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It's Long Way To The Top! Track 002: Victim Of Love

댓글: 8 / 조회: 1625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6-23, 2014 18:01에 작성됨.

「San Tropez」 by Pink Floyd

 

 

 

사장「합격 축하하네.」

린「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는 시부야와 눈이 마주쳤다.

 

린「어제의...」

야마자키「아, 어젠 미안했어. 조금 정신이 팔려 있어서.」

린「괜찮아요.」

사장「오, 혹시 아는 사인가?」

야마자키「아뇨... 어제 거리 공연을 보던중에 실수로 발을 밟아서요.」

사장「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구만.」

사장「시부야군, 이 사람이 자네를 맡게 될 프로듀서일세.」

야마자키「잠깐만요. 제가 언제부터 프로듀서가 됬죠?」

사장「어라? 안할건가?」

야마자키「애초에 그냥 구경한다고 따라왔을 뿐입니다만...」

사장「하하, 그랬지.」

 

옆에서 시부야가 수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사장「뭐, 이왕 온거 한 번 일일 프로듀서가 되보는 건 어떤가? 뭐든지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이사람 마이페이스에다가 막나간다. 일일 프로듀서?

 

야마자키「하아...」

사장「혹시 모르지 않나? 시부야군이 나중에 톱 아이돌에 올라 설지.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네만.」

 

사무원 센카와씨도 뭔가 기대하는 눈빛이다. 도대체 뭡니까. 정상적인 반응이라면 뭔가 경계하거나 의심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바로 내 앞에 있는 여고생처럼요.

야마자키「아니 애초에, 절 보고 팅,하고 왔다고 하시는데, 도대체 저한테 뭐가 있어서 자질이 있다고 확신하시는 겁니까. 전 그냥 별 생각 없이 사는 20살 남아일 뿐이거든요.」

사장「감일세.」

 

머리가 아파온다. 감, 감이라... 거기 사무원씨. 이런 사장으로 괜찮은가?

 

야마자키「센카와씨. 이런 식의 스카우트, 뭔가 문제있다고 생각 안하시나요.」

치히로「사장님의 직감은 백발백중이거든요.」

 

도대체 그 신뢰감은 어디서 오는 겁니까? 게다가, 뭔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고 있다. 난 진짜 평범한 지나가던 청년 A일 뿐이라구요. 아이돌 프로듀서라니...

 

야마자키「전 제 휴일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데요...」

사장「뭐, 굳이 강요는 하지 않겠네. 하지만 아깝지 않은가? 무엇이든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

 

거부권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이젠 뭔가 빠져나오기도 힘든 분위기다. 어쩔 수 없지. 최후의 희망에 걸어보자.

 

야마자키「...시부야씨는 어떻게 생각해?」

린「흐음... 뭐, 조금 막나가긴 하지만...」

 

하지만...이라. 그럼 대답은 정해졌구만.

 

린「나쁘진 않다고 생각하는데. 당신, 나쁜 사람같지는 않아 보이고.」

치히로「아이돌 프로듀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구요?」

 

아아, 정말. 알겠다구요. 까짓거 할 일도 없는데 하루 해보죠 뭐.

 

야마자키「...알겠습니다. 그대신 딱! 하루만입니다.」

사장「좋네.」

 

사장이 씨익 웃었다.


----

야마자키「그래서, 왜 이렇게 된거지?」

시부야「...글쎄.」

 

현황 보고. 난 지금 시부야씨랑 거리에 나와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냐고?

잠시 무디 블루스...아니 시간을 되돌려 보면...

 

 

사장「여기 있네.」

야마자키「...이게 뭡니까?」

 

사장이 건네준 것은 한장의 봉투였다. 무엇이 들었는지 조금 묵직하다.

봉투를 열어보니. 무려, 후쿠자와 유키치(1만엔 권에 그려진 인물)가 몇 장이나 들어 있었다.

 

야마자키「돈...?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사장「프로듀서는 아이돌의 파트너일세. 프로듀서는 아이돌을 이해하고, 보조할 수 있어야 하지.」

야마자키「...그래서요?」

사장「요컨데, 오늘 하루는 서로 처음 만났으니 먼저 서로를 알고 대화를 나누어 보라는 것일세. 서로가 어떤 사람인가. 이 사무실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 되어 있으니, 오늘 하루는 같이 보내면서...」

 

...그러니까 데이트를 하라, 이 말인가? 실로 황당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기획을 하는거지?

도대체가 기가막혀서...

 

사장「아, 덧붙여서 나는 방금 전에 급한 일이 들어와서 말일세. 아마 오후 6시 쯤에나 돌아올 걸세. 그전까진 사무실은 닫아놓아야 해. 좀 바쁜 일이라서 말일세. 그러니까 시부야군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사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무실 바깥으로 나갔다.

 

야마자키「아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상황을 보니 시부야 양을 보러 오신거 같은데, 길거리에서 만난 저를 끌고 와선 급한 일이 생겼다니요.」

사장「하아, 그게 말일세. 이 사무실 입지가 그렇게까지 좋지 않아서, 연줄을 잡기 위해선 내가 직접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한다네. 나도 방금 전까진 느긋하게 시부야 양에게 아이돌에 관한 소개를 할 생각이었지만, 지금 급히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생겨서 말일세.」

 

...아무리봐도 계획적으로 저지른 완전범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 그냥 거짓말 아냐?

하아, 그렇다고 거짓말이냐고 따지기도 애매하다. 시부야 양인가, 합격 통보를 받고 와서 당황했을텐데... 어쩔 수 없지. 어울려 줘야지.

 

야마자키「하아, 정말. 알겠습니다.」

사장「사정을 알아주니 고맙네.」

 

사장은 이미 나갈 채비를 끝내고 있었다.

 

린「뭐가 뭔지...」

 

시부야씨도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이해합니다. 그 심정. 일일 프로듀서? 설마 이렇게 막나갈거라곤 생각 못했죠.

 

치히로「자, 자, 두사람 모두~」

 

센카와씨가 나와 시부야의 등을 문 밖으로 떠민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능글맞은 너구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릴 사무실 밖에 새워놓은 디 사장과 센카와씨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면서 사라졌다. 무슨 여관주인입니까?

 

 


....이상이 사건의 전말이다.

아니, 만난지 10분도 안된 사람하고, 그것도 여고생하고 데이트라니?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이게 데이트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지나가던 행인A랑 아이돌(예비)을 이런 식으로 붙여놓으면 안되는 거 아냐?


그리고 혹시 나랑 시부야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 문제 생길지도 모르잖아.

....망상이 지나쳤다. 자중하자.

 

야마자키「...일단 뭔가 먹으러 갈까. 점심 먹었어?」

린「그렇네. 아직 안 먹었는데.」

 

이럴 땐 남자인 내가 리드 해야 하는 건가...? 이런 경험이 없는데 알리가. 일단 타협해보자.

 

야마자키「시부야씨는 무슨 음식을 좋아해?」

린「음.. 특별히 가리는 건 없는데.」

 

나왔다. 난이도S랭크의 퀘스트가. '특별히 싫어하는 건 없다'니, '아무거나'라니.

그래놓고 정작 데려가면 불평한단 말이지.

뭔가 '적당한 데'라고 하지만 결국 '내 마음에 드는 곳 맞춰봐라.'랑 같은 뜻 아냐?

...이 애는 그러진 않을거 같지만. 어제 발을 밟은 일도 쿨하게 넘어갔고.

 

야마자키「흠...」

 

외식을 그다지 안해서 떠오르는 곳이 딱히 없는데... 패밀리 레스토랑이 좋을까?

아니, 뭔가 분위기 있는 곳을 잡아야 할 거 같은데.

나도 남자라는 건가, 이럴땐 왠지 폼나는 곳에 데려가서 으스대고 싶다.

뭐, 내가 뭔가 보여준다고 하면, 아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지만.

 

린「딱히 떠오르는 데 없으면 적당히 패밀리 레스토랑같은데에 가는 게 어때?」

야마자키「음, 지금 하나 떠올랐는데.」

린「어디?」

야마자키「락카페라고 알아?」

린「락카페?」

야마자키「작은 공연장이 있는 가게인데, 식사비는 조금 비싸지만 공짜로 공연을 볼 수 있어.」

린「락밴드가 공연을 하는거야?」

야마자키「응, 조금 시끄러울지도 모르겠지만.」

린「나쁘지 않을 것 같네.」

야마자키「좋아.」

 

결정이다. 위치는 여기서 걸어서 10분 정도.

번화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야 해서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

시부야는 내 옆에 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거 이러니까...뭔가...아니다. 그만두자.

 

린「그러고보니 이름도 못 물어봤네. 이름이 뭐야?」

야마자키「야마자키 하야토.」

린「흐음. 야마자키씨구나.」

야마자키「......」

린「......」

 

거,거북해! 이대로 카페까지 10분이나 견디는 건사양이다. 뭐, 뭔가 대화를 끌어가야 할 거 같은데...

 

야마자키「...그런데, 왜 아이돌이 되려고 한거야?」

린「흠... 아이돌이 되어서, 빛나는 무대 위에 서보고 싶어.」

야마자키「그렇구나.」

린「응.」

야마자키「......」

린「......」

 

또 끊겼다. 슬쩍 보니 뭔가 무표정해서 말 걸기도 힘들어! 대화가 끊기든 말든 별로 상관 없다는 건가?

 

린「야마자키씨는, 뭐하는 사람이야?」

야마자키「뭐하는 사람?」

린「음...직업이라던가.」

야마자키「음...그냥 평범한 레코드점 직원인데.」

린「흐음.」

 

시부야는 뭔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대화가 또 끊어진다.

어째 어제 오늘은 마이페이스인 사람만 만나는 거 같다...

나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은데, 시부야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 같다. 그저 한참을 묵묵히 걸을 뿐이다.

 

린「카페까진 얼마나 남았어?」

야마자키「어디보자... 이제 3분쯤?」

 

겨우 입을 열었다 하니 그거였나...

 

야마자키「그러고보니, 어제 오디션을 본 거야?」

린「응.」

야마자키「그런데 말야, 왜 하필 CG 프로덕션에 온거야? 대형 아이돌 프로덕션같은데 들어가는게 아이돌이 되기엔 좀 더 쉬울 거 같은데.」

린「별로... 오디션에 붙지 못했을 뿐이야.」

그리고는 얼굴을 돌린다.

...어? 내가 기분 상하게 할만한 말을 했던가? 아니, 아무래도 밟으면 안될 지뢰를 밟은거 같다.

으아아아아! 미치겠다! 누군가 카페를 여기다가 텔레포트 시켜줘!

 

 

----

 

 

야마자키「여기야.」

린「흐음...」

 

어째선지 걸었을 뿐인데 지쳤다... 사장은 6시쯤에 온다고 했던가? 아직 5시간 반이나 남았잖아.

 

락카페는 지하에 위치해 있다.

건물 위에 사람보다 조금 큰 크기에 기타 장식이 상당히 눈에 띌텐데도 그렇게 인지도가 있진 않은거 같다.

시부야는 스윽 훑어보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입구까지 장식되어 있는 록 밴드의 사진들이 빛을 받아 빛난다..

그나저나, 이시간대면 그녀석이 있을려나.

 

가게 내부는 화려한 조명으로 밝혀져 있고, 록음악과 관련된 소품들이 즐비하다.

록밴드의 심볼이 그려진 티셔츠나, 모자따위도 진열되어 있다.

시부야는 가게 내부를 신기한 듯 둘러보았다. 나도 처음 왔을땐 저랬던가.

카운터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야마자키「여어.」

리「오랜만이다? 왠일이냐.」

 

이녀석은 이토 리토. 내 오랜 악우이다. 고졸후 이 락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이름에서 운율이 느껴지지만, 본인은 그걸 정말 싫어해서 다들 '리'라고 부른다.

리가 내 옆에 선 시부야를 보더니, 음흉한 표정을 짓는다.

천하의 시부야씨조차 그 얼굴에 움찔해서 한걸음 뒤로 물렀다.

 

야마자키「뭐, 뭐야?」

리「뭐야, 여친이냐? 언제 생긴거야?」

야마자키「그런거 아냐.」

리「하긴. 너같은 놈한테 저렇게 견실한 애가 꼬일리가. 그럼 뭔데? 사촌동생이나 그런거냐?」

야마자키「하아... 조금 말하기 곤란한데.」

리「뭐냐? 뭔가 수상한 일이라도 벌이는 거야?」

야마자키「그런거 아니라니까. 그보다 이시간대 밴드는 뭐야?」

리「5분 후부터 레드 셔츠 가이즈가 공연 시작할거야.」

야마자키「알았어. 시부야, 저쪽으로 가자.」

 

시부야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리가 뭔가 또 헛소리를 하기 전에 자리를 뜨자.

우린 벽쪽에 붙은 2인석 자리에 앉았다.

 

야마자키「뭐 먹을래?」

 

주된 메뉴는 샌드위치나 햄버거, 나초따위다. 스테이크같은 것도 있다.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만, 공연을 보는 값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무엇보다 내가 돈 내는게 아니니까.

시부야는 조금 메뉴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마자키「뭐 먹을래?」

린「추천하는 메뉴, 있어?」

야마자키「흠... 그렇다면, 이게 좋을까.」

 

시부야에겐 무난하게 캘리포니아 버거 세트를 권했다.

내가 고른 건 레드 핫 칠리 버거.

맛은 있다만, 작명 센스는 조금 생각해야 할지도...


음식을 주문한 사이, 공연이 시작 되었다.

레드 셔츠 가이즈는 20대 청년 다섯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보컬과 리드기타와 리듬기타, 베이스와 드럼으로 구성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록밴드였다.

아참, 리한테 쟤네 장르 묻는거 잊었다. 뭐, 상관 없나?

 

이윽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Victim Of Love」by Eagles

 

 

경쾌한 기타리프로 인트로가 시작되었다.

이거, 분명히 Eagles의 곡이었던 거 같은데.

시부야는 시작된 공연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린「야마자키씨는 록음악을 좋아해?」

야마자키「뭐, 그렇지」

린「이런 식으로 들어보는 건 처음일지도.」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일일 프로듀서란 건 결국 뭘 하면 되는거지?

사장은 소통을 해보라고 한거 같은데...

아니 뭐, 애초에 할 생각도 없는데, 나란 놈은 뭘 또 성실하게 하려는 거야.

내가 머리를 싸쥐고 고민하는 사이, 어느 새 식사가 나왔다.

야마자키「여기.」

 

시부야에게 쟁반을 건네려는데 공연에 빠져서 본척도 안한다.

우와, 무안하잖아. 옆 모습을 보니 시부야씨는 공연에 완전히 빠져서 내가 부르는 것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야마자키「시부야씨, 식사 나왔는데.」

린「아? 응.」

 

아무래도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여길 온 게 정답일까.

 

야마자키「마음에 들어?」

린「꼭 무대가 아니더라도, 저렇게 빛날 수 있구나.」

 

뭔가 우수에 찬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음... 만난지 얼마 안되서 섯부른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이 애 중2병 소질이 있지 않을까.

그냥 순수한거라면 좋지만.

어느새 첫번째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이 진행된다. 이번엔 오리지널곡이다.

야마자키「햄버거는 어때?」

린「맛있는데. 마음에 들어.」싱긋

 

그 미소때문에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우와. 파괴력 장난 아냐. 위험하잖아!

이러지 저러니 해도 아이돌지망생이구나.

 

린「왜?」

야마자키「아, 아냐.」

야마자키「그런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거지.」

린「응?」

야마자키「아니, 솔직히 이건 뭐라고 할까, 일일 프로듀서랬지만 말야...」

야마자키「사실 아이돌엔 그렇게 흥미 없었는데...」

린「흥미 없어?」

야마자키「그냥, 단순히 별로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어. 아이돌의 음악이라면 몇 번 들어봤지만. 이렇다 할 매력은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린「흐음.」

야마자키「아, 하지만 키사라기 치하야는 괜찮았을지도.」

린「확실히.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해.」

야마자키「아이돌의 음악을 들으면서 전율한 건 키사라기 치하야가 처음이었지.」

린「응. 나도 그 사람을 보고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는 걸.」

야마자키「사실은 그냥 가게 주인 아저씨가 열렬한 팬이라 어깨너머로 들은 것 뿐이지만.」

린「그럼 야마자키씨는 평소엔 록만 듣는거야?」

야마자키「딱히 장르를 가리진 않는데, 대부분은 록을 들어.」

린「그렇구나.」

 

위험하다. 시부야가 또다시 침묵 스킬을 시전하려 해! 뭔가 화제를...

 

야마자키「어째 내 이야기만 하네. 시부야씨의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을래?」

린「...나? 어떤 이야기?」

야마자키「으음... 그렇지. 시부야씨는 어떤 음악을 들어?」

린「...별로. 이렇다 할만한 건 없는데. 그냥 가끔 인기있는 곡을 듣거나, 어디서 우연히 들은 것을 찾아보거나. 딱히 심취해있다거나 그런 건 없네.」

야마자키「흐음, 노래는 잘 해?」

린「음...어느정도?」

 

으음.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생각이 안나... 어쩌지.

야마자키「시부야는, 뭔가 대하기 어렵구나...」

린「」

엇?

야마자키「...나, 지금 소리내서 말했어?」

린「미안해. 붙임성이 없어서. 나, 조금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러...」

 

저,저질렀다.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야마자키「아, 아냐! 그런 것도 아닌 걸. 나만 해도 대화하는데 무슨 말을 건네면 좋을 지 몰라서 고생했고.」

린「하지만, 이것때문에 오디션에서 번번히 실패했고...」

야마자키「그, 그래?」

 

설마 계속 실패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CG프로덕션의 아이돌이 된걸까.

 

린「...웃음도 억지로밖에 못지어서, 왠지 무서워 보이는걸까?」

 

아니오. 아까 본 미소는 천상의 미소였습니다.

잡생각은 집어치고, 이걸 어떻게 한다...? 어떻게 풀어 줘야 할거 같은데...

 

야마자키「그렇다고는 생각 안하는데. 아까 햄버거 먹을땐 자연스럽게 웃었잖아.」

린「그,그래?」

 

시부야가 당황한 듯 물었다. 쭉 무표정이었던 아가씨가 이런 반응을 보이니 신선하다.

 

야마자키「그리고, 그런 걸 억지로 고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린「어째서?」

야마자키「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다면, 그걸 고치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모든 것엔 단점만 존재하진 않잖아? 단점이 있다면 최소화하고, 장점이 있다면 최대한 살리면 되잖아. 잘 웃지 않는 쿨한 이미지. 그건 시부야 린의 정체성이자 개성이잖아.」

린「그럴까..?」

야마자키「반대로, 뭐든지 평균적으로 잘한다면 그건 오히려 개성이 없다고 생각될지도 몰라. 시부야는 시부야만의 특기를 잘 살리면 되지 않을까?」

린「...후후」

야마자키「...시부야?」

린「고마워. 뭔가 홀가분해졌어.」

야마자키「그,그래?」

린「아아- 뭔가 대단치 않은 문제로 고민한 기분이야.」

야마자키「......」

린「야마자키씨, 프로듀서에 소질 있을지도.」

야마자키「...그래?」

 

리「뭐어야? 아깐 여친 아니라며?」

린「여,여친?」

야마자키「여친 아냐.」

 

이녀석은 또 어디서 불쑥 나타난거야?

 

리「뭘, 뒤에서 보니까 하는 꼬라지가 딱 연인이더만.」

야마자키「아니라니깐. 그보다, 갑자기 무슨 일이냐?」

리「서비스. 내 특제 샌드위치다.」

 

요즘 샌드위치는 원형으로 만드나 보다. 게다가 패티랑 둥근 빵까지 얹어서.

 

야마자키「너 잠깐 사이에 시력이 나빠졌냐? 아무리 바도 햄버거잖아.」

리「내가 샌드위치라면 샌드위친줄 알아. 다시 가져갈까?」

야마자키「감사히 받겠습니다.」

 

리「저기, 이녀석 착하지만 얼이 빠져있어서 답답하거든. 나랑 사귀는 건 어때?」

야마자키「쓸데 없는 소리 말고 꺼져. 여친 아니라니까?」

리「니 여친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응? 어때?」

린「죄송하지만 사양할게요.」

 

린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리「아아..네.」

 

광속으로 차였다. 아아, 불쌍해. 리는 후들거리며 사라졌다.

 

야마자키「풋.」

린「후훗.」

 

린이 작게 웃는다.

 

그런데...나는 어떨까?

 

린「왜?」

야마자키「아무것도 아냐.」

 

...묻지 말자.

 

 

 

-------------

 

...몇번을 뜯어고쳤지만 여전히 어색해 보이네요.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