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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질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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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1, 2014 01:02에 작성됨.

“Bienvenue à la France!”

 

“메…메르시”

 

 린은 서투른 프랑스어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공항 직원이 내밀어주는 여권을 손에 들고 로비로 나와 주변을 살펴 보았다. 수 많은 외국인들이 각자 분주하게 공항 로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 혼자 긴장한걸까, 캐리어를 쥔 그녀의 손에 핏기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조..좋아, 일단 공항에서 빠져나가자”

 

 그녀는 주변을 살펴보며 EXIT라는 글자를 찾아봤다. 다행히 멀지 않은 장소에 파란색 표지판위에 노란색으로 적힌EXIT와 화살표가 보였다. 그곳을 따라가보니 곧바로 아랫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서너개가 보였고 그 너머 아랫층에 커다란 입구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저기인가”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캐리어를 들고 에스컬레이터에 탔다. 커다란 유리벽 너머로 길고 넓은 도로와 수많은 차량이 보였다. 그 사이로 녹색의 작은 나무들만이 보였다.

 

“뭐랄까…깔끔하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다시 캐리어를 끌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로 혼자 캐리어를 끌고 나간다는게 그녀에겐 참으로 묘했다. 최근엔 프로듀서 아니면 동료들과 함께 다니다 보니 이런게 익숙치 않으리라. 이런 곳에 오게 된 이유가 뭘까. 그녀는 답을 알면서도 스스로 되돌아 보았다.

 


 

 

 

“내 담당 프로듀서?”

 

그녀 앞에 서있는 남성은 고개를 두번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미안, 본래 내 담당이 타카가키씨잖아? 요새 카에데씨가 부쩍 일이 늘어서…”

 

 데뷔한지 얼마 되지않아 일이 별로 없었고 레슨에 집중하고 있던터라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가 딱히 필요치 않았던 것이였다.

 

“아아, 이해해”

 

 이대로 둘의 프로듀싱을 하다간 과로사할께 틀림없어 보일 정도로 카에데의 프로듀서는 지쳐보였다. 길게 내려앉은다크서클은 카에데씨가 ‘무리하시는거 아니신가요?’ 라고 할정도였었다.

 

“고마워. 일단 처음 2개월 동안은 내가 새로운 프로듀서님을 어시스트 해줄 테니까 당장 나랑 얼굴 보기 힘들어지진않을꺼야”

 

“그건 딱히 신경쓰지 않는데”

 

“…미안…”

 

 그녀의 말은 매정해 보여도 사실 속내는 달랐다. 그녀는 최근 2개월간 아무것도 없던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주고 실력도 쌓게해준 것에대해 감사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음에 작은 케이크라도 주면서 그에게 감사를 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지금 건너편 응접실에 계시니까 서로 인사드리는건 어때?”

 

“좋아”

 

 그녀는 사무실을 나와 기다란 복도를 걸으며 그녀의 프로듀서가 어떤 사람일까 생각했다. 되도록이면 젊고 괜찮은 사고를 가진 사람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그녀는 어느새 응접실 앞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속으로 빠르게셋을 세고 문을 열었다. 꽤나 젊어보이는 남자가 소파위에 앉아있었다. 그녀가 문을 여는 소리를 들은 그는 자리에서일어나 공손히 손을 앞으로 모으고 얉은 미소를 지었다.

 

“아, 이쪽이 시부야 린. 당신이 담당할 아이돌입니다”

 

 카에데의 프로듀서가 그에게 린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는 린을 바라보며 듣기 좋은 목소리로 린에게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부터 시부야씨의 프로듀싱을 맡게 되었습니다”

 

 예의바른 남자다, 라고 린은 느꼈다. 그녀도 그에게 예의차려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게 은근히 쑥스러웠던 걸까 그녀는 그냥 평상시 그대로 목소리를 냈다.

 

“당신이 나의 프로듀서?...... 뭐, 나쁘진 않으려나... 나는 시부야 린. 오늘부터 잘 부탁해”

 

“네”

 

 입가에 미소를 담은 그는 다시한번 린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린은 그런 그의 행동이 약간 마음에 들었다.

 

 “일단 둘이 인사했으니까 린은 사무실로 가서 기다려줄래? 새로운 프로듀서님과 여러가지로 이야기할께 많아서 말이야”

 

“알았어”

 

 나름대로 짧은 첫 만남을 가지며 그녀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아 잠깐 아까 만났던 새로운 프로듀서를 기억해 보았다. 키는 약 175cm에 체형은 약간 마른타입. 하지만 다리가 의외로 굵어보여 스키니는 안맞아 보였다. 이제부터 그녀와 매일 만날테니 얼굴도 기억해 보았다. 적당한 사이즈에 목은 보통사람보다 조금 긴 편이라고 린은 생각했다.

 

“괜찮으려나…”

 

 그녀는 혼잣말을 내밷었다. 그리고 잠깐 시간을 때우기 위해 옆에 있던 잡지를 펼쳤다. 무의미한 내용들을 어느정도다 읽자 카에데의 프로듀서와 린의 새로운 프로듀서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아, 린 이야기 끝났어”

 

 둘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카에데의 프로듀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아이돌 업계에 대해서 이해도가 높으신 분이라 적응도 빠르실꺼야”

 

“헤에, 프로듀싱 경험이 있어?”

 

“아뇨 없습니다. 다만 아는 프로듀서 분과 아이돌 분이 계셔셔”

 

“흐음”

 

 린의 눈엔 그가 나름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그럼 둘이서 이야기 해볼래? 일단 서로 어느정도 알아야 하니까. 난 나가볼께”

 

 “다녀와”

 

 “다녀오십시오”

 

 얇은 철제문이 닫히는 소리가 린의 귀에 들렸다. 린의 맞은편에 앉은 새로운 프로듀서가 잠깐동안의 정적을 깨며 목소리를 냈다.

 

 “시부야씨는 꽃집을 하신다고 하셨죠?”

 

“음? 응. 부모님께서 하고계셔”

 

“따로 좋아하시는 꽃은 있으신가요?”

 

“음…글쎄 다 좋아하는 편이라서 말이야. 굳이 고른다면…레몬 꽃?”

 

“레몬 꽃? 특이하네요”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꽃들 보다 레몬 꽃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었다. 꾸밈없이 수수하지만기품과 향이 흐르는 그 꽃은 그녀 스스로 기르던 나무이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녀의 강아지인 하나코가 싫어해서기르진 못했다.

 

“프로듀서는 어떤 꽃을 좋아하는데?”

 

“음…그러고보니 저도 특이할지 모르겠네요. 피안화 좋아합니다”

 

 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피안화, 일본에선 사인화라고 부르기도하며 꺼리는 꽃이다. 화려하긴 하지만 나쁜기운이있다는 그 꽃은 시골의 농부들이 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로운 동물이나 곤충을 내쫒기 위해서만 심는 그런 꽃이였다.

 

“…어째서?”

 

“아름답잖아요”

 

 고작 그런걸로 피안화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린은 은근히 나사빠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다른 꽃도 많잖아”

 

 린의 말에 프로듀서는 잠깐 팔짱을 끼며 고민했다. 린은 개인적으로 피안화보다 훨씬 나은 꽃들을 추천해주고 싶었다.

 

 “백합이라든가, 바이올렛이라든가…”

 

 “굳이 다른거 고르자면야…동백꽃?”

 

 ‘어째서 이 프로듀서는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가 담긴 꽃을 좋아할까’, 린은 고민했지만 이내 생각을 포기했다.

 

“뭐…일단 꽃 말고 다른 이야기 해보자고”

 

“영화는 어떻습니까?”

 

 린은 주로 드라마를 좋아했다.

 

“드라마쪽 좋아해. 프로듀서는?”

 

“저도 드라마 좋아합니다. 단순히 때리고 부수는건 싫어하는 타입이라서요”

 

“그렇구나”

 

 린은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그에게 나름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타입은 아니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꺼낼려고 하는 타입도 아니였고 적절하게 이야기의 흐름을 수정할 줄 아는 사람 같았다. 그와 반대로 약간 숨기는 느낌도 들었다. 나쁜걸 숨기는 느낌은 아니였지만 그게 린에겐 조금 거슬렸다. 하지만 캐물을 정도는 아니였고 그정도의 대답은 린도 평소에 많이 해왔기에 그녀는 그 문제에 대해 신경끄기로결심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그의 말에 린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5시였다. 이야기한지 1시간이 넘은 것이였다. 린은 귀가시간을맞추기 위해 탁자 위에 있던 자신의 가방을 어께에 매고 일어났다.

 

 “그럼 난 집으로 돌아갈께”

 

 “네, 제가 바래다 드릴까요?”

 

 프로듀서도 자리에서 일어며 린에게 말했다.

 

 “아니 괜찮아. 집이 멀지도 않고”

 

 그러자 프로듀서는 그 자리에서 다시금 린에게 고개숙여 말했다.

 

 “그럼 다시한번 잘 부탁 드립니다. 시부야씨”

 

“나도 열심히 할테니까 잘 부탁해 프로듀서”

 

그녀와 그는 사름대로 서로의 다짐을 확인하며 나름 짧았지만 길었던 첫 만남을 끝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아 잘해줬어. 다음에도 잘 부탁해”

 

 전국구 방송국은 아니였지만 지방에서 꽤나 유명한 방송국에서 녹화를 마친후 무대에서 내려온 린은 주변 스태프들에게 인사한뒤 무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워. 이런 프로그램에도 나가게 해주고”

 

 린은 자신의 프로듀서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말했다. 서로 만난지 약 1개월 밖에 안되었는데 나름 이름있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비록 게스트로써 출연이지만요”

 

 “뭐…벌써 정규 프로그램 데뷔까진 바라진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지나가는 린을 바라보는 프로듀서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우며 말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복도 한 구석에 위치한 아무것도 없는 대기실에서 그 둘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로그램에서 추가로 개선되었으면 좋았을 점, 프로그램의 문제점, 그리고 자신이 잘못한 점. 둘은 이걸 매일 체크해 나가며 한걸음 한걸음 정진해 나가기로 약속했었다.

 

 “프로그램 중간에 무심코 정신을 놓았었어”

 

 “녹화중에선 느껴지지 않았는걸요?”

 

 “내 차례가 아니였으니까”

 

 “흐음...일단, 체크하겠습니다”

 

 그의 손 위에 들린 검은 수첩위에 자그마한 글씨들이 빼곡하게 적히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않아 서로 체크한 문제점을 확인한 그 둘은 대기실에서 나와 재차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한 후 주차장에서 작은 승합차에 올라탔다.

 

 “사무소로? 아니면 집으로요?”

 

 프로듀서는 차의 시동을 걸며 말했다. 린은 방송의 피로감도 있고 시간대가 오후이기도 하니 집으로 가는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어서 가서 쉬고싶어”

 

 “네”

 

 그는 능숙하게 핸들을 돌려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가는동안 린은 그동안 프로듀서와도 친해졌으니 프로듀서가 존댓말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녀에게 존댓말을 쓰는게 나쁘진 않았다. 다만, 은근히 신경쓰였다. 약간 개운치 못하고 깔끔하지도 않은 그런 이유였지만 린은 뭐 어떻게 되든 좋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프로듀서. 존댓말 붙이는건 이제 안해도 되지않아?”

 

 “그럼 뗄까요?”

 

 의외로 쉬운 대답에 린은 당황했다.

 

 “엣, 그렇게 쉬운거야?”

 

 그는 어께를 들썩거리며 ‘글쎄’ 라는 표정을 지었다.

 

 “뭐, 원래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존댓말을 쓰면 훨씬 편해서 말입니다”

 

 의외였다. 평소에 미팅이라던가 촬영이라던가 가면 항상 관계자들과 꺼리낌없이 말을 곧 잘하던 그였다. 그런 그가낯을 가린다는 말을 린은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음…일단 존댓말 하지마”

 

 린의 요청에 그는 입을 열려하다가 그대로 닫아버렸다. 그런 그를 보고 린이 재촉하자 다시한번 입을 열어 자그마한목소리를 냈다.

 

 “리…린”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모습에 그녀는 쿡하고 작게 웃었다. 그는 붉어진 얼굴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말을 이어갔다.

 

 “뭐…뭐가 웃깁니까”

 

 그런 그를 향해 린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다시한번 말했다.

 

 “어어? 존댓말 금지라고?”

 

 “끄응…아…알았어”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모습을 보며 린은 그가 귀엽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새빨개져 토마토 같은 그의 얼굴과 아까보다약간 주눅들어 보이는 어께는 그가 반말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익숙치 못한 것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이거, 카에데씨의 프로듀서한테 알려주면 재미있을꺼 같아"

 

 "그런 잔인한...그 사람도 그 사람이지만 카에데씨가 이걸 들으면 난 어떻게 되겠습....겠어"

 

그녀의 말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그는 꾿꾿이 존댓말이 아닌 반말로 린에게 말하는 것을 잊어먹지 않았다. 린은 그런 그가 너무 웃겨서 조금씩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약간의 곤욕을 치루었다.

 

"우...웃지마"

 

그의 나지막한 부탁은 차 안에서 점점 커져가는 린의 웃음소리에 의해 사라져갔다.

 


 

처음 시작해 보는군요.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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