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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X신데마스] 빛나는 우리들의 황금같은 나날들!!! - 6. 섀도 타임 속에서도 인사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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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1, 2014 21:00에 작성됨.

쿠로사와 순경님께서 말씀하시길, 키리조 그룹 관련 일거리라면 어느 정도 알아봐줄 수 있다. 라고 하셧습니다. 우리 신도들은 그 신탁만을 믿고서 기다려 왔으니, 이제 기나긴 기다림 끝에 선지자 쿠로사와 순경님께서 입을 여셧나이다.

"자네들 인지도가 아직 낮아서 큰 일은 저쪽에서도 맏기기 곤란해하더군. 일단 계열사의 과자 광고 건을 가져왔다네."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면 쿠로사와 순경님을 신이라고 부르며 발을 핥을 수 있을 것 만 같은 기분이야! 공권력 쩔어! 역시 경찰! 역시 공무원! 이걸로 우리에게 일거리가 젖과 꿀처럼 흘러들어오게 되었나이다! 쿠로사와 선지자님 감사합니다!!! 이걸로 일용할 성과가 늘었어!!! 성과급이 들어온다 에헤라디야 아멘!!!

"흠, 조금은 표정을 감출 줄 알게 된 것 같지만 아직 부족해."

"하하,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거 미소가 떠나지를 않네요."

월요일 점심시간, 센카와 씨한테는 잠깐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나간다고 말한 다음에 지하 1층으로 내려왔다. 이유는 지난번에 이치노세가 이야기해준 일거리 때문. 설마 했지만 연락이 왔을 땐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안 그래도 여러 방면에서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 것 같은 이치노세의 일거리 소개다. 실망시킬 리가 없잖아? 사실 작은 일도 감사할 지경이고.

"난 가능하면 향수 광고를 주려고 했지만...."

"향수?!?!"

어째서인지 이 지하실에 같이 있던 이치노세가 말했다. 그나저나 향수?! 그거 우리 같은 약소 프로덕션도 한 자리 낄 수 있을만큼 만만한 거엿나?! 아무리 못해도 향수 광고라면 상당히 비싼 사람을 쓸 텐데?!

"키리조 그룹 쪽에서 퇴짜를 놨더군. 역시 향수는 좀 아니라고. 다만 이치노세가 식품 쪽에도 관여하고 있으니 그 쪽에서 얻어왔지."

식품인가. 왜인지 이치노세랑은 매치가 안 되네.

"냐하하~ 맛잇는 냄새가 나게 해 줬지~ 장미향 낫토는 못 팔았지만."

"아니 그건 역시 무리지."

낫토는 그냥 츠유에 겨자소스 쳐서 먹는게 제일이라고.

"평가는 좋았는데 1팩에 540엔(소비세포함)이여서 탈락했어."

"대체 뭔 수를 썻길래 4팩 108엔(소비세포함)짜리가 그렇게 뛰는 거야?!"

4팩에 108엔! 얼마나 좋아! 저녁에 돌아와서 요리하기 귀찮을 때,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거나 식당 가기에는 아까울 때! 얼마나 좋아! 낫토에 얼마나 럭셔리함을 추구한 거냐!!!! 그건 이미 돈지랄을 넘어선 돈개지랄의 영역이라고!!! 애초에 장미향 낫토라니 그거 입에서 넘어가기는 하는 거냐?! 먹고 나서 평가한 녀석들 입 안 좀 보고싶다! 대체 뭔 놈의 혓바닥이 그렇게 괴상하냐고!!!

"해당화 열매랑 찔레꽃향은 역시 아니였나봐~"

"장미가 아니라 장미'과' 꽃이잖아!! 게다가 해당화 열매라니, 얼마나 마이너한 식품을 쓰는 거야?!"

아니 그야 맛은 있지만! 그거 상업적으로 기를만한 게 못된다고!

"그래서~ 그냥 장미향 쵸콜릿 하나 만들고 나왔어~"

"장미'과'식물의 꽃 향 쵸콜릿이겟지......."

그냥 장미목으로 집을 지어버린다고 해라.

"그나마 이치노세 정도 되니 이런 경제성 없는 실험도 지원해주는 거지. 그렇게 안 해주면 일을 안 하니까."

"여차하면 다른 기업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게다가 외국어도 되니까 굳이 일본에 있을 필요도 없고~"

우왓무서워. 이게 바로 칼자루를 쥔 사람의 여유인가. 갑을의 위치가 제대로 바뀐 것 같은데?

"일 자체는 대단한 건 아니야~ 애초에 키리조 그룹은 식품 쪽에는 별 투자를 안 해서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정확히는 식품 쪽에서 제대로 된 상품이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지."

"그리고 레드오션 한 복판에 뛰어들면서 광고비 지출까지 늘리느니 그냥 값싼 무명 아이돌을 쓰겟다는 거군."

"정답~ 그래도 마루노우치 린이랑 검정이가 성공한다면 다음 광고는 더 비싸게 찍어줄지도 모르지~ 어쩌면 TV광고도 노릴 수 있을지도?"

"그건 멋진 말이네. 참고로 시부야 린이다."

칸자키에 이르러서는 이름조차 생략해버렸다, 이 변태과학자.

"그렇게 됐으니 자세한 일정은 정해지면 그 때 자네에게 전달하겠네. 일단은 같이 점심이나 먹으러 가지 않겠나? 이번엔 무료식사권은 안 가져와서 더치페이가 되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애초에 매번 얻어먹기만 하면 미안하니까.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면 1회차 올커뮤 MAX도 꿈은 아니지. 덤으로 관용이 올라갈지도 모르고.

"5번 테이블에 암퇘지 하나랑 수퇘지 둘!!"

".....이 식당에 오려면 관용 만렙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무료식사권에서 눈치챘어야 했는데. 왜 난 눈치채치 못햇던 걸까. 어째서 이런 식당에 다시 와 버린 거야!!!!! 단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안다는 이유만으로 이 식당을 또 와야 하는 거냐! 그 때는 워낙에 정신이 없어가지고 음식 맛도 몰랐다고!

"자자, 그래도 음식 맛은 좋으니까. 자이젠 양도 손님한테는 더 친절하게 대해."

"누가 나한테... 뭐야, 쿠로사와 순경이랑 떨거지들이였잖아. 주문은 뭘로 할래?"

적당히 메뉴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이런 식으로 영업해도 괜찮은 걸까 여기. 아니 내가 알 바는 아닌데..... 빨리 망해버리면 내가 여기 올 일은 더 이상 없지 않을까? 사장이 저래서야 금방 망해버릴 건 정해진 수순이고 말이야. 이 세상에 미녀에게 매도당하는 걸 삶의 보람으로 삼는 변태만 있는 건 아니니까. 애초에 그런 위험한 분위기의 가게도 아니고.

"그런 가게 하나 차릴려고 해도 이쪽은 허가가 안 나오겟죠?"

"일단 허가가 나오면 민원이 폭주할 건 장담하지. 아무튼 우선 식사다."

돼지고기 생강 구이를 한 점 먹었다. 확실히 맛있다. 딱 적당한,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생강 향과 간장 소스의 배합이 환상적이다. 돼지고기 역시 좋은 품질의 물건을 쓴 것 같다.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 역시 적절하다. 도축 후 손질부터 최고 수준의 기술자가 손을 쓴 거겟지.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지금 먹어보니 알겠다. 이 식당은 실력 하나만큼은 1류다. 그 어디에 가도 이만한 돼지고기 요리는 찾아보기 힘들겠지. 자이젠 토키코라고 했었나? 저 고압적인 태도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이런 품질의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겸손 따윈 불필요하겠지.

"7번 카운터석! 사료 먹는 중에 스마트폰 만지지 마! 회전률 떨어진다고!"

....다만, 저 태도는 실력이고 뭐고 이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 실례라고 생각하지만.

"그나저나 아키하는 어디 있죠? 오늘은 안 보이네요."

"학교. 일단 의무교육 대상자니까 최소한 얼굴은 비춰둬야되기도 하고, 특례 관련 서류작성에도 본인이 갈 필요가 있으니까."

"특례라.... 제가 다니던 학교에는 그런 학생은 없었죠."

"아! 이치노세는 특례입니다~ 월반이랍니다~ 지금 벌써 대학원까지 다 마쳤답니다~ 아키하는 지금 대학원생이고~"

대단하네. 태어날 때 부터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란 건가. 출발선부터가 다르니 공정이고 뭐고를 논할 거리조차 못되는구만. 애초에 나랑 같은 세계를 보고 있지도 않겠지만. 대학원생의 시야 같은 건 모른다고.

"그러고보니 쿠로사와 아저씨, 아키하한테 난죠르노 이야기는 들었어?"

난죠르노? 어디 이탈리아 사는 갱스터 이름인가? 천국행 티켓을 끊으려고 한 흡혈귀의 후손인 황금쵸코소라빵 마피아 친척인 것 같은데? 난죠르노 죠바나인가? 아마도 갱스터를 동경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이름이다.

"정기점검은 무사히 끝났다고 들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작전에 투입할 수 있을 거다."

"다행이네~ 안 그래도 플랜이 틀어져서 인력부족이 심했었는데. 난죠르노가 들어와준다면야 문제없지. 이걸로 섀도 타임에서의 활동도 한결 더 편해질거야~"

"....그 난죠르노라고 하는 사람도 이쪽 사람인가요?"

"...뭐, 그런 셈이지."

입장이 애매한 사람인 것 같다. 입장 애매한 거라면 나도 포함이긴 하지만. 난죠르노라는 사람은 키리조 그룹이 외국에서 스카웃 해 온 용병같은 건가?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랑 충돌이 없어야 할 텐데.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누군지는 나도 모르지만.

"사실 하나 더 있긴 했지만 그쪽은 틀어져버려서 말이야~ 안 그래도 요즘 섀도 타임에서 범죄가 늘고 있는데 곤란하다고~"

"범죄라니....."

그 괴상해 빠진 곳에서도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이 있는 거야?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 건가? 난 목숨이 아까워서라도 그런 짓은 못 한다. 섀도 타임에서 서로 협력하지는 못할 망정 범죄라니, 무슨 생각이냐.

"페르소나를 사용할 수 있으면 돈이 부족하지는 않을 텐데?"

"모든 범죄가 꼭 돈이 목적인 것 만은 아니지. 이유는 여러가지 있어. 개중에는 대놓고 우리랑 적대하는 조직도 있으니."

"조직입니까......"

대체 무슨 이유로 적대하는 건지 이유 좀 알고 싶다. 내가 범죄자의 심리 같은 건 모르니 알 수 없겠지만. 아니면 내가 있는 곳이 나쁜 곳일지도 모르지. 쿠로사와 순경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뭐,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하는 게 좋겠지. 일단은 밥이다."

"그러죠. 계속 자리 차지하고 있으면 안될 것 같고."

딱히 미안한 게 아니라, 여기 사장이 무섭다.

"아, 전하는 걸 잊었는데 섀도 타임은 수요일이다. 확률은 78%니까 각오해두는 게 좋아."

--------------

"오랫만입니다. 사쿠마 마유 씨."

"어머! 오랫만이에요. 요즘 일거리가 점점 들어온다면서요?"

린이 처음으로 일하게 된 잡지사의 촬영장. 우연찮게 사쿠마 마유와 다시 재회하게 되었다. 우리를 다시 본 게 반가운 듯, 활짝 웃는 사쿠마 마유. 길 가던 사람 열명 중 여덜 명은 돌아볼 게 분명하다. 그리고 여덜명 중 여덜명은 사쿠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저 귀엽고 순해보이는 인상에 작은 몸집이라니. 난 오늘부터 변태신사가 되겠어! 린의 완벽한 몸매도 좋지만 마유땅의 귀엽고 깜찍한 몸매도 최고다!!!!

....라는 속 마음을 내비칠 수는 없지.

"하하, 여러 분들이 신경써준 덕분에요. 오늘은 사쿠마 씨도 여기서 일인가요?"

독자 모델을 하고 있으니 한 번 아이돌이 되어 보지 않겟냐고 권해봐도 괜찮을 듯 싶기는 하지만, 사쿠마 마유는 최근 인기를 얻고 상승세에 올라탄 모델이다. 이런 최약소 프로덕션에 소속되 줄 정도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사쿠마가 들어온다면 일거리가 급속도로 늘어나기야 하겠지만 그녀가 여기 들어올 이유가 없잖아.

"예. 시부야 씨는 여기 두 번째이신가요?"

"세 번째. 에요."

좋았어.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오케이야. 이 정도는 허용범위 내라고. 사쿠마도 아무런 내색 안 하고 있으니 괜찮을 거야.

"아, 지난번에 있던 촬영 말이네요. 마유는 야외촬영이여서 시부야 씨랑은 못 만난 것 같아요."

사쿠마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행동 하나하나에 작은 동물 같은 귀여움이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자신감을 잃지 않는, 자기 자신에게 당당한 모델의 올바른 모습.

"오늘은 같은 실내촬영이네요. 촬영 끝나고 같이 놀러갈까요?"

린의 권유. 린도 사쿠마가 나름대로 마음에 들은 듯 싶다. 아마 본인한테 자각은 없겠지만, 업계에서 상승세를 타는 사람과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어두는 건 큰 이득이다. 린은 그런 걸 신경쓰고 있지 않지만, 나는 나름대로 신경써야지. 어디에 지뢰가 숨어있을 지 모르는 지뢰밭에서, 길을 아는 아군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린, 촬영 다음에는 트레이닝이다만."

다만, 개인적인 관계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 약속일까. 트레이너에게 트레이닝을 받겠다고 '약속'한 이상 정말로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적어도 아는 친구랑 놀러갔다는 이유로 약속을 어긴다는 건 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학교처럼 놀다가 지각하고 수업 빼먹었습니다~ 라는 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시간적으론 여유있지 않아? 한 시간 정도라면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은데....."

"촬영이 늦어지거나 차가 막힐 수도 있으니까. 미안하지만 다음 기회에."

"잠깐이라면 괜찮지 않아? 파르페 하나 먹는 데 30분이면 그건 설탕 과즙을 마시는 거랑 차이도 없잖아."

"그 30분이 3시간으로 늘어날 지도 모르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지만""아, 혹시 괜찮다면 셋이 같이 갈까요?"

린과 한창 의견 충돌로 밀고당기기를 하는 사이, 사쿠마가 제안을 해왔다. 그것도 꽤나 의외인 놈으로.

"셋이?"

"예, 셋이요. 저도 시부야 씨랑 같이 좀 더 놀고 싶고, 시부야 씨 프로듀서분도 같이 오시면 시간 조정에는 문제 없을 테니까요."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만......

"그리고. '프로듀서'씨랑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어서요. 아, 말은 편하게 하셔도 되요."

....그 후 촬영이 시작되고, 린과 사쿠마가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동안 잡지사 사람에게 인사를 건냈다. 린에 관한 칭찬을 듣는 동안, 머리 속으로는 사쿠마가 한 말의 의도를 곰곰히 생각했다. 설마.... 하는 가능성이 머리를 스쳤다.

촬영이 끝나고 린을 트레이너 씨에게 데려다주기 전에 근처 카페에 들렀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아 앉고, 각자 원하는 걸 주문했다. 난 카푸치노, 린은 마키아또, 사쿠마는 에스프레소.

"달콤한 걸 먹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

"이런 것도 잘 먹을 수 있어요. 린도 한 입 어때요?"

나이 어린 여자이이 상대인 만큼 말을 편하게 하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 어느 정도는 억지로 쓰던 존댓말을 그만두니 한결 말하기가 편해진 기분이다.

"그런 건 써서 못 마시겟던데."

린도 마유 상대로 말을 놓기 시작했다. 린도 존댓말을 계속 쓰는 게 무리였던 듯 하다. 어차피 둘이 나이도 비슷한 듯 하니 딱히 나중에 말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마유가 쓰잘데기없이 위아래 따지는 골빈 녀석으로 보이지도 않고.

"익숙해지면 괜찮답니다."

"익숙해지는 걸로 되는 건가....?"

"난 아메리카노가 한계던데...."

그리고 셋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린과 마유가 중심이 되고, 내가 중간중간 끼어드는 형태가 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드는 둘 사이에 내가 적절히 흥을 돋구어 주었다. 물론 시간을 체크하는 것은 잊지 않았지만. 두 아가씨가 친교를 다지며 회화에 열중하니, 내가 둘을 보필할 수 밖에 없지. 이것도 프로듀서의 일이라는 걸까. 절대로 둘 사이에 억지로 끼어드는 게 아니다. 여자아이들이랑 말 섞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보조해주는 거지 눈치도 없이 끼어드는 게 아니다.

"프로듀서 씨."

"아, 응. 방해하지 않을께."

슬슬 제한시간이 가까워져 갈 무렵, 마유가 나를 지목했다. 난 절대로 부끄럽거나 찔리는 곳이 없다. 이런 말이 나온 이유는 그냥 긴장해서이다. 그야 마유한테 지명당하면 누구라도 긴장할 거다. 여러 가지 의미로. 그러니까 나는 소녀 둘의 회화에 계속 눈치없이 끼어드는 여답돼가 아니라는 거다.

"그런 게 아닌데요....."

좋았어. 이걸로 난 무죄야. 방해가 아니라는 확답은 없었지만 그건 말 안하겠어. 그렇다면 마유의 용건은......

"그럼 무슨 일이야? 미리 말해두지만 시간 연장은 안돼."

"그건 아니에요."

그게 아니면 뭘까.... 싶지만, 일부러 이렇게 같은 자리에 부른 이유는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모자라서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슬픈 가정도 가능하겠지만, 그런 자학적인 생각은 지금은 뇌 구석에 접어두자. 억측을 믿어도 좋은 때란 이런 때를 말하는 거겟지.

"오늘부터 신데렐라 걸스 프로덕션에서 아이돌로서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죠?"

"역시인가..... 예감이 들어맞았어."

예감이라면 마유가 셋이 같이 놀자고 했을 무렵부터 들었지만, 막상 눈 앞에 닥쳐오니 뭔가 허탈한 기분이다. 매우 당연한 '운명'같은 일에 기대를 품었지만, 결국 기대한 대로 간다는 기대를 벗어나지 못한 허탈감이랄까. 아무튼 그런 기분이다.

"마유가 하고 싶은 말을 미리 느끼시다니, 역시 '운명'인가봐요."

뭐, 마유가 기뻐하면 그걸로 1/3은 OK이고, 린도 좋아하는 것 같으니 다른 1/3도 OK. 마지막으로 즉전력으로 투입할 수 있는 아이돌을 하나 더 건져왔으니 마지막 1/3인 나도 OK. 이걸로 문제 없는 거다. 뒤에 무슨 꿍꿍이속이 있든, 결국 중요한 건 결과로서 나타난 성과인 것이다.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될까? 왜 우리 프로덕션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마유 정도라면 다른 프로덕션에서도 충분히 받아줄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이런 최약소 프로덕션을 선택한 거야?"

지금까지 본 마유(라고 해도 2번이지만)의 모습을 볼 때, 자기가 원하는 프로덕션 정도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능력자이다. 그것도 한창 상승세를 탄. 우리 프로덕션 같은 곳에 들어오는 건 디메리트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어째서?

"그거야 저랑 프로듀서 씨가 만난 건 '운명'이니까요."

"........어 ...뭐라고?"

그러고보니 이 아이 어째 '운명'이라는 말을 많이 쓰네~

내 위기감지회로가 아수라장이 100%이상 넘치는 운명이 닥쳐온다는 경보를 울려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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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아라 연재분량까지 여기에 올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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