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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가 유령? 12화-자상무색(自傷無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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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8, 2016 19:55에 작성됨.

1화 어쩐지 좋은일이 생길것 같은 저녁

2화 슈코의 멘탈이 쓰러지지 않아

3화 요시노만이 아는 세계

4화 네가 모르는 이야기

5화 월간순정 프로듀서군 

6화 후미카가 바라는 영원 

7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8화 MELT

9화 사기사와 후미카의 우울

10화 마음짓기

11화 모두의 기분

 

 

 

 

 

 

12화-자상무색(自傷無色)

 P와 슈코의 입장에서 햇님의 아침인사가 야속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P는 밤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보니 아침에 얼굴이 푸석했다. 굉장히 피곤한 몰골로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 씨리얼에 우유 넣는것도 까먹고 우적우적 씹고 있는걸 슈코가 대신 우유를 부어 줄 정도로 P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직장인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어떤 상황에도 무사 출근을 하는 P를 보면서 슈코는 자신이 직장인이었으면 그렇게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을 가졌다. P는 업무를 보면서도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맥없어 보였다. 슈코는 어제밤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회상한다. 후미카가 슈코, 본인에 대한 모든 사실을 알고 난뒤 불안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고, P와 슈코도 서로 대화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후미카가 걱정된 P는 후미카에게 연락을 했고 전화를 받은 후미카의 목소리는 가히 그로테스크하기가 크툴루스러워서 아이돌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을만큼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P에게 자신은 괜찮다며 슈코씨를 신경 써주라는 이야기를 하는데에도 그녀의 정신 상태가 심상치 않아보이는게 전화기를 넘어서 들려올 정도 였다. 아침에 전화를 걸었을때 후미카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 이후 출근 한뒤 한시간에 한번씩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전화를 받지는 안았다. 나중에는 전원이 꺼져있다는 내용의 알림음만이 들려왔다. P는 후미카의 영화촬영이 있는지 확인했을때 그녀가 나오는 부분의 영화촬영은 대부분 끝마쳐, 후미카의 스케쥴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후미카와 연락이 되지 않는 점이 P의 마음에 거슬렸고, 아마 대부분의 신경이 후미카를 향해 쏠려있는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 또 하루가 지났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발적인 업무량에 P는 후미카는 커녕 슈코에게 신경쓸 겨를 조차 없었다. 요시노만이  P를 쳐다보며 차가운 캔커피를 건네는게 일상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다. 슈코는 요시노의 방관자적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다. 담판을 지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요시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요시노씨, 잠시 이야기 좀 하실래요"

"갑자기 말투가 왜 그렇소 슈코공, 뭐....좋소"

슈코와 요시노는 옥상을 올라갔다. 슈코는 요시노에게 물었다

"당신, 뭡니까"

"무슨 말이오 슈코공, 당신이 생각하는 그 요시노가 맞소"

"아니요, 저는 당신을 몰라요,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에요"

요시노는 슈코의 물음에 알 수 없는 오묘한 웃음을 지었다. 슈코는 무서웠다. 단순한 공포감이 아니었다.

"요시노씨, 무언가를 알고 있으면 우리에게 손이라도 뻗어주는게 어때요"

슈코는 도움을 청하는 입장치고 굉장히 삐딱하게 말했다. 그녀는 요시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항상 알고있고, 이상하리 만큼 필요한 상황에서 필요한 딱 그 부분의 정보만 제공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우리가 원하는 그 부분의 필요 만큼만    

"본인이 도움을 주는것이 아니오, 스스로 도움을 받는것이지, 뭐 지금 슈코공이나 P공의 상황 후미카공의 상황은 도움이라기보다 구원에 가까우려나"

"당신, 진실이 아닌 내용을 말하는것 만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텐데요, 진실을 말하더라도 편집된 진실은 거짓과 다름없어요, 그리고 당신 너무 등장이 시기 적절해, 마치 우리가 이때 당신을 필요로 할거라고 생각할때만 나타나더군요. 물론 우리뿐만 아니라..."

요시노는 슈코의 말을 잘라버리고 말했다.

"관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관여라고 보시오."

요시노의 선문답이 슈코의 심기를 더 건드렸다.

"우리가 당신 앞에서 무릎 꿇고 간절히 빌면서 울어야 당신은 우리를 구원해 주실건가요"

"후훗, 아이돌을 숭배받는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굳이 동료들에게 그러고 싶지 않소"

슈코는 요시노에 다가섰다. 그리고 눈을 노려봤다. 우주 같았다. 빠져버려서 심연의 어둠 너머로 사라져버릴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계속 노려보면서 이야기했다.

"난 당신의 의도를 모르겠어, 내가 유령이 아닐때도 그랬지만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읽히지 않아 항상 모든것을 안다는듯이 여유롭고 당신의 의도대로 모든일이 진행되고, 지금도 물론! 이렇게 아무리 쳐다봐도 뭘 의도하고 우리를 가지고 노는지 모르겠다고"

"후후 그렇게 노려보면 무섭소 슈코공, 당신네들을 가지고 노는것이 아니오 뭐 굳이 비유하자면 알아 맞추기 게임이라고 할까 본인은 입장상 많은것을 직접적으로 그대들에게 가르쳐 줄 수 없소 하지만 그대들이 간절히 원하는걸 이루어 줄 수는 있지 뭐 그런거요. 그것이 본인이 원하는 것이면 더욱 좋겠지..." 

요시노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까치발을 들어 슈코의 귀에 속삭였다. 

"지금 당신네들은 너무 운명에 체념하고 있어, 그렇게 운명에 둥둥 떠다니다가 휩쓸려 사라지지 말고, 발버둥 치시오. 사정없이 물장구를 내면서 허우적 대란 말이오."

요시노는 마지막으로 싱긋 웃음을 지어주고는 옥상을 내려갔다. 슈코는 긴장이 풀려 주저 앉아 버렸다. 잠시후 다시 일어서 사무실로 내려왔다. P는 정신 없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사무소에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쾅하고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리스였다. P는 아리스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아리스, 사무실 문 살살 열라고"

아리스는 대꾸도 없이 P의 옆으로 왔다. 그리고 말했다.

"손이 안닿으니까 고개를 숙여주세요"

P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리스는 작은손으로 있는 힘껏 따귀를 날렸다. P의 뺨에 부딪쳤다. P는 어안이 벙벙해져 아리스를 멍하니 쳐다봤다. 

"프로듀서 지금 업무가 손에 잡히시나요"

"무...무슨 말이야"

아리스는 울먹이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후미카 언니가....후미카 언니가"

"후미카가 왜.."

"며칠째 연락이 제대로 안되서 오늘 후미카언니를 찾아가 봤는데 밥은 도대체 며칠째 안챙겨 먹은건지 몰골은 말이 아니고 방안에 틀어박혀서는 제대로 하는것도 없고, 그냥 벽에 기대 앉아서는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있다고! "

"뭐라고"

"모두 당신때문이야 후미카 언니를 그렇게 만들수 있는건 프로듀서 당신 밖에 없다고"

P는 정신이 셧다운 되는 느낌을 받았다 후미카가?.... 아리스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말했다. 

"지금 당장 후미카 언니한테 가라고, 뭐하고 있는거야 이 얼간이 멍청이 바보 쓰레기 자식아"

P는 허둥지둥 겉옷을 챙겨서 밖으로 뛰어 나갔다. 슈코도 P를 쫓아 갔다. P는 단숨에 후미카가 사는 집으로 갔다. 후미카의 방 앞에서 벨을 눌렀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한번 더 눌렀다. 조용했다. P는 문고리를 잡고 돌려보았다. 잠겨 있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갔다. 안쪽 방에서 후미카를 찾았다. 후미카 옆에 휴대전화는 박살이 나 있었다.

후미카는 몰골이 많이 상해있었다. 눈은 흐릿했고, 그마저도 앞머리에 눈의 대부분이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커터칼을 쥐고 다른 쪽 손을 향해 있었다. P는 황급히 커터칼을 쥐어서 뺏어버렸다. 후미카에게서 커터칼을 뺏는 도중에 P의 손에 커터칼이 그어졌다. 후미카는 정신이 들었는지 P를 쳐다봤다.

"프로듀서...?"
"응 후미카 괜찮아 나야, 그러니까... 제발 그러지마 부탁이야 제발...후미카 내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P는 후미카를 안았다. 그리고 눈물이 터저버렸다. 후미카는 P의 손을 봤다 상처가 깊어 보였다.

"프로듀서..손은 설마 제가 아니 그럴리가 내가 ..프로듀서를... 프로듀서..."

후미카는 눈물 조차 말라 나오지 않아보였다. 그동안 얼마나 흘렸을까.... 슈코는 지켜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후미카는 이래선 안된다고 생각이 들어 당장 상비약을 가져와서 프로듀서의 손에 약을 바르고 붕대질을 했다. P는 후미카를 향해 말했다.

"미안해 후미카... 내가.. 정말 미안해"

"아니에요, 프로듀서 잘못이 아니에요 제 잘못이에요 제가 ...흑...흑"

후미카는 또 감정이 복받쳐 오려고 했다... 감정을 삼키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프로듀서...슈코씨 같이왔죠.? 저, 프로듀서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어요 사실 지금 프로듀서를 보는것 조차 죄책감이 드니까 슈코씨와 단 둘이서 이야기 할 수 있게 해주세요"

P는 그런 후미카를 불안하게 쳐다봤다. 그리고는 슈코에게 눈짓을 보내고 방을 나갔다. 슈코는 프로듀서와 눈짓으로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그 눈짓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후미카가 무슨일을 저질러 버릴거 같으면 바로 자신에게 말하라는 이야기였다. 슈코와 후미카 단둘이 방안에 있었다. 후미카가 입을 땠다.

"슈코씨 듣고 계시죠? 물론 전 슈코씨가 하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아요, 슈코씨가 무슨 행동을 하는짓도 보이지 않아요"

후미카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곳은 슈코가 후미카를 보고있는 정확한 방향이었다. 

"그런데. 왠지 슈코씨가 어딨는지 알것 같아요...슈코씨와 정말 단둘이 이야기 하고 싶은데 일방적으로 제 이야기를 할 수 밖에는 없네요"

"아니야 후미카"

슈코는 들리지 않는 대답을 했다. 후미카가 말했다.

"슈코씨, 전 당신의 응원으로 프로듀서에게 고백했어요 그리고, 시원하게 차여버렸어요. 뭐 물론 지금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당신이 아닌 슈코씨겠지만요. 그래도 전 프로듀서를 포기 할 수 없었어요. 이런 나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 해준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제 눈이 아름답다고 해준 유일한 사람이니까요, 잘 모르는 어려운 책이야기도 찾아가면서 힘들게 읽으면서도 저와 대화를 하려고 해준 사람, 그런 사람이에요 프로듀서는"

"응 알고 있어 나한테도 P는 마찬가지니까"

"후후 물론 슈코씨한테도 같이 상냥한 사람이겠죠.. 프로듀서에게 기회가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슈코씨에 대한 사실을 알아버렸어요. P의 마음이 슈코씨에게 향해 있다는것을 직감했죠, 그리고 좌절했어요. 그런데 거기까지는 괜찮아요."

"후미카.."

"제게서 슈코씨에 대한 한가지 사실이 떠나지 않고 머리속을 맴돌며 저에게 속삭였어요..."

"....."

슈코는 알것 같았다.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슈코씨....당신은....곧 사라져요 맞죠?"

"...."

"정확한 날짜는 프로듀서가 말해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은 사라져요. 프로듀서의 옆자리를 떠나게 되버린단 말이에요"

"....그래..맞아"

"저는 그렇게 생각해버렸어요. 아 슈코씨가 곧 사라지니까 프로듀서의 옆자리는 내 자리가 될 수 있겠구나"

"슈코씨가, 저에게 그렇게 잘해주던 슈코씨가 사라지는데 다시는 볼 수 없어지는데, 저는 그런 생각을 해버렸어요 시오미 슈코 당신이 사라지니까 난 프로듀서의 옆자리에 다가 설 수 있다고.."

후미카의 목소리는 점점 갈라져 갔다.

"같이 슈코씨가 어떻게 하면 원래대로 돌아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보다 그 사악한 마음이 먼저 들어버렸어요, 전 그런 저 자신을 자각하고 너무 스스로가 역겨웠어요 혐오스러웠어요.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 나쁜년이구나 쓰레기 같은 마음을 가진 여자구나....흑..끄윽..."

후미카는 오열했다. 슈코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슈코씨가 없어지는데도, 슈코씨에 대한 걱정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이 먼저 들지...? 나 자신은 ... 정말 살아서는 안될정도로 망가져 버렸구나...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이런 더러운 마음을 가진 여자가 어떻게 프로듀서의 옆자리에 설수 있을까요 슈코씨.."
슈코는 후미카를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안을 수 없었다. 

"후미카, 흑... 넌 잘못한거 없어...네 잘못이 아니야 그건..."

슈코도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후미카를 바라보며 울음을 삼켰다. P는 문밖에 기대 앉아 모든 내용을 듣고 있었다. 괴로웠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 갈 수 있을까.

모든게 잘못되기 전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요시노는 자신의 집에서 차를 홀짝 마시며 후미카의 집 방향을 바라 보았다.

 

 

 

 

 

 

 

 

 

 

 

 

 

 

 

 

 

 

 

 

미안하다 후미카야!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구상한 스토리의 클라이맥스는 

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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