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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리[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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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0, 2013 19:01에 작성됨.

시작하기에 앞서- 
국어를 판타지로 배워서 문법이 틀리거나 비문이 섞여있을 수 있습니다. 양해해 주시길 바라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많은 지적 바랍니다.
캐릭터들에 대한 해석이 여러분들이 생각 하시는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냥 이런 캐릭터가 될 수 도 있구나- 라고 생각해 주세요.

이상 쓸데없이 긴 글쓴이의 주절거림입니다.
부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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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나시 씨 남자친구 있어요?”
“.......예?”

코토리는 눈앞에서 실례되는 말을 하는 자를 쳐다봤다. 검은 머리칼에 안경- 프로듀서다. 최근 자신에게 노골적으로 관심을 표하면서 들이대더니 이젠 직접적으로 물어보려는 모양이다.

“아, 아뇨- 오토나시 씨는 상냥하시고 예쁘기도 하니 애인정도는 있을 것 같아서요.”

프로듀서가 황급히 변명한다. 식은땀을 뻘뻘 흘려가며 변명하는 게 필사적이다.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던 코토리는 키득키득 웃었다.

“남자친구는 없네요.”
“그, 그런가요?”

프로듀서의 안색이 확 밝아진다.

“짝사랑은 하고 있지만요.”

이어지는 말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프로듀서. 코토리는 좌절하며 무너지는 그를 보며 키득 웃으며 지나갔다.

며칠 후, 765프로덕션은 술자리를 가지게 됐다. 물론 미성년자가 많은 회사 사정상 모이는 인원은 얼마 없었지만.

“오늘은! 오토나시 씨의 짝사랑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몇 바퀴 술잔이 돈 후에 프로듀서가 대뜸 내뱉는다. 얼굴이 벌건 게 상당히 취한 상태다. 혀도 살짝 풀렸다.

“으엑, 프로듀서 또 시작입니까?”
“어머어머~”

그 모습을 보며 리츠코와 아즈사가 제각기 난처함을 표한다. 프로듀서는 평소엔 착실한데 어째서 술만 들어가면 저모양이 되는 걸까? 둘의 머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그마한 의문점 하나.

오토나시 코토리의 짝사랑이라-?

리츠코와 아즈사가 아이콘택트. 서로 같은 것을 생각하는게 확인되자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저도 듣고 싶네요. 흥미로운 주제에요.”
“저도요~”

얼굴을 들이대며 말하는 둘을 보며 코토리가 뒤통수에 큼지막한 땀방울을 매단다. 오늘따라 이 사람들이 단결이 잘되는 것 같다.
뭐, 말한다고 해서 상관없지 않을까. 코토리는 생각했다.

“짝사랑이라고 해도 이뤄질 리가 없어요.”

먼저 운을 뗀다. 거기에 청중들이 낚여서 달려든다.

“이뤄질 일이 없다구요?”
“어머~”
“그, 그렇다면 나에게 기회가!”

프로듀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리츠코와 아즈사가 뒤통수를 내려친다. 테이블과 격렬한 키스를 나눈 프로듀서는 몇 번 움찔거리다가 조용해진다. 그 모습을 보며 둘은 한숨을 내쉰다.
어쩌다가 저런 사람에게 반해서는....... - 그것도 사무실에 있는 구성의 대다수가. 물론 선의의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 거기다 반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고 그 대상은 거기에 관심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은 미치고 팔짤 뛰고 싶은 심정이다.
차라지 받아들여 버리라고요! 코토리 씨!

“그래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어떤 건가요? 대상이 결혼이라도 한건가요?”

리츠코가 말한다. 마음엔 안 들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으니까.
호기심은 고양이도 죽이는 법이다.

“아뇨, 지금은 여기 없거든요.”
“해외에 있는 건가요?”

코토리가 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운다.

“[하늘]에 있어요.”

분위기가 굳는다. 리츠코와 아즈사가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일 줄이야.

“전 괜찮아요. 벌써 10년은 다 되어가는 이야기인걸요?”

뭐가 괜찮은 거야 이 사람아!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리츠코와 아즈사가 술을 들이킨다. 호쾌한 원 샷!
껄끄러운 주제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호기심은 고양이도 죽이는 법이다.
술기운 탓으로 돌리며 둘은 이야기를 재촉한다.

뭐, 괜찮겠지- 하고 코토리는 입을 열었다.

.
.
.

오토나시 코토리가 아직 사무원이 아닌 아이돌 오토나시 코토리일 때.

“프로듀서! 프로듀서! 프로듀서!”

무대의상을 입은 코토리가 달린다. 목적은 눈앞에 있는 초췌한 인상을 지닌 남자다.
코토리는 남자의 가슴에 폭 안긴다. 남자는 살짝 기우뚱 하면서도 용케 균형을 잡아 코토리를 잡아준다.

“저 어땠어요?”
“엄청 즐거워 보였어. 잘했다.”

남자가 코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코토리는 그 손길에 몸을 맡기며 쑥스러운지 배시시 웃는다.

“돌아가자. 라이브 기념으로 사장님이 파티를 연댔어.”
“정말요? 와아~”

이 남자가 아이돌 시절 코토리를 프로듀스 했던 사람. 더불어 코토리의 짝사랑이다.
어느날 1년 단기계약이라면서 불쑥 찾아와 코토리를 맡게 된 남자다.

.
.
.

“헤에~ 코토리 씨의 짝사랑 상대는 프로듀서였었군요.”
“어머~ 어쩐지 저희들의 선배? 란 느낌이에요.”

살짝 감격한 듯, 리츠코와 아즈사가 말한다. 프로듀서는 “뭐? 프로듀서라고? 나?!” 라며 헛소리를 지껄이다가 다시 둘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격침한 상태.

.
.
.

“아! 프로듀서! 또 담배피시는 건가요?!”

사무실 옥상. 코토리의 노성이 들린다. 프로듀서는 깜짝 놀라면서도 손에 쥔 담배를 내려놓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심술궂게 히죽- 웃으며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허공으로 내뱉는다. 뿌연 연기가 허공을 춤추다 사라진다.
한 달에 한번, 프로듀서가 담배를 피우고 코토리가 그걸 꾸짖는 일이 일상으로 펼쳐진다.
언젠가 프로듀서는 코토리에게,

“이건 의식 같은 거니까. 다음 달도 잘 해보자 같은 거.”

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코토리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짐이라 하기엔 조금 슬퍼보였던 것이다.
그 다음부터 코토리는 그를 강하게 말릴 수가 없었다.

“정말!”

볼을 부루퉁하게 부풀리면서도 코토리는 내심 프로듀서가 담배 피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채 옥상 난간에 몸을 의지한 모습이 왠지 멋지게 보였기 때문이다.
담배도 흡사 연기에 굶주린 사람마냥 허겁지겁 빨아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여유롭게 즐긴다.
더불어 살짝 애수에 잠긴 모습까지-
그래서 코토리는 프로듀서의 담배 피는 모습을 보며 내심 두근거리고는 하는 것이다.

“이제 8 가치 남았구나.”

프로듀서가 지나가듯이 툭, 말했다.
그 말을 코토리는 그저 숫자로만 생각했다.


“프로듀서 좋아합니다!”

어느날, 코토리는 고백했다. 더 이상 커져만 가는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가 없었기 때문일까. 두 눈을 꼭 감고 내뱉듯이 외쳤다.
그 뒤로 프로듀서가 4 가치의 담배를 피운 날이었다. 

“코토리.......”
“저, 저 어느 순간부터 프로듀서가 좋아져서, 너무 좋아져서, 그래서-”

숨이 가쁘다.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두근거린다. 겨울도 아니건만 몸이 추워진다. 프로듀서는 와들와들 떨고 있는 코토리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미안하다.”

툭, 프로듀서가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사과의 표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거절.

“그, 그건 아이돌과 프로듀서란 관계 때문인가요?”
“.......아니. 코토리는 매우 매력적이란다.”

코토리의 질문에 그는 조금 고민한 뒤 부정한다.

“지금은 말 해 줄 수 없지만....... 나중에 코토리도 알게 될 거야. 내가 왜 거절하는지.”

그렇게만 말하며 프로듀서는 슬퍼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
.
.

“코토리 씨의 고백을 거절하다니- 쿠헓?!”

어느새 깨어난 프로듀서가 광분하다 또다시 둘에게 뒤통수를 맞고 침몰한다.

“그런데 저도 궁금하네요.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면 그 프로듀서도 어느정도 관심이 있었다는 거 아닌가요?”

리츠코가 말한다.
코토리는 웃으며 다음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
.
.

프로듀서에게 차인 뒤 코토리는 표면적으로나마 프로듀서에게 살갑게 대하려 애를 썼고 프로듀서 또한 평소와 마찬가지로 코토리를 대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코토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톱 아이돌이 된 뒤 은퇴하고 다시 고백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프로듀서도 자신을 받아들여주겠지. 
그리고 순조롭게 위를 향해 항해하던 코토리에게 벽이 나타났다.

히다카 마이.

천부적이라고 밖에 설명이 불가능한 재능을 무기로 현재 파죽지세로 나아가고 있는 아이돌이다. 사무실에도 방침이 세워졌다. ‘타도 히다카 마이’ 코토리가 톱 아이돌이 되기 위해선 결국 정면으로 승부를 벌여야 한다.
3개월 뒤, 톱 아이돌을 결정하는 경연장, 그곳이 결전지가 될 것이다.
이날도 코토리는 강도를 한층 올린 레슨을 소화한 뒤 어두운 길을 따라 사무실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뭔가를 토하는 소리 같다.
코토리는 조심조심 그 소리를 향해 다가갔다. 분명 취객이겠지-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가로등 불빛만이 외롭게 비추고 있는 전봇대에 프로듀서가 쭈그리고 있었다.

“아, 프로듀-”

코토리는 내뱉으려던 말을 집어삼키고 골목길의 어둠에 몸을 숨겼다. 왜 숨었는지는 자신도 모르겠다.
다만- 지금 프로듀서에게 보이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프로듀서가 피를 토했다. 입을 틀어막은 손 사이사이로 붉은 액체가 흘러나온다. 기침 소리가 흡사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긁어내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소리다. 거기에 맞춰 피도 간헐적으로 몸 밖으로 튀어나온다.
얼마간 쿨럭대던 프로듀서는 보기에 위태로울 정도로 휘청거리며 몸을 추스르곤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 모습을 코토리는 떨리는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뒤 코토리는 프로듀서를 눈으로 쫓는 일이 많아졌다. 좀 더 초췌해 보이는 프로듀서는 별 일 없는 듯 행동하고 있다.
피를 토한 것도 그 뒤론 보질 못했다.
갑 속의 담배는 2 가치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불안했다. 조금씩, 프로듀서가 조급하게 행동하는 것이 보였다. 이런저런 영업을 다니고, 사무를 처리하고, 코토리의 오디션과 공연 날짜를 잡는다. 이 모든 일을 평소의 배는 될 정도로 마구 해치우고 있다.
그리고 코토리는 또 봐버렸다. 사무실에서 피를 토하는 프로듀서를.

“프로듀서!”

이번엔 참지 못하고 뛰쳐나간다. 프로듀서는 코토리를 흘깃 바라보더니 기침을 더욱 심하게 한다. 그때마다 피가 튀어 오른다. 한참 기침을 내뱉던 프로듀서는 스르륵- 쓰러진다.

“프로듀서? 프로듀서!”


병원으로 실어보낸 프로듀서의 검진 결과는 폐암이었다. 그것도 말기. 이미 치료도, 수술도 불가능한 단계까지 진행되어버렸다고 한다.
또 한 가지, 프로듀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정확히 1년 전, 프로듀서가 찾아왔었고 결과를 알게 됐다고 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프로듀서는 치료를 거부하고 병원을 나왔고 그 뒤 바로 자신의 프로듀스를 맡게 됐다.

“그런, 일이.”

그 말을 들은 코토리는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미안하다. 톱 아이돌이 되는 모습을 꼭 봐야 하는데.......”라는 말을 남기면서
하지만 코토리는

“사실 나도 널 좋아했었단다.”

란 말에 가슴이 더 아파왔다.
프로듀서의 장례식장에서 코토리는 울지 않았다.
결전지에서, 코토리는 히다카 마이에게 지고 말았다. 그것도 비참할 정도로 참패. 그때도 울지 않았다.
왠지 눈물이 나질 않았다. 가슴은 이렇게 아픈데.
그 뒤에, 코토리는 은퇴를 결심한다. 사장은 이해했는지 코토리를 사무원으로 재고용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른다.

.
.
.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머, 어머어머, 어머어머어머.”

리츠코와 아즈사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코토리는 머쓱한지 볼을 긁는다. 프로듀서는 여전히 침몰한 상태. 
슬슬 환상을 깨야할 때다.

“그럼 지금까지! 오토나시 코토리의 망상극장! 들어줘서 감사합니다~”

분위기가 쩍- 하고 굳어간다. 리츠코와 아즈사의 표정이 삽시간에 불그락푸르락 해진다. 프로듀서는 여전히 침몰한 상태라 아무것도 모른다.
당연히, 코토리는 둘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더 이상 술을 마시기도 그런 분위기고 해서 일행은 헤어지기로 했다.
저벅저벅, 코토리는 천천히 걷는다.
시원한 밤바람이 술기운으로 달아오른 피부를 시원하게 자극한다. 넓게 펼쳐진 시야 아래론 도시의 야경이 보인다.
코토리는 지금, 사무실 옥상에 와있다.

“후우-”

가방을 뒤적거리던 코토리는 자그마한 네모상자를 하나 꺼냈다. 담뱃갑이다. 오래됐는지 이리저리 구겨진 담뱃갑을 열었다.
단 2 가치, 담배가 들어있다.
코토리는 생각한다. 프로듀서가 담배를 핀 이유가 뭘까? 라고.
그 자신은 다짐이라고 했지만 아닐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갑 안에 있는 담배들은 수명이지 않았을까. 한 달에 하나씩. 그렇게 그는 자신에게 남은 날을 보고 있었으리라.
코토리는 담배를 하나 빼내 입에 물었다. 입술로 담배를 굴리면서 코토리는 하늘을 바라본다.
투툭, 눈물이 쏟아진다.

“으윽, 흑!”

그날 흐르지 않던 눈물이 넘쳐흐른다. 하염없이, 코토리는 소리를 죽인 채 눈물을 흘렸다. 
입에 물린 담배가 처량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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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뭘로 할지 생각이 안나서 그냥 무난하게 했습니다.
글이 많이 지저분합니다. 기세좋게 막 쓰긴했는데 군데군데 미끄럽지 않은 부분이 좀 보이네요.
사실 뒷 이야기가 더 있을 예정이었습니다. 지금의 프로듀서의 고백을 받아들이는 코토리로 좀 더 밝게 쓸 예정이었는데 너무 지친 나머지.......
그래서 살짝 여운이 남게 해볼려고 했는데 여운은 개가 뿔나는 현상마냥 찾아볼 수 가 없네요.
제 첫 창작게시판 글입니다. 본래는 엽편게시판 용으로 가볍게 쓸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10kb가 넘어서 이쪽에 올리게 되네요(...)

아무튼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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