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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노트 제 31페이지 - 절망의 늪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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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6, 2016 13:31에 작성됨.

해가 완전히 뜨려면 약간의 남은 시각. 나는 휴대폰 알람에 맞춰서 눈을 떴다. 내가 이렇게 빠르게 기상한 이유는... 현재 내 방에서 자고 있는 여고생 때문이다. 내가 출근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여고생의 등교시간은 내 출근시간보다 좀 빠르니까... 빨리 집으로 바래다 줘야겠다. 나는 소파에서 내려와 방으로 들어갔다.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린이 보인다. 거참 이 정도면 누가 데려가도 모르겠네... 어이... 린. 린... 나는 린의 어깨를 잡고 약하게 흔들었다. 그녀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린...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너 학교 지각한다.

 "으응- 5분만... 5분만 더..."

 린은 몸을 돌렸다. 이 녀석이... 나는 린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새벽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제현시켜줄거야... 린의 몸이 움찔거린다. 아, 일어났나보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린은 내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는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봤다. 일어났어? 일어났으면 어서 준비해. 집에다 바래다 줄테니까. 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아, 그리고 네 옷들은 전부 빨아서 건조시켜놨으니까. 넌 그냥 샤워하고 나와. 너희 집가면 바로 책가방 싸들고 갈 수 있게 말이야.

 "어... 응. 고마워..."

 욕실에 들어가 있어. 어제처럼 문 옆에다가 옷 갔다줄테니까. 그리고 아침은... 돌아가서 먹을 시간은 없으니까. 여기서 먹고 가자. 나도 너 바래다 주고 하면 밥 먹을 시간 없으니까. 바로 출근해야돼. 린은 나를 멍하게 쳐다봤다. 빨리 움직여. 시간이 빠듯하다고...?

"어... 응!"

 우리들의 아침은 정말 빠르게 진행됐다. 샤워를 마친 린은 깔끔하게 교복차림으로 와서는 식사를 시작하고 그녀가 식사하는 동안 나는 씻으러 간다. 샤워까지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씻고 나간다.

 내가 출근 준비를 마치니 린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린. 설거지 할 시간 없어. 가자. 나중에 내가 할 테니까. 가자.

 "응... 알았어."

 나는 정장 재킷을 입으면서 현관으로 나간다. 내 프로듀서 인생 중 정말 빠르게 준비한 것 같네... 이 모든 준비를 마치는데에 20분도 안 걸렸어. 내가 생각해도 내가 대단하다. 린. 차량 준비할 테니까. 밖에 기다리고 있어. 나는 현관을 나가면서 말했다.

 이제 슬슬 태양이 온세상을 비칠 때 쯤, 나는 린을 태우고 출발했다. 그나저나 괜찮냐?

 "힉!? 어... 어?"

 왜 그래...? 내가 뭐 하는 것도 아니고... 놀라기는... 어제 잘 잤어?

 "어... 어..."

  미안해.

 "프로듀서...?"

 어젯밤에 내가 너무 무섭게 하지 않았나 싶어서... 미안해. 나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린의 상태가 이상하긴 했지만 나도 덩달아서 이상해져서는 취미에도 없는 사디스트의 행동을 해버렸었지. 젠장...

 "아... 아니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좋... 한 건데..."

 나는 린을 봤다. 응...? 뭐라고? 린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이후로 우리들의 대화가 끊겼다. 나는 묵묵히 린의 집을 향해 운전했다.

 린의 집 앞에 도착했다. 린. 잘 가. 이따가 봐. 오늘도 고생해라.

 "고마워... 프로듀서. 프로듀서도 고생해..."

 린은 차량에서 내려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면서 차량을 출발시켰다. 자, 이제 이대로 출근하면 되는 건가... 거참, 오늘은 차량이 필요하지 않는 날인데... 귀찮게 됐네.

 이후 나에 대해서 린의 태도가 약간 바뀌었다. 일단,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약간 뜨거워졌고 복도에서 만나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몸을 움츠렸다. 이래선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잖아... 아니, 그때의 밤은 나쁜 사람이었지. 여고생에 무슨 짓을 한거냐. 나...

 "프... 프로듀서."

 린이 내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어, 린 무슨 일이야? 레슨 시간아니었나?

 "어... 레슨 쉬는 시간이야. 잠깐 시간 돼...?"

 린은 나의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 응...? 뭐... 딱히 급한 용무는 없지만 왜...?

 "휴게실에 좀 같이 가자..."

 린은 나를 끌고 사무소에서 나갔다.

 린은 휴게실에 먼저 들어가 안쪽을 살폈다. 휴게실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를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왜...? 상담하고 싶은 거라도 있는 거야? 휴게실 안으로 들어오자 린은 나의 팔을 놓아줬다.

 "프로듀서... 나..."

 린은 안절부절못했다. 린...? 왜 그래... 너 좀 심적으로 불안한 것 같은데...? 레슨 좀 쉴래? 내가 트레이너씨에게 말씀드릴게...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린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그게 아니라. 프로듀서... 나... 욕해줘..."

 ...네? 린은 몸을 떨면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이... 어이. 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장난치지마. 장난칠 생각이면 난 돌아갈거야. 나는 휴게실에서 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자 린이 나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프로듀서... 제발... 욕해줘. 나... 못 참겠어."

 린은 울먹이면서 말했다. 아니... 아무리 린이 마조히스트라고 해도 이건 증상이 너무 심하잖아. 나는 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린... 잘 들어. 여기는 회사야. 여기서는 나와 너는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관계라고... 직장동료란 말이야.  나는 널 서포트 해주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내가 네게 욕해버리면 어떻게 하냐. 게다가 너 내게 욕들으면 이상해지잖아. 레슨을 더 못 받는다고...

 "상관 없어... 나는 프로듀서의 욕을 듣고 싶어... 그러니까..."

 안 되는 건 안돼. 회사 내에서는 절대 안 들어줄거야.

 "미후네씨의 사진... 뿌릴 거야...!"

 린은 몸을 떨면서 휴대폰을 꺼내 보였다. 그렇게 떨면서 이야기해도 전혀 설득력이 없지만 말이지. 게다가 네가 그 사진을 뿌려버리면 미후네씨도 큰일이지만 나도 큰일나는 것을 잊지마. 어쩌면 프로듀서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지.

 나는 린의 귓가에 속삭였다. 미후네씨의 일도 그렇지만... 내가 프로듀서를 그만두게 된다면 널 두번 다시 보지 않을 거야. 그래도 넌 사진을 뿌릴 거야?

 "으... 으... 그건 싫어..."

 린은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녀가 어째서인지 내게 순종적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며칠 사이에 이렇게 변해버리냐고 사람이... 나는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회사 내에선 안 됩니다. 당신이 해야할 일을 하세요. 시부야 린씨. 네가 그토록 바라는 욕은 나중에 해줄테니까. 나도 약간 변해버렸다. 평소에 욕하지 않는 내가... 린 때문에 욕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욕을 일상생활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마조히스트즘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후훗...! 이번에는 이렇게 되었답니다."

 굉장히 자극적인 생활을 하게 되다보니 미유씨와의 대화도 약간 지루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도 점점 미쳐가는 것 같다. 내가 욕을 하면 그것에 반응하는 린의 모습이 너무나도 꼴사납고 웃겨서... 유명 아이돌인 시부야 린이 내 욕을 듣고 기뻐하고 자기 멋대로 실신해버리는 모습이 너무 꼴사납고 웃겼다. 하지만, 미유씨에게는 그런 취미는 없겠지. 나는 적당하게 그녀의 말에 맞추어 호응해주고 웃어줬다.

 "프로듀서씨...? 일하시는 도중에 죄송하지만 시간되시나요?"

 나는 하던 작업을 멈추고 사쿠마씨를 봤다. 아, 이 녀석도 내게 협박했었던 녀석이었지. 무슨 볼일이지? 나는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웃으면서 사쿠마씨를 봤다. 예... 물론이죠. 사쿠마씨. 지금은 그렇게 바쁘지 않아서 말이죠.

 "그럼... 이야기를 위해서 휴게실로 가죠."

 사쿠마씨는 그렇게 말하고 먼저 사무소에서 나갔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무슨 용건이시죠? 사쿠마씨?

 "시부야씨에게 무슨 짓을 하신 거죠?"

 사쿠마씨는 휴게실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린에게 무슨 짓을 했다니요...? 나는 사쿠마씨를 마주 보고 앉았다.

 "가뜩이나 당신에게 미쳤었는데... 요즘은 아주 발정나있는 암캐 같아 보여서요."

 이야... 같은 직장 동료인데 말씀이 좀 심하신 것 같은데요? 사쿠마씨...?

 "상관없잖아요? 그녀는 어차피 경쟁자일 뿐이죠. 친구가 아니에요."

 뭐... 두 사람 전부 제가 관리하는 아이돌들 이지만요...? 조금은 친하게 지내시는 것은 어떤지요?

 "대답이나 하세요. 시부야씨에게 무슨 짓을 하신 거죠?"

 말은 그렇게 해도 이 꼬맹이도 린의 상태가 신경 쓰이나보다. 나는 실실 웃었다. 저는 그녀가 해달라는 대로 해줬을 뿐입니다. 이 정도면 답이 되셨습니까?

 "아, 그래요...? 그럼 그 짓 제게도 해주시겠어요?"

 사쿠마씨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음? 무슨 행동인지는 아시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인행세를 해주셨겠죠."

 사쿠마씨는 정색하면서 말했다. 뭐... 맞는 말씀이시긴 하지만... 린에게 한 행동을 똑같이 하면 당신이 꽤나 곤란해지실 것 같은데요...? 사쿠마씨는 미간을 찌푸렸다.

 "좋아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시나요?"

 사쿠마씨는 자리에 일어나면서 말했다. 예. 요즘은 미후네씨가 꽤나 바빠져서 식사 약속을 못 잡고 있어서 말이죠.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거짓말을 했다.

 사실 이제 미유씨와 어울리는 것보다 이 녀석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재미있어졌으니까. 일부로 그녀와 약속을 잡지 않았다. 작은 자극을 받고 있다가 너무 큰 자극을 받아버리면 작은 자극을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처럼...

 "표정을 보아하니... 아니에요. 당신이라는 사람이 그럴리는 없을 테니까. 그럼 이따가 뵙죠."

 사쿠마씨는 그대로 휴게실에서 나갔다. 나는 그녀가 나가자마자 소리없이 웃기 시작했다. 그럴리가 없다고...? 아니 그럴리가 있어. 나는 너희들 때문에 변해버렸다고... 너희들이랑 노는게 재미있어졌단 말이야... 하아... 나도 정말이지. 미쳐버렸구나. 빌어먹을... 미안해요. 미유씨. 나... 이제 당신으로 만족 못 할 것 같아. 

"프로듀서씨? 오늘 오랜만에 저녁식사 하실까요?"

 미유씨는 내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아아...! 미안해요. 선약이 잡혀서 못 갈 것 같아요. 나는 양손을 모아서 미유씨에게 사과했다.

 "아... 그래요? 아쉽네요. 요즘 통... 함께 하질 못해서요."

 미유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미유씨. 죄송해요. 요즘 여기 저기에서 저를 찾아서 말이죠. 죄송해요...

 "에헤헤... 괜찮아요.  그 만큼 프로듀서씨가 바쁘다는 거겠죠?"

 미유씨는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로 미안해요. 저는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 조용히 살았지만... 이젠 넘어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입니다. 당신을 볼 때마다 내 양심이 많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원래 자극을 받으면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종족이니까요. 비록 지금의 저는 당신에 대한 감정이 식어버렸지만... 그래도 당신이 아이돌을 계속 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당신의 프로듀서니까요...


 "아, 오셨나요?"

 미유씨와 항상 왔던 다리 위에 그녀가 아닌 다른 소녀가 서있다. 안녕하세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아뇨. 5분 정도 밖에 안 기다렸어요. 가실까요?"

 사쿠마씨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상가가 아닌 주택가로 이동했다. 저기... 죄송하지만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거죠?

 "어디긴요? 저희 집이죠. '연인행세'하기 가장 좋은 장소 잖아요?"

 오늘은 사쿠마씨네 댁인가... 거기서 뭘 하려나? 이 꼬맹이는 어떤 것으로 날 재미있게 해주려나?

 "아키라씨?"

 앞에서 걷는 사쿠마씨가 나를 불렀다. 왜 그러지? 마유? 나는 위화감없이 연인모드로 전환했다. 마유가 걸음을 멈췄다.

 "이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가봐요?"

 마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덕분에 말이지?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마유는 다시 앞을 보고 걸었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마유가 사는 자취방. 이 꼬맹이 생각해보니 이쪽 지역 출신이 아니였지.

 "들어오세요."

 마유는 열쇠로 방문을 열면서 말했다. 어, 실례한다. 우리들은 자취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오자 달콤한 향이 나의 코를 자극했다. 음...? 원래 여자가 사는 곳은 이런 달콤한 향이 나나?

 "뭐... 집에서 보내주는 방향제 향인데 괜찮으신가요? 마음에 드시면 하나 드릴게요."

 아니. 그다지 받고 싶진 않네. 여자에게 어울리는 향이니까 말이야. 나 같은 아저씨가 뿌리는 향이 아니다. 나는 방 한가운데에 앉았다. 방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저 일단, 씻고 올게요."

 마유는 타월, 갈아입을 옷을 챙기며 말했다. 예... 마음대로 하시죠. 나는 휴대폰을 꺼냈다. 메시지가 와있었다.

 -아키라. 사랑해♥

 린에게서 온 메시지다. 이야... 예전엔 이모티콘 하나를 붙이지 않고 단답만 했던 린이 요즘 들어서 예전과 반대로 되어버렸다. 어, 그래. 예전 같았으면 최소 1줄의 문장으로 답했던 나는 단답으로 보내게 되었다. 그나저나... 메시지까지 연인행세 해줘야하는 건가?

 -아키라씨!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미유씨의 메시지다. 음... 이 사람에게는 성의 있게 보내줘야겠지? 내 '연인'이니까 말이야. 나는 빠르게 키패드를 눌렀다.

 예! 미유씨도 고생하셨어요! 집에서 푹 쉬세요!

 -헤헷... 아키라씨. 사랑해요...♥

 미유씨는 칼같이 답해왔다. 나는 메시지를 잠시 동안 보다가 답장했다. 네... 저도 사랑해요. 미유씨!

 린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아키라... 전화해줄 수 있어?

 미안해. 지금 사람들하고 있어서 전화는 좀 무리일 것 같아. 나중에 하자.

 -응... 알았어...

 린은 더이상 메시지를 보내오지 않았다. 보나마나 전화로 욕해달라는 거겠지... 나는 느긋하게 인터넷 서핑을 했다.

 "후... 아키라씨도 씻으실래요?"

 마유는 타월로 머리를 비비면서 말했다. 글쎄다. 어차피 자고 갈 생각은 없어서 말이지. 간단히 용건만 하고 가자고...? 자, 뭘 할거지?

 "아쉽네요. 재울 생각이었는데 말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돌이 혼자 사는 자취방에서 자는 것은 좀 위험할 것 같아서 말이지.

 "조심성이 많으시네요... 그러면..."

 마유는 갑자기 자신이 입고 있었던 잠옷을 벗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긴요...? '연인'행세죠. 아, 상의탈의 좀 해주세요."

 그 짓은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 짓까진 생각 안 했는데? 나는 상의탈의하면서 말했다.

 "응...? 그 짓이 뭔데요?"

 마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진심으로 묻는 거냐?

 "네. 모르겠는데요? 마유는 너무 어려서 말이죠."

 허허허 누가 들으면 정말 어린애인줄 알겠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잖아? 안 그래? 린보다 1살 연상이잖아.

 "어머. 싫어라. 숙녀의 나이를 함부로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마유는 옷을 마저 벗었다. 알몸인줄 알았던 그녀의 몸은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어이... 넌 바니걸이라도 하려고? 애초에 그 옷은 언제 들고간거냐?

 마유는 토끼 귀만 없는 바니걸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건 아실 필요없어요. 자, 정좌로 앉아주실래요?"

 마유는 자신의 수납장에서 무언가를 꺼내면서 말했다. 갑자기 웬 정좌...? 마유는 수납장에서 밧줄을 꺼내와 나의 손목을 묶었다. 지금 뭐하는 건지 물어봐도 돼?

 "뭐긴요? 연인행세죠. 같은 말 반복시키시네...?"

 넌 연인을 구속하라고 배웠어? 마유는 내 손목을 묶고나서 다시 수납장으로 갔다. 그리고  다른 무언가를 꺼냈다. 어이... 그거 채찍 아니야? 경마용...?

 "네. 맞아요. 이걸로 당신을 '조교'할 거예요."

 마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 넌 사디스트냐... 하지만 나는 맞고 싶은 취미는 없는데?

 "지금부터 만들어 드리면 되겠죠?"

 마유는 내 뒤로 가서 등짝을 후려쳤다. 큭!? 통증이 뇌를 자극한다. 이거 장난 아니게 아픈데?

 "에이... 아직 제 조교는 시작도 안 했는 걸요?"

 마유는 또다시 나의 등을 후려쳤다. 윽! 너무 아프다고...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꺄핫!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여주세요. 좀 더 좀 더...!"

 마유는 무차별로 채찍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등뿐만이 아니라 팔과 가슴 쪽에도 채찍질을 했다. 제기랄... 린은 이런 고통을 즐긴다는 거야? 완전 미친 거 아니야?

 윽! 윽! 그만... 그만... 마유는 내 의사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채찍질을 했다. 인내심의 한계가 찾아온다. 손만 자유로우면 되는데... 어라? 손목에 묶인 매듭이 헐렁했다. 응? 뭐지? 얘가 실수라도 했나? 왜 이렇게 헐렁해? 나는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서 매듭을 풀어나갔다.

 "꺄하핫! 고통의 신음. 들려주세요!"

 린도 미쳤지만 이 녀석도 확실히 미쳤다. 미친 녀석에겐 미친 녀석이 답이다. 좋아. 다 풀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좌자세를 오래 유지해서 그런지 다리가 저렸다.

 "누가 일어나도 좋다고 했죠?"

 마유는 탁해진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죽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겠어?

 이젠 마유의 탁해진 눈동자도 익숙해서 무섭지 않았다. 나는 피를 통하게 하기 위해서 발을 약하게 굴렀다. 마유는 내게 채찍을 휘둘러왔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떴다. 아프다고 말했잖아! 나는 마유를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꺅!"

 나쁜 꼬맹이에겐 벌이 필요하겠지? 린의 경우엔 마조히스트라서 때리면 웃긴 반응을 보였지만 너는 어떨까?

 "히... 히익!? 다가오지 마요. 다가오지 마."

 마유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으로 나를 봤다. 어이... 꼬맹아. 주둥아리 좀 다물어줄래? 나는 표정을 찡그리며 마유를 내려봤다.

 "더... 더 오시면 사진... 사진 뿌려버릴 거예요!"

 사진...? 어이쿠, 미안해요. 사쿠마씨... 라고 할 줄 알았냐!? 나는 마유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을 잡았다. 그깟 사진... 얼마든지 뿌려. 난 이제 신경쓰지 않아. 미후네씨?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 왜냐고? 너희라는 재미있는 것 노리개가 있으니까...!

 "으그극...! 아... 아키라... 씨."

 마유는 고통스러워하며 나의 팔을 쳤다. 아아... 나는 마유를 놓아줬다.

 "켁 켁... 켁..."

 미안해. 마유... 나 원래 사디스트가 아닌데... 린과 놀다보니까. 조금씩 생기더라? 나는 마유의 배를 걷어찼다. 그래도 얼굴은 건드리면 안 되겠지. 아이돌의 생명은 얼굴이니까 말이야? 안 그래? 마유?

 "쿨럭...! 켁... 켁!"

 마유... 내가 묻잖아. 어!? 나는 마유의 머리카락을 잡아올렸다.

 "하아윽... 당신...! 이러고도..."

 마유는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어이... 지금 네 상황을 이해 못한 모양인데... 여기에서 네게 도움줄 수 있는 사람 하나도 없거든? 나와 너 단둘이란 말이야. 알아?

 처음과 상황이 정반대로 돌아간다. 나를 조교하려고 시도하던 마유는 내게 욕을 들으며 얻어맞았다. 그녀의 저항이 있었지만 그것도 1시간 정도였지. 이후가 되니 더 이상 저항이 사라졌다. 그녀는 비굴하게 내게 용서를 구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하! 꼴 한번 좋군. 사쿠마 마유. 어때? 너의 소유물인 운명의 사람이라는 존재에게 당해보니까... 뭐... 네가 그렇게 용서를 빌 정도면 많이 무서웠겠구나? 나는 자세를 낮춰 마유와 눈높이를 맞췄다. 사진 뿌리고 싶으면 뿌려. 뿌리게 되면 미유씨의 아이돌 생활에 지장이 생길 테고... 내 프로듀서로서의 생활도 지장이 생기겠지. 어쩌면 그만두어야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 각오하는 것이 좋아. 나 지금 너희들이랑 놀다가 많이 미쳤거든? 내가 무슨 짓을 하게 될지 몰라. 그러니까. 뿌릴 테면 뿌려봐. 알았어?

 나는 그대로 마유네 집에서 나왔다. 상쾌한 밤 공기가 나의 폐로 들어온다. 하으... 오늘도 재미있었다. 집에 가서 린에게 전화나 할까나...? 나는 실실 웃으면서 집으로 갔다.

 

 

 절망의 늪 4화 끝.

 

 안녕하세요. YamamotoAkira 입니다. 절망의 늪 4화 어떻게... 재미있게 읽어주셨는지요. 스토리가 3화부터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흘러가더니 아키라의 사디스트 각성에... 이젠 마유에게 협박을 하게 되었네요. 음... 당한 것을 되돌려줬다는 느낌일까요? 그리고 미유씨에게는 안타깝지만...

 

아키라가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두둥...!) - 물론, 본인은 눈치를 못채고 있음.

 

 아, 이번 화는 모바일로 친거라서 다소 문법 정리가 덜 되어있습니다. 유의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아마 독자분들이 더 문법을 잘 알고 계시지 않을까...? 응?)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십쇼~ 저는 5화를 구상하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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