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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천 엔 포장마차 입니다. -27-

댓글: 13 / 조회: 2263 / 추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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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1, 2014 21:04에 작성됨.

 



대하.


몸집이 큰 새우大蝦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생물은, 좀 더 몸집이 큰 암컷 기준으로 평균 16~18cm 큰 것은 근 30cm에 달하는 몸길이를 가지고 있으며 눈 사이로 튀어나온 이마뿔이 길고 곧은 것이 특징이다.


보통의 작은 새우와 달리 이름값을 하는 이 큼직한 새우는 그만큼 살이 많은데다 맛까지 썩 좋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다.


'나도 꽤나 좋아하고.'


기본적으로 가리는 음식은 없는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대하는 수위를 다투는 요리 재료중 하나다.


통통하게 오른 살집에서 느껴지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


눈을 게슴츠레 감고 상상속의 맛을 즐기다 퍼뜩 정신차리고 대하를 다듬는것에 정신을 집중한다.


기본적인 손질로 등 쪽의 내장과 꼬리 쪽의 물주머니 제거가 있다.


대락 등의 두 마디쯤 되는 등 부분에 이쑤시개 같은 날카로운 물건으로 살짝 살을 파서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내장을 끌어올린다.


또한 꼬리 쪽의 가장 위에 위치한 물주머니를 제거해 튀기거나 할 경우 기름이 튀기지 않도록 하는데 이건 딱히 튀김이 아니라면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이후는 요리의 시작이다.


가장 대표적인건 역시 구이.


손질한 대하에 약간의 간을, 아니면 아예 하지않더라도 그대로 구워낸다면 어렵지않게 대하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훌륭한 요리가 완성된다.


치즈를 좋아한다면 약간의 치즈를 얹거나 그 외의 다른 양파나 마늘로 맛을 더한 양념을 속에 넣어 오븐에 구워도 안주로 그만한게 없지.


주로 먹는 방법인 구이 외에도 미나리나 파와 같은 채소와 함께 쪄 소스를 곁들여 먹는 찜도 한번 맛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구이도 좋지만 역시 촉촉하고 은은한 맛이 오래 남는 찜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오래찌면 수분이 빠져나가 살이 수축해버려 단단해지는 탓에 맛이 없어지지만 살짝 찐다면 문제없다.


바다건너 옆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을 듣고 해본거지만 잣을 참기름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갈아 대하 찜에 버무린 후 죽순이나 미나리를 살짝 데쳐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진미.


다시한번 속으로 군침을 삼키며 대하의 맛을 상상하다 무심코 허리 부근을 주물러본다.


아직 근육이 붙어있긴하지만 몇년전과 달리 어째 조금 말랑말랑해진 기분이다.


응……솔직히 포장마차 일을 시작하면서 많이먹긴 했지.


그야 그럴것이 평소엔 귀찮아서라도 대충 먹었다지만 포장마차일을 하면 매일같이 열심히 만든 요리들이 주위에 즐비하니 식욕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운동을 해야하나 싶어도 정기 휴일을 제외하면 매일이 바쁘니 그것도 쉽진않고.


일종의 직업병이려나 하고 그냥 한숨 짓고는 만다.


 


저녁무렵.


손님들이 한창 바쁘게 들어오는 시간이 겨우지나 이제야 한숨 돌리겠구나 싶어 자리에 앉아 시간 확인겸 한 쪽에 박아뒀던 스마트 폰을 꺼내본다.


"어라? 아카바네 씨."


다만 액정에 불이 들어왔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온건 부재중인 메시지 하나.


발신인은 아카바네 씨 였다.



[From] 아카바네 씨
[Sub] 오늘 밤에 시간 괜찮으세요?


오늘 사무소의 사무원들이 전부 업무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같이 한잔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요. 혹시 영업이 끝날 때 쯤 늦게라도 괜찮으시다면 다같이 한잔하러 가도 괜찮을까요?



이런 내용의 메시지다.


아마 장사가 끝날 무렵에 오면 내가 퇴근하지 못하니까 그것 때문에 물어본것 같은데.


나야 뭐 평소에도 영업시간 이후까지 아저씨들이 잔뜩 마시던게 한 두번 있는일이 아니라 조금 늦어도 상관없으니 문제없지.


괜찮다는 의향을 적어 답장을 보낸다.


띠링.


"으억 빠르잖아 답장."


보내기가 무섭게 돌아오는 답장.


내용을 확인하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따 올때 다시 연락주겠다는 메시지가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들어있다.


이모티콘이라…….


몇번 써보려고 시도는 해봤지만 도중에 그만뒀던 기억이 떠올라 쓰게 웃는다.


후타미 자매나 다른 그 아이돌 사무소의 아이들과 문자를 할 때 가끔 보게 되지만 역시 직접 쓰는건 영 거부감이 들어서 말이지.


많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가 서른쯤 되니까 그런건 젊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가 하는 고리타분한 감상이 드니 원.


그러고보니 아카바네 씨도 코토리 씨랑 비슷한 나이였던가.


직접적으로 묻거나 들은적은 없지만 사무소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얼추 들어서 짐작은 간다.


그 말은 즉 나와도 그리 많은 차이는 나지 않을거고.


그래도 하는 일의 이미지 때문인가 나와는 달리 능숙하게 스마트 폰을 다루는 모습이 쉽게 상상된다.


하긴 스마트 폰 조차 쉽게 다루지 못하면 그 수많은 아이들의 영업은 좀 힘들겠지.


만약 기기 조작이 서투른 아카바네 씨라…….


양손으로 스마트 폰을 부여잡고 낑낑대며 스케쥴 정리를 한다거나 메시지를 작성하는 아카바네씨를 떠올렸다가 나도 모르게 실없이 픽 웃음을 터트린다.


"……뭐하냐 너."


"헉?! 뭐, 뭡니까 갑자기?!"


"아니 네가 영 이상스런 얼굴로 히죽거리는게 영 보기 그래서."


언제 왔는지 내 앞 자리에 앉아 뚱한 얼굴로 말을 거는 스튜디오 사장님 때문에 깜짝 놀라버린다.


"제가 언제 이상스런 얼굴로 히죽거렸다고."


"방금 전에. 사진도 찍었는데 보여줘?"


"……지워요 당장."


저 인간이 진짜.


소리없이 온건 그렇다쳐도 몰래 사진 찍는건 뭐하는 짓이야.


하기사 하루이틀 이러는 사람이 아니니 그려려니하고 다른 화제로 말을 걸어본다.


"그나저나 시간이 몇신데 집 안가십니까?"


"나도 밥은 먹고 살아야지."


"집에서 사모님이 해주신 따뜻한 밥은 어쩌고요."


"따뜻하긴 한데 엄연히 말하면 밥은 아니야. 컵라면이거든. 그리고 내가 직접 해먹어야하지."


"……많이 바쁘신가보네요."


"딸내미랑 같이 쥬피턴가 뭔가 하는 떨거지들 콘서트 간단다."


"……."


분명 쥬피터가 쿠로이 사장님 소속사의 아이돌 유닛이였지 아마.


요즘 제일 잘나가는 남성 그룹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돌들이 부르는 노래를 작곡하는 스튜디오중에 가장 잘나가는 곳의 사모님과 따님도 그 그룹의 팬이었던 모양이다.


"마누라랑 자식새끼 먹여살린다고 피를 토하며 일해도 다 소용 없어. 그 놈의 아이돌이 뭐라고 남편이랑 아빠는 내팽개치고……."


스튜디오 사장님은 거기서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들썩인다.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하는데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한 채 그저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만 보는데 문득 스튜디오 사장님이 머리를 퍼뜩 들어올린다.


"두고봐. 이번에 들어온 961 프로덕션 곡작업 완전 개판으로 만들어 버릴테다. 아니지, 교묘하게 표절을 해서 만들어버린다음에 내가 폭로해버리는거야! 아이돌에게 이미지는 생명, 표절곡을 부른 아이돌이 무사할거 같아?!"


"그럼 같이 죽지않습니까?!


"상관없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오버좀 하지 마세요!"


겨우 진정시키고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그렇게 유난 떨일도 아니었다.


다른 극성팬처럼 죽지못해 안달인것도 아니고 그냥 대충매체로만 즐기다 이번에 콘서트 표를 구해서 처음으로 가게 된 모양인데 그걸로 무슨 가정을 지키고 마니가 나오는거야?


"심지어 본인이 구해다줬다면서요 표도!"


"어쩔수 없잖아! 내 딸이 나에게 그런 애교를 부리는데 어떻게 안해줄수가 있어?!"


"아 예 이제 알겠습니다."


"그치? 너도 알겠지?"


"네. 사모님과 따님이 참 사장님이랑 같이 살기 힘들것 같다는걸요."


피곤한 사람이야 정말.


내가 더 말을 들어줘봐야 나만 고통받을것 같아 대충 무시하고 연신 꿍얼거리는 스튜디오 사장님 입에 대하를 밀어넣으니 조용해져선 꾸역꾸역 먹기 시작한다.


나도 나중에 결혼하고 자식 낳으면 저렇게 팔불출이 될까 겁난다.


하긴 그럴 사람도 없지만.


고개를 몇번 젓고 '한그릇 더'를 외치는 스튜디오 사장님에게 다시 대하를 가져다 바친다.


 


대충 정리가 끝내고 구부정한 허리를 펴 기지캐를 킨다.


이미 다른 손님들은 전부 떠났고 이제 마지막 예약손님만 남은 차례.


세명이 전부이니 다른 도구들은 전부 치워놓은 후 세 사람이 오면 바로 요리를 할 정도로만 준비를 해둔다.


아까 전에 오고있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아마 이제 곧 오지 않나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문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건 반가운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인사하는 아카바네 씨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점주 씨."


뒤이어 아키즈키 씨, 오토나시 씨가 들어오며 인사를 건넨다.


"밖이 제법 쌀쌀하네요."


"해도 떨어졌고 이젠 완연한 가을이니까요."


안으로 들어오며 부르르 떠는 오토나시 씨의 말에 히터의 방향을 바꿔주며 말한다.


따스한 기운이 불어오자 괜찮아졌는지 오토나시 씨가 웃으며 감사를 보내고 나머지 사람들도 그 옆에 옹기종기 모여 착석을 마친다.


아닌게 아니라 요리가 한창이고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오히려 안이 더울지경 이었지만 역시 사람도 없는데다 진작에 조리기구가 식은 지금은 내부가 서늘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어째 꼭 밀착해 앉은 세사람의 모습이 새둥지의 아기새들 같은 모양새라 또다시 웃음이 터져버린다.


그러자 아키즈키 씨가 의아해하며 묻는다.


"왜 갑자기 웃음을?"


"아, 아뇨. 별거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모여계시는 모습이 꼭 새둥지의 아기새들 같아서요."


"삐약? 아기새?"


"아저씨처럼 아무도 치지않은 이름개그에 혼자 반응하지마요 코토리小鳥 씨."


"아, 아저씨……."


아키즈키 씨의 직격탄에 괜히 말 한번 꺼낸 오토나시 씨가 침몰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부활해서 말을 잇는다.


"그래도 아주 틀린말은 아니네요. 앞에서 어미새가 먹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후후. 그럼 속히 요리를 시작해볼까요."


그 말과 함께 조리기구에 불을 붙힌다.


"오늘의 메뉴는 대하네요."


"가을이니까요. 하긴 가을에는 먹을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요."


"천고마비 인가요."


"하늘이 높은건 그렇다쳐도 살찌는건 말 뿐만이 아니지만."


사자성어를 읊는 아키즈키 씨의 옆구리를 아카바네 씨가 쿡하고 찌른다.


"무,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프로듀서?! 전 아직 괜찮다고요?"


"흐흥~ 괜찮다고?"


"네, 네?"


뭔가 있는것마냥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아카바네 씨.


요리를 하면서도 귀를 기울이자 아카바네 씨는 이내 말을 이어간다.


"지난번 아이들의 신체검사 때 말이지. 전부 끝나고 이제 자료정리하려다 깜빡 두고온것이 생각나 신체검사실에 돌아가니까 글쎄 리츠코가 있더라구? 그때 리츠코가 누가 와도 모를것처럼 심각하게 측정 디스플레이를 노려보다가 한숨쉰걸 봤다구요~?"


"그, 그걸 본거에요?!"


"분명 현상유지라던가 감소같은 희망적인 수치를 봤을 때 나오는 반응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리고 멀어서 자세히는 못봤지만 그때 봤던 수치가 분명히……."


"꺄아악!! 꺄아아아악?!"


"아하하핫!!"


가게가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는 아키즈키 씨와 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트리는 아카바네 씨의 모습이 대조된다.


"그, 그러는 프로듀서야 말로 요즘 방심하는거 아닌가요?! 분명 요즘 운동도 제대로 안하시고 매번 불규칙적인 식습관, 몸에 좋은 영향이 있을리가 없어요!"


"흠! 그 말이 나올것 같아 최근 나도 사무실에서 몰래 몸무게를 측정했었지만 과거와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구~?"


승리자의 포즈로 분한 얼굴의 아키즈키 씨를 내려다보는 아카바네 씨.


그런데 옆자리의 오토나시 씨가 어째서인지 식은땀이 흐르는듯한 난색의 표정으로 조심스레 말을 섞는다.


"저기 프로듀서 씨?"


"네?"


"그 사무소의 체중계 말인데요."


"네."


"고장이 조금 나있어요. 원래보다 약간 수치가 조금 측정되거든요. 정확히는……."


거기서 나를 한번 흘깃 쳐다본 오토나시 씨가 아카바네 씨의 귓가로 입을 가져다대 소곤거린다.


짧은 귓속말이 끝나고.


아카바네 씨의 얼굴이 더없이 붉게 타오른다.


"정말?"


"정말요. 왜냐하면 저도 피해자인걸요."


라며 어쩐지 해탈한듯한 태도로 먼곳을 바라보는 오토나시 씨의 모습에 아카바네 씨의 얼굴이 이번엔 새하얘진다.


"이상하다 생각했어. 분명 몸에 살이 붙은것 같은데 수치가 그대로인게. 우, 우우우…!"


"프로듀서?"


"리, 리츠코?"


옆을 돌아본 아카바네 씨의 시선 끝에 동지애로 가득찬 눈빛의 아키즈키 씨가 있다.


"같이 운동하죠. 잠을 줄여서라도."


"……응!"


방금 전까지 으르렁거리더니 또 이제는 의자매라도 된 것마냥 우애가 넘친다.


반대쪽에서 외면받은 오토나시 씨가 '어라? 나도 피해자라고 말했는데? 왜 난?' 이라며 당황해하던 말던 서로만의 세계에 빠진 둘.


아니 갑자기 상황극을 찍는건 좋은데.


"저기 요리 나왔는데요."


"윽!"


이제 요리가 나왔으니 먹을 차례다.


내용을 몰래 엿들은걸로 봐선 설마 다이어트인가 뭔가 때문에 평소랑 달리 자제하려나 싶은 생각을 하는데.


조심스레 한 입씩 먹어본 아카바네 씨가 활짝 미소지으며 말한다.


"그래! 오늘 이게 마지막이니까! 내일부턴 잘할거야 그렇지?"


"그래요 프로듀서."


"아하하 난 아무래도 좋은거지. 응……."


그렇단다.


그나저나 아키즈키 씨는 꽤나 자기관리에 깐깐한 이미지였지만 역시 식욕앞에선 어쩔수 없는건가.


무심코 개울가에 돌던지듯 툭 뱉어봤더니 다시한번 아키즈키 씨가 대경실색을 한다.


"어디까지나 이번만 마지막으로 여유를 가진거니까요! 꼭 먹을것이라고 느슨하게 대하는게 아니에요!"


"그런것치곤 여름에 에어컨 고장나서 다들 도망갈지경에도 혼자 꿋꿋이 버티면서 의지가 부족하다고 저한테 뭐라고 했었죠?"


"윽."


아까의 무시에 대한 복수라는듯 오토나시 씨가 능글맞은 미소로 아키즈키 씨의 아픈곳을 찌른다.


정곡을 찔린듯 젓가락이 우뚝 멈춰버린 아키즈키 씨의 어깨를 아카바네 씨가 툭툭 두드린다.


"여자라는 생물은 맛있는것 앞에선 어쩔 수 없는거야."


"인생 다산 중년 같은 위로하지마세요 프로듀서."


"그래서 이제 그만 먹을거야?"


중년이라는 말에 잠깐 꿈틀거리긴 했지만 아카바네씨가 다시 히죽거리며 대하구이를 하나 들어 내밀자 아키즈키 씨는 파르르 떨리는 눈을 애써 딴곳으로 돌리다 이내 받아든다.


"오늘까지만이니까요."


"그래그래."


"그, 그렇게 다 안다는것처럼 반응하지마세요! 프로듀서도 똑같은 입장이면서!"


창피함에 얼굴이 발개진 아키즈키 씨가 바락거리자 아카바네 씨와 오토나시 씨 둘이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사이 좋구만 다들.


그나저나 내가 괜한 말을 해서 개구리가 맞아 다친것 같아 좀 그렇네.


"괜찮아요 평소 일하면서는 저희가 리츠코한테 당하는 입장이니까 사적인 자리에서는 연상의 위엄을 세워야죠!"


"그 말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나요 프로듀서."


"그치만 일할때 리츠코는 무서운걸. 이럴땐 귀엽지만."


"그러니까 그렇게 낯뜨거운 소리를 사람 면전에서…!"


약점을 잡혀 놀림당하고 있는 사실에 불찰이라며 탄식하는 아키즈키 씨에게 사과겸 서비스를 하나 드린다.


갑자기 내밀어진 접시에 아키즈키 씨가 의아해하며 날 바라보는것에 설명을 시작한다.


"대하찜 이에요. 살짝 쪄서 잣즙으로 간을 맞췄죠."


접시에 담겨있는 요리는 아까 혼자 상상했었던 대하찜이다.


처음 팔려고 했던것이 아니기에 메뉴로 팔지는 않았지만 내가 먹기위해 약간 구해두었던 잣이나 죽순같은 재료들로 만든거다.


"옆나라의 요리인데 왕에게 올리던 요리중 하나였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정말 좋아하는 것중 하나구요."


"오오~ 그렇게 말씀하시니 엄청 대단해보이는 효과가."


"어라? 그런데 저희는요?"


내가 많지 않은 양의 요리를 담은 개인용 접시를 아키즈키 씨 앞에만 두자 오토나시 씨가 물어온다.


"원래 메뉴가 아니라 제가 먹기위해 재료를 챙겨 뒀다 만든거라서요. 양이 많지 않아요. 전 사과 차원에서 아키즈키 씨에게 드린거니까 글쎄요 드시고 싶으시면 아키즈키 씨에게 말씀해 보시는게?"


라며 아키즈키 씨를 바라보자 평소 보지 못했던 비웃음이 입가에 가득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당연 곱게 주지않을것 같은 그 태도의 아키즈키 씨 얼굴을 본 둘은 식겁한다.


"그, 그런게 어딨어요?!"


"역시 점주 씨도 어린 아이들에게 잘보이려는 속물이었어요!"


"누가 속물입니까 누가!"


나오지도 않은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치는 오토나시 씨의 모습에 결국 장난은 그만두고 숨겨두었던 다른 대하찜을 꺼낸다.


재료를 장사할 때 팔 정도로 넉넉하지는 않아도 혼자 먹기엔 많다 싶을정도로 구해두었다.


그걸 전부 꺼내 만들었으니 셋이 맛보기엔 충분하겠지.


그제야 접시를 하나씩 받아들고 입 안에 넣는 둘은 행복한 얼굴로 맛을 음미하며 만족한다.


응. 굳이 누가 더 어려보이냐고 묻는다면 역시 이 둘이 아키즈키 씨보다 어려보여.


외모는 별개로 치고 말이지.


그보나 역시 나도 맛정도는 봐야겠다.


내가 먹으려고 만든건데! 먹고싶단말이야!


나도 아까 살이 쪄서 문제니 뭐니 생각했지만 알게뭐람!


젓가락을 하나 들어 아카바네 씨의 접시에 담긴 새우를 하나 콕 찍어 옆의 죽순과 함께 들어 먹는다.


동시에 흐아앙! 이라며 울음을 터트린 아카바네 씨의 목소리가 들린것 같긴한데 당장은 맛을 느끼는 혀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무시한다.


죽순의 아삭한 식감과 함께 은은하게 울리는 향기는 대하에 닿아 그 맛을 더한다.


고소한 잣즙으로 더해진 대하 우러나오는 담백함이 어우러져 절로 눈이 감긴다.


내가만들었지만 맛있구만.


한참 그 맛과 향을 즐기고 나서야 눈이 떠지고 앞에서 눈물이 글썽거리는 얼굴로 날 노려보는 아카바네 씨가 눈에 들어온다.


"……저도 맛정도는 보고 싶어서요."


"왜 하필 제껄! 우우우!"


"다음에 또 만들어드릴테니까요."


아카바네 씨는 내 약속에 몇번을 확인을 한 후 안심했다는듯 옆자리의 사무원 들과 한잔 크게 넘긴다.


"그나저나 새우를 보니까 리츠코의 옛날모습이 생각나네."


"옛날의 저? 아아."


아카바네 씨의 뜬금없는 말에 아키즈키 씨가 잠깐 고민하다 이내 떠올랐다는듯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오토나시 씨도 이해한 모양이지만 난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 혼자 멀뚱히 아키즈키 씨를 보고 있으려니 그 시선을 눈치챈 아키즈키 씨가 설명해준다.


"예전에 제가 아이돌이었을 때 이야기에요. 그때 머리 스타일이 지금과 달리 양갈래로 땋은 머리였거든요. 그런데 그 머리가 새우튀김을 닮았다나 뭐라나. 하여튼 그런 이야기에요."


아키즈키씨가 별거 아니라며 손을 휘휘 젓는다.


그러고보니 아키즈키 씨가 아이돌 출신이라고 했었지.


올해 봄 쯤이었나? 가게에 왔던 손님이 알아보기도 했었고.


다만 환경이 아쉬운 탓에 유명해지는건 실패였다지만.


"그때도 말했지만 역시 아깝네요."


"그 당시엔 그랬지만 이제와선 그다지 신경쓰이지도 않아요. 그냥 그랬구나 싶은정도."


"그래도 대단한거야. 확실하게 꿈을 가지고 노력했었잖아. 난 그당시 리츠코 나이때 그냥 왜하는지도 모를 공부에 치여 살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잘한것도 아니면서 라며 아카바네 씨가 피식 웃는다.


"점주 씨는 그정도 나이때에 무슨일 하고 있었어요?"


"어디보자, 제가 그나이 때에는……."


"아뇨, 실언입니다. 그냥 생각안하셔도 되요."


응? 갑자기 질색하며 손사래 치는 아카바네 씨의 반응에 이상해한다.


"잘은 몰라도 굉장할거에요 아마."


"그렇겠죠. 굉장했을거에요 아마."


"그렇네요. 굉장했을테죠 점주 씨."


"……뭡니까 이 불합리한 반응은."


하여간 나는 그렇다치고.


이번엔 오토나시 씨에게 화제가 돌아가 과거를 물어본다.


그러자 어쩐지 우물쭈물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오토나시 씨.


결국 모두의 시선에 못이겨 어렵게 입을 연다.


"사실 저도 아이돌이었어요."


"으엑? 오토나시 씨도요?"


"뭐, 뭐에요 프로듀서 그 반응은!"


"아, 아뇨아뇨 나쁜뜻이 아니라."


분명 모두와 같은 평범한 학생의 삶을 사는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라며 한탄하자 오토나시 씨는 아이돌이었다는 발언이 아직도 약간 민망한지 괜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빙빙감는다.


"리츠코 보다도 흥행하지 못한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활동이었지만요.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동시대에 워낙 뛰어난 인물이 있다보니."


"아아~ 그 하다카 마이."


당시 외국에 있던 나조차 소식을 들을정도로 대단한 아이돌이 이 나라에 존재 했었다.


너무 뛰어난 나머지 마치 한낮에 뜬 태양 마냥 다른 별들을 전부 가려버려 다른 아이돌들은 제대로 활동조차 못했다니 말다했지.


솔직히 불가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때 신세를 졌던게 지금 사무소의 사장님이고 그 이후 쭉 사무원을 하고 있는거에요. 아, 리츠코가 아이돌로 활동했던것도 그 이후 네요."


"그렇네요. 그때 사장님이 띵~ 하고 왔다며 데려오셨죠."


"그러고보면 저도 그렇게 사무소에 처음 끌려왔었어요."


잠자코 듣고있던 아카바네 씨가 손을 번쩍 든다.


"하루하루 빈둥거리며 백조라이프를 즐기고 있는데 어느날 동네 마트에 장보러가는 절 왠 아저씨가 붙잡더라구요. 띵 하고 왔다면서. 지금이야 말버릇인걸 알지만 뜬금없이 그렇게 말을 걸어서 프로듀서가 필요하다는둥 일자리가 없으면 같이 가지 않겠냐는둥 하는말에 어영부영 끌려가서 결국 지금 사무소까지 와버렸죠."


"지금도 느끼지만 역시 프로듀서는 좀 똑부러지게 행동할 필요가 있어요. 어영부영이 뭐에요."


"흑. 죄송합니다. 그, 그건 그렇다치고!"


"그렇다 치는겁니까."


"에에이 아무튼요! 그렇게 왔더니 건물이 완전 허름하잖아요! 거기서 혹시나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까 칙칙한것 그 자체. 그제야 나 몹쓸짓 당하는거 아냐?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해 도망치려는데."


"그때 처음만났었죠 저희."


"네. 리츠코랑 코토리 씨가 안에서 나오며 인사하길래 또 어영부영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기다리다보니 하나둘 아이들이 들어오는데 열 두명이나 들어오길래 깜짝놀랐지만."


"그렇게 어영부영 프로듀서를?"


"그렇죠. 아하핫."


그래도 지금은 사장님에게 고마울정도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일은 힘들지만 보람차고 또 즐거우니까.


이거야 그동안 아카바네 씨를 만나며 더 필요없을정도로 느끼고 있는거니 딱히 이견을 달 필요는 없겠지.


"그 허름한 사무소가 아직도 그대로지만 뭐 지내다보니까 나름 아늑하기도 하고 편해서 좋아요."


"그래도 역시 바꾸는편이 나을것 같기도하고요."


"말을 들어보니까 모두의 추억이 있어서 다른곳은 싫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던데요."


그렇다고 리모델링을 하자니 건물주가 따로있으니 무리.


"그럼 사면되겠네요."


"""네?"""


"건물요. 돈 많이 버셔서 사버린다음에 남길건 남기고 바꿀건 바꾸면 되지않나요?"


전에 알던 사람중 하나가 대충 그런식으로 일을 진행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외국 사람이었는데 처음 타지에 와서 일을 하기위해 사무소를 구했다가 위층 아래층이 시끄러우니까 그냥 통째로 사버렸었지.


지금의 일 과는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해도 당사자가 상당히 만족해하는걸 보니 돈이야 왕창 들어가지만 가장 효과적인 해결수단인 것 같다.


"역시 사람은 경험이 많아야 진취적인 사고력이 늘어나는걸까요."


"저희같은 소시민은 아무래도 그런 생각 무리인데 말이죠."


"꼭 흉보는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카바네 씨와 오토나시 씨가 수근거리다 그럴리가요? 라며 어색하게 호호 웃는다.


내가 평소 행실이 어땠길래 이미지가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내 업보려니 한숨짓고 둘의 접시에 남은 대하찜을 입에 왕창 몰아넣는것으로 넘어간다.


둘의 우는 얼굴을 보니 조금은 속이 후련하다.


흐하하 이 포장마차의 주인은 나라고!


"같이 어울리더니 점주 씨도 애가 되어가는것 같네요."


"……."


아키즈키 씨가 자기 몫의 대하를 먹으며 하는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충격을 느낀다.


뭘까 이 패배감은.



그냥 일기.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것에는 젊음을 동경하는 마음이 커져가는 것이 담겨있다. 그러니까 내가 가끔 철부지 짓을 하는건 자연적인 현상인거야! 암! 결고 주위 스튜디오 사장님이라던가 오토나시 씨라던가 아카바네 씨에게 물든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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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당.


바쁘네요 학기 시작하니까!


글쓰기 힘들어요!


원래 지금도 할일 있는데 알게 뭐람!


글이나 써야지 헤헤헤헤헤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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