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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의 마지막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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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1, 2013 07:32에 작성됨.

*히비키 생일 SS입니다.
*히비키의 생일을 놓쳐버렸습니다.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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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낙엽이 지고 있는 계절이다. 산에서는 알밤에 알맞게 익어 땅으로 툭툭 떨어지고 있고, 감은 잘 익었는지 까치와 까마귀들이 시골에서 시끄럽게 울면서 노리고 있을 것이다. 바람이 선선한 이 계절을 느끼면서 P는 자신이 도착한 촬영장소의 배경을 느긋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시원한 계절이 찾아왔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귀하. 왜 그리 두리번 거리는 지요?”

화보촬영을 위해 흰 원피스에 회색 가디건을 걸치고서 하얀 둥근 모자를 쓴 타카네가 다가와 물었다. 그녀를 보자 P는 짓궂은 생각이 들었다.

“가을을 느끼고 있었어.”
“그러하옵니까? 확실히 이곳은 공기도 좋고 바람도 잘 통하니 그런 기분이 드는 군요.”
“더불어 타카네를 보니 군고구마가 먹고 싶어졌어.”
“군고구마라. 확실히 가을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지요. 헌데 왜 저를 보고 그것을 떠올리는 지요?”
“그야 타카네니깐 가을하면 식욕의 계절이라고 떠올렸을 거 아니야?”
“무슨! 저라고 먹을 것만 탐내는 것은 아닙니다! 자고로 가을이라하면 예술과 독서의 계절이라 하여…….”
“헤에, 그럼 타카네는 오늘 식욕을 참을 수 있는 거구나.”
“당연한 것이옵니다! 식욕 정도는…….”

P가 말을 끊고 그리 묻자 타카네는 일순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원망스럽게 P를 노려보며 볼을 부풀렸다.

“……너무 짓궂은 것이옵니다.”
“하하, 뭐 그럼 오늘은 참지 말라고. 특별한 날이니깐 말이야.”
“흥! 이옵니다!”

타카네는 그리 말하고서 그대로 자신을 부르는 스텝들에게로 돌아가 화보촬영을 마저 하러 갔다. P는 그런 타카네의 모습에 웃고서 오늘 스케줄들을 확인했다. 오늘 오후의 일만 끝내면 모든 아이돌들의 일은 끝난다. 오늘을 위해 일부러 리츠코와 코토리씨와 협조해 아이돌들의 스케줄을 조정했다. 그런 오늘인 만큼 어떻게든 모두와 즐거운 하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화보촬영을 마지막으로 타카네와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그럼 오늘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요?”
“일단 타카네의 사라진 식욕부터 찾아야겠지?”
“계속 놀리신다면 귀하를 통해 식욕 대신 다른 것을 채울지 모릅니다만?”

그러면서 타카네가 입술을 핥으며 매혹적인 표정을 짓자 프로듀서는 등이 써늘해짐을 느꼈다.

“알았어, 알았어. 그만 놀릴게. 참…….”
“귀하가 너무 짓궂은 것이 나쁜 것이옵니다.”

기세등등한 미소로 그리 말하는 타카네의 얼굴은 그리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P는 운전을 하면서 백미러로 힐끔 뒤에 앉은 타카네를 본 후 오늘 예정한 일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늘 히비키를 외롭게 둘 생각이야.”
“깜짝파티라는 것인지요?”
“그런거지. 그래서 일부러 타카네 옆에는 내가 붙어있기로 했어.”
“그건 어이하여?”
“타카네는 비밀은 잘 숨기지만 거짓말은 못하거든. 그래서 누구 하나가 붙어서 감시하기로 했는데, 오전 일을 같이 하는 내가 같이 있기로 했어.”
“기이한! 전 그렇게 신뢰가 없다는 것입니까?”
“하하, 그건 어떨까?”
“저도 마음만 먹으면 거짓말 하나 정도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거짓말 하나 해봐.”
“그, 그러니깐…….”

타카네는 잠시 고민하며 눈동자를 굴리며 고민하다가 이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전 정말 귀하가 싫사옵니다!”
“그랬구나…….”

그 말에 P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우물쭈물 하며 타카네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미안, 그런 줄 모르고…….”
“귀하?”
“싫은 남자와 같이 일하는 거 괴로웠지? 미안해.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 돌아가면 곧 담당 프로듀서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 그런! 아니옵니다! 귀하가 거짓말을 해보라기에 그래서 일부러……. 결코 귀하를 싫어하지는!”
“하하하하!”

끝내 P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웃음에 타카네가 어리둥절해 했다.

“귀, 귀하?”
“거봐. 넌 거짓말을 잘 못하잖아? 너무 착해서 지인에게 상처를 주지 못하고. 그런 네가 모두가 의도적으로 따돌려서 추욱 처진 히비키를 보고 외면할 수 있을 것 같아? 외면해도 티내지 않을까?”
“윽, 그것은…….”

P에게 속았다는 것보다도 자신이 결국 그리 할 것이라는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타카네는 기가 죽고 말았다. 신호에 차가 멈추자 P는 뒤로 손을 뻗어 그런 타카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만큼 타카네가 솔직하고 착한 아이라는 거니깐 난 안심이야. 날 싫어하지 않는 다는 것도 결국 진실이라는 거잖아?”
“귀하…….”

타카네가 살짝 볼을 붉히며 그 말에 기뻐하자 P는 싱긋 웃어주며 다시 차를 출발 시켰다.

“자, 그럼 히비키의 연락을 일부러 무시해볼까?”



히비키는 집 안에서 홀로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집은 짐들이 모두 정리 되어 있어 굉장히 씁쓸했다. 이사 준비로 오랫동안 같이 했던 동물 친구들까지 일찌감치 고향에 보낸 후라 집 안은 굉장히 씁쓸하게 느껴졌다.
아이돌을 은퇴한 후 처음으로 맡는 19살생일. 하지만 모두 다 잊어버린 듯 자신의 생일을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프로듀서 때문에 6개월 정도 이곳에 남아 있었지만, 내일이면 집에 돌아간다. 그래서 오늘 하루 정도는 모두를 만나고 싶었지만 먼저 연락을 못하고 자신의 생일이기도 하니 누군가 연락해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그저 망연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점심때가 다 되어가도록 아무도 연락을 해주지 않는다. 단순한 안부 인사조차 말이다. 아이돌의 인기는 금방이라고 한다. 금방 오르고, 금방 사라지고. 6개월의 시간은 그럼 그렇게 긴 것일까? 하다못해 아이돌일 때의 팬에게조차 축하인사나 선물을 받지 못했다.

“자신 정말 외톨이가 되어버린 건가…….”

홀로 도쿄로 올라와 한 동안 혼자 지낸 덕분에 외롭게 지낼 때가 있었다. 그 때문에 남보다 더 외로움을 잘 타게 되었고 타인과 어울리는 것에 크게 기뻐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팬들은 이런 자신을 외로움 쟁이라 하며 애정 어린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 별명이 싫지 않았다. 그런 별명을 붙여 준만큼 팬들은 자신을 외롭지 않게 해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은 사무소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타카네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을 줄은 몰랐다고…….”

시간이 지나 타카네도 이제 메일이나 문자 같은 거에는 많이 익숙해져 연락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거기다 자신과 같은 시기에 연습생부터 아이돌까지 같이해 가장 마음이 맞는 친구인 그녀다. 매년 서로의 생일은 제일 먼저 챙겨 주었었는데, 제일 중요한 생일인 오늘 아무런 연락이 없다 서운한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배고프네…….”

혹 누군가 불러줄까 식사도 하지 않았다. 간단히 도시락이나 먹을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다. 식사는 간단히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울 생각이었다. 씁쓸히 밖으로 나와 편의점으로 향할 때, 자신이 향하려 던 편의점 앞에 먼저 익숙한 차가 멈춰선다.

“어라?”

그 익숙한 차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그곳에서 모습을 숨긴다. 곧 차에서는 자신의 전 프로듀서가 내리고, 뒤를 이어 변장을 했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은발의 미인, 시죠 타카네가 같이 내렸다. 두 사람의 모습에 반가움을 느끼며 다가가려 했지만 어쩐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하고 고민하자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다정했던 것이다. 꼭 연인 사이인 것처럼…….



타카네는 P가 과장되게 내민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며 웃었다.

“오늘은 귀하의 에소코오트란 걸 받는 군요.”
“이렇게 안하면 히비키를 걱정해서 바로 연락할 것 같으니깐.”
“친우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옵니다.”

둘은 웃으며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P는 도시락을 둘러보며 슬쩍 타카네에게 물었다.

“타카네는 역시 라면?”

그 질문에 타카네는 어쩐지 고운 아미 사이를 살짝 찡그리며 한숨을 쉬었다.

“귀하까지…….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저라고 라멘만 먹는 것은 아니옵니다.”
“그랬나?”
“네. 제가 언제 다른 음식을 홀대한 적이 있던 가요?”

그 말에 P는 새삼 타카네의 식사를 회상해보았다. 확실히, 라면집에 가면 유독 많은 양을 먹기는 하지만 그것은 다른 식당에 가도 만찬가지였다. 타카네라고 매일 라면만 먹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아이돌보다도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그녀다.

“생각해보니 타카네는 뭐든 많이 먹는구나.”
“그리 말하시니 꼭 제가 먹보인 것 같군요.”
“하하, 아니었어?”
“짓궂으시옵니다.”

타카네가 삐진 듯 눈을 흘기다가 이내 도시락을 집어 들며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린다.

“왜 유독 라멘이란 이미지가 저에 대해 강하게 남은 것일까요?” 
“그것은 임팩트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런 타카네의 의문에 P가 간단히 말해주자 타카네는 P를 보며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임패액트라 하면?”
“쉽게 말해 강렬한 이미지야. 타카네는 우아하면서 신비로운 이미지라 어쩐지 가까이 하기 어려운 느낌이잖아? 그것이 좋아 팬이 된 사람들이 많지만, 역시 무언가 동질감이나 가까이 가고 싶은 기분이 들겠지. 그럴 때 타카네가 누구나 먹는 서민 음식인 라멘을 맛있게 먹으니깐 그게 어쩐지 강렬하게 사람들 인상에 남은 거야. 꼭 공주님이 서민들 사이에서 서민 음식을 먹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 매치가 안 되는 분위기의 음식을 좋아해주니깐 거기에 사람들이 특징을 잡은 거겠지.”
“겨우 그런 걸로?”
“겨우 그거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의외성이라는 거겠지. 예를 들어 네잎이란 작가가 있어. 보통 그 사람은 훈훈하거나 달달한 글, 다르게 말하면 그냥 평이한 재미없는 글들을 주로 쓰는데 가끔 얀이나 절망계 같은 전혀 상반 된 이미지의 글을 쓸 때가 있는데, 이 이미지가 너무 강력해 사람들은 그가 얀과 절망을 전문으로 쓴다고 생각하게 된거야. 사실은 반대인데 말이지.”
“그렇군요. 의외성이라 말이죠…….”
“응. 이것은 좋은 거라고 생각해. 그만큼 사람들이 타카네에게서 무언가를 찾고 가까이 다가가거나 친숙해 지고 싶다는 의지니깐 말이야.”
“그리 들으니 기쁜 것이옵니다.”

타카네는 웃으며 도시락을 내려놓고 컵라면 진열장으로 향했다.

“그러하면 팬들의 염원을 받아들여 라멘으로…….”
“하하, 결국 그렇게 되는 구나.”

P가 웃고 있을 때 타카네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히비키도 같이 있었다면 즐거웠을 텐데 말이죠. 아마 점심도 혼자 먹고 있겠죠?”
“이런, 타카네. 히비키를 잊으라고 말했지? 지금 이 순간은 내가 타카네를 즐겁게 해줄테니깐 말이야.”
“귀하…….”



히비키는 편의점 밖에서 슬쩍 둘을 엿보다가 겨우 대화 하나를 엿들을 수 있었다. 그 대화란 다름 아닌 자신을 잊으라는 것. 그리고 P가 자기가 아닌 타카네를 즐겁게 해주겠다는 것. 그 말은…….

“P……. 자신이 싫어진 거야?”

히비키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와 자신은 연인일터였다. 그의 고백을 듣고서 아이돌을 은퇴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은 거짓이었단 말인가? 사랑한다고 먼저 고백했던 그의 말이?
아이돌을 은퇴하고서 사무소 사람들과 만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그것은 P와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그와는 연인이 되었지만 아이돌이 바쁜 만큼 프로듀서인 그도 바빠 같이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오히려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일 때보다 더 만나기 힘들어진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바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필 수 있는 걸까?
타카네가 아름답다는 것은 그의 친구인 자신이 가장 잘 안다. 하지만, 하지만 연인은 자신이다. 그런 자신을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난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도 타카네만큼 매력적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자신은 완벽했으니깐.

“하지만 지금은 완벽하지 않아…….”

자신은 더 이상 완벽할 필요 없다. 아이돌을 그만 둔 순간 그런 생각을 하며 묘한 해방감까지 느꼈었지만 어쩐지 지금은 그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시간과 몸이 멀어지면 이렇게 마음까지 멀어지게 되는 것일까?

“그래도, 그래도 너무하다고…….”

이제 자신은 그 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 동물들도 미리 고향인 오키나와로 보내났고, 곧 자신도 돌아가 봐야 한다. 그리고 P가 자리를 잡으면 결혼을 하자고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버리는 건가? 자신이 오키나와로 돌아가면 그는 자신을 다시 찾을까?
혹시, 곧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이대로 타카네와 연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럴 수 없다고…….”

눈물은 멎어있었다. 대신 히비키의 눈은 모든 것은 버린 듯 공허하게 텅 비어있었다. 이대로 그를 놓칠 수는 없었다. 잠시 멀어 진거고, 잠시 그가 딴 길로 빠진거 뿐이다. 이런 건 바로 오게 고치면 된다.
그리 생각하며 두 사람에게 다가가려 할 때였다.

“어머, 히비키짱 아니니?”

그 목소리에 돌아보니 그곳에는 아즈사가 있었다. 
자기보다도 먼저 765프로에서 제일 먼저 은퇴한 그녀는 지금 한 사람의 주부였다. 코토리 다음으로 결혼한 그녀는 현재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짧았던 단발은 다시 장발로 길어져 있었다.

“아즈사…….”

그녀를 보자 어쩐지 눈물부터 흘러나왔다. 아이돌을 은퇴한 후 사랑하는 운명의 사람과 결혼한 그녀. 어쩐지 자신도 그리 되었어야 되는데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아 서글픔이 흘러나왔다.

“아라아라~?”

아즈사는 특유의 말투로 잠시 당황하더니 그대로 자신을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이유를 묻지 않고 자신을 울게 해주는 것이다. 그녀의 품에 안기자 어쩐지 안도감에 감싸이게 되었다. 그녀의 품에서 그대로 한참을 울었다.


 
아즈사와 히비키는 공원으로 돌아와 벤치에 앉아있었다. 히비키는 코까지 새빨개져 훌쩍거리고 있었고 그 옆에서 아즈사는 편안한 웃음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이제 진정이 좀 됐니?”
“응……. 오랜 만에 만나서 미안해 아즈사.”

히비키는 살짝 미소지으며 그리 사과했다. 그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아즈사는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는 괜찮단다. 대신,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도움이 될지 모르니깐 이유 정도는 말해주지 않겠니?”

그 말에 히비키는 다시 다정했던 둘의 모습을 생각해내고는 울적한 기분에 감싸였다. 이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싶었지만, 어쩐지 아즈사에게라면 말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게, P가 바람을 피는 것 같아…….”
“어머!”

아즈사는 진심으로 놀라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성급히 묻지는 않고 히비키가 계속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상대는 아마 타카네인 것 같아…….”
“설마…….”
“하지만 사실인걸. 타카네에게 자신을 잊으라면서 즐겁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그런 히비키의 말에 어쩐지 아즈사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히비키 점심은 먹었니?”
“아직…….”
“그렇구나.”

아즈사도 자신의 생일을 모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녀는 히비키와 만나고서 축하한단 말을 한 마디도 해주지 않은 것이다. 아이돌에서 멀어진지 오래인 그녀다. 어쩌면 아이돌일 때으 자신의 생일 같은 건 이미 잊은지 오래인지도 모른다.

“저기 히비키, 부탁이 있는데.”

아즈사는 문득 그렇게 말했다. 히비키는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럴 때의 부탁이라니?

“나랑 같이 산책하지 않을래? 사실 부끄럽게도 산책을 하다가 길을 잃어서 너를 만난거란다.”

그 말에 그녀는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쩐지 안도감이 들었다. 어쩐지 생일을 기억해주지 못하는 것 정도는 가볍게 넘겨도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에게 맡기라고! 어디로 가던 길인데?”
“글쎄~ 그냥 마음내키는 대로 가던 길이라……. 우리 765사무소에 같이 가보지 않을래? 히비키를 만나기 갑자기 가고 싶어졌어. 거기라면 길도 잘알고 말이야.”

아즈사가 싱글 웃으며 그림 말하자 히비키도 어쩐지 그곳이 그리워졌다.

“좋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타카네와 P의 일은 잠시지만 히비키의 머릿속에서 떠났다. 
아즈사의 손을 잡고 히비키는 앞장서서 걷고 있었고 뒤따라오는 아즈사는 ‘어머어머’거리며 웃고 있었다. 아이돌 때의 키가 자라지 않은 히비키는 여전히 작았지만, 어쩐지 부쩍 어른이 된 느낌이었다. 여전히 아이처럼 울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금방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아즈사는 진실을 말해주는 건 예정대로 잠시 미루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라고!”

둘은 곧 사무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히비키가 당당하게 웃으며 그리 말한 후 손을 놓으려 하자 아즈사가 다시 그 손을 꽈악 잡았다.

“이곳이 아니란다~”
“에? 하지만 자신이 아이돌일 때는 틀림 없이 이곳…….”
“사실 가야 할 곳은 다른 곳이야~”

아즈사는 그리 말하며 일방적으로 히비키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히비키는 당황하면서도 아즈사에게 이끌려 걸었다. 이번에는 아즈사가 앞서가고 그 뒤를 히비키가 따라간다. 길치인 그녀에게 이끌려가는 것이 어쩐지 불안했지만 당당한 그녀의 태도에 히비키는 그냥 끌려갔다. 

“어, 어디로 가는 거야?”
“후후, 목적지로~”

알 수 없는 대답만 하고 즐겁게 웃는 아즈사에게 끌려가면서 히비키는 이내 포기하고 그냥 따라가게 되었다. 제법 길게 걸어가자 어느 백화점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즈사는 당당하게 그곳으로 히비키는 끌고가 엘리베이터에 탄 후, 그대로 꼭대기까지 향했다.

“이곳에는 왜?”
“후후, 이제 곧 알게 돼~”

아즈사는 그런 느긋한 어조로 답한 후 이번에는 히비키를 끌고 마지막으로 계단을 올라가 옥상으로 향했다. 

“여기야~”

그리말하면서 아즈사는 옥상문을 활짝 열었다. 그 순간,

“생일 축하해 히비키!”
“해피버스데이!”
“축하한다구 히비킹!”

수많은 폭죽이 터지면서 그곳에는 765프로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옥상 전체를 빌린 건지 식탁도 놓여줘 생일 케이크와 파티음식들도 즐비해 있었다.

“어, 어?”

히비키는 전혀 생각지 못한 파티에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쩐지 아이돌일 때의 공연복장을 그대로 입고 온 모두는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와 꽈악 끌어안았다.

“정말 오랜 만이야 히비키! 보고 싶었어!”
“하, 하루카? 나, 나도…….”
“우후후! 오랜만의 작은 히비킹을 꽈악 끌어안아보자고!”
“히비킹은 여전히 작단 말이야!”
“자신 작지 않다고!”
“아, 그 말 오랜 만이네.”
“윽, 치하야. 잘 지냈어?”
“응. 보다시피.”
“아이돌 은퇴했다고 댄스 실력이 녹슬거나 하지 않았지?”
“마코토? 지금은 마코토보다 못 출지도…… 자신 이제 아이돌이 아니니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히비키라면 아이돌이 아니라도 언제나 완벽하니깐.”
“유키호…….”
“그런 거야. 미키의 허니였던 P를 뺏어간 히비키니깐 완벽하지 않음 곤란한거야.”
“미키…….”
“정말, 모두 떨어져! 일단 히비키를 이쪽으로 끌고와야 할 거 아니야!”

멀리서 리츠코가 의자를 가리키며 그리 소리치자 곧 모두 떨어져 나갔다. 

“헤헤, 그럼 가요 히비키씨!”
“야요이…….”

이제는 키가 자라 더 이상 어릴 때의 모습이 남지 않은 야요이가 그나마 변치 않은 미소로 웃으며 자신을 끌고 갔다.

“니히히!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순전히 우리들만의 힘으로 준비한 거야. 백화점 건물은 미나세가의 계열사지만, 장소만 빌렸을 뿐이야.”

옆에서 마찬가지로 성숙한 아가씨로 자란 이오리가 웃으며 그리 말해주었다. 히비키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끌려 파티의 중앙으로 오게 되었다.
그러자 곧 뒤에서 누군가가 끌어안았다.

“아앙! 히비키! 오랜 만이야! 여전히 작고 귀엽구나!”
“코토리!”

765프로에서 제일 먼저 결혼에 골인한, 하지만 나이로는 제일 늦은 코토리가 웃으며 자신을 끌어안아주었다. 결혼 후 만나기 힘들었던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축하해주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 생각하니 눈 끝이 뜨거웠다.
그 때 히비키의 눈에는 어느 사이엔가 다가온 소중한 친구인 타카네가 보였다.

“히비키에게 숨기느라 고역이었습니다. 귀하가 옆에서 계속 감시해 파티 전까지는 당신을 잊어야 한다며……. 거짓말이 부족한 저의 잘못이었지요.”

그 말에 히비키는 놀라 그녀를 보다가 이내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타카네를 꼬옥 끌어안았다.

“으앙! 미안해 타카네!”
“? 어인 일인지요?”

타카네가 어안이 벙벙해 당황하자 옆에서 아즈사만이 진실을 알고 웃었다. 왜 그런 대화들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한 히비키는 잠시나만 두 사람을 의심한 것이 너무 미안해 힘껏 끌어안고 계속 사과했다. 그런 히비키를 같이 안아주면서 타카네는 상냥하게 속삭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그대의 일이라면 뭐든 용서하고 웃을 수 있는 것이옵니다.”
“응……. 정말 고마워 타카네!”

그리고 타카네를 놓아주고 주위를 두리번 둘러보았다. 어쩐지 자신의 연인인 그 남자만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 모인 이 곳에 왜 그만이 없는 걸까? 사장님은 바빠서 못 올 수도 있다지만, 모든 아이돌이 쉬는 지금 그만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 때 무언가 바닥을 달려오는 것이 느껴지더니 작은 무언가가 자기의 몸을 간질이며 올라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능숙하게 어깨까지 올라오더니 울음소리를 냈다.

“뀨!”
“햄조!”

히비키는 갑자기 자기의 어깨에 올라탄 햄스터를 보고 반가워하며 그 작은 동물을 끌어안았다.

“어쩐 일이야? 틀림 없이 먼저 오키나와에 보냈을 텐데!”
“내가 데려왔단다.”

이곳에서는 낯선,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더 친숙하고 가까운 목소리에 돌아보고서 히비키는 크게 눈을 떴다. 그리고 곧 웃으며, 하지만 넘치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달려든 상대는 덩치가 큰 중년의 여성.

“엄마!”
“그래, 오랜 만이구나. 내일 올 거란 걸 알았지만 너의 생일은 오늘이잖니?”

히비키의 어머니는 친숙하게 히비키를 어루만져 주며 환히 웃으며 말했다. 히비키는 꼬옥 끌어안으며 반가움을 표하다가 얼굴을 떼어내며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저 사람이 데리고 와줬단다.”

히비키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프로듀서가 있었다. 프로듀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쩐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난 비행기표만 보냈을 뿐이야. 타카네를 여기에 데려다 준 후에 공항까지 가서 모셔오기는 했지만…….”
“P…….”

점심 때 잠시 의심했던 상대. 하지만 그 상대는 자신을 위해 이렇게 노력해주고 있었음을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해 또 울 것 같았다. 자신은 이렇게 울보였던가?
엄마가 괜찮다는 듯 히비키 등을 투닥여 준 후 놔주자 히비키는 주저하며 P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쑥쓰럽게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정말 고마워.”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지만 타카네처럼 의미를 몰라할 것 같아 그 말은 하지 못했다. 

“뭐, 히비키를 위해서니깐. 오늘 히비키는 다른 생일 때보다도 행복해하지 않으면 곤란하거든.”

그리 말하는 그는 어쩐지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히비키의 손을 잡더니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본다. 처음에는 연상조인 코토리와 아즈사 다음에는 리츠코, 다음에는 과거 고등학생이었던 하루카와 치하야, 마코토 유키호. 다음은 이오리, 야요이, 아미, 마미. 그리고 미키를 보자 미키는 어쩐지 삐진 듯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이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 옆에서 타카네도 마찬가지로 응원한다는 의미로 가볍게 웃어주었다. 

“축하받을 일은 많을수록 좋다네. 나중에 더 축하하기 보다는 지금 한꺼번에 축하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게나.”

어느 사이엔가 다가온 사장이 프로듀서의 어깨를 두들기며 그리 말했다. 그러자 P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마지막으로 히비키를 본다. 

“괜찮지?”
“응!”

뭔지는 모르지만 그가 괜찮을 거라 한다면 괜찮은 거다. 그리 생각하며 히비키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그는 히비키와 같이 히비키의 어머니 앞으로 가더니 고개를 푹 숙인 후 멀었다.

“따님과의 결혼을 허락해주세요!”
“엑!?”

그 순간의 괴상한 소리는 히비키의 어머니가 아닌 히비키에게서 흘러나왔다. 어머니보다 본인이 당황하면 히비키는 P에게 물었다.

“갑, 갑자기 무슨 말이야!?”

히비키의 그 반응에 덩달아 P도 놀라며 얼굴을 들었다.

“너야 말로 무슨 말이야? 아이돌을 은퇴하면 결혼하겠다고 미리 약속했었잖아?”
“그, 그게 그랬지만 갑자기 이렇게…….”

히비키는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모두는 어쩐지 그런 둘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 웃는 사람에는 자신의 엄마도 포함되어 있었다.

“후후, 참 히비키 답다고 해야 할지. 난 불러온 순간부터 예상은 했지만 말이야. 내 대답보다는 일단 히비키의 대답이 우선인 것 같구나.”
“윽, 그럴 수가…….”

P가 낙담하더니 이내 히비키의 두 어깨를 바로 잡아 시선을 맞추며 긴장한 듯 몇 번 심호흡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히비키, 약속대로 나와 결혼해주지 않겠어?”
“우갸! 뭐야 이 엉망진찰 프러포즈는!”

그리 말하는 히비키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엄마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싫으니?”

그리 놀리듯 묻자 이내 히비키는 몇 번 시선을 돌리다가 이내 P를 꼬옥 끌어안았다.

“싫을 리가 없잖아!”
“뭐, 내 대답은 히비키가 대신 한 걸로 해주지 않겠나, 사위?”

그 말에 P는 그대로 히비키를 끌어안고서 그대로 들어 한 바퀴를 돌며 기뻐했다.

“됐어, 됐다고 히비키! 꼭 행복하게 해줄게!”
“몰, 몰라! 뭔가 엉망진창이라 부끄럽다고!”

그리 말하지만 히비키의 얼굴에는 몇 시간 전의 우울함이 사라져 가득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자, 그럼 다시 한 번!”
““축하해 히비키!””

옆에서 사무소의 사람들은 그런 둘을 축복해주다가 곧 코토리가 종이가방을 하나 갖고 왔다.

“그럼 히비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그리고 옥상에 구비 된 작은 무대를 가리켰다.

“엑?”

히비키가 놀라자 곧 아즈사 마저 어느 사이엔가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으며 웃고 있었다.

“은퇴한지 오래라 걱정이지만, 그래도 사무소에 나와 틈틈이 연습해서 방해는 안 될거야~”
“그, 그게 무슨 말이야?”
“후후, 무슨 말이긴!”

하루카가 다가와 히비키의 손을 당기며 무대를 활짝 가리켰다.

“765프로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거지! 곧 아즈사씨도 임신하시면 이제 더 이상 합동공연은 무리잖아? 그래서 히비키 생일에 다 같이 하기로 얘기를 했었어. 곡은 ‘READY!’ 아직도 기억하지?”
“기, 기억하지만 아이돌을 그만 둔지 거의 1년이 다됐고, 그 사이에 춤을 춘 적도 없다고!”

히비키가 걱정하며 말하자 히비키의 댄스 파트너인 마코토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괜찮아. 히비키라면 걱정 없어. 765최고의 댄서였으니깐!”
“맞아, 거기다.”

P가 다가와 히비키의 어깨를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히비키는 완벽하잖아?”
“윽!”

히비키는 당황에 얼굴을 붉히다가 이내 코토리가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건네들며 갈아입으러 뛰어갔다.

“당, 당연한 이야기잖아! 아이돌인 자신은 완벽하다고!”

의상실에 가서 보자 나타난 것은 오래 전에 입었던 노란 의상. 시간이 지났지만 자라지 않은 자신의 몸이 생전 처음으로 고마웠다. 입고 있던 옷을 벗고서 갈아입자 하나하나 아이돌일 때의 일들이 떠올랐다.

“이게 마지막이구나…….”

은퇴할 때도 이게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은 어쩐지 틀렸다. 이번이 이 옷을 입고 춤추는 마지막이란 생각이 강렬했다.
심호흡을 한 번 한다. 그리고 무대로 당당히 걸어간다. 모두가 무대 위에서 자신을 기다려 준다. 손을 뻗어 자신을 무대 위로 올려준다.
무대 위에서 올라가 아래를 보자 자신의 연인과 어머니가 보인다. 사장님도, 코토리도. 코토리 옆에는 많은 선물 상자가 보인다.

“저거다 히비키 팬들에게서 온 거야. 저 상자는 일종의 공연 후의 포상이라고 생각해줘.”

하루카가 옆에서 그리 알려주며 짓궂게 웃는다. 그러면서 코토리가 들고 있는 카메라가 인터넷 생방송으로 전송 되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괜찮지?”

옆에서 이오리가 웃으며 묻자 히비키는 자신 있게 웃는다.

“물론이라고! 자신 완벽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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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히비키의 생일 날 일들이 생기냐고!!
당일날 올렸음 제목에 (생일SS)라고 붙이는데!
내년을 기약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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