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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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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3, 2016 01:23에 작성됨.

나나씨가 착한 외계인이고 하트씨가 나쁜 외계인인 글

노스텔지어

컨커러

파이오니어

의 속편입니다.

 

수만의 전함이 한 곳으로 뭉쳤다.

 

그 압도적인 위용이 한 곳에 집중되어, 악마적인 형상을 만들어냈다.

 

몸통과 사지가 달린 형상. 하지만 기형적으로 긴 팔때문에 인간의 모습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등 뒤로 달린 두 쌍의 날개와 머리 위에 솟은 뿔이 그야말로 악마적인 형상을 만들었다.

 

거대한 입 안에서는 태양마저 불태워 버릴 듯한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구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 불길한 모습이 보는 사람을 압도했다.

 

그야말로 멸망의 핵.

 

우사밍 우주군 최종 전투진영, 둠 하트.

 

 

 

그리고, 그에 정면으로 맞서는 한 사람.

 

이제는 순환로마저 없이, 임시로 넣은 생체 심장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작은 몸을 가지고, 지구를 위협하는 거대한 악마 앞에 마주섰다.

 

"억지로 부를 생각은 없었지만... 레이브라이안!"

 

수성에 처박혀 있는 함선을 그대로 억지로 끌어왔다.

 

단순히 염동력으로, 수성에서 지구까지 그 거대한 우주선 한척을 끌어들였다.

 

유려한 곡선이 은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우주선이었다. 군용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이것이, 외우주와 평화적으로 소통하려 했던 우사밍 정신의 상징, 항성간 순양함 레이브라이안.

 

"갑니다, 메르헨 체인지!"

 

「저, 저건 뭐지? 누구냐? 대체 누구야?!」

 

"나나에요!"

 

「미미밍- 미미밍- 우-사밍! 미미밍- 미미밍- 우-사밍! 미미밍- 미미밍- 우-사밍!」

 

어디선가, 아니 지구 전역에서 우사밍 콜이 들려왔다.

 

생중계로 나나의 싸움을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의 응원. 이것이 바로 톱 아이돌 아베 나나의 힘.

 

"레이브라이안 어설트 폼!"

 

은빛 기체가 갈라졌다. 이리저리 끼워맞춰지며 유선형의 우주선이 인간형으로 변했다.

 

어느새 갑옷을 입은 기사와 같은 모습으로 지상에 우뚝 섰다.

 

그리고 그 한 복판에 놓인 거대한 스테이지. 그녀를 위해 준비된 최고의 무대.

 

그 한 복판에, 올라섰다.

 

「나나다!」

 

"나나, 갑니닷!"

 

여전히 크기 차이는 수만배에 가까웠다. 하지만 도저히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정면으로 치고받는다. 다른 선택지는 생각나지 않았고, 필요하지도 않았다.

 

 

둠 하트의 거대한 주먹이 다가왔다.

 

워낙 거대해서 느릿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였다.

 

크기만 거대할 뿐이 아니었다. 검은 주먹에는 막대한 파괴에너지가 맺혀 있었다.

 

나나도 정면으로 마주쳐갔다. 새하얀 날개를 펼치고, 흰 궤적을 이끌며 튕겨나갔다.

 

"나나아아!"

 

"하트짱!"

 

빛이 세상을 집어삼켰다.

 

섬광이 사라졌다. 허공에 흩뿌려진 에너지가 무지개빛으로 흩날려, 공연을 장식했다.

 

"동족을 배신하는 거냐?!"

 

둠 하트가 거대한 검을 손에 쥐었다. 휘두르기만 해도 지구가 두 조각 날 만한 검이었다.

 

"아니에요! 나나는, 우사밍 성의 모두를 사랑하지만..."

 

검을 들고 마주쳐갔다. 태양과 같이 빛나는 검을 꺼내들었다.

 

-두웅-

 

공간째로 깨어지는 굉음이 태양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충격파에서 생성된 자기입자가 태양풍과 충돌해 태양계 전체를 오로라로 뒤덮었다.

 

"지구인들도! 그만큼 사랑하니까요!"

 

춤을 추듯. 다른 팔로 짓눌러 오는 둠 하트를 한 팔을 들어 멈췄다.

 

"나를 믿어 줬고!"

 

검을 집어던졌다.

 

수십미터짜리 칼은 수만 킬로미터 길이의의 불기둥으로 변해, 둠 하트의 두부에 꽂혔다.

 

"날 봐 줬어!"

 

「와아아아-!」

 

17세의 우사밍 성인. 바보같은 컨셉을 한결같이 사랑해줬던 사람들.

 

그리고, 진실을 밝혔을때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여준 사람.

 

그들이 등 뒤에 있었다.

 

아베 나나라는 아이돌을 중심으로 발생한 지구인의 통합지성이 이데아 에너지를 퍼올린다.

 

"그렇다면!"

 

머리에 검이 꽂힌 채로, 둠 하트가 울부짖었다. 커다란 입이 벌어졌다.

 

그 속에 펼쳐져 있는 끝 없는 심연이 뭉클뭉클 쏟아져나왔다.

 

"우리는...!"

 

"하트짱! 그만둬요!"

 

"선배가 없는 우리는...! 어떡하란 건가요!"

 

오열 섞인 외침과 함께 허수 에너지가 터져나왔다.

 

"기다렸는데! 당신이, 동족의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쏟아져 나오는 허수 에너지를, 틀어막았다. 심연은 더욱 더 깊은 심연으로 빨려들어간다.

 

"하트짱..."

 

순수하게 에너지만을 모아 만들어낸 인조 블랙홀로 쏟아져 나오는 에너지를 전부 흡수했다.

 

"선배를... 기다렸는데... 이렇게 되어 버려서..."

 

붙잡혀 있다. 시커먼 어둠에. 핏빛 발톱이 그녀를 구속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사밍 성인의 집착과 증오, 분노와 절망.

 

"하트짱... 이제 괜찮아요."

 

멸망을 앞둔 종족의 공포가, 거기서 태어난 이데아의 괴물이 그녀를 얽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들, 동족들은...!"

 

평화적이던 우사밍 성인들이 극단적일 정도로 공격적이게 변한 원인도 여기에 있을 터였다.

 

원주민과의 공존을 목표로 하던 마음은 저 괴물에게 잡아 먹힌 것이다. 그렇다면...

 

"괜찮아요... 나나가..."

 

마이크를 들었다.

 

"전부 구해 줄게요!"

 

역할을 마친 블랙홀이 명멸한다.

 

호킹 복사를 내뿜으며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는 블랙홀을 조명으로 삼는다.

 

동족 전원이 내뿜는 절망을 마주했다. 혼자는 아니다. 등 뒤에선 아직도 우사밍 콜이 들려왔다.

 

"우사밍 파워로 메르헨 체인지☆"

 

"꿈과 희망을 두 귀에 걸고, 나나 힘낼게요!"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쏟아부었다. 노래 가사 한 음절마다, 안무 한 동작마다.

 

방향성 없는 이데아 에너지의 폭포가 우사밍 성인들의 절망을 씻어내려갔다.

 

「미미밍- 미미밍- 우-사밍! 미미밍- 미미밍- 우-사밍! 미미밍- 미미밍- 우-사밍!」

 

 

 

 

 

「평화와 공존의 상징, 아베 나나상이 오늘 드디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높이만 1km에 달하는 이 상은, 지구와 우사밍 성인간의 대화를 이끌어낸-」

 

삑, TV 전원을 껐다.

 

"후훗... 동상은 너무 오버에요."

 

침대에 기댄채로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나씨는 그만큼의 일을 했으니까요."

 

그녀의 활약상을, 그 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순환로도 없는데다 몸도 망가져서 지금은 침대 신세라고 해도.

 

"나나 선배... 깨어 있어요?"

 

끼익, 문이 열렸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소녀, 아니 여성이 나나의 방으로 들어왔다.

 

"아, 하트짱... 아이돌 일은 어때요?"

 

"믿어만 주세요. 이 슈가 하트가 나나 선배의 뒤를 이어 지구 톱 아이돌이 될거에요!"

 

듬직해졌네,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나나는 고개를 저었다.

 

"기세는 좋지만, 나나도 아직 물러서지 않을 거 거든요?"

 

"엑?!"

 

"노래하고 춤추는건 힘들지만... 드디어 녹음 일이 들어왔다구요! 프로듀서, 휠체어 부탁해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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