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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의 얀데렐라-(03)《이름을 알리기 위해》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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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6, 2016 17:12에 작성됨.

♡ ♡ ♡

"에...마유, 방금 프로듀서 씨가 한 말을 잘못 들은 것 같아요오..."

"조금 사정이 있어서, 이쪽에 린을 새로 우리 사무소의 아이돌로 영입하게 되었어."

"어째서..."

"미안, 말하기 좀 껄끄러운 사정이야..."

볼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대답을 회피하는 타네기의 모습에 마유는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그의 옆에 붙어있는 소녀와 시선을 마주쳤다. 자신보다 족히 10cm는 더 커 보이는 키. 몸매에 대한 건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아무래도 자신보다 스타일 만큼은 좋아보인다. 외모도 보고 있으면 무뚝뚝해 보이지만 그것에 매력이 있어, 어쩌면 타네기의 취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설마, 그 사정이란 게...'

싫은 예감이 든다. 눈 앞의 소녀와 뭔가 트러블이 생겼고, 그것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한 결과가 지금의 것은 아닐까. 그녀가 이러저러한 걱정을 마음속으로 하고 있을 때, 린이 먼저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시부야 린이야. 15살이고, 잘 부탁해."

"에? 아...사쿠마 마유에요. 잘...부탁해요..."

텁-

마주 잡은 두 손. 서로를 탐색하는 듯 교차하는 눈빛과 시선. 그 속에서 서로에게 피어나는 라이벌 의식.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떠올렸다. 서로가 서로의 장해물일 것이란 생각을.

"프로듀서 씨의 보필은 마유가 하고 있으니까...시부야 양은 편하게 있도록 하세요."

"아니, 그럴 순 없어. 아이돌로 스카웃 되었으니까 나도 사무소의 일원이야."

"..."

찌릿-

꽈악-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고 스파크가 뒤는 듯 싶더니 이내 악수를 하고 있는 손에 둘 모두 힘이 들어간다. 비록 아직 어린 여자아이들이기에 그 힘은 강하다고 할 수 없지만 신경전을 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프로듀서 씨는 마유의 프로듀서 씨고 마유는 마유의 프로듀서 씨의 마유라구요오?"

"그래? 그런데 프로듀서는 소속사 아이돌 모두의 프로듀서라고 알고 있는데..."

조금의 물러섬도, 양보도 없이 벌어지는 신경전! 공교롭게도 타네기는 쇼코가 보이지 않는 것에 신경을 써서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상하네, 쇼코도 있어야 하는 시간인데."

"쇼코?"

"아, 쇼코라면 늘 있던 곳에 있답니다."

"그래? 린에게 소개해줘야 하니 데려올게."

휴게실을 나서서 자신의 사무실로 가버린 타네기. 그가 사라지자 정적이 흐르는 휴게실 속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악수를 하던 두 소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놓고 내려놓더니 이내 서로를 노려보았다.

"시부야 양, 당신...방해야."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프로듀서 씨는 마유를 사랑해주겠다고 직접 사인까지 해주셨다구요오?"

"그 말은,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줄 사랑은 있다는 말로 생각해도 되는 거 아냐?"

"...네?"

"프로듀서가 정말로 마유 널 사랑해주겠다고 했다 해도, '너 만을'이라는 전제가 붙지 않았으니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다행이야."

"그런 억지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아직 결판이 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초면에서 벌어진 기싸움은 마유의 패배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마유 역시 그러한 부분은 알고 있었다. 충분히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하필이면! 프로듀서를 노리는 갓 연예계에 발을 걸친 풋내기한테!
마유의 분함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린은 다시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로 프로듀서를 위해서도 잘 해보자."

씨익-

살짝 올라간 입꼬리. 마유가 느끼는 분함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 것 같다. 그렇기에 마유는 분노했지만 열이 나거나 흥분하는 분노가 아니었다. 오히려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가며 힘이 들어가는 대신 빠져나가 표정이 싸늘하게 변한다.

"마유는...지지 않아요..."

"나도야."

마유를 따라 정색한 린. 두 사람 사이에 차가운 기류가 생성되려고 할 때, 마침 문을 열고 타네기와 쇼코가 휴게실로 들어왔다. 타네기가 들어오는 순간 마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린의 손을 마주 잡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려요. 시부야 양."

"나야말로, 마유."

"오, 둘 다 사이가 좋게 된 거야?"

"프로듀서 씨...네, 마유는 시부야 양과 사이 좋게 지내기로 했어요오..."

'프로듀서 씨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어요!'

"나도야. 마유랑은 어쩐지 마음이 통할 것 같아."

'한 번 두고 보자구.'

찌릿-

"치, 친구의 아이돌...자...잘 부탁해."

두 손에 버섯 화분을 들고 있는 작은 체구의 쇼코. 린보다 마유가 작고, 쇼코는 그런 마유보다 작기에 어찌 보면 세 자매가 모여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타네기는 미소를 지었다.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이 소녀들이라면 마음이 잘 통할 것 같았다. 그리고 세 사람을 서로 소개해주려고 한 그때, 갑작스럽게 그의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삐리리릭-

"응? 아, 부장님이...모두, 잠깐 통화 좀 하고 올 테니 서로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해."

타네기는 급히 전화를 받으며 휴게실을 나가 사무실로 향했고 그가 떠난 자리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찌하면 좋을까. 마유와 린은 열심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보이지만 쇼코는 여유롭게 쇼파에 앉아서 자신이 가져온 버섯을 보고 있었다.

"..."

"후히힛."

"...쇼코라고 했지? 난 시부야 린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후히...잘 부탁해..."

린이 내민 손을 마주 잡고 악수하는 쇼코는 문득 자신을 보고 있는 마유의 시선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녀가 둔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평소에 사람들의 시선을 잘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인지, 쇼코는 마유의 시선이 가진 싸늘함을 눈치 채지 못했다.

"쇼코는, 프로듀서를 좋아해?"

"에? 그, 그건 왜..."

"궁금하잖아? 아이돌과 프로듀서간에 관계가 얼마나 좋은지 알면 좋기도 하고."

"아...응, 난 친구 좋아해. 상냥하고...나를 귀찮아하지도 않고...그리고, 나한테 재능이 있다구...송이버섯이 될 수 있다고 해줬어...후히."

'송이버섯?'

"...쇼코는 프로듀서를 친구라고 부르는데, 그건 프로듀서를 친구로 생각해서야?"

"으응...혼자 외톨이로 있는 나를 봐줬으니까, 그러니까 친구는 친구야. 버섯들도 친구는 좋아해...후힛."

"흐응..."

쇼코와 몇 마디의 얘기를 나눈 것으로 대충 그녀의 생각을 예상한 린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보기에 쇼코는 타네기에 대한 연애 감정은 물론, 이성으로 본다는 감정도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저 타네기에게 프로듀스를 받는 아이돌 동료 정도의 관점으로 봐도 괜찮을 것이다. 문제는 마유. 지금도 자신과 쇼코를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그녀는 아무리 봐도 타네기에게 아이돌과 프로듀서 이상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있으면 타네기의 중요한 관심을 자신만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그녀를 물리치면 타네기의 관심은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된다. 그가 아이돌들을 위하는 마음도, 열정도 자신을 위한 것이 된다.

"뭐, 말해두고 싶은 게 있는데..."

"어머, 마유도 그런데요..."

찌릿-

"후에..."

아주 잠깐이지만 또다시 튀긴 스파크. 그것은 둔한 쇼코도 느낄 수 있었고 덕분에 그녀도 두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잠시 서로를 노려보며 가볍게 신경전을 하던 두 소녀는 이내 동시에 입을 연다.

"프로듀서는-" "프로듀서 씨는-"

"내 거야." "마유의 거에요."

찌릿-

거의 동시에 입에서 나온 말들. 어떻게 보면 콤비로 활동해도 괜찮을 정도의 절묘한 타이밍이었지만 두 소녀는 그 절묘함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서로를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봤다. 당연히 서로 상대방이 타네기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마유의 경우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감정이고, 린의 경우는 그저 타네기라는 사람과 그가 가진 아이돌을 위한 마음에 대한 온전한 독점욕이었지만, 둘 모두 평범함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었기에 둘 중 하나가 삐뚤어졌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상태였다.
그런데,

"아? 무슨 소리야...?"

"응?"

"네?"

"친구는 친구야...누구의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프로듀서는 쇼코에게 친구인 거잖아? 그 정도는 나도 신경 안 써."

"마유도에요. 마유는 별로 라이벌을 늘리고 싶지 않으니까요."

"친구에게 친구 이상의 것은 필요 없어...두 사람은 친구의 아이돌. 그 이상은 안돼..."

"...?"

"쇼코 양...?"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쇼코의 말에 린은 물론이고 마유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지금까지 쇼코는 조용히 있었다. 타네기의 책상 아래에서 버섯들과 같이 있으며 즐거워하는 정도였기에 그저 그런 정도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그게 아니었다.

"친구한테 쓸데없는 감정 품지 마...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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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우정의 형태. 모바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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