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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의 얀데렐라-(03)《이름을 알리기 위해》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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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26, 2016 01:44에 작성됨.

"그러면 마유와 쇼코 모두 부를 곡들의 컨셉이 정해졌네요. 쇼코는 프로듀서 씨도 아시는 것처럼 헤비메탈, 그리고 마유는 발라드 풍의 팝송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헤비메탈을 부르는 여자 아이돌은 쇼코가 처음은 아닐 거에요. 다양한 시도라면 당연히 있었겠죠. 단지, 그것이 성공하지 못했기에 쇼코 같은 경우가 드문 거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물론, 쇼코나 프로듀서 씨의 선택이 잘못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걱정이 되는 것 뿐이죠."
 
"음..."
 
"괜찮아요."
 
"...?"
 
 불안해 하는 메이의 말을 듣고 뭔가 생각을 하던 타네기는, 돌연 자신의 팔을 품에 끌어 안으며 먼저 말을 해버린 마유에게 놀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평소의 온화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미소와 눈웃음을 짓고 있다.
 그녀 특유의 살짝 쳐져 묘한 색기를 발산하는 눈은 타네기의 마음을 흔들려고 했지만, 단호하게 마음을 먹은 타네기는 애써 그것을 피하지 않고 마주 봤다.
 
"괜찮다고?"
 
"네. 무슨 일이 있어도 프로듀서 씨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마유가 증명할 거에요. 마유는 프로듀서 씨가 제일 먼저 선택한 아이돌이니까..."
 
"..."
 
 마유의 말에서 그녀 나름대로의 결의를 느낀 메이는 입을 다물었고 타네기도 조금 감격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 그는 별개로 생각하는 것 때문에 그녀의 머리를 살짝 흐트러지게 쓰다듬었다.
 
"마유, 그런 너의 생각은 고마워. 프로듀서로서 너 같은 아이돌의 담당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난 말할 수 있어. 하지만 쇼코의 일은 달라. 쇼코는 원래 이쪽 세계와는 전혀 관계 없는 아이였어. 단지 서로가 마음이 어느 정도 맞았기에 그녀가 날 따라서 갑작스럽게 연예계에 뛰어들게 된 거지. 그런데 쇼코가 처음으로 하는 데뷔에서 실패를 맛보게 된다면 어떨까?"
 
"프로듀서 씨를...원망하는 건가요?"
 
"글쎄, 그럴지도 몰라. 오히려 그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마유는 그렇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유는 프로듀서 씨를 원망하지 않아요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나는 쇼코가 사람을 믿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 걱정이야."
 
"사람을 믿는 거요...?"
 
"그래"
 
 마유와 메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데도 타네기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진심이 가득 담겨 있는 듯 걱정이 보이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쇼코는 나를 믿고 아이돌이 되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정했어. 그리고 나도 그녀가 헤비메탈을 부른다는 것에 찬성했지. 즉, 그녀는 지금 나와의 신뢰를 가지고 아이돌 업계에 뛰어든 거야. 내가 그녀에게 아이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으니까, 내가 그녀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했으니까."
 
"하지만 그건...프로듀서 씨는 너무 깊게 걱정하고 있어요."
 
"이건 내 걱정이 깊은가의 문제가 아니야. 난 아이돌이 가장 빛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왜냐면, 아이돌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아이돌만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행복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 아이돌이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건...난 안된다고 생각해. 그게 내 프로듀서로서의 신념이야."
 
"프로듀서 씨의 신념..."
 
"죄송해요, 마유가 너무 멋대로 생각하고 말해서. 마유는..."
 
 울먹이며 말을 쉽게 잇지 못하는 마유의 모습에 타네기는 조금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 마유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믿어 달라는 의미에서 말한 것인데 자신이 그것을 부정하듯 말해버렸으니 상처를 받은 것이리라. 그런 생각이 들자 타네기는 조금 망설이다가 이내 마유를 품에 안아주었다.
 
"후앗-?"
 
"미안해, 마유. 이런 나를 따라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 건데...별로 너의 마음을 부정한다거나 할 생각은 없었어. 누가 뭐라 해도 넌 나의 첫 번째 아이돌이니까."
 
"마유가...프로듀서 씨의 첫 번째..."
 
 뺨을 빨갛게 물들이며 기쁨의 미소를 짓는 마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메이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두 사람을 떨어뜨리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충동에 잡힌 그녀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니,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마유와 눈이 마주쳤다.
 
스스슷-
 
"...!?"
 
 자신과 눈이 마주친 순간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뺨을 붉히고 있던 마유의 표정이 한 순간에 굳으며 눈빛이 싸늘하게 변한다. 생기 대신 살기가 담겨있는 듯한 눈빛. 자신이 조금 전에 느꼈던 살기가 마유의 것이라는 생각을 한 순간, 그녀를 향해 살짝 고개를 돌린 마유가 조용히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만 움직인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표현하는 그녀의 말을 이해한 메이는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의.것
 
 짧은 한 마디의 말이지만 그것을 말하는 마유의 눈빛이 너무도 섬뜩했기에 그녀는 내밀려던 손을 멈추고 머뭇거렸다. 그동안 타네기는 마유를 놓아주고 메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바쁘실 텐데 성가시게 해서"
 
"...에? 아..."
 
"덕분에 도움이 되었어요. 괜찮다면 다음에 식사라도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네에..."
 
"마유, 오늘 하루 남은 시간은 자유니까 쉬도록 해. 난 너희 둘의 곡을 낼 수 있도록 조금 바쁘게 다녀야 할 것 같아."
 
"그런가요오. 알았어요, 마유는 사무실에서 프로듀서 씨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오."
 
"어? 아니, 기다릴 필요는..."
 
"기다리고 있을게요오..."
 
"아, 으응...일찍 들어갈 수 있도록 해볼게..."
 
 스스로의 뺨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짓는 마유의 모습에 타네기는 왠지 그녀를 매정하게 대할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타협의 선을 제시했다. 그렇게 마유는 사무실로, 타네기는 상부에 보고를 하러 간 뒤 혼자 남은 메이는 아직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마유의 눈빛 때문에 멍하니 서있었다.
 
                             ♡            ♡            ♡
 
"킁..."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오후, 보고 및 계획 설명을 모두 했던 타네기는 쓴 소리를 듣고서 허탈한 기분에 길을 걷고 있었다.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것도 다른 문제가 아니라 마유에 관련된 문제였다. 최근에 들어서 소속사를 이적하게 된 그녀가 아이돌로 활동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시기의 주기가 너무 짧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상대 소속사에서도 갑작스럽게 아무런 말 없이 이적한 그녀의 일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러가지로 인터넷에 물의를 일으켜 놓은 것이었다.
 
"활동을 하려면 쇼코 혼자서는 가능하지만 둘이 함께 하는 건 불가능하다니...쇼코의 솔로 활동, 아니면 한 사람을 더 데려오라니! 무슨 낯으로 사무실로 돌아가냐고...!"
 
 기운 없이 걸어가던 타네기는 한숨을 내쉬며 걷다가 문득 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저녁을 먹기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공원에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그는 곧장 공원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갑자기 달려온 강아지가 다리에 머리를 비벼서 제자리에 멈추었다.
 
끼잉- 끼잉-
 
"강아지...?"
 
 털이 복슬복슬한 작은 강아지. 갈색의 털에 큰 눈망울, 살짝 내민 혀가 귀여운 매력을 가진 강아지는 처음 보는 타네기에게 친근하게 굴며 애교를 부렸고, 그에 조금이나마 복잡한 기분이 나아진 타네기는 쪼그려 앉아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목걸이를 하고 있네. 주인이 있는 강아지구나? 사람을 잘 따르다니, 기특하네..."
 
왕! 왕!
 
"하하, 기운은 굉장히 넘치는구나? 주인은 어디 있니?"
 
 조금 전까지 가라앉았던 기분이 갑자기 나타난 강아지의 사랑스러운 애교로 조금 나아진 타네기는, 어느새 근처까지 다가와 있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저기..."
 
"네?"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든 타네기는, 이내 어딘가 익숙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길게 기른 살짝 갈색 빛을 띈 검은 머리카락, 적당히 자란 듯한 체형에 살짝 쿨하다는 인상을 주는 외모. 기억이 날듯 말듯 한 소녀의 모습에 타네기는 신음을 흘렸다.
 
"당신은...분명..."
 
"아, 안녕하세요. 전에 프로덕션인가, 화분을 옮기는 일에 도움 받았던 시부야 린이에요. 기억하세요?"
 
"아...!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나코가 잘 따르다니, 당신이 마음에 들은 것 같네요."
 
"그런가요..."
 
"...?"
 
 기뻐하는 듯 하면서도 어딘가 기운이 없는 미소. 비록 그와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딱히 그녀가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도 아니지만 어린 린이 보기에도 타네기에게 뭔가 걱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뭔가 걱정거리라도 있는 건가요?"
 
"예?"
 
"그게, 전에 봤을 땐 좀 더 기운이 넘치시고...밝은 분위기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뭐랄까, 빛이 사라진 전등 같은 느낌이네요..."
 
"아..."
 
"아, 갑자기 이런 말을 해서는 기분 나쁘겠죠..."
 
"아닙니다! 그게..."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키며 린과 마주 선 타네기. 갑작스럽게 그에게서 나온 기세에 역시 린도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그에 타네기는 사과를 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얘기를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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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좋네요. 허전한 반응은 조금 괴롭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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