한 두 사람을 잃었다. 아니, 야요이의 뱃속의 아이까지 하면 세 사람을 잃었다. 너무나, 너무나 심한 이야기였다.
그 일로 충격을 받고 정신병원에 다니기도 했다. 아이돌 일은 당연히 무리였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퇴원했을 때는 극복했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이렇게 생일날만 되면 자신은 17살의 생일로 돌아간다.
돌아간 17살의 생일은 너무나 행복했다. 두 사람과 화해하고, 두사람을 트럭으로부터 구해 아무렇지 않게 행복한 점심을 먹고, 모두와 그 때 하지 못한 파티를 하고, 마지막으로 소중한 친구와 함께 자신의 방에서 잠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5월 5일이 끝나면 바로 환상에서 깨어난다.

5월 5일의 자신은 너무나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5월 6일의 자신은 너무나 슬프게 울고 있었다. 지금처럼.........

“차라리, 차라리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이오리는 5월 5일 자신의 생일이 끝난 5월 6일의 0시에 세 사람이 찍힌 액자를 부여잡고 울어버렸다.
자신의 생일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너무나, 너무나 행복한 생일이다.
그 행복이 너무나 잔인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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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야요이에게 쓰려고 한 내용인데 이오리에게 써버렸네요~
뭐, 행복한 생일을 보냈음 됐죠 뭐~

P.S : 네잎부치 아닙니다, 네잎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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