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타카네의 소설

댓글: 12 / 조회: 2228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9-17, 2014 05:15에 작성됨.

아이마스2 로부터 5년뒤가 배경입니다.

2013년 2월쯤에 쓴걸로 기억 합니다.

주 소재가 너무 메니악 해서 1차 실패

뭔가 백합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했는데 무슨 야쿠자의 사카즈키 같은 분위기라서 2차 실패

떠블 실패로 마음에 안드는 물건 이었습니다.

원래 제목은 '타카네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였습니다.

 

9월 18일, 몇가지 치명적인 오류를 수정하였습니다.

----------

 

    타카네의 잔에 술이 차오른다. 그녀의 손바닥 보다도 작은 잔. 도쿠리를 조용히 받침 위에 내려놓은 타카네는 왼손으로 오른손의 소매를 잡고 잔을 가볍게 잡는다. 그리고는 윗입술을 살짝 적시고는 다시금 잔을 내려놓는다.
    "타카네는 사케를 좋아하는구나."
    그녀와 함깨 여흥을 즐기고 있는 것은 히비키. 그녀의 앞에는 도쿠리도 잔도 없이, 거대한 500cc 맥주잔 하나만이 놓여있을 뿐이다.
    "히비키는 술을 좋아하지 않으시죠?"
    "응. 그다지. 차라리 콜라가 더 좋아."
    하며 조금은 흥을 깨는 말을 하지만 타카네는 그것이 히비키임을 알고있기에 이해한다.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주는 친구, 히비키.
    "그런대 어째서 맥주를?"
    "타카네 혼자서만 마시면 분위기가 안살잖아?"
    하며 밝게 웃는다. 고작 몇모금 마신것 만으로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있음에도 친구와 어울리기 위하여 무리하고있는 것 처럼만 보였다. 하지만 타카네는 그런 히비키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함깨 즐기고 있다. 반면 타카네는 이미 몇잔을 비우고 난 뒤였다. 히비키는 그녀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다. 때로는 눈을 감고, 때로는 향을 맡고, 때로는 입술에만 살짝 적시고, 때로는 단번에 잔을 비우고, 때로는 오신코로 입맛을 돋우고.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술을 즐기고 있었다.
    "아, 저기요! 닭꼬치 한접시만 더 해주세요."
    하며 히비키는 옆을 지나가던 점원에게 추가주문을 한다. 히비키는 오히려 술을 마시기 보다는 안주거리로 나오는 것 들을 늦은 저녁 대신 먹고있었다. 맥주는 도착하고나서 몇모금 마신게 고작. 거품은 꺼져가고 있었고 차가운 맥주는 미지근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타카네는 히비키의 맥주를 대신 마시지는 않는다. 맥주만은 그녀가 싫어하는 술 이었기에.
    "타카네는 어떤 술이 제일 좋아?"
    닭꼬치가 도착하기까지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한가지 실수를 범한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고도 '아' 하면서 실수하였음을 깨닳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닌가. 타카네의 흰 뺨이 살짝 붉게 물들었고 잔을 내려놓은 타카네는 잠시 눈을감고 기억을 짚어간다.
    "아직 여러 술을 마셔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하나 기억에 남는 술이 있다면..."
    그렇게 잠시뜸을 들이면서 그녀는 기억속에 남아있던 그 향과 감촉을 떠올리려 한다. 그녀의 입술을 타고 혀를 감싸던 그 따듯했던 감촉.
    "카쵸우후케츠... 일까요?"
    "화조풍월이라..."
    히비키는 그것이 어떤 술인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녀 자신이 많은 술을 즐기지 않는 편이기에.  다만 그 이름, 그리고 지금 술을 마시는 타카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어떠한 맛도 향도 아닌 하나의 풍경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술 인거 같네."
    히비키의 그러한 감상에 타카네도 동의하는건지, 그녀는 미소지으면서
    "아름다운 술 이었죠. 정말로 아름다운."
    하며 답을한다. 하지만 타카네는 거기서 말을 멈추고 그 이상 술얘기를 하지 않는다. 히비키가 생각하던 그런 일이 없이, 그녀는 다시금 잔을 입으로 가져갈 따름이다. 타카네의 그런 모습을 볼때면 히비키도 사케를 마셔보고픈 생각이 들지만, 그것은 '사케를 원해서가 아닌', '술을 마시는 타카네의 모습'을 흉내내고 싶어하는 것 임을 히비키 자신도 알고있었다. '아름답구나.' 그녀가 술을 마시는 모습은 그저 그림 처럼 아름답게만 보였다. 히비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잔도 조금씩 비우려 노력한다. 무거운 잔을 오른손으로 들어 왼손으로 옆을 잡고는 고개를 숙여 잔에 입을 가져댄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잔을 기울여 맥주를 입으로 흘려넣고는 금세 내려놓는다. '써.' 그것이 히비키의 마음 깊이에서 울려퍼지는 단 하나의 감상. 그런 감상은 히비키의 얼굴에 새겨지고 말았고 타카네는 그 모습을 보고는 또다시 살짝 미소 짓는다.
    히비키는 타카네와 일이 끝나면 자주 만나고는 한다. 하지만 언제나 야요이와 함깨 카페에서 늦게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조금 하다 해어질뿐, 오늘처럼 이렇게 이자카야에서 그것도 가게 안쪽의 좌석에 앉아 이렇게 술을 나눈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몇번인가 이자카야에 온 적은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콜라를 종류별로 시키면서 가라아게로 배를채우면서 같이 웃고 떠들었을뿐. 타카네는 그때도 간혹 사케를 주문하기는 하였으나 대부분은 잔으로 몇잔을 비울 뿐 이었다. '타카네 무슨 일이 있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히비키는 그녀의 모습을 관찰해보지만 그저 아무것도 얻어낼수 없었다.
    "하고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돌연 그렇게 말을 꺼낸 타카네. 히비키는
    "응."
     하고 답하면서 그녀를 바라본다. 어딘가 매마른 미소를 지으면서 타카네는 잔을 놓지 않은체로 얘기를 이어간다.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신작이야?"
    시죠 타카네가 처음 책을 낸다는 얘기를 4개월전에 들었을때, 사무소의 모두는 놀라면서도 '과연 타카네!' 하면서 모두 긍정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먹거리 탐방기 같은 에세이 일거라고 생각하였으나 의외로 평범한 남녀의 사랑얘기 였기에. 다만 타카네의 고풍스런 문체와 어울려 펼쳐지는 음식과 함깨 풀어나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대중에게 먹힐만한 것은 아니었으며, '아이돌이 쓰는 연애소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함깨 그리 큰 성과는 올리지 못한체 재고가 사무소에 어느정도 쌓여있었다.
    "신작 일까요?"
    "무슨 뜻이야?"
    "글쎄요... 조금은 취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타카네는 자기도 모르는 말을 하고 있는걸까.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는 잠시 눈을 감으면서 침묵을 지킨다. 히비키는 그녀를 제촉하지 않는다. 이러한 침묵역시 타카네와의 '대화' 이니까. 히비키도 그러한 침묵을 함깨하면서 그녀와 다른 방식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침묵속에서 이어진 대화는 서로에 대한 것 이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낮에는 어땠어? 물론 서로에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로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없는 침묵이 아닌 두 사람의 대화이다.
    "어떤 얘기야?"
    그 침묵 끝에 히비키가 먼저 입을연다. 그리고 타카네는 그녀의 말에 결심하듯 눈을 살며스 뜨고는 얘기를 시작한다.
    "먼 옜날의, 어떤 소녀에 대한 얘기 입니다. 성을 가지지 못한 소녀에 대한 얘기."
    "성?"
    "그렇습니다."

    타카네는 다시금 잔을 채운다. 한번, 잔의 절반까지. 그리고는 손을 멈춘다. 그리고는 다시 병을 조금 기울여보지만, 몇방울이 잔으로 떨어질뿐 잔을 가득 채울수는 없었다. 그 모습을 본 히비키는 점원을 부른다.
    "저기요."
    하며 손을 들자 젊은남자 점원이 그녀들의 자리옆에 온다.
    "네 부르셨습니까?"
    히비키는 타카네를 바라보며 그녀가 주문을 하기를 기다린다. 타카네는 잠시 병을 바라보면서 무언가를 생각한다. 술의 이름을 떠올리려는 걸까.
    "큐우고... 아니, 아라카와 준마이슈를... 대워서 부탁드림니다."
    점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수첩을 꺼내 주문을 받아 적는다.
    "아, 알겠습니다. 저, 가나하씨는?"
    "에?"
    자신의 이름이불리운 것에 살짝 놀랐으나 히비키는 곧 상황을 파악하고는
    "닭고기 가라아게로 해주세요."
    라고 자신도 한가지를 주문한다. "알겠습니다." 하고는 수첩에 받아 적지만 잠시 머뭇거린다. 분명 사인을 해달라는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 처럼 보였으나 이내 곧 주문을 전달하러 자리를 뜬다.
    타카네는 절반밖에 차지 않은 잔을 손으로 들어 입으로 가져가 다시금 윗입술을 적시고 혀로 입술의 술을 살작 훔친다. 그리고는 잔을 곧 식탁의 가운대에 놓고는 손으로 살짝 밀어 히비키쪽으로 놓는다. 히비키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양손의, 검지와 엄지 그리고 중지로 잔을 조심스레 들어올려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다. 입술에 잔을 올리고, 잔의 술을 혀로 조금씩 흘려넣는다. 한모금, 한모금 조금씩. 그녀의 혀를 감싸던 술을 목으로 넘기면서 반밖에 차있지않던 잔을 비우는데는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들였다. '안 써.' 쓰지 않았다. 그저 타카네가 마시던 술 이라서 그런 것 이 아니었다. 그녀의 입 안에 남은 부드러운 단맛은 맥주로 달구어져 있던 그녀의 혀를 차갑게 식혀주었고 그 입안 가득 남아있던 기름기를 안은체, 그 단맛은 혀부터 목까지 부드럽게 넘어갔다. 이윽고 빈 잔을 다시 식탁의 가운대에 내려놓고 잔의 주인에게 돌려준다. 타카네는 잔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오지만 다시 잔을 채울수 있는 술이 없기에 그저 빈잔을 옆에 놓아둘 뿐이다. 젓가락을 든 타카네는 그것을 연두부가 담긴접시로 가져간다. 간장과 실파가 올려진 연두부의 끝을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잘라내지만 그것을 떨어뜨리지 않고 젓가락 위에 올려 가져온다. 히비키는 꼬치에서 빼 접시에 올려놓은 닭꼬치의 파를 하나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다시 말없는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은 식탁위, 접시에 담긴 음식들을 하나씩 맛보면서 다시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소녀는..."
    타카네는 그렇게 운을 띄우면서 다시금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그 소녀는 가족의 얼굴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성도 알지 못했고, 그저 이름만을 알 뿐 이었습니다."
    "가족의 얼굴조차 모르는 거구나."
    "그 슬픔을 히비키도 알고 있군요."
    타카네는 히비키의 아버지일을 떠올리면서, 거기서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분명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잊어버리는 것은, 처음부터 알지 못하던 것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슬픈 일 일터 이기에.  11월에 접어든 하늘은 구름을 잔뜩 들인체 인상을 찌푸렸고 차가운 바람은 태양빛을 거절했다. 비록 비가 잠깐 내렸으나 이윽고 하얀 눈이되어 내리기 시작하였고 바닥에는 눈이 조금씩 쌓여만 가고 있다.
    "자신이 어째서 그 곳에 있는지, 버려진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가족이 없던건지, 소녀는 알지 못했고 그것을 신경쓰지도 않았습니다. 머물곳이 없는 소녀는 계속해서 이곳,저곳을 방황하며 하루하루의 주린배를 잠재우기 위해 분투하였죠."
    "가족이 없다는 것조차 슬퍼할수 없구나."
    "예. 소녀는 타인을 위해 슬퍼할 여유조차 없이, 매일 매일을 지내 온것이죠."
    히비키는 그런 소녀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비록 자신이 도쿄에 온 것은 자신의 의지였고, 가족들과 떨어지게 된 것도 자신이 원함이었다. 하지만 하루, 하루 떠오르는 가족을 결코 잊을수 없었고 그 빈자리는 '다른 가족들'이 채워주고 있었다. 그것 만으로도 부족했다. 히비키는 또다시, '새로운 가족'을 찾아나섰고, 지금 그 '새로운 가족'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그녀는 소녀의 불행을 '동정'할 뿐이었다.
    "그렇게 어떨때는 귀족이나 부잣집들이 즐비하는 거리에서, 혹시라도 자신에게 무언가 먹을 것을 주지는 않을까, 허드렛일을 시키면서 조금이라도 음식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소녀는 그 근처를 배회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타카네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곧 찾아올 타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실례합니다."
    주문을 받았던 남자 종업원은 쟁반에서 새로운 술과 가라아게, 그리고 풋콩을 식탁위에 올려둔다.
    "그럼..."
    하며 이번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리를 나선다. 그도 자신의 일을 알았기에. 다만 이번에는 메실사와를 주문하려던 히비키가 타이밍을 놓치고는 당황하였다. 타카네는 약간 따듯하게 대워진 병을 들며 그 따듯한 온도를 잠시 즐긴다. 그리고는 옆에 놔두었던 그 빈잔을 다시 조금씩 채워넣는다. 약간 모자르게 채워진 따듯한 술의 향은 곧 두사람을 엷게 감싸며 퍼져나갔다. 병을 옆에 놔두며, 타카네는 오른손으로 가볍게 잡은 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눈을 감고, 그녀의 입 앞에 놓인 잔에서, 향그리고 손을 타고 올라오는 온기를 잠시 느껴본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아랫입술에 올리고는 잔을 살짝 기울여 입안으로 술을 흘려보낸다. 혀를 따듯하게 덮혀주는 술의 온기를 잠시동안 머금으며, 그 기운이 몸 전체로 천천히 퍼져나간다. 술의 온도가 더이상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며, 술은 그녀의 목을타고 넘어간다. 그리고 타카네는 반정도 남은 술 잔을 다시 식탁의 가운대에 놓고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해준다. 히비키는 양 손으로 잔을 살짝 들어올린다. 아까보다 따듯한 잔의 어색한 느낌에 히비키는 잠시 이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입술에 닿는 따듯한 잔의 감촉은 차가운 잔 그 이상으로 기분좋은 것 이었다. 잔을 기울이며, 입안으로 퍼져나가는 따듯한 술에서 느껴지는 맛은 아까 받았던 날카로운 느낌이 아닌 부드럽지만 천천히 덥혀주는 그런 느낌 이었다. 그 향은 비록 강렬하였으나 그 향은 어지러운 것이 아닌 은은하고도 달콤한 것 이었으며 입안에 남겨진 맛 역시 알코올의 씁쓸한 것과는 달랐다. 잔을 입에서 때며, 따듯했던 잔은 술을 잃자 어느샌가 식어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식탁의 중앙에 잔을 놓으며 첫 주인에게 돌려준다. 히비키는 젓가락을 든다. 입에 남겨진 이 따듯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그 따듯한 기분을 더욱 기분좋게 해줄 것 으로써 연두부를 택한다. 간장이 흘러내렸지만 고명으로 얹인 파는 없는 부분을 조금, 젓가락으로 잘라내어 올린뒤에 입으로 가져간다. 형체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두부와 묽지만 충분히 향을 내고 있던 간장이 어울려가며, 그녀의 입에 남아있던 그 '따듯한 기분'을 더욱 돋구어 준다. '맛있어.' 그것이 히비키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 이었다.
    "술은... 그중에서 사케라고 하는 술은, 너무나 연약합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시 잔을 채워넣는다.
    "주위의 '향' 만으로도 그 본연의 맛을 잃기도 하고. 입안에 남겨진 다른 '맛' 때문에도 그 맛을 잃어버림니다. 심지어는 그 '잔'이 어떤 잔인지에 따라서도..."

    천천히 잔이 비워져 간다. 이번에는 조금씩 향을 음미하던 타카네는 히비키가 닭꼬치의 꼬치를 모두 발라낼때 즈음하여 빈잔을 내려놓는다. 히비키는 자신도 어서 맥주를 조금씩이라도 마셔야 하겠다는 생각에, 다시 잔을 들고 한모금을 마신다. 다시 젓가락을 들지만 이번에는 두부로 향하지 않는다. 맥주와 두부는 궁합이 좋지 않아. 그렇게 생각한 히비키는 방금 발라낸 따듯한 닭고기를 하나 들어 가져간다. 타카네는 별다른 안주를 먹고있지 않다. 그저 술을 마시고, 간혹 연두부를 조금씩 맛볼뿐. 그것은 술을 망치기 때문일까.
    "소녀의 앞에 어느날 누군가가 나타남니다. 그는 모두의 선망이 되고 있던, 명인 노가쿠시이자 시테가타. 단순히 배우로써가 아닌, 그 본인이 감독이며 연출가이던 누군가."
    그녀의 눈동자가 흐려진다. 술 때문인걸까 아니면 그 이야기에 그녀가 몰입하였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결코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본디 금녀의 영역인 노가쿠에 어째서 명인이 소녀를 찾아온 것인지는 알수없습니다. 다만 그는 소녀를 자신의 제자로써 거두어가기를 원하였고 소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를 따라가게 됨니다."
    타카네의 빈잔은 다시 채워지지 않은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그저 그녀의 손 안에서, 그녀의 체온과 같은 뜨겁기의 작은 잔. 허나 그녀는 아직은 그 잔을 채우지 않는다.
    "그는 소녀에게 더운 물로 목욕을 시켜주고 깨끗한 새 옷을 주고 따듯한 음식을 주었습니다. 소녀에게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일에 적잖아 놀라지만서도 하나하나 배워가며 적응해갔습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써 살아가기 위한 것 이기도 하기에. 하지만 그의 제자들은 여자는 무대에 설수없는 노가쿠에 그 소녀가 명인의 제자로써 함깨 연습을 하는 것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들마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명인이 직접 대려왔기에, 그렇게 불만을 가지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히비키는 그렇게 이해하고는 계속해서 그녀의 말을 기다린다. 비록 히비키가 사극을 즐겨보기는 하나 그 대부분은 '구로다 칸베에' 혹은 '풍림화산' 같은 특정 장르에 편중되어 있기에 그녀의 상식은 어느 한쪽으로 치중될수 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타카네의 상식에 감탄하며 '타카네는 이런걸 알고 있던걸까? 아니면 공부한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소녀는 교겐가타의 조수로써 처음 연습을 시작합니다. 애초 영역이 다른 것 으로써 소녀는 결코 노가쿠에서 춤을 펼칠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반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곧 소녀의 여성스런 목소리가 조금씩티가나게되었고 이를 염려한 제자들은 그녀를 지우타이의 한 사람으로 하여금 요곡을 부르게 합니다. 젊은 소년의 목소리와 비교하자면, 소녀의 목소리는 오히려 좋은 음색을 가지기에. 소녀는 자신이 배우는 것을 빠르게 익혔고 요곡 역시 단 두달만에 따라하는 것 정도는 완벽하게 해낼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공연에 나서기전, 흡사 가부키배우와 같이 짙은 분장을 한 뒤에야 비로소 '어린 소년' 으로써, 소녀는 무대에 오를수 있었습니다."
    타카네로부터 빈 잔을 건네받는다. 타카네가 이제 막 비운 잔. 그 바닥에는 천정의 불빛을 살짝 반사할 정도의 술이 남아있었다. 빛나고 있다. 잔의 안 뿐 아니라, 그 바깥 역시. 양손으로 받혀진 잔에 타카네는 병을 가져간다. 오른손으로 병의 목을 잡고 왼손으로는 그 손목의 아래에 가까이 한다. 병이 잔과 부딛히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결코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병의 굴곡을 따라 여전히 따듯한 술이 잔을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잔의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술은 조금더 식어갔고 잔을 가득 채워가면서 다시한번 잔을 데우고 술은 더 식어갔다. 잔을 반정도 채우고는 술을 멈추고 병을 식탁에 올려 놓는다. 잔을 앞으로 가져온 히비키는 곧 술을 입으로 흘려넣는다. '맛이 달라.' 그렇게 느낀 히비키의 생각이 그 표정에 확실히 들어났던 것 일까. 히비키는 잔을 타카네에게 건내주면서, 
    "맛이 달라졌어."
    라 한다.
    "그것은 히비키의 입안에 남겨져 있던 다른 '맛' 때문 입니다."
    "그래서 그렇구나."
    곧 히비키는 입 안에 남아있던 맛이 무엇인지 깨닳는다. 방금 먹었던 닭꼬치. 닭고기 에 묻어있던 간장소스와 파의 향. 그리고 그 전에 마셨을 맥주 한모금. 그 남겨진 모든 것이 전에 마셨던 따듯한 술의 첫 잔과는 다른 맛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그 맛은 분명 너무나 달콤했었던 맛 이었으나 이번 잔은 그러하지 않았다.
    "타카네가 말한 대로야. 사케는 정말 연약한 술인 것 같아."
    그녀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에 미소를 지을 따름 이었다.
    "명인이 그런 소녀의 재능을 알아차리고 대려온 것인지 제자들로써는 알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소녀는 곧 삼년의 시간을 명인의 밑에서 연습을 하고, 때로는 공연을 하며 보냈고. 때로는 지우타이로써, 때로는 대사가 없는 교겐가타로써 무대위에 섯습니다. 그리고 제자들도 곧 그녀와 함깨라는 것 에 대하여 그리 불만을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그렇게 생활하는 동안 그녀도 무언가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자신도 배우로써 무대에 서고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무대의 뒤에서 명인의, 그리고 다른 선배들의 연기와 춤을 보면서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방에서 본 것을 기억해보고, 조심스레 자세를 취해보고, 발걸음을 따라해보면서, 노점에서 산 너구리 가면을 쓰고 싸구려 부채를 들고서."
    히비키는 그 소녀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직은 어린 소녀가, 좁은 자기의 다다미 방에서 이불을 깔고, 가면을 쓰고,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을. 하지만 히비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런 소녀의 춤이 아니었다. 그 소녀가 느낀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 그때 그 소녀는 흡사 자신이 처음 라이브에 나서기 위해 레슨을 받던 그것과 같은 것 이었을까?
    "소녀는 다다미 위에서, 두 팔을 앞으로 펼치고, 천천히 부채를 펼침니다. 그리고 오른발, 왼발, 오른발. 그렇게 방의 끝 까지 걸어가고는, 발을 또 움직이지는 안은체, 발을 돌려 뒤를 바라보면서. 뒤에 있던 왼발을 앞으로 가져오고는, 오른발을 한번 바닥에 구르고. 그리고 다시 앞으로 한발, 두발 걸어나아 가면서 부체를 쥔 오른팔을 밖으로 한번 크게 휘두르고. 그리고 소녀는 다시 방을 한번 조심스레 돌아봄니다."
    그리고 여기서 그녀의 말이 멈춘다. 그 뒤를 생각하는걸까? 타카네는 잔을 향해 손을 뻗는가 싶더니 곧 손을 멈추고는 다시 식탁의 아래로 가져간다. 그녀의 눈빛이 조금 떨리고 있다. 어쩌면 그 소녀에게 너무 감정을 이입한게 아닐까 하면서. 히비키는 그저 그녀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기를 기다려본다.
    "소녀는 곧 부채를 접고는 가면을 벗어 머리 위에 올려두고는 고민합니다. 소녀는 춤을 따라할수는 있었지만 연기는 그녀가 해낼수 없었습니다. 명인도, 그녀의 선배들도. 시테가타는 모두 가면의 아래에서 그들의 감정을 연기하기에. 가면의 아래를 볼수 없는 소녀는 그 감정을 연기해낼수가 없었습니다."
    히비키는 그제서야 비로소 소녀의 마음을 알수 있었다. 소녀가 하던것은 연기도 춤도 아닌 그저 흉내 였음을 깨닳고 난뒤의 그 소녀의 마음을. 필시 좌절과 부끄러움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그 소녀가 도달할수 없는 것 이었기에.

    "어느날 명인은 갑작스레 각혈을 하며 쓰러지게됨니다. 명인의 병은 이미 오랜기간 진행된 뒤 였고 그의 병세는 몹시 비관적이었습니다. 소녀는 다른 제자들과 함깨 명인의 간병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그중에서도 명인에게 목숨을 구원받았기에, 더욱 각별히 명인의 간병을 들게되었습니다. 그 은혜는 무엇으로도 평생을 지낸다한들 갚을수 없었기에. 소녀는 어느날 그의 간병을 하면서, 그에게 한가지 소망을 말합니다. 그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가지게된 어느 '꿈'. 시테가타 로써 무대의 위에서 춤을 추고 싶다는 그 소망을."
    거리에는 눈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가로수, 가로등, 처마위. 눈이 수북히 쌓여갈것만 같아 거리의 사람들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노상의 가게 간판등을 정리하고 가판대를 들여놓는다. 밤은 깊어져가고 눈이 쌓여간다한들, 차가운 바람이 땅을 지나가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여전히 저마다의 걸음을 옮긴다. 그저 내리는 눈을 보면서 밤의 운치를 즐기며.
    "명인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그저 아무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볼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춤에 꼽아두었던 부채를 꺼내고는 그녀의 앞에서 바로 연기를 하면서. 소녀는 그의 옆에서 그 연기를 지켜봄니다. 부채를 접고 다시 자리에 앉은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시테가타라 함은 본디 가면으로 자신을 숨기고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니 그것을 깨닳음이 노가쿠시 이노라'. 그리고는 소녀에게 마지막으로. '너는 여자의 몸으로 그 규율과 전통을 깨려 하노니, 마땅히 가면 없이 자신을 숨김이 옳다.' 라고."
    타카네는 빈 잔을 다시 가득 채우지만 그대로 잔으로 손을 뻗지 않고 잠시동안 지켜본다.
    "명인은 제자들을 불러 소녀가 시테가타로써 연기할것이며 그녀의 연습을 최선을 모두가 도울것을 명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생전의 마지막 명이 될것이라고 덛붙이면서. 소녀는 그저 아무말도 할수없이, 그와 제자들에게 절을 올리고. 제자들은 그를 받들어 소녀를 도우기로 합니다."
    가득찬 잔은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며 식탁위에 있을뿐. 히비키도 그 잔, 그리고 자신의 잔도 건들지 않으면서 오로지 타카네의 이야기 만을 기다린다.
    "네가 하고자 함은 무엇인고. 라는 물음에, 소녀는 토모에고젠을 하고자 합니다, 라고 답합니다."
    토모에고젠. 어쩐지 타카네를 닮은 사람. 소녀가 토모에고젠을 택한건 어째서일까. 소녀가 토모에로부터 자신의 삶을 보았으리라고는 히비키는 생각치 않는다. 그녀의 기구한 삶과는 달랐기에.
    "토모에인가. 알것 같아. 동경했기 때문이구나. 소녀가 결코 가지지 못했고 가질수 없었던 삶 이니까. 동화속 주인공을 보면서 왕자님을 상상해보는 것과 마찬가지 구나."
    "그것은..."
    타카네는 잠시 말문이 막힌다. 금방 그녀의 답을 들을수는 없었다. 히비키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체 그녀의 말을 기다려본다. 눈을 감은체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혹은 생각하는 타카네. 그녀는 결코 아무런 생각없이 그런 이야기를 쓰지 않았을 터 이지만 어째서 대답하지 못하는걸까.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타카네는 이윽고 그녀는 답을한다.
    "동경한걸까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잔을 내려다 보면서, 히비키의 말을 계속해서 생각해볼뿐. 어째서? 타카네는 잠시 생각해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하는 것 까지 히비키는 알수가 없었다. 다만 타카네는 소녀에 대한 것을 생각한다는 것 밖에는.
    "그렇군요..."
    긴 숙고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 이었다.
    "어쩌면 히비키가 저보다 소녀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군요."
    "그럴리가."
    타카네는 그러고 잔을 들고 조심스레 맛을본다. 그녀의 윗입술을 살짝 적신 술을 혀로 훔치면서, 잔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것은 어쩌면 명인이 보게될 마지막 노가 될지도 모르는 일 이었습니다. 때문에 그의 제자들도, 소녀도 각별히 주의를 하면서 준비를 하였습니다. 한편 명인은 손님을 부름니다. 돈은 받지 않으면서, 평소 그와 친분이 있던 영주의 가신을. 그는 명인의 공연이라 생각하였으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소녀가 무대에 선다는 것을 알았다는 뜻 은 아니었습니다. 명인의 옆에서, 유녀들의 술을 받으면서. 그는 무대에 올라오는 소녀를 보며 깜짝 놀라지만 오히려 그는 재밌어 하였습니다. 무대에서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의 제자가 펼칠 춤은 과연 어떨 것 인가. 아니면 그는 단지 유녀의 춤과 같은 유희거리를 준비한 것인가."
    이번에는 잔을 깨끗히 비우고. 잔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곧 눈을감고 다시 기억한다.
    "소녀는 긴장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소녀의 감정이지 토모에의 감정이 아니기었기에. 소녀는 무대위에서서 처음이자 마지막 노를 시작합니다. 천천히 자세를 취하고는, 지금까지 배워온 모든 것을 기억해내고, 춤을 추고 토모에의 감정을 연기하면서. 비록 유일한 객은 자신의 춤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가신 한명일 뿐일지라도. 허나 명인은 자신을 봐주고 있기에."
    소녀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다. 그녀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어떻게 연기하였는지.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그녀는 그것을 평가할수 없었다.
    "명인은 무리해서 가신을 접대하고는, 그가 돌아간뒤 다시 쓰러지고 맘니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소녀를 부르고는, 몸도 일으키지 못한체 그녀에게 얘기합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너는 틀리지 않았다. 너는 본디 성을 가진체 태어났을터 허나 지금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니. 내 성을 네게 주니, 이것을 취함은 네 나름이다.' 라는 말을 남기고. 소녀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은혜를 갚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면서, 절을 올림니다."
    밤은 깊어져만 가지만 거리는 활기를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많은 이들과 계속되는 눈에 사람들은 점점 거리로 나오고있다. 일을 마치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이들이 넘쳐나는 거리에서 타카네는 마치 갈길을 잃은 것 처럼, 방황하고있다. 그것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이야기 때문에. 히비키는 그녀에게서 빈 잔을 건네 받는다. 비어있는 잔을, 타카네는 조금씩 채워가면서.
    "소녀는...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방에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림니다. 그것은 이미 각오한 일이었기에. 그리고 수탉이 깨어나 아침을 천명할때 즈음. 명인의 뒤를 이어 유파를 물려받게될 이가 그녀의 방에 찾아옴니다."
    잔은 반이 차올랐고 술은 이제 이 잔을 다 채우지 못할정도의 양처럼 보였고
    "그는 소녀에게 파문장을 건내고 소녀는 그것을 받아 자신의 옷에 챙긴뒤. 그에게 마지막으로 절을 하고는 그녀의 방을, 저택을 떠남니다."
    가득 찬 그녀의 잔위로 떨어지는 몇방울의 술이 파문을 그리고 잔을 흔들면서, 그녀의 눈동자도 떨려만갔다. 병의 술은 모두 잔으로 옮겨갔고 잔의 술은 병에서 모두 떠나왔다. 빈 병을 내려놓고, 히비키는 두 손으로 조심히 잔을 그녀의 얼굴앞으로 가져간다. 잔과 술은 이미 식었다. 차갑지도, 따듯하지도 않은. 마치 그녀의 손과 같은 온도의 술. 히비키는 잔을 아랫입술에 살짝 올리며 그녀의 윗입술을 술에 조금 적신다. 아무런 자극도 없다. 온도가 같기에. 그리고 그녀의 입으로 흘러들어온 술은, 지금까지 그녀가 받았던, 차가운 술도 더운술도 아닌, 그저 그 본연의 맛 일 뿐 이었다. 쉽사리 넘어간다. 그녀의 혀를 감싸고 목으로 넘어가는 술은 아무런 걸림이 없이, 특별한 맛도 향도 없이. 쉽사리 넘어간다. 잔의 술이 줄어들면서.


    계산을 마치고 나왔을때 비록 거리에 사람은 적었으나, 이자카야에 들어오기 전보다 날씨는 따듯하게만 느껴졌다. 두 사람의 몸속에 들어간 술이 그녀들을 따듯하게 지켜주고 있었기에. 하지만 살짝 스친 겨울바람에 두 사람은 금세 몸을 움츠리고, 외투의 옷매무시를 고쳐입고 목도리를 한번 더 감는다. 히비키는 손에 한번 입김을 불고는 곧바로 주머니에 넣어 손을 따듯하게 지킨다. 타카네의 흰 뺨은 붉게 물들었다. 그것은 술 때문일까, 추워서 일까. 그것을 알수없기에, 히비키는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뒷꿈치를 들고 그녀의 목에 감아준다. 그리고 타카네는 그저 아무말 없이 목도리를 꼭 잡을 뿐이다.
    "내일 사무소에서 돌려줘."
    "네."
    "그럼, 내일 봐, 타카네."
    "안녕히."
    두 사람은 다시한번 짧은 작별을 하고는, 히비키는, 뒤돌아서서 그녀의 길로 걸어간다. 그러나 얼마안가 곧 다시 뒤를 돌아보면서. 타카네는 인적이 드문 거리의 한복판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히비키는 그런 그녀에게 한가지,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의문의 물음을 한다.
    "타카네!"
    히비키의 부름에 그녀는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결국 그 소녀는 명인의 성을 받은거야?"
    그 물음에 그저 눈을감고 미소짓는다. 그리고.

    히비키는 타카네의 답변을 보고는 만족한듯 미소짓고 다시 그녀의 길로. 겨울바람과 눈을 해치고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속으로 흐려져간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