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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마지막이라는 말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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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1, 2016 19:42에 작성됨.

마지막

 


지평선 끝에 살짝 걸친 해가 붉은 잔상을 남기며 사라져 간다. 살짝 한숨을 쉬니 새하얀 입김이 새어나와 이내 사라진다. 1월의 한기는 매서웠다.
하지만

 

'...'

 

공원 벤치에 가만히 앉아 멍하니 앞만을 바라본다. 프로듀서가 내 프로듀스를 시작한지 1년,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 처음엔 프로듀서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유우를 위해 노래하는 것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일이 없을땐 연습만이 할 일 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덧없는 일이었을까. 그래도 그 덕에 아이돌 랭크도 점점 오르고, 프로듀서와 지낸 나날동안, 지옥같은 냉기에 차 있던 내 마음도 서서히 녹아갔다. 나는 점점 유명해지고, 노래에 관한 일도 점점 늘어갔다. 사무소 동료들과 관계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프로듀서와도 제법 친해지고... 그때 받은 백금 반지는 아직도 이렇게 내 왼손 중지에서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오늘, 나는 아이돌 얼티메이트에서 우승했다.

 

 

기뻤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유우에게 드디어 닿은 기분이 들어서, 무엇보다 프로듀서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서. 그러나 알고 있었다. 프로듀서의 계약 기간은 오늘까지라는 것. 그래, 프로듀서와 지낼 수 있는 건 오늘이 마지막 이란걸. 들뜬 기분이 한 순간에 가라앉았다. 잡고 싶다. 잡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로? 나는 어떤 이유로 프로듀서를 잡고 싶은거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도, 나는 프로듀서를 잡을 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프로듀서가 태워주겠다고 한 말을 거절하고, 나는 지금 이 공원에 와있다.

 


"..."

 

멍하니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왠지 공허해 보여서, 내 마음까지 쓸쓸하게 만든다. 뼈가 시를듯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공원에 설치된 시계를 바라본다.

 

"...돌아갈까"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나는 프로듀서의 생각을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왜 나는 지금 가슴이 아픈지, 왜 난 그 사람을 잡고 싶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전철을 타러가는 길에도 몇번이나 그 사람이 부르는 것 같아서, 몇번이나 뒤돌아 보고는 실망했다. 그렇게 집에 오는 동안, 석양은 사라지고 하늘에는 검은 바탕에 하얀 별들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듣지 않는 인삿말을 하고 집에 들어온다. 사무소 동료들과 프로듀서덕에 늘어난 살림살이들이, 오늘은 왠지 슬퍼보인다. 아무것도 없던 예전의 내 방보다 조금 더 쓸쓸해 보였다. 난 난방을 키고 CD플레이어 앞에 앉았다. 그리고 1주 전, 프로듀서와 CD샵에 가서 산 CD를 꺼내 넣는다. 재생버튼을 누르자 곧 현란한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퍼지며, 중후한 콘트라베이스의 음이 낮게 깔린다. 언제나처럼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마음속에 차갑게 얼어붙은 얼음덩어리가 음악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나는 곧 중지버튼을 누르고, 침대에 누웠다.

"하아..."

끝? 그 사람을 볼 수 있는게 끝이란걸까?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뜻? 어째서? 계약기간이 끝나서? 언젠간 올 날이었다. 올거라고 알고 있었고, 각오하고 있던 날이다. 하지만... 이 마음속에 남은 공허한 구멍은 다른 무엇으로 채워넣어야 할까. 하루카가 기계치인 나를 위해 구해준 구식 휴대폰을 집어든다. 수많은 축하 문자와 부재중 전화기록, 그리고 그 사이에 프로듀서가 보낸 문자


'1년동안 고생했고 축하해 치하야. 네 노래는 이제 유우에게 뿐만 아니라 전국에 울려퍼지고 있을거야. 꿈이 이루어졌구나. 그래도 여기서 멈출 치하야가 아니라고 생각해. 이제 나 없이도 날아오를 수 있을테니까. 1년동안 덕분에 행복했다. 잘 지내라 치하야.'


"...바보"

내가 원한건 이런 문자가 아니었는데... 눈물이 차오른다. 어째서? 그럼 내가 바란 문자는 뭐였다는 말이지? 왜 눈물이...?

"흑...으흑..."

눈 끝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은 이내 빗줄기가 되어 내 뺨을 흘러내려왔다.

 

 

 

눈을 떴다. 일어나서 내려다 본 배게에는 눈물자국이 어제 울었던 증거
로 선명히 남아있었다. 얼핏 거울을 보니 눈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울다 지쳐 잠든건가... 시계를 봤다. 언제나 일어나는 6시보다 1시간 정도 빨리 일어난 것 같았다. 밖을 보니 아직 어두운 하늘 저 편에 달이 지평선 너머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평소라면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시작했겠지만...

"..."

오늘은 왜일까...몸이 무거웠다. 일어나야 하는데...
그때

'쫓아가면서 도망가는 척 하며~'

내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폰을 볼 기력도 없던 난, 눈으로만 흘끗 수신자를 바라봤다.

"하루카...?"

파랗게 빛나는 작은 화면에는 익숙한 번호위에 하루카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받지 말까...'

지금은 아무와도 이야기 하고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도...

'하루카의 전화라면...'

나는 종료버튼을 누르고 싶음을 억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치하야쨩!"
"무슨 일이야 하루카?"
"헤헤...우승 축하해!!!"

 

진심으로 축해해 주는 그 목소리에 살짝 마음이 녹은 듯 했다.

 

"고마워 하루카"
"근데 치하야쨩!"
"응?"
"치하야쨩 목소리, 우승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걸? 무슨 일 있었어?왠지 슬픈 목소리 같달까?"

 

언제나 내 기분을 정확히 집어내는 하루카가, 이때만큼은 미웠다. 왜...일까. 나는 얼굴에 뻣뻣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냐...그냥 방금 일어나서..."
"으응...그렇구나...라고 하고 넘기고 싶지만...아니지? 고민이 있는거지?"
"...역시 하루카는 속일 수가 없구나"

 

살짝 한숨을 쉬곤 거짓말하는걸 포기한다. 그러나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막막했다. 분명 이 아픔은 프로듀서때문에 생긴거긴 하지만...

 

"치하야쨩?"
"응?"
"치하야쨩은"

 

그 다음에 뱉은 말이 내 가슴에 옥죈 응어리를 흔들어댔다.

 

"프로듀서씨를 좋아하는구나?"
"어...?"

 

1초정도 생각이 멈춘 것 같았다. 그리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내가...프로듀서를...?좋아해...?

 

"응...왜냐면 치하야쨩이 프로듀서랑 있을때 무척 행복해 보였으니까"
"저번에 치하야쨩이 프로듀서가 준 반지를 몰래 왼손 약지에 끼는 것도 봤고"
"잠깐...하루카!!!"///
"거기다가"
"...?"
"우승하는 날은 프로듀서씨와의 마지막 날."
"그런 치하야쨩이라면 우승하고도 기분이 좋지 않을거라 생각했어"
"그...그런...내가...프로듀서를..."

 

생각지도 못한 답이 나왔다. 내가 프로듀서씨를...연애대상으로 보고있었다?

 

'아니 프로듀서씨는 단지 내 스케쥴을...'

생각을 하다보니 가슴이 욱신거렸다. 몸이 직접 그건 아니라고 외치고 있는 듯 했다. 어지럽다. 머릿속이 얽히고섥혀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런 나에게 하루카는 계속해서 말했다.

"치하야쨩이라면...아마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프로듀서를 잡을 구실도 없어서 그대로 떠나보낸채로 혼자 끙끙댈 것 같았어"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문득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하루카"
"응?"
"좋아한다...는 건...어떤 감정이야?"

 

으음...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10초가량 지난 후

 

"치하야쨩~"
"응?"
"프로듀서씨를 생각해봐"

 

떠올려본다. 미용실에 갈 시간이 부족해 덥수룩한 머리 잦은 야근으로 씌인 눈 밑의 다크서클, 온화한 인상에 남자치고 살짝 얇은 목소리. 떠올리는 것 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져 간다.

 

"...따뜻해"
"응 그 감정이야"
"이게...?"
"그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하고, 그 사람 옆에 있으면 더 없이 행복해. 잠시 자리를 비운 것 만으로도 불안하고 멀리 있으면 한시도 폰을 놓을 수 없어"
"큿..."
"정곡이지?"
"그렇구나...난 프로듀서씨를..."

 

복잡하고 난해했던 머릿속이 살짝 맑아진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가슴 한쪽에 차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얼음덩어리가 살짝 녹아드는 듯 했다.

 

"응 그러니까 치하야쨩!"
"응?"
"고백이에요!!!고백!!!"
"에...에에엣?"

 

가...갑자기 느닷없이 고백이라니...나...난 이제서야 이게 뭔지알았고...사귀려면여러가지의미로생각하고준비할게...

 

"후후후후..."
"정말...하루카!"
"그래도 마음을 전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대로 프로듀서씨를 떠나보내면 다시는 안 올지도 모른다구?"
"아...안 돼!!!그건!!!""
"후후후후..."

 

즐겁다는 듯 웃음을 흘리는 하루카. 그런 하루카가 흘린 농담에 가볍게 넘어간 나는 그대로 패닉상태에 들어가 하루카가 넘긴 지뢰에 전부 넘어가 전화를 끊을때 쯔음에는 지쳐서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치하야쨩 여태 그렇게 프로듀서씨랑 러브러브했으면서 눈치 못챈거야?"
"아...아으..."
"하긴 그 아이돌에 그 프로듀서니 프로듀서씨도 눈치 못 챘을까?"
"하...하루카아아..."
"후후후...놀리는 건 여기까지"

 

하루카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치하야쨩. 고백하라는건 농담이 아니었어 그리고"
"에...?"
"그럼 치하야쨩에게 미션!"

"미션이라니?"

"자 지금 당장 전화를 끄고 프로듀서씨에게 전화할 것!"
"잠깐 하루카?!"
"힘내~"

달칵

끊겼다. 하루카가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하루카...'

 

다시 전화해본다. 그러나 수화기에선 신호음만 들릴 뿐 전화를 받을 기척이 보이지 않았다. 하루카...너무해... 슬쩍 시계를 바라본다. 7시...프로듀서가 깨 어있을 시간이다. 그래도...

 

"어라...?문자가?"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한다.

 

"...후훗"

 

1년간 수없이 쳐본 번호를 친다. 언제나처럼 전화하는 거지만...긴장된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래도...한번만...용기를 내서...!

 


신호음이 울린다. 창문을 바라본다. 시야 끝의 지평선에 노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 오늘만큼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나를 축복해 주는 듯 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이 어제와는 다르게 내 마음을 상쾌하게 해줬다.

 

'프로듀서와의 관계는 어제 끝났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하지만...끝은 또 다른 시작...'

 

수화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따스하고, 온화한...

 

'다시 시작해봐요...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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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마스의 치하야 입니다. 약속없는 치하야에요.

는 필요 없고 역시 치-쨩은 귀엽습니다. 반론은 받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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