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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군고구마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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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3, 2014 23:20에 작성됨.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 되었다. 주위의 산은 색을 입어 사계절 중 가장 화려했지만 떠나는 잎이 쓸쓸한 기분을 자아냈다. 바닥을 밟으면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났다. 눈물 대신 흘리는 낙엽 속에서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가는 소녀가 있었다. 고개를 살짝 떨구고 등 뒤로 살짝 깍지 꼈다. 한 걸음 움직이면 긴 머리가 살랑 하고 흔들렸다. 여기서 작게 한 숨을 내쉰다면 무심코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 볼 정도였다.

「컷! 이야~! 정말 좋은 그림이었어요!」

'컷!'이라는 사인이 오자마자 고독한 소녀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태양을 머금은 미소를 짓는 소녀가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야~. 정말 힘들었다고~!」

프로듀서는 감독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소녀에게 다가갔다.

「수고했어, 히비키. 스케줄은 이걸로 끝이니까 바로 퇴근해도 괜찮아.」

「응!」

히비키가 씩씩하게 인사했다. 그녀의 어깨에는 언제 올라갔는지 작은 동물이 있었다.

「아, 햄죠!」

「츄이!」

히비키가 잠깐 햄죠와 놀고 있을 때 프로듀서가 말을 이었다.

「히비키. 옷 갈아입고 여기서 기다려 줄래? 잠까ㄴ.......」

「알았어!」

히비키가 말을 다 듣지 않고 떠나갔다. 프로듀서는 뒷말을 마져 하지 않고 그저 미소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지시사항을 전해도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 데?'라는 반항어린 표정이었던 히비키가 프로듀서의 말에 의문을 품지 않고 움직이는 지금이었다. 프로듀서는 잠깐 그 자리에 서서 히비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20분 뒤, 히비키는 프로듀서가 지시한 자리에 다시 나타났다. 남자 같으면 후딱 옷만 갈아입고 나오는데 3분도 걸리지 않겠지만 히비키도 여자아이 그것도 현역 여고생 아이돌이다. 여자에게는 그런 준비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그 준비 시간이 약간 늘어난 히비키였다.

히비키는 나무에 기대어 발로 낙엽을 발로 차기도 하고 햄죠와 놀기도 하면서 프로듀서를 기다렸다. 10분 정도 기다렸을 무렵 프로듀서가 나타났다.

「미안해. 늦었지?」

「프으로오듀서! 자신,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다고!」

화를 낸 히비키는 삐진 듯 몸을 반쯤 돌렸다. 프로듀서는 뒷머리를 쓸며 면목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히비키. 선물을 준비한다고 좀 늦었어.」

선물을 준비했다는 말에 순간 표정이 풀어진 히비키였다. 다행이라고나 할까? 히비키는 반쯤 몸을 돌린 상태였고 프로듀서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다. 히비키는 여전히 삐진 척하면서 프로듀서를 곁눈질 했다.

「흐, 흥! 자신은 그렇게 쉬운 여자가 아닌 걸!」

프로듀서는 히비키 담당이었고 히비키 본인보다 히비키에 대해서 잘 알았다. 뭐 다른 쪽으로는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어쨌거나 지금 같은 상황은 아주 쉬운 편이었다.

「그렇구나....... 히비키는 선물 정도로 움직이지 않는구나.」

「응! 자신의 방어는 견고하다고!」

프로듀서는 능글맞게 속으로 웃으며 과장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그럼 이 선물은 타카네에게나 줘야겠다.」

히비키는 움찔했다.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초조감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는 이렇게 단순한데 일을 할 때는 어떻게 그런 연기를 낼 수 있는지 신기하다. 프로듀서는 대단한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히비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히비키가 고집을 피우자

프로듀서는 능구렁이가 되었다.

「아! 타카네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도 나눠줘야지. 하루카하고, 치하야, 미키, 아미, 마미....... 그런데 히비키는 차가운 도시 여자라서 나 같은 것의 선물은 안 받겠지? 그럼 히비키만 빼고 모두에게.......」

「으앙! 자신! 항복했다고! 나만 따돌리지 말라고!」

히비키가 울음 섞인 목소리를 내며 프로듀서에게 달라붙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몰랐지만 최근에는 이 상황을 즐기는 프로듀서였다. 프로듀서는 히비키를 살며시 떼어놓으며 말했다.

「먼저 따돌린 건 히비키였잖아?」

「자신, 따돌린 거 아니다, 뭐. 그냥 프로듀서 늦게 왔으니까, 그랬을 뿐이야! 나쁜 건 프로듀서야!」

갑자기 기세등등한 히비키였다. 최근에 이오리하고 놀더니 옮은 것일까? 프로듀서는 묘하게 이오리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히비키를 보며 그런 의문을 품었다. 프로듀서는 난감한 듯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대신 이번 선물은 특.별.히. 히비키에게만 주는 걸로 하면 어때?」

「으, 응? 나에게만?」

이 말을 들은 히비키는 갑자기 몸을 살짝 꼬았다. 프로듀서는 기분 풀리나 보다하고 다시 공격을 감행했다.

「응, 응! 히.비.키.만!」

「에헤헤. 그럼 하는 수 없네.」

말투는 이오리 비스므리 했지만 본질은 히비키였다. 그리고 이 행동의 진의를 모르는 프로듀서는 커뮤니케이션 성공에 흡족해했다.

「그럼 가볼까, 히비키?」

「응!」

둘은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낮고 완만해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이라는 느낌이어서 금방 민가로 내려올 수 있었다. 길 위에 선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서 차를 지나쳤다.

「프로듀서, 차는 타지 않는 거야?」

히비키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어. 선물은 저기에 있거든.」

프로듀서가 가리킨 곳은 마당이 있는 민가였다. 히비키는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프로듀서와 히비키는 금방 목적지에 도달했다. 낮은 문에는 간판이 있었다. 간판은 여인숙이라 적혀 있었다. 히비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푸르고 높았다. 히비키는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이 문으로 들어서자 인상 좋은 할머니가 맞이했다.

「오, 총각 왔는감?」

「네.」

프로듀서가 미소로 화답했다. 프로듀서는 히비키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 말했던 직장 동료예요.」

「가나하 히비키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눈치껏 인사한 히비키였다.

「그려 그려. 총각, 참 좋겠어 그랴. 저렇게 참한 처자를 색시로 두고.」

색시라는 말에 화악하고 얼굴이 달아오른 히비키였다. 햄죠는 덥다는 듯 과장스렇게 부채질을 했다.

「할머니, 직장 동료라니까요~. 게다가 참한 걸로는 할머니도 만만치 않은 걸요?」

프로듀서는 어른이었고 이 정도 농담에 정색하지 않았다. 농담엔 농담으로 받아치는 거다.

「호호호, 총각. 말이라도 고맙네 그랴. 그려 저쪽에 자리 있응께 조용히 하다 가그래이. 나는 마을 회관에 가야겠으랴.」

「감사합니다.」

할머니는 조용히 떠나갔다. 그녀를 배웅한 프로듀서는 얼굴을 식히던 히비키 쪽으로 돌아섰다. 얼굴을 식히던 히비키는 깜짝 놀라 허둥댔다. 프로듀서는 의아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척척 걸어서 낙엽 더미에 다가갔다.

「히비키.」

「응?」

간신히 정리된 히비키가 프로듀서를 보았다. 프로듀서는 낙엽더미 앞에서 쪼그려 앉은 체 히비키에게 손짓했다. 히비키는 쪼르르 달려가 프로듀서 곁에 앉았다. 히비키는 낙엽더미를 보다가 프로듀서를 보았다.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히비키는 맥 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 행동을 말로 표현하면 필시 이런 것이리라.

「저기, 프로듀서 선물이란 게 군고구마?」

「응, 그거.」

「하~아, 난 또 뭐라고.......」

프로듀서는 싱글벙글 웃으며 낙엽에 불을 붙였다. 잘 붙지 않는가 싶었지만 이내 훈훈한 기운이 올라왔다. 따뜻한 열기에 마음도 풀어졌다. 둘은 어느새 몸이 맞닿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 낙엽에다가 군고구마 처음 구워 보네.......」

「요즘은 이런 식으로 불 피울 수 있는 곳이 잘 없으니까.」

「그래서 여인숙으로 온 거야?」

「응, 개인 마당은 어느 정도 자유로우니까.」

「저기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예전에 이렇게 구워봤어?」

「응, 옛날에 이때쯤이면 아버지하고 군고구마 굽는 재미에 가을을 보냈어.」

「흐~음....... 그렇구나.......」

프로듀서는 히비키를 곁눈질 했다. 히비키의 눈에는 어느 샌가 촬영 때 보인 쓸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무신경함을 책망했다.

고구마가 다 익었을 무렵 프로듀서는 목장갑을 히비키에게 건넸다. 히비키는 양손에 하나씩 끼웠다. 프로듀서는 고개 젓고 한 손에 낀 장갑을빼서 손수 장갑 낀 손에 다시 장갑을 끼워 주었다.

「두 겹 정도 끼지 않으면 뜨거워서 못 잡아.」

「그렇구나....... 에? 그럼 자신 한 손 밖에 못 쓰는 데?」

「네가 할 필요 없어.」

프로듀서 자신도 목장갑을 두 겹씩 끼고 고구마를 하나 집어 알루미늄 호일을 깐 뒤 호호 불어가며 고구마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반쯤 깠을 때 호호 불어 식혀 히비키에게 건넸다.

「자.」

「응....... 고마워.」

히비키는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그리고 작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바로 하하 하고 입김을 불었다.

「뜨, 뜨거어어어어!」

「아하하하하, 그치?」

「우우우, 프로듀서!」

그렇게 두 사람의 가을은 깊어갔다.

 

-끝-


후일담

히비키「그래서 그 날 무우우우척! 맛있는 군고구마를 먹었어!」

타카네「호~오. 그것 참 부러운 일이군요, 히비키.」

타카네「저기, 귀하?」

타카네P「응?」

타카네「우리도 군고구마를 먹어 보는 것이 어떠합니까?」

타카네P「아, 그럼 마침 군고구마 장수가 사무소 앞에 있으니까 사 먹을까?」

타카네「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타카네P는 울면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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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군고구마가 맛있어 지는 계절이 되어서 오랜만에 써 보았습니다. 추운 계절은 좋아요. 군고구마, 붕어빵, 어묵 등등 먹거리가 넘쳐나요! 근데 그것들을 혼자 혹은 칙칙한 남정네들과 먹는 다고 생각하니 꿀꿀해지지만... 어쨌거나 맛있은걸 먹는 건 행복한 거예요! 그래요! 연애따위에 지지 않아요! 으헝으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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