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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 아미의 거짓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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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5, 2016 18:07에 작성됨.

 


 "언제 오는 거야…, 하루룽은…."
 아미는 몸을 숙여 문의 틈 사이로 찡그린 눈을 갖다 대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아무런 소리도,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

 

 

 "흐아아아암……."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나기도 전에 일어난 아미는 다시 쓰러져가는 몸을 억지로 깨웠다. 눈을 비비다가 온몸에 생기가 돌도록 기지개를 쭉 켰다. 조용히 침대에서 나와 이불을 가지런히 정리한 뒤 방구석에 있던 사람만 한 쿠션을 가져와 안에 집어넣었다. 오늘은 많이 피곤해서 방에서 나가지 않는다고 미리 말을 해뒀다. 마미도 아직 다 낫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녀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이 마련됐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걸어가다, 바닥 장판의 삐걱거리는 소리에 놀라 급히 숨을 참았다. 혹시 몰라 가족에게 들키지 않게 벽에 바짝 붙었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걸 눈치챈 아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살금살금 욕실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문을 닫았다. 이번엔 치이익, 하고 물이 나오는 소리에 갑자기 불안해져 간단하게 샤워를 끝마쳤다.

 

 부슬거리는 수건을 머리에 얹은 아미는 조심스레 방으로 들어왔다. 햇볕이 비쳐 그림자가 짙게 깔린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머리핀 하나를 밟아 버렸다. 아미가 내버린 찰나의 짧은 비명에, 마미는 몸을 뒤척였다. 아미는 입을 틀어막고 마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침대에 몸을 재빨리 눕혔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여기서 들킨다면 오늘의 계획은 물거품이 돼버릴 것이랴, 초초함이 몰려왔다. 그녀는 다시 마미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겨우 침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미는 생각보다 늦었다고 느꼈다. 지금쯤이면 지하철을 타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가면서 계획을 짤 여유도 있었을 것이다. 급히 아미는 미리 챙겨둔 옷을 대충 걸치고, 머리를 다 말리지 않은 채 성급하게 단정을 마무리했다. 그 후 휴대전화의 전원을 눌러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식은땀이 흐른다.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젠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지, 미리 챙겨둔 파자마와 게임기 등이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방을 빠르게 나섰다. 문 앞까지 도달했을 무렵, 문뜩 깜빡한 것이 생각나 다시 들어가서 가지고 나왔다.

"기다리게 하면 안 돼…."
아미가 문을 열고 나서자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다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더는 그럴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첫차가 들어오기 전에 아미는 간신히 역에 도착했다. 휘날린 머리카락을 손질하고 있던 도중, 미키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하루카네 놀러 간다며? 부러운 거야."
하루카가 말해준 걸까. 아미는 따로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오래 전 하루카가 문자로 보내준 주소를 여러 번 대조해보며 재확인을 하고 난 후에야 벨을 한 번 눌렀다. 이어서 두, 세 번 더 눌러보았다. 여전히 수화기에선 아무도 응답해오지 않았다. 아직 8시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잠을 자고 있을 거야"라고 추측했다. 종종 하루카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들려올 뿐이었다. 그렇게 벨을 열 번쯤 눌렀을 즈음엔 문 앞에 주저앉아 그저 게임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

 

 

 이날 밤, 아미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동안 기대하고 고대해온 날이 바로 내일. 지난 반 년간 하루카와 제대로 된 약속을 잡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떨렸다. 이불을 목 아래까지 내려도 얼굴은 여전히 뜨거웠다. 조금 전까지도 친구와 아무렇지 않게 문자를 보내던 소녀는 어디 가고, 이젠 부끄러움투성이의 어린아이만 남았다. 머릿속을 가득 메운 그녀를 설레게 하는 쓸데없는 잡념들. 아미는 내일을 위해 억지로라도 자자고 마음먹었다.
 "지금 안 자면 못 일어날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이불을 내팽개쳤다.
 "맞다! 뭐 입고 가지?!"
 생각해두지 않았다. 생각해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번에 입었던 거…. 아냐."
 이제는 다르다. 왠지 모를 감정이 이 소녀를 감싸고 있었기에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옆에선 독감이 거의 다 나은 마미가 잠을 자고 있어, 흥분한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킨 뒤 살포시 옷장 문을 열었다. 살짝 찡그린 눈으로 위아래를 훑어보았지만, 마음에 확 하고 들어오는 게 없었다.
 "이건 너무 촌스럽고, 이것도 너무 애 같아."
 언제나 입던 옷들, 많이 보여준 옷들, 그리고 여전히 예전의 마음을 가진 옷들이 가득했다. 집에 오기 전에 입을 옷을 사둘걸, 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문을 닫다 문뜩 보이는 구석의 쇼핑백. 처음 보는 듯, 아미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꺼내보았다.

 

 안에 들어있는 건 마치 유키호가 입으면 잘 어울릴듯한 하늘하늘한 흰 원피스. 그제야 떠올랐다. 지난달 사무소로 걸어오다 눈길을 사로잡아 그대로 사버리곤, 도통 입을 용기가 들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뒀던 것이었다.

 

 벽에 걸린 전신거울에 자신을 바탕삼아 옷을 걸쳤다. 예전보다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 흥이 오른 아미는 금세 갈아입었다.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져 누군가 보고 있지는 않은 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고, 마미도 여전히 자고 있다. 아미는 편안하게 거울 앞에 다시 섰다. 평소에도, 방송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 즉흥적으로 화보를 찍는 것처럼 자세를 취해보기도 하고, 서랍에서 머리띠를 여러 개 꺼내 바꿔 달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떠오른 몇 들뜨게 해주는 상상들. 하지만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녀의 대답에 갑자기 우울해져 한숨을 쉬었다.
 "역시…. 안 되겠지?"
 아미는 원피스를 벗고는 원래 있던 구석탱이에 쇼핑백을 던져두었다. 그 후 옷장이 텅텅 비어버릴 정도로 고민했지만, 머리띠 하나를 제외하곤 평소의 옷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입고가기로 결정했다.

 

 

#

 

 

 "아침에 온다고 했는데…. 너무 잠꾸러기야…. 아흐흠."
 아미는 끊기지 않는 하품과 함께 하루카가 오면 장난을 마구 쳐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러다가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지난달처럼 쓰러진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며 걱정했다.
 "불길한 걱정은 하지 말자. 그래, 괜찮아."
 어제 특별한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미는 자신을 다독이며 마음을 안심시켰다. 조금 뒤에 몸이 조금 으슬으슬했는지 햇빛이 비치는 자리로 옮겨 앉았다.

 

 따사로운 햇살에 꾸벅꾸벅 졸던 아미는 어디선가 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발견한 것은 발에 챈 게임기. 힘없이 주워 가방에 넣어두고 오늘로 여러 번째인 한숨을 푹 쉬었다. 아미는 문에 기대 구름이 지나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미워. 미워…."
 "아미~!"
 잠을 확 깨우는 반가운 목소리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급히 돌렸다. 멀리 보이는 것은 땀이 송골송골 맺힌 하루카의 얼굴.
 "하루룽!"
 하루카가 점차 다가올수록 아미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분명 오기 전엔 화를 낼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을 보고나니 할 의욕이 없어졌다.
 "미…, 후아."
 "천천히, 천천히 말해."
 숨이 차 제대로 말을 못하는 하루카는 허벅지에 손을 얹고 숨을 빠르게 내쉬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달려왔는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카의 몸은 한여름을 맞이한 듯 열기가 느껴졌다.
 "미, 미안해 아미! 얼마나 기다렸어?"
 "별로 안됐어. 한 5분 정도?"
 "다, 다행이다아-. 일찍 온다길래 늦어버린 줄 알았어."
 안도하는 하루카를 바라보니 오히려 자신이 일찍 온 게 다행이었다. 저번처럼 늦어버려, 그녀를 아프게 할 순 없었다. 또다시 실수해선 안 된다.
 "근데 왜 집에 아무도 없어? 어디 갔다 온 거야? 하루룽네 마마랑 파파도 없구."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불평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입을 쭉 내밀고 투덜거리는 아미를 하루카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달랬다.
 "그게-, 어젯밤에 너무 늦어서 프로듀서 씨 집에서 묵었거든. 그리고 두 분은 일이 많아서 새벽에 일찍 출근하신다고 하셨어."
 "오호라~? 성인남녀 단둘이서 무슨 일이 있었으려나~."
 수상한 하루카의 말을 놓칠 아미가 아니었다.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특유의 음흉한 목소리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이에 하루카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무,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아하하."
 하루카도 특유의 모른 척하는 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응흣후-, 이 아미 앞에서 그런 수작은 소용없당께."
 "저, 정말로 별일 없었어!"
 "저-엉-말?"
 "그냥 저녁 차려드린 게 다라니깐-! 방도 달랐고…. 하, 하여튼 아무 일도 없었어!"
 볼이 조금 붉어진 하루카는 팔과 고개를 저으며 맹렬히 부정했다. 그녀의 행동에 아미의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난 안도감과 왠지 모를 불안함.
 "오빠가 아무것도 안 했단 거지…."
 "그, 그렇다구…읏."
 하루카가 움직이다 말고 주춤거렸다.
 "왜 그래 하루룽?"
 아미는 하루카의 무릎이 조금 까져 피가 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윽."
 아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상처…."
 "아, 이거. 지금 들어가서 씻고 약 바르면 괜찮아."
 "빨리 들어가자. 빨리."
 아미는 하루카를 재촉했다. 상처가 신경 쓰인 것과 더불어, 긴장이 풀린 그녀에게 몰려온 생리적 현상.
 "화장실이…."
 "응? 자, 잠깐만!"
 하루카는 서둘러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열쇠고리에 꽂아넣었다. 아미는 문을 활짝 젖히고, 신발을 가지런히 놓을 틈조차 없이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쭉 들어가서 왼쪽에 있어!"

 

 

#

 

 

 "밴드 붙였어?"
 "응. 여기가 내 방이야."
 하루카는 방문을 열었다.
 "하루룽 다운 방이네."
 아미는 이전번에 '아이돌의 방은?'이란 방송 코너에서 유심히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특별하게 바뀐 것은 없었다. 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침대, 가운데엔 작은 책장, 오른쪽엔 책상, 바닥엔 분홍색 카펫이 깔린 자그마한 방. 다만 팬들에게서 받은 몇 가지의 인형과 책상에 올려진 아레나 라이브 때의 단체 사진이 끼워진 액자와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액자 하나가 새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미는 쭉 걸어가 책장 위에 올려진 토끼 인형을 집어 품으로 끌어안았다. 익숙한 향기가 나자 급히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마치 하루카에게 안긴 듯한 예전의 경험이 다시금 느껴져, 가슴이 조금 놀라버렸다. 아미는 숨을 한 번 내쉬곤 돌아서서 하루카에게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
 "자, 이거. 집들이 선물이야!"
 "집들이는 이사 왔을 때 하는 거 아닌가?"
 하루카의 물음에 아미는 살짝 고민하는 척 엄지손가락에 턱을 얹었다.
 "그럼 그냥 선물!"
 "고, 고마워."
 하루카가 쇼핑백 밑부분에 손을 대자, 아미는 손을 놓았다. 가치를 발하는 사람에게로 가, 짐을 하나 덜어버린 기분. 다음부터는 한 번 더 고민하고 사자고 마음먹었다.
 "일단 옷 좀 갈아입을게. 어제 옷 그대로라 찜찜해서."
 하루카가 가디건을 의자에 걸쳐두자, 침대에 앉으려던 아미는 고개를 숙이고 성급히 문을 나섰다.
 "응? 무슨 일 있어?"
 "게임기를 화장실에 두고 왔나 봐. 잠깐 갔다 올게!"
 아예 문을 바라본 채 대답하곤 성급히 나왔다. 갑자기 부끄러웠다. 당사자는 하루카인데도, 왜인지 모를 부끄러움이 차올라 그곳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예전이었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분명.
 "또 이래…."

 

 

#

 

 

 "지금쯤이면……, 아직 일려나?"
 화장실에서 게임기를 들고나온 아미는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온 지는 상당히 흘렀지만, 아직도 방엔 들어가지 못했다. 언제쯤 들어가면 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실제보다 일찍 들어갔다가,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해버리면 어떤 대책이 좋을지 중얼거리면서.
 "으윽, 몰라! 확 들어가버릴 거야!"
 아미는 빠르게 문을 열었다. 무언가 크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문 반대편에서 들려온 것은 하루카의 비명. 덕분에 무척이나 당황한 아미는 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아으으읏…."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하루카의 앓는 소리에 아미는 급하게 문을 열려다 순간 멈칫.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려 천천히 열었다. 머리를 조금 집어넣어 안을 둘러보니, 절을 하듯 이마를 감싸 쥐고 웅크리고 있는 하루카가 눈에 띄었다.
 "괘, 괜찮아 하루룽?!"
 "아야아… 아파라앗…."
 의도치 않게 또 상처를 주고 말았다.
 "괜찮아… 이 정도쯤이야 문제없어! 매일 넘어지는 거로 단련돼 있으니까."
이상하게 이해가 되는 말. 문을 더 열어 방으로 들어온 아미는 제일 먼저 하루카의 이마를 확인해 보았다.
 "엄청나게 빨개…."
 이마를 문지르던 하루카는 일어났다.
 "으읏, 문 열 때는 조심해줘? 깜짝 놀랐어."
 "응. 다음부턴 '똑똑' 하고 두드린 다음 '파삿!' 하고 열게!"
 "…그게 그거 아니야?"
 "무려 피할 시간을 주는 방법이라구!"

 아미는 이마의 상태에 집중하느라 신경을 못 썼던 하루카의 옷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 선물했던, 새벽에 입었던 그 원피스이다.
 "어라, 벌써 입었네?"
 "응. 어때?"
 "역시 하루룽! 이야!"
 아미는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루카의 모습을 보니 확실히 자신은 어울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기념으로 사진 한번 찍어도 될까?"
 그녀는 이 모습을 자신만이 간직하고 싶었다.
 "사진?"
 "응."
 하루카는 아미의 앞에 서서는 원피스의 끝자락을 잡고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에헤헤…."
 사르륵 겹쳐진 치마의 주름과 곡선이 그녀의 형태를 거짓 없이 표현해 주었다. 왠지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아미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진작에 줄 걸 그랬다. 다음에도 선물해 주자. 갖가지 그녀를 기쁘게 만드는 생각으로 가득 찬 마음속.
 "됐어?"
 하루카의 물음에도 아미는 멍하니 사진만 보고 있었다.
 "아미?"
 "아, 어, 됐어. 완벽행."
 정신을 차린 아미는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보냈다. 그제야 하루카는 멈춰있던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이거, 원래 아미 옷이야?
 하루카는 창문의 커튼을 걷으면서 물었다. 사이로 불어온 시원한 바람이 그녀의 머릿결을 흔들었다.
 "아니."
 부정하는 아미의 말에 하루카는 옷의 냄새를 맡았다.
 "옷에서 아미랑 같은 향기가 나는데? 사이즈도 아미랑 똑같고~."
 무심결 한 하루카의 행동에 아미의 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행히 아미는 이런 일을 예전에도 여러 번 겪어보았다. 오히려 하루카가 당황하도록 몰아세우면 화제를 돌릴 수 있단 걸 잘 알기에, 가까스로 부끄러움을 보여주지 않았다.
 "으흥…."
 "응?"
 "하루룽은 평소에도 그렇게 내 냄새를 맡고 다녔어? 이거이거-> 변태네 변태야?"
 골려주지 않으면 하루카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이렇게 멀쩡히 서 있을 수 없었다.
 "하루룽 야해~."
 "아, 아, 아니, 난 그냥…."
 하루카가 예상보다 더 당황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해 자신의 망상일 뿐이라고 깨달은 아미는 이 이상 몰아세우는 것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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