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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 [역시 내 아이돌 프로듀스는 잘못됐다] 히비키 [그 첫번째야!]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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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2, 2014 22:49에 작성됨.

 

하치만「어째서야───!」

 

 

격에 맞지도 않게 외치고 만다.

이렇게나 목에 힘을 주어 외쳤던 적이 언제였는가, 할 정도로 크게 외치다니 이건 나답지가 않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지금은 외칠 수 밖에 없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히비키「……」

 

 

그런 나를, 싸늘하게 내리깔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히비키.

오키나와 출신의 살짝 타버린 듯한 피부색깔에 높게 올린 포니테일, 그리고 작은 키에 어울리지 않는 괘씸한 몸매를 지닌 『961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후보생

딱히 교류라고는 간단한 이야기밖에 나누어본 기억밖에 없는 이 아이돌은 어이없다는 듯, 어딘가 모멸감을 포함한 시선으로 그저 나를 노려본다.


남자라면 이런 소녀의 앞에서, 그것도 아이돌로서 뽑힌, 객관적인 시선으로 판단해 미소녀라고 해도 모자를 것 없는 소녀에게 그러한 시선을 받는다면 마음에 상당한 충격을 줄 지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런 것 따위는 관심없다. 누가 나를 그렇게 보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으니까. 그런 시선 따위 언제든 주라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선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


대체 왜 그런 거냐…….

어째서 그런 짓을 해버린 거냐고!

 

 

「쯎……」

 

 

히비키의 어깨 위에 자그마한 햄스터가 이쪽을 안쓰럽다는 듯이 내려본다.

이름은 햄죠라고 했던가. 네이밍 센스가 참으로 볼만하다. 햄죠라니 자칫 잘못 들으면 비상식량쯤으로 여겨 지은 이름같지 않은가.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혼자서 기르는 것이 불안할 정도로 많은(프로필에 적혀있는데 대략 10종 이상의 동물을 기르고 있단다) 동물을 집에 놓으면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어버린다.

어쨋거나 그런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엇나가버린 생각을 뒤로 던져버리고 나를 노려보는 히비키에게 비록 썩은눈이라도 한구석에 남아있는 의지를 담아 똑같이 노려봐주었다.

그 눈의 밑에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담은 듯한 분노가 깃든 말을 담고서.

 

 

하치만「너는, 너는 사람으로서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이냐. 그런 짓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

히비키「……바보같은 소리하지 마.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하치만「큿!」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이쪽을 이상하다는 듯이 더욱 쏘아본다.

어쩔 수 없다.

그런 것쯤은 나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물러설 수는 없어───!

절대로, 절대로!

 

 

하치만「됐어.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히비키「!!」

 

 

이렇게 된 이상 실력행사다!

전신에 힘을 준 나의 모습에 깜짝 놀란 히비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순식간에 나의 행동에 반응하는 반사신경은 칭찬해줄 만하군! 그러나 이쪽이 더 빠르다!

 

 

하치만「순순히 내 말대로 해!」

히비키「싫어! 본인은 절대로 싫다고!」

 

 

싫다고 말하며 반항하는 히비키는 그 몸에 담긴 힘을 모조리 쥐어짜 나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나를 밀어넘어뜨렸다. 힘으로는 그다지 밀리지 않지만, 위쪽에 신경을 쓰고 있던 나로서는 밑쪽의 방어가 부실했기에 공격을 허용해버려 넘어져버렸다.

제길, 어째서냐고.

꼴사납게 주저앉아 헛되이 주먹을 쥐며 나는 히비키를 향해 쏘아보며 외쳤다.

대체 어째서……

 

 

하치만「어째서 MAX커피를 남기는 건데……!」

히비키「아니, 이렇게나 단 음료는 다 못 마신다니까?」

 

 

어이없다는 듯이 돌아온 츳코미에 나는 허무함을 담은 공허한 눈으로 분개했다.

무려 반 이상이나 남겨져버린 MAX커피가 지금 휴게실 테이블 위에 한 캔.

못 마실 거면 마시지나 말라고…….

 

 

히비키「휴게실 냉장고에 항상 놓여져 있기에 한 번 마셔봤는데 영 꽝이었다고. 어째서 이렇게나 단 음료를 마시는 거야? 남자가 먹기에는 좀 그렇지 않아?」

하치만「하? 이 애송이가 뭐라는 거냐. MAX 커피야 말로 신이 내려주신 음료다. 그것을 모욕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어!」

히비키「단 음료나 계속 마시니까 눈이 썩는 거라고. 뭐라고 할까, 마치 썩은 동태눈깔같다고」

하치만「그렇게나 DHA가 함유된 것처럼 보이다니 내 눈도 쓸만한가 보군. 어때? 먹으면 영리할 것 같은 느낌이 나나?」

히비키「절대로 그렇지 않을걸」

 

 

하긴 나라도 절대 이런 눈을 먹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동태에게 사과해야할 정도.

이 자리를 빌어서 썩은 동태 눈깔에게 사과하자.

내 눈이 더 썩었다고.

어라?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건가?

 

생수로 달디단 MAX커피의 맛을 지워버리는 듯한 히비키의 모습에 이런이런거리며 고개를 저으며 난 냉장고에 남은 MAX커피를 하나 꺼내 따 마셨다. 아기때부터 목욕할 때 MAX커피로 목욕하고 모유대신 MAX커피를 마셨다고 하는 순수 치바태싱인 나에게 있어서, 커피는 달아야만 하는 존재.

쓰라린 인생 속에 커피 정도는 달아야하지 않겠는가.

이정도면 제법 멋진 말 같군. 언젠가 MAX커피의 광고에 쓰일 말을 모집한다면 반드시 이것을 쓰도록 하자. 그럴 일은 없겠지만. 홀짝, 달아진 커피를 입안에 털어버린다. 언제 마셔도 맛있구만. 취직을 하게 된다면 MAX커피 제조사에 취직하고 싶었는데.

 

 

히비키「근데 사무원 씨는 일하지 않고 여기서 있는 거야?」

 

 

내가 앉은 쇼파 맞은편에 히비키가 앉아 나에게 묻는다.

어째서 있는지 모를 테이블 위 한켠에 마련된 해바라기 씨앗을 하나 집어들어 손가락으로 튕기자 햄죠가 달려와 받는다. 주인이 교육시킨 건지 아니면 영리한 건지.

 

 

하치만「잠시 후에 외근가는 길에 커피를 충당하고 가는 거다」

히비키「흐응, 외근이구나. 그거라면 혹시 조사업무?」

하치만「네가 어떻게 아는거냐……. 아니, 961 프로 아이돌들이라면 대체로 알고 있으려나」

 

 

이곳 961 프로덕션은 아이돌 프로덕션의 거의 탑에 올라와 있을 정도의 대기업.

그런 기업의 안에서 벌어지는 일 정도는 공공연하게 사내 안에서 밝혀져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세간에서 말하는 더러운 일 같은 것은 철저히 가려져있을 테지.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들리는 소문에는 그런 것이 제법 있다고들 하고.

조사업무야 혹시라도 나중에 라이벌이 될 지도 모를 아이돌들을 조사하는 일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이거다할 때는 수단을 가리지 말아라, 라던가. 쿠로이 사장님이 일할 때 반드시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격언이라며 알려주신거라만 마지막은 좀 아니라고 본다. 그거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서도 어쩐지 마음이 걸리는 그런 말이라고나 할까. 내 알바는 아니다만.

 

 

하치만「그런데 너야말로 이런 곳에서 뭐하는 거냐」

히비키「읏……」

하치만「지금쯤이라면 분명히 레슨을 받을 시간일 텐데. 설마 너……」

 

 

조용히 대답없이 고개를 내리까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알 수 있었다.

961 프로덕션은 분명히 아이돌 프로덕션 기업 중에 대기업이다.

그런 만큼 톱 아이돌이나 그에 상응하는 인기아이돌을 배출하는 일이 많다. 그러기에 이쪽 일에 종사하려는 아이돌 또한 많은 것이 사실.

자, 여기서 문제.

아이돌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에서 누구나 다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NO'뿐이다.

 

 

하치만「설마 너 낙오된거냐」

히비키「아, 아니야!」

하치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거냐.

바락바락 소리치면서 아니라고 하지만은 외치고 난 후에 약한 모습을 보이면 맞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하치만「연습에서 멀어지고 동료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는 중……인가」

히비키「아, 아냐……. 본인은, 본인은 절대로 그렇지가」

하치만「그렇다면 네가 지금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잖아」

히비키「……므읏」

 

 

짧게 한숨을 내쉰다.

움츠린 어깨로 살짝 가려리게 떠는 몸.

96 프로덕션에 지원하는 아이돌은 많다. 그런만큼 그 중에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과정이 분명히 존재한다.

일단 후보생으로 받아놓고 정식 아이돌로 승격될 만한 좋은 아이돌을 골라내어 나머지는 볼 장 다 보았으니 짤라버리는 것이 961 프로덕션의 방침. 대놓고 나가라고는 안하지만, 노골적으로 그런식으로 유도해 아이돌 스스로 포기하고 나가는 식으로 만들어내버린다.

차라리 '넌 해도 안 되니 나중에 도전하렴'이라고 하든지 이건 조금 심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이정도면 양반이 아니려나. 괜한 노력을 계속하게 해 헛된 기대를 가지는 것보다야.

 

 

히비키「노, 노력. 본인이 좀 더 노력하면 분명히 인정해줄 거야! 아직, 본인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하치만「그러냐」

히비키「우갸! 뭐야, 지금 그 시선은? 못 믿겠다는 거야!?」

 

 

네이네이, 하고 영혼없는 대답으로 난리를 치려하는 히비키를 말린다.

내가 생각하는 한에서는 노력이라고 하는 건 가장 안좋은 해결방법이다.

차라리 가망이 없으니 포기하라고 말해주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 쓸데없는 노력만큼 보람없는 일은 없으니까. 그 분의 시간과 노력을 다른 쪽에 투자하면 효율이 좋을 테니.

 

 

히비키「노력한다면 분명히 정식으로 올라갈 수 있어! 그러니까──!」

하치만「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묻겠는데」

히비키「후엣? 뭐, 뭐야? 갑자기」

하치만「노력한다고 말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않냐, 너」

히비키「읏!!」

하치만「저번주에도 너를 이곳에서 보았어. 불과 4일전에도 너는 이곳에 있었지. 저저번주에도 난 3번이나 널 여기서 봤어. 그리고 똑같이 말했었지. 좀 더 노력하면 될 수 있을 거라고.」

히비키「……」

 

 

히비키가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문다.

 

 

하치만「노력은 어엿한 해결방법이 아냐. 순리대로 살면서 대충 살아도 이렇게 대충적인 자리에 앉아 살 수 있다고?」

히비키「그, 그건 사무원 씨가 썩어있어서잖아!」

하치만「내 경우를 예시로 들지마라. 그리고 눈가지고 걸지 마라. 네 눈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안 썩은 적이 있더냐」

히비키「절대로 그런 적 없어」

 

 

단언했다.

쳇.

 

 

하치만「뭐 노력이 해결방법이 되는 것은 많다. 그렇지만 이 업계에선 재능도 있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

히비키「그거야 알고 있지만…… 본인은 재능이 없으니까……」

 

 

뭐라는 거냐, 이 멍청한 아이돌은

 

 

하치만「그 인식부터 당장 고쳐」

히비키「어? 아, 응?」

하치만「최저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인간에게는 재능이 있는 인간을 부러워 할 가치도 없어. 성공하지 못한 인간들이이 성공한 사람이 쌓아올린 노력을 상상도 못하니까 성공하지 못하는 거야」

히비키「읏!」

하치만「라고 내 친구 중에 한 명이 그런 얘기를 했었지」

히비키「……마지막에 그 이야기덕에 뭔가 김이 빠져버렸어」

하치만「뭐 어쨋든 그런 거다」

 

 

일어나서 접혀진 옷의 주름을 펴고 나는 나가기 위한 차비를 끝낸 가방을 들쳐매며 히비키 앞에 섰다.

 

 

하치만「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재능이 없다고 판단하지 마라. 그런 인식에 의해 뭘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해 노력한다고 말하면서 노력하지 않은 너를 반성해라」

히비키「그, 그건!」

하치만「아니라고 말할 셈이냐? 넌 내가 보기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안 된다고 판단해버려 포기해버리고 있는 거다. 항상 지켜본 적은 없다만 간간히 지나가다 본 너를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고. 」

히비키「……」

하치만「노력할 거야. 노력할 테니까. 노력하면 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녀석이 오히려 노력을 하지 않는 편이지. 그게 끝이라 생각해버리거든. 뭐, 이 업계야 그런 생각을 하다가 떨어져나간 녀석들이 수두룩하지만은. 너도 일단 그 녀석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거다」

 

 

고작 3개월밖에 안한 신입사원이긴 하지만 들은 이야기로는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나가버린 아이돌 후보생이 한 둘이 아닌 수백에 이른다고 하니깐 말이지.

별로 이 가나하 히비키란 아이돌 후보생에게 연관되고 싶지는 않지만, 아주 한때나마 MAX커피를 먹은 동지로서 한 마디를 해주고 싶다.


반 이상 남긴 것은 괘씸하지만.

 

 

하치만「노력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아. 꿈이 배신하는 일은 있어도」

히비키「……아」

하치만「그렇지만 그 노력을 배신한 채 꿈조차 등을 돌리는 녀석은 뭘해도 될 수 없지.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에 휘둘려 방황하게 된다는 거다」

히비키「……」

하치만「안 된다고 마음이 꺽여져버린채 연습에도 제대로 참석을 안 하고 겉돌기만 하는 너. 그런 너가 노력하고 있는 아이돌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따돌림당하고 있는건 아닐까. 나로서는 이 이상 헛된 꿈을 안고 여기에 있지 말라고 해주고 싶지만」

히비키「그……럴 수는 없어」

 

 

고개를 붕붕 돌린다.

살짝 삐쳐나온 눈물방울을 눈가에 달며 치켜올린 눈으로 올려다보는 히비키의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코마치, 네 전용의 쓰다듬이 한 순간 넘어갈 뻔 했어.

이 오빠, 잘 참아냈다.

어쨋거나 그런 그녀에게 이 말을 남기고 등을 돌렸다.

 

 

하치만「꿈을 이루고 싶다면 정말로 노력해. 노력하면 될 수 있다고 자신을 속이며 방황하지 말고 진짜로 노력해서 뭔가를 해보라고. 그러고도 안 된다면」

히비키「……안 된다면?」

하치만「그럼 어쩔 수 없는거지」

히비키「하아?」

하치만「안 된다면 더욱 더 열심히 하든가 할 수 밖에 없잖아?」

히비키「아」

 

 

안 된다면 더욱 해본다.

정론이지만 나로서는 밀어서 안 된다면 포기해라가 좌우명이지만 서도.

그렇지만 히비키에게는 그렇게 말해주어야만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키나와 출신의 아이돌.

가까운 피붙이가 저멀리 오키나와에 있는, 도시속에 나홀로 외톨이로 지내고 있는 아이돌에게 한순간의 동정심이랄까. 나답지 않은 일임은 틀림이 없다.

조용히 아무런 말없이 생각에 잠긴 히비키를 뒤에 두고 나는 발걸음을 옮겨 회사밖으로 나갔다.

손에 든 해바라기 씨앗이 남았길래 무심코 바닥에 툭 던지니 햄죠가 날쎄게 달려와 받는다.

음, 좋은 움직임이다.

 

 


……네가 왜 여깄어?

 

 


햄죠「쯋!」

히비키「하, 하이사이?」

하치만「……」

 

아주 조금전에 휴게실에 있었던 히비키가 언제부터인가 내 뒤에 나타나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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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히비키는 961 프로소속 아이돌 후보생이란 설정으로 갑니다

이후는 과연...?

뭔가 쓰고서도 영 어색한 면이 많네요.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적어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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