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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생일 축하해, 우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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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0, 2018 14:31에 작성됨.

생일 축하해, 우즈키.


이 꽃다발, 예쁘지? 린네 꽃집에서 사 온거야.

너한테 줄 꽃이라고 하니까 깎아 주시겠다더라.

괜찮다고 했지만, 한사코 깎아주시겠다니... 별 수 없었어.


예쁘지?

변함없이 계속 예쁜 것 같아, 이 꽃다발은.

처음 너한테 사줬을 때랑 다를 게 없네. 진짜 똑같아.


시간이 참 많이 흘렀네.

우리가 만난지 10년은 됐나?

린은 여전히 가수로 잘 활동하고 있고, 미오도 예능감을 잘 뽐내고 있어.

트라프리도, 립스도 여전히 인기가 높아.

물론 나도 계속 프로듀서 일을 하는 중이야.

아마 이 사무소에 뼈를 묻으려나?


우리 처음 만났을때는, 조금 어색했었지.

그럴만도 했지. 그래도 네가 빨리 마음을 열어 주고, 미오랑 린을 잘 이끌어 줘서 톱 아이돌이 됐어.

정말 고마워. 몇번을 고마워해도 모자랄 것 같아.


네 18번째 생일때, 기억하지?

사무소에서 맞는 첫 번째 생일이었지.

서프라이즈 파티였지, 아마?

미오가 너한테 내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걸어서 사무소로 달려오게 했었지. 

대성공이었네. 결과는. 기뻐서 울었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네.

사무소 사람들 모두가 축하해주고... 미오는 능글능글하게 그렇게 프로듀서가 좋냐면서 놀려댔었지. 

물론 넌 부정했지만, 얼굴 붉혔던 거 다 보였다고?

참 솔직한 애구나 싶었어.

이 꽃다발도 그때 너한테 준거랑 똑같은 거야.


톱 아이돌이 됐을 때는 정말 여한이 없었어.

내 손으로 키운 아이돌이,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니 꿈만 같았지.

사실, 나 시상식때까지도 꿈인가 싶어서, 멍하니 있었는데, 네가 갑자기 나한테 안겨오니까 현실이구나 싶었지.

물론 네 행동은 좀 경솔했어. 그러다 스캔들 일어났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방금 막 톱 아이돌이 된 참인데, 스캔들이 생기면 노력이 다 허사가 된다니까.

참, 그땐 너무 막무가내였어.


네 19번째 생일날, 기억할거라고 믿어.

그때, 내가 너한테 생일선물로 반지를 줬잖아.

그래, 솔직히 말해서, 그 전부터 좋아했었다고?

그래도 말이야. 나이차가 7살 훨씬 넘는 아저씨가 여고생을 좋아하다니, 위험하다니까.

그래서 19살이 되던 그 날에, 이때다 싶어서 바로 해버렸지.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부끄럽네.

그 날이, 우리가 약혼한 날이었지.


결혼식때는, 사무소 사람 모두가 와줘서 정말 기뻤어.

치히로씨가 주례를, 린이랑 미오가 들러리를 서주고, 모두가 축가를 불러주면서 축복해줬어.

그때 네가 던졌던 부케, 아마 사나에 씨가 받았었지?

지금이 아니면 안돼! 라면서 필사적으로 부케를 받으려고 달려드는 사나에 씨가, 뭔가 범인을 잡으려고 달려드는 경찰같아서, 피식하고 웃어버렸어.

정말,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어.


우리 신혼여행은 유럽이었지.

정말 여러군데 다녔었네.

루브르에도 갔었고, 에펠탑에도 가봤고, 산토리니에도, 로마에도, 바티칸에도...

네가 루브르에서 본 모나리자가 의외로 작아서 실망했었던게 기억나네.

"뭐예요!" 하면서 볼을 부풀렸잖아. 그때 정말 귀여웠는데...


아이가 생겼다고 했을 때엔, 깜짝 놀랐어.

아마 그 직후 했던 일이, 이름 짓기였지?

딸이라면? 아들이라면?

내 인생에서 했던 고민 중 가장 행복했던 고민이었을거야.

아이 방도 꾸며보기 시작하고, 뱃속 아이에게 말도 걸어보고, 아이를 돌볼 준비도 하기 시작했지.

한 몇달 쯤 지나서였나?

그때부터 네가 입덧을 하기 시작했잖아.

그때 고생 진짜 많이 했었지.

퀭해보이는게, 진짜 힘들다는게 눈에 다 보였어.

그래서 먹고 싶다는 거는 다 사줬었지. 아마 그때 살이 좀 쪘었지?

임신해서 그런거야! 하면서 필사적으로 부인했지만, 체중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구요?

그래도, 정말 행복했던 때였어.


한밤중에 네가 배가 아프다면서 일어났었지.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었는데, 바로 출산 준비를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빴었어.

그때, 사실 예감이 좋지 않았어.


네가 출산실에 누워서 아이를 낳고 있을 때, 옆에서 손만 잡아줬지.

그것 말고 해줄 수 있는게 없었어.

그게 정말 싫었어.

진통은 계속되고, 아이는 나오질 않고...

수십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나오질 않았어.

드디어 아이가 나왔어. 귀여운 딸아이었어. 

근데, 뭔가 이상했어.




아이가 울지 않았어.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았어.



우리 딸이, 귀여운 딸이, 빛을 보지도 못하고 죽었어.

너도 바로 의식을 잃었고.

그 뒤로 수일간 계속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매고...

의식 없는 널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왜, 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지?

우즈키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왜 아내를 위해 무엇 하나 못해주는 거지?

그게, 다른 무엇보다도 괴로웠어.


네가 눈을 떴을때, 넌 내게 이렇게 말했지.


"프로듀서씨... 고마워요.

24년동안...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죽더라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요.

프로듀서씨는 좋은 분이니까... 분명 저보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전 잊어버리시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해주세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리곤 다시 의식을 잃었어.

다시, 네가 내게 말을 거는 일은 없었어.


장례식은 간소하게 치뤄졌어.

네 가족이랑 내 가족, 그리고 린과 미오.

사람들 앞에서는 최대한 눈물을 참았어.

그런데 장례식장을 나오자마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

차 안에서, 혼자 계속 울었어.

소중한 사람들을, 둘 씩이나 한번에 잃어버렸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수석에서 따뜻하게 웃어줬던 너와 같이 차를 탔었는데, 이젠 혼자밖에 없어.


눈을 뜨면, 바로 옆에 네가 있을 것만 같은데,

방을 나오면 네가 차린 밥이 있을 것만 같은데,

집에 돌아오면 네가 웃으며 맞이해줄것만 같은데.

그렇게나 생생한데, 넌 이제 내 곁에 없어.

이렇게 비석 하나만 남기고...


지금도, 우리 집은 그대로야.

너와 찍었던 사진들...

같이 여행가서 사왔던 기념품들...

열심히 꾸며놓은 아기방...

내 방에 붙여놓은 네 포스터까지...

치우려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손을 대지 못하겠어.

치워버리면, 다시는 널 보지 못할 것만 같아...

네가 부탁한건데, 왜 그것 하나 해주지 못하는걸까.

난 어째서 이렇게 한심한걸까.


우즈키. 27번째 생일 축하해. 

그리고, 미안해.

네 마지막 말도, 못 지켜줘서.

널 잊어주지 못해서...

고마웠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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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눈팅만 하다, 팅 하고 와서 써봅니다.

7kb맞추는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네요ㄷㄷ

다짜고짜 똥글 투척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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