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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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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4, 2014 01:03에 작성됨.

 

[오늘 학교 끝나고 반에서 잠깐 봐]


하루카에게서 온 문자 한 통.

아미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평소처럼 같이 돌아가자는 말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일까.

필기를 하는 둥 마는 둥, 아미는 상상에 빠졌다.


「아미, 수업 끝났어~」


그새 잠들었는지 반 친구가 흔들어 깨웠다.

문자가 온 것이 꿈은 아니었는지 급하게 휴대폰을 확인해 본다.

아니란 걸 확인하고는 가방에 책을 집어넣었다.


「그럼 내일 봐~」

「응. 잘 가~」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갔지만, 그리 힘들지 않았다.

반의 문 앞에 도착한 아미는 힘차게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하루룽?」


불이 켜져 있지 않은 교실 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그래 줬으면 해」

「뭐가?」

「아미는 나를 좋아해?」


마음 한구석을 꿰뚫는 하루카의 말.

그에 아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사선으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상대방의 행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물음을 이었다.


「너의 '좋아해'는 어떤 의미야?」


아미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눈을 감아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그건?」

「내가 왜 말해줘야 해?」


아미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반박했다.

그러자 그녀는 또 무덤덤하게 답했다.


「알고 싶어. 아미의 진심을」


더욱 좁혀오는 포위망에 아미는 걸릴 듯 말듯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아주 조그마한 표정의 변화로도 속마음을 알아챌 수도 있을 만큼.


「나는... 나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아미.

대답해주길 기다려주는 하루카.


「...좋아해」

「어떤 의미로?」

「그냥 좋아하면 안 되는 거야? 구분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러한 반응에 아미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이런 어중간한 상태로는, 더 이상 우리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니야」

「계속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간 돌이킬 수 없는 날이 오게 될 거야」

「그렇지 않아!」


그녀의 말을 계속해서 부정하는 아미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둘의 거리는 조금 더 멀어졌다.


「아미라는 사람한테는 단지 곁에 있어주면 충분해!」

「아미...」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 진심 따위는 어찌 돼도 좋으니까...」

「제발 나를 멀리하지는 말아줘...」


감정이 복받쳐 올라 흐르는 눈물을 알아차리지 못한 아미와

생각지 못한 반응에 당황하는 하루카.


「미, 미안해, 이상한 거 물어봐서」

「내 생각만 하고 말았네. 정말 미안...」


아미는 말없이 돌아서 문을 열기 위해 손을 올렸고,

하루카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아미. 마음은 중요한 거야」


문을 반쯤 열다 말았다.


「아미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전해줘?」


바닥의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리고 하루카는 눈치채지 못했다.


「저기 말이야」

「아아, 또 이상한 소리 해버렸네. 나도 참 서툴다니깐」

「그것보다, 잠깐 여기 좀 봐봐」


아미는 이제 지쳤다.

조금 전,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결국, 오래전에 다짐했었던, 마음먹었던, 결심했던 족쇄를 부숴버리고 말았다.


「왜? 아미... 읍?!」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뒤돌아보는 그녀에게 아미는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게 내 진심이야」


그것이 하루카가 알고 있던 아미라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컷!」


촬영이 무사히 끝났다.

둘의 거리는 급작스럽게 멀어졌다.

그동안 내색하지 않았던 부끄러움이 그제야 쏟아져 나왔다.


「괘, 괜찮아 하루룽? 너무 세게 어깨를 잡았나 싶어서」

「으응, 아무렇지도 않아」


건너편에선 프로듀서와 PD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이야... 연기가 아닌 줄 알았어요~. 저도 정말 몰입했다니깐요」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PD는 둘을 바라보았다.

하루카는 창문 밖을 보고 있었고,

아미는 그런 하루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통용되기 힘든 상황이니까 더더욱 칭찬해주고 싶네요」

「요즘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늘었다지만 그래도 마이너하죠」

「하여튼 다음 촬영 때도 잘 부탁드릴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짧은 단편 드라마의 주요 배역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연기의 폭이 늘어나는 좋은 기회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오옷, 드디어 시작한다」


일주일 후, 고대하던 방영 시간.

코토리가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어떤 내용을 촬영했는지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궁금해했다.

 

중반까지는 서로 떠들며 둘에게 지루하다는 농담도 하기도 했지만,

말이 나온 즉시 감정이 고조되는 시작하는 장면에 돌입.

모두 입을 다물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둘의 음성과 숨소리만이 그곳을 채웠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잠시 동안의 정적.


「이, 이런 내용이었어?!」


처음으로 적막을 깬 마코토.


「아미쨩의 저런 모습은 처음 봐...」

「하루카, 진짜로 한 거 아니지? 그렇지?」


곧이어 유키호와 미키가 먼저랄 것도 없이 궁금증을 해소하려 했다.

 

아미는 언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고,

하루카는 주변을 둘러보다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아하하...」

「얼버무리지 말고 제대로 답해주는 거야-!」

「아미가 뭔가 수상쩍은 느낌이 들었는데... 하루룽 때문이었구만~」

「자, 잠깐 붙지 마 미키!」

 

 

 


@

 

 

 


「아으으... 아미, 어딜 갔었던 거야? 나 혼자 힘들었다구-


팔을 힘없이 쭉 늘어트린 하루카는 아미에게 투덜거렸다.


「미안, 미안. 대신 다음 주에 케이크 뷔페 쏠게」

「앗, 정말?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특별히 용서해주도록 하지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하루카는 매고 있던 가방을 아미에게 얹었다.

아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대신 들어주었다.


「그래서 하루룽의 진심은 뭐야?」


헤어지는 갈림길.

가방을 건네주며 아미는 물었다.


「아미랑 같지 않을까...?」

「그게 뭐야-. 어중간하잖아」


하루카는 돌아서면서 아미에게 속삭였다.


「내가 말하는 아미는 '드라마 속의 아미'야」

「하지만 여기 있는 아미도 똑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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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메이커 '연성을 위한 세 문장"에 두 이름을 쳐봤더니 적절한게 나와서 써봤습니다.
으으 하루아미 좋아요. 근데 무지 마이너해서 슬퍼요.

그보다 과제 해야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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