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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치마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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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3, 2015 20:27에 작성됨.

"그럼 오늘 하루 수고했네"
 
"네. 안녕히 계십시오"
 
"잘 가세요~!"
 
인사를 하고 나오니, 어느덧 7시. 현재 시간은 봄방학 시간대로 한 달 후 쯤에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 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카페 알바나 하며 시간을 보내겠지
 
미시로 카페에서 5시간 가까이 일을 하고 나오면서 느낀 것이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만큼 아이돌 뿐만 아니라 개그맨, 가수, 탤런트 혹은 회사의 직원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아이돌 밭, 정도라고 생각할 만한게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잘 모르던 아이돌이나 연예인들도 여럿 있었지'
 
점장님이나 아베 씨가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람들이다. 덤으로 아베 씨도 성우 아이돌을 꿈꾸는 현역 아이돌인데...일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이런 대기업 소속의 아이돌이니 그 뒷배경만으로도 충분히 어디 가서 일 구하는 것쯤은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예계는 346 같은 대기업의 힘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창한 업계인가 보구나'
 
특히 아이돌 업계의 경우 346은 이제 2년 밖에 안 되었다. 특히나, 현재 아이돌 업계에서 전설적인 존재들이 있으니, 그게 바로 765 프로다. 11명의 아이돌 전원이 1년이라는 사이 톱 아이돌이 된, 엄청난 성장 신화를 자랑하는 765 프로
 
일본의 아이돌은 '평범한 소녀가 아이돌이 되어가는 과정'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기에, 그 과정에서 765 프로의 성장 스토리는 정말 독보적이었다
 
그 외에도 '아키즈키 료'의 커밍아웃과 315와 876 사이의 이중재적 등 지난 1년 사이에 별의별 일들이 있었다
 
전통의 강호라는 961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315는 남성 아이돌 전문 사무소를 내세우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765 프로, 아키즈키 료를 중심으로 한 876-315의 연대, 그리고 961 프로의 싸움판이었던 아이돌 업계에 발을 들인 346. 이렇게 보면, 마치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현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이래서 직접 보는 거랑, 듣는 것은 다르다는 건가......'
 
아베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바닥의 현실은 TV에서 보는 것처럼 화려하지 않다고 했다. 물밑에서는, 아이돌은 몰라도 각 소속사 간의 숨막히는 암투라거나, 경쟁이 있는 모양
 
어떤 세상이든 어른들의 욕심이 얽혀있는 세상은 참 더러운 모양이다
 
"뭐, 나랑은 별 상관 없으려나"
 
"무슨 혼잣말을 하는 거야? 알바생 씨?"
 
"...?!"

옆을 지나치는 스쿠터. 아니, 정확히는 내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달리고 있는 스쿠터에는 아까 봤었던 리나, 라는 이름의 금발 갸루가 타고 있었다
 
"무, 무슨 말...이신지?"
 
"아아~ 퇴근길에 우연히 봤거든. 이야~ 꾸밀 때의 모습과 그렇지 않을 때의 모습, 완전 차이 나는데?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들 하지만, 남자의 변신은 어떨까나? 역변 수준, 진짜 쩔어~"
 
"......"
 
이전부터 느낀 거지만, 갸루 말투라는건 참, 바보처럼 느껴진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말투네
 
"괜찮은 겁니까? 저녁 시간대라고는 해도, 이렇게 젊은 남자 곁에 있으면, 이상한 오해를 살지도 모릅니다?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 이쪽에서도 사양이라구요"
 
"괜찮아~ 괜찮아~ 헬맷도 제대로 쓴 상태고, 이런 식으로 고글을 내리면 아무도 못 알아보는걸─☆"
 
고글로 눈을 가리니까, 확실히 못 알아볼 것 같기는 하다. 지나가던 갸루 스쿠터걸A 정도로 보인다고 할까. 미국 만화에서 로빈이 눈만 가리는 가면을 썼는데, 그걸 썼을 때와 안 썼을 때 사람들이 구별 못 하는 이유가 왠지 납득이 간다
 
"...그래서, 왜 굳이 쫓아오신 겁니까?"
 
"그냥 호기심이라고 할깡? 그보다 너무 존댓말 쓰지 마. 내가 더 나이들어 보이잖아. 설령 1,2살 정도 차이가 난다 해도, 고작 그 정도지? 내가 허락할 테니까, 반말 써도 괜찮아"
 
그러면 사양하지 않도록 하지
 
"호기심이라고 해도...상대방이 민폐라고 느낄 수 있어. 아이돌에게 관심 받는다니, 솔직히 꺼려진다고, 그런 거"
 
"엣? 그래? 우리 학교 애들은 오히려 내 번호를 따지 못 해서 안달인데, 넌 정말 특이하네! 이름이 뭐야? 엄청나게 궁금해졌어"
 
상당히 끈질긴 여자다. 내일도 아르바이트를 위해서 미시로 카페에 찾아가야 할테니, 또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알려지게 될 거, 차라리 지금 알려줘도 별 상관없을 지도 모른다
 
"히키가야 하치만"
 
"히키가야 하치만...히키가야...응! 힛키로구나?"
 
힛키? 그거 내 별명? 뭔가 히키코모리의 준말 같잖아
 
"힛키는 나 알아? 이래 보여도, 한 1년 정도 활동한 갸루 아이돌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모른다. 다만 모른다고 하면 상처받을 것 같다. 적당히 둘러댈까
 
"아아, 대충 알고 있어. 인터넷에서 사진과 함께 이름을 본 적 있으니까. 분명...리나였지?"
 
"빙고. 그러면 내 성은 뭘까?"
 
"......"
 
"나, 이래 보여도 후지짱이라든가, 후지모토 씨라든가로 불리기도 하니까 그런 반응, 모른다는 반응이네? 거짓말은 나쁜거야, 힛키"
 
크...쉽게 들켜버릴 거짓말이었나. 내 나름대로 상대를 배려한 거였는데
 
"뭐, 그래도 최소한 알고 있다는 티라도 내려고 했으니까 봐줄게! 어때, 이 누나, 포부가 크지?"
 
"......이 경우에는, 포부라기보다는 그릇이 넓다고 해야겠지"
 
"그거나~ 그거나~ 의미만 비슷하면 되는 거야~"
 
아니 완전 다릅니다만. 이 녀석, 진짜 바보다. 그렇지만 딱히 태클은 걸지 않았다. 그 뭐냐, 배, 백치미라고 했던가? 응. 그런 이미지로도 인기 몰이하는 아이돌은 많으니까. 이 녀석도 그런 부류라 생각하니 딱히 정정해 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성이 아니라 리나라고 불러도 돼. 성보단 이름으로 불리는 거 좋아하고. 어때, 친근감 느껴지지?"
 
"나한테 여자애를 이름으로 부르는 건 허들이 높은데 말이지"
 
"에? 어째서? 그 요비스테(일본문화의 호칭관계문제)라는 거 때문에? 그런 건 너무 구식이야. 요즘엔 서로 이름으로 부르는 애들이 더 많다구?"
 
"그건 개인차겠지. 난 서로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 없거든? 딱히 이야기를 나눌 친구같은 건 없으니까"
 
"엄청 슬픈 이유네!?"
 
덤으로 히키가야도 아닌 히키타니라고 불린다. 내 성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이야기다. 딱히 정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해 말 안 했지만
 
"그럼 오늘부터 나랑 친구하자! 그러면 됬지?"
 
"......"
 
리얼(현실) 세계의 생활에 충(充)실한 사람을 리얼충이라고 부른다. 그 시작은 2ch의 대학생활판. 지금은 그런 류의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의미로서 자주 쓰이는 이 단어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 눈 앞의 후지모토 리나다
 
사람 사이의 심리적-물리적 거리, 남녀 사이의 거리를 가볍게 뛰어넘어 친구가 되고자 접근하는 그 사교성. 나로서는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그 성격은 내겐 너무나도 버겁다. 후지모토 리나라는 사람과 교류를 나누기에는 '나'라는 사람의 그릇이 너무나도 작다
 
이런 미소녀, 그것도 아이돌과 친해질 수 있다고 한다면 어지간한 남자들은 다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 갸루라서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만, 나 같은 경우에는 부담감과 당혹감이 더 크다
 
먼저 친구가 되자고 찾아온 사람이 없으니까. 그 사람에게 나는 친구A 정도일 수도 있으니까. 이기적인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외톨이가 바라는 이상적인 친구의 상은 '서로에게 거짓이 없는 진짜 친구'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후지모토 리나가 보여주는 선의는,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에는 거짓이 없다. 그녀는 누구하고나 친구가 될 수 있는 대단한 여자다...그런 대단한 여자가 너무나도 눈부셔서, 나는──
 
"아, 지금 타야하는 버스가 있어서 이만 실례할게"
 
꼴사납게 도망쳐버렸다
 
 
 
 
후지모토 리나는 언제나 책상 아래에 숨어있는 네거티브 소녀 '모리쿠보 노노'도 노놋치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친해질 수 있는 사교성 좋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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