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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P 「여름도 끝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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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8, 2016 21:31에 작성됨.

 

늦여름에 접어들고부터는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선선해졌다. 그녀는 더위도 추위도 덜타는 체질이지만, 올해의 여름은 그런 프레데리카에게도 조금 힘들었다. 정장차림으로 다니는 프로듀서의 경우에는 영업하러 다닐 때마다 땀을 뻘뻘 흘려서 옆에서 보기 안쓰러웠다.

"샐러리맨은 큰일이구나~"하고 남일처럼 말하며 프레데리카는 왜 남자들은 반팔 정장을 입지 않는지 고민했다. 생각에 몰두한 끝에 좋아하는 와이셔츠의 색을 물어보는 프레데리카에게 태연히 대답하며, 프로듀서는 언제나처럼 바쁘게 일했다. 가장 더울 때라 뉴스에서 폭염주의보라고 떠들썩하던 날이었다.

 

"프로듀서는 분홍색 와이셔츠도 어울릴 것 같은데."
"네 코디는 패션센스는 좋은데 너무 도전적이라서 난 싫다 야."
"에~무조건 어울릴걸?"
"아저씨는 그런 자기주장 강한 옷 힘들어 임마."

 

일에 대해 할 이야기가 왔건만, 프로듀서는 계속해서 이곳 저곳 전화를 주고 받고 있어서 기회를 잡기 어렵다. 그녀는 데스크 옆에 앉아 프로듀서의 옆 얼굴을 지켜본다. 표정은 우거지상인데도 목소리는 예의바른건 사회인의 기술일까. 여러곳에 전화를 돌리고 주고받는 그가 왠지 유능한 사회인처럼 보였다.

 

"아니, 나는 원래 유능하거든요. 구체적으로는 방금 지상파 황금시간대 예능 따왔다."
"에~ 예능? 프레쨩 경험 없는데."
"너 기본적으로 웃기니까 괜찮을거야. 아마."
"와오 무대포!! 유능하지 않은데~"
"초유능하거든요. 나."

 

뭐 확실히 시키 그 녀석은 걱정되지만 말야. 어? 그게. 잘부탁한다? 그는 프레데리카가 사온 하겐다즈를 연달아 세개 먹어치우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것보다 프로듀서."
"엉."
"그거 프레쨩거랑 슈코쨩이랑 시키쨩까지 해서 4개."
"알까보냐."
"저기저기. 역 앞에 새로 생긴 가게의 타르트 먹어보고 싶은데?"

 

옆에서 떠들다가, 흥얼거리다가, 칭얼거리는 프레데리카를 적당히 상대하며 프로듀서는 알고 있는 인맥을 이곳저곳에서 끄집어내며 어디 자리하나 없나 들쑤시고 다녔다. 프레데리카는 이번에도 바빠지겠구나 싶어서, 웃음을 참기 어려워졌다. 어딜가도 무더운 계절이었다. 방학을 맞이해 여유가 생긴 시간을 이때다 하고 스케쥴이 메꾸고, 여름 라이브의 준비도 겸하면서 시간은 눈뜰새도 없이 지나갔다. 바다, 워터파크, 남량특집, 축제, 예능계가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대였고, 프로듀서는 칭얼칭얼 시끄러운 와중에도 일은 귀신처럼 낚아채왔다.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고, 이제 후덥지근하던 시부야의 교차로도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프레데리카는 여전히 넥타이를 풀어제끼고 키보드를 두들기는 프로듀서에게 말했다. 

 

"그러고보면 이제 여름도 끝이지?"
"어-난 미야모토씨 언어기능의 맥락부분이 끝장난거 같아서 걱정인데."
"오늘 아침은 쌀쌀하더라!"
"아~신경 안쓰심까~그러네요, 요즘 감기 걸린 애들도 몇명 보이더라. 너도 조심해라."
"프레쨩은 감기 걸린적 없어."
"진짜냐. 바보는 감기 안걸린다는 그거구나."
"앗, 프로듀서는 감기 안걸리는구나!"
"싸움거시는겁니까 이자식아."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여름도 끝나버렸구나 싶다가도, 정오가 되니 햇살이 뜨거워졌다. 십여분동안 대로를 걷고 있자면 머리카락이나 목덜미가 뜨끈뜨끈해진다. 사무소에서 멀지 않은 스튜디오에서 새 유닛의 티저를 찍는 일이었다. 본사에서 버스로 세정거장 거리. 사전협의도 끝났으니 구태여 바쁜 프로듀서를 동행할 것도 없이 그녀 혼자 다녀오는 길이다.

 

"다녀왔어~"
"어라? 프레쨩 벌써 왔어?"

 

여름내내 건물에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던 차가움도 요즘은 덜해진 느낌이다. 사무소에 들어온 그녀를 소파에 누운 시오미 슈코가 반겼다.

 

"그게~한방에 오케이 받아서~"
"와오 미야모토씨 능력자?"
"그리고 하겐다즈!"
"미야모토씨 사랑해!"

 

프레데리카는 편의점 봉투를 건냈다. 슈코는 어린애처럼 들떴다. 편의점 봉투에 종류별로 담아온 하겐다즈. 요 여름동안 스케쥴을 마친 멤버가 아이스크림을 사오곤 했다. 프레데리카는 사무소 근처의 로손에서 사오지만, 프로듀서는 의외로 시부야 근처의 유명한 디저트가게를 많이 알고 있는 듯 해서 일이 끝날 때마다 디저트를 사왔다. 제법 고급스러운 것들도 많아서 카나데가 "돈 괜찮아?"하고 물어본 적도 있었지 않았나?

 

[먹을걸로 낚을 수 있다면 싸게 먹히지.]
[맞아 맞아. 뭘 좀 알잖아.]
[너 말이다 너. 이치노세씨 너 말하는거에요.]
[먹을걸로 실종되지 않으면 싼거지?]
[그걸 스스로 말하는구나~]
[야 카나데. 얘 때려도 되냐? 엉덩이 두들겨도 되냐?]
[마음은 알겠는데, 저지르면 해고 당할걸?]

 

즐거웠지. 프레데리카는 키득거리면서 녹차맛을 꺼냈다. 슈코는 고민한 끝에 홍차맛을 집었다. 그래. 즐거웠다. LiPPS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처음 맞는 여름. 힘들기도 힘들고 바쁘기도 바빴지만, 역시 재밌었다. 그녀는 슈코 옆에 앉아 지나간 일들을 떠올렸다. 너무 많아서 잘 떠오르지 않았다. 수직낙하나 다름 없는 워터 슬라이드에 당첨된 미카가 카리스마(웃음)이란 별명이 붙거나, 시키가 황금시간대 예능에서 너무 개성을 피력해서 프로듀서가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하거나, 프로듀서가 사진집 촬영을 핑계삼아 축제에 놀러갔던 일도 있었다.

 

"프로듀서는?"
"어? 글쎼. 영업?"
"모르는구나~아, 미카쨩 슬슬 해외로케에서 돌아올 때지?"
"내일인가 모래일걸? 맞다. 카나데가 컵케잌 사왔어. 냉장고에."
"카나데는 레슨? 그럼 시키쨩도 레슨이구나!!"
"목덜미 잡혀서 끌려갔지~. 프레쨩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 맞다. 저번에 인터넷에서 고양이 목줄을 봐서~ 귀여워서 그만 사버렸어!!"
"어~ 시키한테 주면 화내는게, 아닌가, 오히려 좋아할지도?"
"시키쨩한테는 너무 작아서 안맞겠지만!!"
"아하하 그게 뭐야. 팔찌? 로는 쓸 수 있는거 아냐? 한번 줘 봐 좋아할거 같은데."

 

둘은 맥락 없이 시시콜콜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맥락 없는 대화 도중, 이제 여름이 끝나는 것 같다는 말에 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나 어제 여름이불 안보여서 감기 걸릴 뻔했어."
"그치~"
"이제 여름도 끝나버리네."
"하지만 용돈이 큰일이네-프레쨩도 이제 대학생인데 말야."
"....아~어, 맞아. 프레쨩도 큰일이네."

 

프레데리카는 입꼬리를 둥글게 휘면서 웃는다. 시키는 프레데리카를 능숙하게 웃는다고 칭찬하곤 했다. 프레데리카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시키가 칭찬이라고 하니 좋은 말이겠지 하며 웃었다. 슈코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제 슬슬 쇼핑해두지 않으면 올해의 가을옷을 살 기회가 없어져버린다. 립스의 활동은 재밌었고, 여름은 보람찼다. 정신 없이 바쁜대로 이것저것으로 꽉 찬 여름이었다. 이대로 끝나버리는게 이래저래 아쉽지만, 이걸로 끝이라는 것도 아니니까.

 

 

 

올해의 여름은 더웠다.

사에는 도쿄는 원래 이렇게 더운걸까 하며 이야기했지만, 뉴스에서 몇년만에 폭염이라고 떠들썩 했으니 실제로 그만큼 더웠던거겠지.

 

"빌딩이 늘어선 곳은 특히 더 덥지."

 

프로듀서는 정장의 넥타이를 풀며 맥빠진 웃음을 짓고 말했다. 언제나 태연자약한 그 남자도 여름의 더위에는 속수무책인 듯 했다. 대기업 미시로 프로덕션은 그 넓디 넓은 건물 곳곳에 에어컨 바람을 쌩쌩하게 돌려놓았지만, 프로듀서는 영업이니 회의니 하며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더운데 고생이네. 슈코가 그렇게 말하니 프로듀서는 멋진 웃음과 함께 맞받아쳤다.

 

"다 너희를 야외로 쫓....데려가주기 위해서지."

"윽. 봐주라 프로듀서."

"것보다 쫓아낸다고 말했고~"

"전에 수영장 가고 싶다고 했잖아? 잘하면 될거 같은데."

"그라비아?"

"버라이어티."

 

올해의 여름은 작년보다도, 재작년보다도 더웠다. 자연스레 바다나 워터파크에 대한 관심도 치솟는다. 프로듀서는 능력도 좋게 토요일 황금시간대의 아이돌 게스트 자리를 따왔다. 그런 커다란 일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고는 '너희 예능감각 있으니까 아마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라고 흘러넘겼다. 사실 슈코는 별 생각 없었는데, 카나데는 꽤나 당황했던 것 같다. 미카는 선배인 만큼 경험이 있는 것 같았고, 시키랑 프레데리카는 아마 아무 생각도 없겠지. 응. 확실하다.

그런 식으로 수영복도 입고, 비치발리볼도 하고, 뭔가 터무니 없는 슬라이드에 미카가 태워지기도 하고, 바다에도 가고, 여름 라이브의 연습에 매진하다가 쓰러지기도 하면서, 여름은 어느샌가 지나가버렸다. 오늘은 8월 26일. 숫자적으로 이거 완전 끝물이네 싶은 늦여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옷장 어딘가에 넣어둔 여름이불을 찾다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평소보다 춥다. 그러고보면, 일어나보면 땀범벅이라 찝찝했던 것도 한 일주일쯤 지난 이야기 같다. 이제 8월도 중반을 넘은지 꽤 지난 것 같다고 생각하자마자, 몸이 으스스한걸 느꼈다. 슈코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라, 요 몇일동안 사무소의 몇몇이 가벼운 감기를 달고 다니기도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창문을 닫고 있으니 문득 여름이 가고 있다는걸 깨닫는다. 슬슬 밤과 낮은 쌀쌀해지고 있었고, 다음주면 달력도 다음 장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한여름의 더위는 조금씩 가시고 있었지만, 이렇게 추위를 느끼고 나서야 계절감이 드는 것이다. 그게 조금 재밌어서 프레데리카에게 이야기하니.

 

"하지만 용돈이 큰일이네-프레쨩도 이제 대학생인데 말야."

 

하고,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듯이 대답이 돌아왔다. 슈코는 무슨 뜻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상태로 그렇지그렇지하고 맞장구쳤다. 집에 와서 씻고 옷장을 열고 나서야, 그 말이 이제 가을이다->가을옷을 입을 계절이다->용돈이 갑자기 필요하다->대학생인데도 부모님은 돈관리를 프레쨩에게 맡기지 않는다. 라는 흐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슈코는 키득거리며 프레데리카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번 오프에 같이 옷사러 갈까]

 

슈코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답장이 왔다. 백화점 근처에 있는 일식집이다. 무심코 큰소리로 웃어버린다. 그녀의 자유분방하고 재기발랄한 친구의 초이스는 틀리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여름이불을 꺼내 덮은채로, 하지만 역시 아직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덥기 떄문에 선풍기는 틀어놓은 채로, 슈코는 프레데리카와 메일을 주고받다 잠들었다. 타이머를 맞춰놓은 선풍기 바람을 다리에 맞으며 슈코는 이제 곧 선풍기도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녀는 프레데리카와 달리 돈관리를 직접하고 있고, 충동적으로 산 선풍기도 이제 소임을 다한 것이다.

때때로 그녀 자신도 잊어버리고 있지만, 시오미 슈코는 현재 가출소녀 신분이었다. 노동법적인 부분은 프로듀서가 야간버스로 당일에 해결해놓았지만, 그것과 부녀관계는 별개였고, 돈 관리도 그녀가 직접하고 있다. 프로듀서는 이 부분이 적잖이 우려되는것 같지만. 그녀는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대신 딱히 사치 같은데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매달 1일 영수증으로 제출하는 정산에서도 아슬아슬하게 합격중이다. 매번 잔소리를 듣긴 하지만, 그 부분은 슈코의 부수입이라는 것으로 해두자.

 

 

 

여름도 끝이네요~ 제 인생의 황금기가 끝났습니다. 정말 멋진 유월+칠월+팔월이었습니다. 묵념.

 

립스P

남성. 아라사. 대기업 미시로에 스카웃된 인재. 방송계 곳곳에 이래저래 알고 있는 인맥이 많음. 유능.

성격이 설렁설렁. 일은 잘하는데 일할때 표정이 구림. 받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자주 칭얼거림.

립스로 옮기고 나서는 카나데만이 유일한 희망. 미카는 응석부리면 은근히 독설이 심하기 때문에 칭얼거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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