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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나와 아이들의 (지잡)대학 생활기.」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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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2, 2018 16:51에 작성됨.

 

 

 

전편 : https://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116018

1.

하루카 「치하야, 거기 있어?」

 

하루카 「하루카인데..」

 

하루카 「같이 춤 레슨하러 가지 않을까 해서...」

 

하루카 「있잖아, 몸을 움직이면 기분 좋잖아! 그러니까..」

 

치하야「안 가...」

 

치하야 「나, 더 이상 노래 부를 수 없어..」

 

치하야 「더 이상은..」

 

..식은 땀과 함께, 나는 눈을 떴다.

 

수시로 나를 괴롭히는 이 빌어먹을 악몽은 항상 여기에서 끝나버린다.

그 뒤로부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겠지.

나도 알아. 그래, 내가 다 말아먹었어. 막 떠오르려던 765 프로덕션을 말아먹은건 나, 키사라기 치하야다.

 

ㅡ문득 공복이 느껴져서, 어제 사다 남은 차가운 밥버거를 대충 목구멍으로 넘기고는 가만히 누워 생각한다.

만약, 하루카가 날 찾아왔던 그 날에 다르게 대답했으면 지금쯤 나는 정말로 톱 아이돌이 되어 있었을까?

하루카랑 아이들과 계속 친하게 지내고 있었을까?

 

대학교라는 섬에 홀로 남겨진 내게 남은 건 옛 추억 뿐이다.

하지만 지나간 추억을 회상해서 남는 것은 괴로움 뿐. 

그럼에도 옛 추억을 떠올리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는건,

나라는 존재가 한때나마 꿈과 희망이 있었다는걸 잊지 않기 위해서겠지.

 

시계를 본다. 새벽 5시. 아직은 새벽녘이라, 좀 더 자고 싶어서 억지로 눈을 감아본다.

그런데 바깥에서ㅡ

 

「하나 둘 하나 둘! 뜀뛰기간에 군가 실시한다 군가는 ~」

 

ㅡ거리는 고성방가를 방불케하는 기합 소리가 들려온다. ROTC인가?

빌어먹을 짝퉁 군인들! 제발 잠 좀 자자!

 

동시에 천장에서 야릇한 신음소리와 함께 쿵쿵거리는 8bit 방아찍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빌어먹을 연놈들아! 왜 새벽부터 떡질이냐! 여기가 모텔이냐 자취방이냐!(울컥)

 

결국 나는 오늘도 뜬 눈으로 밤을 새고 학교를 나간다.

 

 

2.

과 대표 「잠시..다음주 대학 축제 참석 여부 좀 조사할께요.」

 

수업 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이였다. 뭐라고? 대학 축제?

 

아이고, 벌써 3번째 맞이하는 극도로 수치스러운 순간이다. 난 소심하게 손을 들어본다.

 

치하야 「저..이번에 불참할께..요.」(부끄러움)

 

1학년 과대와 눈이 마주친다. 부끄러움에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만 같다.

주변 후배 커플들이 무언가를 속닥거린다. 내 뒷담화가 분명하다. 저 선배는 왜 맨날 빠질까? 이딴 거겠지?

..왜 하필 또 나만 혼자 든걸까? 젠장, 빌어먹을 아싸 연놈들.

니들은 대학교에 축제하고 술마시고 모텔이랑 자췻방에서 방아찍기만 하려고 온 거냐!

 

1학년 과대 「예 알겠습니다..」

 

빌어먹을 과 회의. 수업이 끝났는데 왜 안보내주는 걸까?

빨리 자취방에 가서 2ch 유머나 읽고 싶다. 서라운드로 낮 밤 가리지 않고 떡방아 찢는 소리 들려오는 누추하고 더러운 방이지만,

지금만큼은 너무나도 그립다. 

새로 온 문자나 전화는 없지만, 핸드폰을 꺼내서 두꺼운 전공서적 뒤편에서 몰래 살펴본다.

문득 서글퍼진다. 예전에는 하루카가 같이 있어서 심심하진 않았는데..

 

요즘 하루카는 바쁜 모양이다. 도통 연락이 오질 않는다.

예전엔 항상 하루카가 먼저 보내줫었는데.. 어느새부터 끊겨버렸다.

가끔은 내가 먼저 연락해야 하는건 아닌가, 하고 생각도 해본다. 물론 생각'만' 

ㅡ얼굴을 통 못 보다보니, 문자 보내기가 두렵다. 

 

하루카는..이미 나와 너무 멀어져버린건지도 모른다.

듣기로는 4학년 과대 선배랑 사귄다 그러던가?

게다가 하루카는,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가득하고..

하긴, 그 아이, 항상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재주가 있었으니까..

이제, 그녀는 나랑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765 시절이 생각난다. 그 때엔 정말 둘이서 매일 붙어다녔는데..

어느새 우린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졌어.

이렇게 하나씩 떠나보내는게 어른이 되는 과정일까? 

그렇다면 너무 슬프다. 하루카.

내가 처음으로 만난 친구는 너였으니까.

 

1학년 대표 「..그래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모쪼록 다들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주 축제 잘 마무리지었음 좋겠어요!」

 

대학교 축제가 내게 좋은 점은 딱 하나다. 휴강.

집에 누워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먹으면서 인터넷이나 볼 생각이다. 

인터넷. 내가 예전에 코토리씨에게 배운 그것은 이제 내 유일한 취미 생활이다.

또 문득 서글퍼진다. 예전엔, 정말 노래가 좋았었는데..

ㅡ하지만 이제는, 조금만 부를라쳐도 바로 윗집 아랫집에서 득달 같이 문을 두들겨버리니까.

 

문득 궁금하다. 축제날, 다른 사람들은 뭘 하는걸까? 

잘 모르겠다. 나는, MT나 축제에 나간 적이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아마..술을 마시겠지? 그리고 서로 키스도 하고 그러겠지? 그러고 나면..

..그날 밤은 또 밤새도록 윗집 옆집이 쿵쾅거리겠구나.  큿!

 

뭐, 그래도 지금 내 삶에 변한 것이 단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즉, 최소한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는 의미다. 

나는 자그마치, 더 이상 맥도날드에 혼밥하러 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가장 먼저 강의실에서 나간 나는 캠퍼스 길을 따라 쭉 내려간다.

그러자 저 멀리서, 노란 머리에 몸매 좋은(큿!) 여자 아이 하나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는게 보인다. 미키다. 

 

미키 「안녕인거야! 그나저나 미키, 치하야씨 기다리느라 엄청 배고팠던거야! 왜 그렇게 늦은거야?」

 

치하야 「미안. 과대가 축제 관련해서 의견 조사를 해서..」

 

미키 「헤에? 치하야씨 보기보다 엄청 인싸인거야?

미키, 축제 싫은거나노! 미키한테는 6.9 일남들 추근데고 맛도 없는 술만 계속 줘서 집에만 있는 날인거야!

그러면 치하야씨는 뭘 하는거야? 막막 후배들이랑 같이 술게임도 하고 그러는거야?」(기대)

 

치하야 「응..그게..저..」(곤란)

 

순간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뭔가 미키를 실망하게 만들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런데 나, 축제에 나가본 적이 없는데? 뭐라고 말해야ㅡ

 

치하야 「그, 그 날 가면 알 수 있어 미키!」

 

미키 「헤에? 그러면 미키, 축제날에 치하야씨랑 같이 다녀도 되는거야?」

 

치하야 「으, 응? 그런 말은 아닌ㅡ」

 

미키 「얏호! 미키, 축제 처음 가보는거야!

치하야씨 덕분에 그래도 요즘 대학생활이 재미있어지려는거야. 치햐야씨 정말 고마운거야!

가자 치하야씨. 오늘은 미키가 주먹밥 쏘는거야!」(신남)

 

치하야 「아니 저 저 그게 아니라ㅡ」(질질질)

 

...그렇게 난 억지로 축제에 참석하게 되었다. 

벌써부터, 다음주가 무서워지고 있어.. 큿!

 

3.

오늘은 휴강이다.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

학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가만히 누워서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감상하면 될 뿐이였다.

..문자 한 통이 오기 전까지는..

 

과대 [선배, LINE 톡방 투표 안하셨어요?

다음주 축제 불참 인원들 사유 조교 누나한테 보내달라는데 선배만 아직 안보냇어요.]

 

...

시x!

 

가기 싫어서 안 가는거지, 뭔 이유가 있다는건데?

물론 이번에는 참여한다.

ㅡ라고 해도, 어차피 미키와 함께 과 사람들 몰래 숨어서 돌아다니기만 할 예정이므로 아무래도 상관없다.

고로 난 여전히 표면적으로는 불참이다. 축제랍시고 무보수 노동으로 끌려다니면서 일 하기 귀찮다.

다만 문제는, 이걸 말하기는 해야 하는데 교수 번호도 없는 내게 조교 번호가 있을리 만무하다는 것이였다.

 

치하야 「..결국 학교에 다시 나와버렸어..」(한숨)

 

나는 대충 5시 정도에 자취집에서 나가서, 대략 전공 수업들이 다 끝나는 5시 반 정도에 조용히 과 사무소로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조교는 제법 나와 잘 맞는 편이므로,

몸이 아파서 안 나간다고 하자 대충 이해해줬다.

 

조교 「그래도..이번에는 참석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까?

치하야씨 그래도 졸업 전에 친구들도 사귀고 그러는게 좋지 않을까 하고ㅡ」

 

치하야 「...」(화끈)

 

..과도한 친절에 가슴이 쓰리다. 큿!

 

나가는 길에 미키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문자가 왔다. 

제법 허기졌으므로, 알겠다고 문자를 보내고 약속 장소서 미키를 기다렸다.

와중에 캠퍼스 거리 멀리서 스모선수 기합소리 같은게 들려온다. 

줄지어 한 무더기의 괴상한 초록 체육복(심지어 765 시절 합숙소 체육보다도 구린)을 입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뛰고 있었다. ROTC인가?

 

미키 「저 사람들, 뭐하는거야?」

 

치하야 「하앗!」(깜짝)

 

미키 「꺅! 미키, 깜짝 놀란거야!」

 

치하야 「..나야말로.」

 

미키 「그나저나 치하야씨. 저 사람들 뭐하는거야?」

 

치하야 「아마..ROTC일꺼야. 졸업하고 나서, 장교가 되고 싶어서 하는거지.」

 

미키 「헤..다 빡빡이인거야! 그런데 여자도 있네?」

 

치하야 「응. 아무래도, 여자도 들어갈 수 있으니까.」

 

미키 「아핫! 그거 페미니즘다운거야! 일남들 다 바르는 갓일녀가 되는거야!

치하야씨 치하야씨, 미키면 ROTC 어울리지 않을까?」

 

치하야 「글쎄..(곤란) 일단 머리 염색 풀고 깎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훈련 받을껄?

미키는 그거 버틸 수 있겠어?」

 

미키「헤? 그러면 싫은거야. 미키, 잠을 충분히 자야 되는거야.

쓸데없는거야. 왜 그렇게 사서 고생하는거나노!」

 

치하야 「뭐, 아무래도..(피식) 미키가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미키 「헤에? 왠지 기분 나쁜거야. 그래도 미키 생각엔 미키보단 아마 히비키 같은 애들이 더 무리인거야!」

 

치하야 「풉. 생각해보니, 가나하씨라면 정말 안어울릴 것 같아. 그나저나 가나하씨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아련)

 

치하야 「뭐, 그건 그렇고.. 미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미키 「응응, 인거야! 오늘은 도시락 하나만 변소식해서 배고픈거나노!」(해맑)

 

치하야 「미키..」(측은)

 

미키와 함께 나란히 걸어다니면서 생각했다.

하루카도 여기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문득 예전 생각이 난다. 우리가 아직 어렸을 때.

하루카는 항상 모두를 연결해주는 구심점 같은 아이였다.

..내가 사무소에 마지막으로 나갔던 그 날, 하루카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ㅡ언제나 환하던 그 아이가, 처음으로 떨고 있었으니까.

 

..미키의 질문에, 회상에서 문득 정신이 돌아왔다.

 

미키 「치하야씨, 그러고보니 하루카는 어디있는거야?」

 

치하야 「..모르겠어.」

 

미키 「치하야씨는, 하루카가 궁금하지 않은거야?」

 

치하야 「응. 궁금하고 걱정도 되지.」

 

미키 「헤에? 그런데 왜 안 찾아보는거야?」

 

치하야 「..바빠서..」

 

미키, 미안해. 거짓말이야. 

 

사실은, 무서워서 그래.

두려워서 그래. 그 아이 곁에서 내가 잊혀졌을까봐 무서워.

내가, 그저 지나가는 길에 어쩌다 어색하게 인사해버리는, 그런 흔해빠진 관계가 되어버린건 아닐까, 무서워서.

사실은 무서워서 확인할 수 없는거야.

 

난 아직도 그 아이가 그리운데,

그 아이는 날 생각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

 

미키 「다 온거야! 오늘 저녁은 뭐 먹을꺼야?」

 

치하야 「..타카네 집이네. 그렇다면, 난 라면 먹어야겠지. 미키는 주먹밥이겠네?」

 

미키 「아핫~ 치하야씨 그런 점이 정말로 좋은거야!」(미소)

 

미키 「다녀왔습니다, 인거야!」(벌컥)

 

우리는 언제나처럼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ㅡ갑자기 엄청난 경례 소리가 귀에 작렬했다.

 

「추, 추웅~ 썽!!!」(버럭)

 

미키 「..에에?」

 

치하야 「..아니..」

 

 

 

치하야 「..가, 가나하씨?」(당황)

 

히비키 「..우, 우갹!...입니다!?」

 

..황당하게도, ROTC 제복을 입은 히비키가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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