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신세기 판타지 신데렐라 걸즈

댓글: 5 / 조회: 1609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04-13, 2016 01:31에 작성됨.

"냐하, 좋은아침~! 모두 건강하게 늘어지고있어?"

"아침부터 늘어지면 어쩌자는건가요. 그리고, 지각이에요."

스스럼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시키와, 그런 시키에게 핀잔을 주는 아리스. 이제는 일종의 패턴으로 정착해 버린 대화다.

"냐하하. 미안미안, 이상한 꿈을 꿔서 늦잠을 자 버렸거든."

"이상한 꿈이요?"

"어머나, 시키가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면, 얼마나 이상한 꿈인지 궁금한데?"

카나데의 한 마디에 몇명이 잠깐 고민하더니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인다. 방 내의 사람들 모두 관심 없는 척 해도 시키 쪽을 주목하고 있다. 어지간한 일은 냐하하하 하면서 웃어 넘기는 시키가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면 그건 명백하게 이상한거다.

"냐하하. 말하자면 긴데, 괜찮겠어?"

"흠, 흠. 이런건 사람들이 모여 있을때 해야 맛이지. 시키냥, 말해버려!"

"그러니까 말이지이..."

 

1.

"-여기까지양! 어때?"

"...재미 없네요, 이치노세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음... 시키냥, 너무 허무하게 이야기가 끝나서 나도 좀..."

"이 프레쨩은 그런 말 안할거양☆"

"그런..."

시키는 드물게 상처 받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삐죽였다.

"자, 미오, 우즈키. 우리는 레슨 가자."

"아, 응."

"어, 어라? 벌써 시간인가요?"

뉴 제너레이션의 레슨 시간이었다. 재미 없다 어떻다 이야기는 했지만, 린은 그래도 꽤 흥미롭게 들었다. 물론 구멍 투성이 이야기지만 시간 때우기 정도는 된거 같으니 그냥 잊어버리기로 하자.

"있지, 질문이 있는데, 뉴 제너레이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시키가 뒤에서 뉴 제너레이션을 불렀다. 주머니에는 손을 쑤셔넣고, 눈은 재대로 마주치지도 않는 안하무인격인 태도. 하지만 그것을 차마 지적하지 못하는 위압감이 지금의 시키에게는 있었다. 마치 방금 전 까지 꿈 이야기 하던 사람과는 완전히 별개의 인간인것 같다.

"혹시, 유치한 지성에 의해 사소한 것을 오해하는, 그래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숙명을 원망해 본적 없어?"

뉴제네의 3명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서로 바라보던 시선이 미오에게 모인다. 미오는 잠깐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뉴제네의 대표로서 시키를 바라보았다.

"있지, 시키냥.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걸까나?"

"세세한건 일단 따지지 말고 대답해 주면 좋겠는뎅."

"...아아. 있지. 많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더 가까워 질수 있었어."

"...그래. 그거면 됐어."

순간, 시키의 입가에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미오의 대답을 들은건지 만건지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렀다.

"미안, 뉴 제너레이션. 희망은 맡길게."

시키는 뉴제네 옆을 스쳐지나가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눈은, 장난밖에 안치는 시키로서는 드물게 진지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진지함은 아주 잠시동안만 지속 되었을뿐, 이윽고 그녀는 평소의 속을 알 수 없는 장난스러운 시키로 돌아왔다.

"냐하하하하하하! 장난이야 장난. 잊어. 잊으라구."

그리고 시키는, 다음날부터 프로덕션에 나오지 않았다.

 


2.

"이치노세 시키는, 어디 있는거지. 대답해. 뉴 제너레이션."

"프, 프레쨩, 무섭게 왜 그래요...?"

"대답해!"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녀의 모습.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한 얼굴의 프레데리카는 흡사 찢어지는듯한 목소리로 우즈키를 다그쳤다.

"내 정보에 의하면 이치노세 시키가 마지막으로 접촉한건 너희야. 말해. 무슨 대화를 했지?"

"...시키가 우리에게 사람들이 서로 생각하는게 달라서 오해하게 되는게 싫지 않냐고 물어 봤어.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우즈키에게 한번만 더 그렇게 말했다간, 나도 화 낼지도 몰라. 미야모토 프레데리카."

빠득. 프레데리카는 기분이 나쁘다는걸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듯 대놓고 이를 갈았다. 린의 멱살을 잡으려는듯 노려보다,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말 안해도 사라져줄게. 그리고 경고하는데, 앞으로 너희들은 네 한몸 정도는 스스로 간수할 생각을 해야 할걸."

"그게 무슨..."

"원래는 밝히면 안되는건데, 말해줄게. 이치노세 시키는 CS급 세계멸망 시나리오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소녀야. 즉, 이치노세 시키의 돌발행동은 세계적 재앙의 전조가 될수 있다는거지. 그리고 난 그걸 감시하기 위해서 파견된거고. 알겠어? 곧, 세계는 멸망할거야."

 

3.

"여기서 뭘 하고있어?"

"코즈에는 말야- 빛을- 보고있어-"

"...집어치워. 이 상황에서까지 순진한 아이의 모습을 위장하는건 그만두라고. 응? 오세."

"후와-? ...잘도 까부는구나, 아스카. 아니, 전생자라 불러줄까.]

"그러니까, 귀여운 얼굴로 남을 속이는 짓은 그만두란거야. 아니면, 그 얼굴이 마음에 들었어?"

[너라고, 다르진 않을텐데?]

"그래. 그렇지. 네가 준비한 특이점-브륜힐데도,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말인데, 누군가가 희생되는거, 난 반대야. 란코를 희생시킬 생각이라면, 싸워주겠어."

[인간, 따위가... 나를?]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네 말대로, 나는 인간이 아냐. 전생자라고. 널 귀찮게 할 재주 정도는 있어."

[하. 그래. 그거 하나는 인정해 주지. 성가신 녀석. 하지만, 화 낼곳을 착각한 것이 아닌가. 이번 일을 계획한건 내가 아니다.]

"...아아. 그래. 조금 감정적이 됐었군. 미안.
...세계가 곧 멸망한다고 생각하니, 감정 조절이 안됐어. 미시로 녀석들, 뭘 꾸미고 있는거지?"

 

4.

"...굉장했지."

"...네."

"...응."

"하늘이 연기로 가득 차고, 도시가 한순간에 파괴되고..."

"...그런 와중에 갑자기 아이돌들이 능력을 각성하고."

"모두 혼란한 가운데 미시로 프로 내부에서도 어쩐지 대립이 생겨서 도망쳐 나오고..."

"..."

"..."

"..."

"...가혹하네."

"그래도, 이 와중에 살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이제... 어쩌죠? 저희."

"...살아가야지. 별로 기대는 안 하지만, 이 근처에 집 있는 사람 있어? 우리 집은 전철 타고 한시간 반이 넘어서... 시부린, 뭐해?"

"...기록을 남길거야. 혹시나 모르니까."

20XX년 1월 XX일. 세계는 멸망했다.
린은 돌담에 자신의 푸른 검으로 그렇게 새겼다.

 

5.

"파르페♪ 마카롱♬ 티라미수♬! 잘먹겠습니다!"

"세계가 멸망한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하구나, 카나코는."

"아, 하헤베시"

"먹고 말해도 괜찮아. 앉아도 돼?"

"후-우. 카에데씨도 여전하시잖아요? 이런 시간에 술을 드시고."

"어머? 이건 치료수라는거야."

"왠지, 농담으로 들리지 않네요..."

"그런데, 묻고싶은게 있는데."

"네헤?"

"너희 보스는, 움직일 계획이 없는거니?"

"저기요, 카에데씨?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그렇게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에요. 미카엘이 카에데씨보다 위긴 해도, 상사는 아니잖아요?"

"어머나, 실례. 그럼 질문을 바꿔서... 루시쨩은 어쩔 생각인지 들었니?"

"또 그러신다. 그렇게 부르면 싫어한다니까요? 카에데씨도 라파라고 부르면 싫으시잖아요?"

"그러네. 루시한테 라파라고 무시당하면 마음이 아파."

"정말... 하여간, 저희들은 딱히 움직일 생각은 없어요. 애초에, 저희가 계획한 일도 아니고. 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이랄까. 애초에 단결이라는게 안되는 사람들 뿐인지라 자기네가 공격받지 않는 한은-
아, 그러고보면 카에데씨쪽은요?"

"글쎄... 이번에도 실패하면, 지상을 일소하기로 결정됐어."

"푸웁?! 괜찮아요? 가브리엘이라던가, 반대할 사람들이...!"

"애초에 이 계획은... 실패 할 리가 없어. 우리 쪽에서 원안을 만들어서 아래로 내려보낸거니까. 그런데도, 벌써 몇번일지도 모를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

한잔, 또 한잔. 평소처럼 술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억누르기 위한 것 처럼 카에데는 계속해서 술잔을 기울였다.

"도대체 어째서일까? 잔뜩 고민한 우리들은, 정말이지 간단한 결론을 내려버렸어. 실행자가 글러먹었다. 그러니까, 아예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자."

"하지만, 이대로는...!"

"실패하겠지. 미시로의 방식은 틀렸어. 방법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요소에서."

"키... 키라리쨩은요? 키라리쨩은 이 일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안즈를 데리고 도망친거고."

"카에데씨는 그걸 알면서도 두사람을-!"

"착각하지마, 악마."

항변하려는 카나코를 카에데가 가로막았다. 평소의 여유와 장난기가 넘치는 태도로는 상상할 수 없는, 차가우면서도 무거운 말.

"우리는 오세나 우리엘과는 달라. 여기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런 몸으로 여기 있을 수 있게 된 거야. 그걸 무시한다면, 나도 당신도 무사하지 못해."

"그렇지만... 하지만...!"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며 할 말을 찾는 카나코. 카에데는 그런 카나코를 바라보며,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나도, 이 생활이 좋았어. 좀 더 이어졌으면 했지만...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저, 산달폰이 무사하길... 그 아이들이 성공하기를, 바랄 수 밖에."

"실례, 할게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나코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카에데의 눈동자는 그녀를 쫓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눈앞에 놓여진 술잔을 멍하니 응시할 뿐. 불현듯 고개를 들면, 카나코가 남기고 간 디저트들이 보였다. 그중에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 본다.

"쓰구나. 정말로..."

탄식처럼 중얼거리며, 카에데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6.

"후미카 언니는 이치노세씨가 남기고 간 자료를 연구하고 있었어요. 자신이 할 수 있는건 이것 뿐이라면서. 여깄어요."

"그렇군. 정리해 줘서 고마워, 아리스."

"친한척 하지 마세요, 니노미야씨. 아니, 방관자. 저는 후미카 언니를 죽게 만든 당신을 아직 용서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이 운명을 알고 있었다면... 방관만 하지 말고 개입 해야 했어. 방관자. 말은 좋죠. 하지만 그거, 그냥 무책임한거잖아요."

"...미안. 용서는 구하지 않겠어. 하지만, 해야할 일이 있어."

"여태까지 방관만 해 왔으면서 무슨...!"

"이치노세 시키가 연락을 해 왔어. 아마, 이번 세계가 마지막일거라고. 내가 방관자였던 이유는, 무한히 반복되는 세계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야. 어차피 뉴제네는 실패하고, 또 나는 루프를 반복하겠지. 즐거운 일상, 갑작스러운 재앙. 그 뒤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 덧 없는 뉴제네의 노력.
하지만 이번 세계가 마지막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 나도 배드엔딩은 싫어. 허무한 노력이라고 해도, 뭐라도 해야겠지."

"그런데... 뉴제네 분들은 어디에 계신 걸까요?"

 

7.

아무리 재앙에 물든 끔찍한 세상이라고는 해도, 모든 건물이 쓸 수 없을정도로 무너져 내린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지금 전무가 옥상에 서 있는 이 미시로 프로덕션의 건물 또한, 그 재앙의 발톱을 빗겨간 건물이다. 아니, 발톱을 막아낸 건물이라고 하는게 정확하겠지만.

"소녀들을 아이돌로 만들고, 신앙이라고 할 수 있는 팬심을 모아, 그 신앙의 힘으로 더 높은 지성, [신데렐라 걸]로 승천 시킨다. 그것이 우리 미시로 프로덕션의 계획."

그 옥상에서, 전무는 혼잣말을 하듯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혼잣말을 들은 카나데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띄며 반문했다.

"그건 계속 들었던 말이네. 그래서?"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능력을 각성한 아이돌중 몇명은 세피라 또한 각성했고. 이제, 이 세피라를 모아서 [신데렐라 걸]로의 승천을 진행하면 돼. 하지만 왕관의 세피라, 케테르의 자질만큼은 추후에 각성하는 것이 아냐. 처음부터 자질이 보여야 가능한 것이지. 그 자질을 가지고 있던 3명의 아이돌이 있었다. 그들을 모은 것이 뉴 제너레이션. 인류의 새 시대를 이어나갈 존재들이지."

"어머, 뉴 제너레이션에 신경을 쓰고 있던 이유가 그거였구나. 그런데, 설명을 해 주는 이유가 뭐야, 전무님?"

살짝 고개를 돌린 전무의 눈은,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을, 잡아 와라. 잡을수 없으면, 죽여라. 한명만 남겨도 된다."

 

8.

"이거로 끝이야! [아이올라이트 블루]!"

"어머, 푸른 힘, 너만 쓸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미드나이트 문사이드]."

창(蒼)과 청(靑)이 격돌한다. 푸른 기운이 주변을 뒤덮고, 연이어 먼지바람이 시야를 차단한다. 먼지바람을 뚫고 카나데의 푸른 기운이 그들을 덮친다. 우즈키와 미오가 다급하게 손을 뻗어 방어막을 펼치지만 역부족. 바로 방어막이 깨지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그들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윽..."

"아..파요..."

"강해..."

"수고했어. 몇년간 잘 도망쳐 온 것 같지만, 그건 이쪽에서도 진심을 다하지 않았을 뿐. 처음부터 너희에게 선택지는 없었던거야. 자, 나랑 함께 가자."

카나데가 손을 내민다. 이런 압도적인 전투력이면 억지로 끌고 가도 될텐데. 아직 그들을 친구라 행각하고 있다는걸까. 린은 그런 카나데를 올려다 보았다.

"카...나데... 어째서 전무의 편에..."

"어머. 그런게 궁금..."

"찾았다, 게릴라 전원 돌격! 록하게 가자고!"

카나데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뉴제네의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뉴제네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상황 판단이 끝난 카나데가 아쉬움을 가득 담아 뉴제네를 바라보았다.

"운이 좋았네. 네 친구들에게 감사하는게 좋을거야. 그럼, 이만."

"자, 잠깐!"

카나데는 미오의 외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서둘러 사라졌다.
세명이 몸을 겨우 일으킬 때 쯤, 게릴라라고 스스로를 자칭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뉴제네를 둘러 쌌다.

"다행이다! 너무 늦지 않아서. 몇년간 너희를 계속 찾아 다녔어."

그들을 잘 안다는 듯한 말투. 그러고 보면 목소리도 익숙하다. 미오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커다란 흉터처럼 안대를 쓰고 있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못 알아 볼 리가 없는 얼굴. 친숙한 목소리. 조금 허세는 부리지만, 정말로 좋은 친구.

"리, 리-나?! 그 눈은 어떻게 된거야?!"

"아, 그게, 미시로 놈들한테 조금. 어때, 로꾸하지?"

"리이나쨩, 무슨 말을 하시는...?"

"아니 그게, 그렇잖아? 외눈의 레지스탕스라니, 뭔가 끓어오르지 않아? 히힛. 나, 이런거 동경하고 있었다고."

우즈키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린은 그런 우즈키의 등에 손을 얹어주며 리이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이..."

"그러니까, 지금 결정하는게 좋을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너희는 이쪽으로 오지 마. 나도, 나를 도와주는 녀석들도, 전부 겉멋에 찌든 정신이상자들뿐이야. 미시로와 싸울생각따위, 버려. 도망치던가, 아니면 미시로에 붙는거야."

"리이나쨩..."

"그럼 리-나도...!"

리이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돼, 나는. 나츠키치의 원수를 갚아야 해서."

 

9.

"오랜만이야, 뉴 제너레이션?"

"시키냥! 보고 싶었어!"

"어라아? 내가 보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내가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던게?"

"그, 그야 궁금하긴 했지만..."

"냐하하. 농담이야 농담. 자 들어와. 할 이야기가 많아."

 

"...그래서, 너희는 각자의 불완전한 케테르 세피라를 완성하면서 케테르를 제외한 9개의 세피라를 모아야 하는거야. 알았지?"

"그럼, 9개의 세피라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어?"

"뭐, 대개는 너희들이 아는 사람일거야. 그렇게 전무가 모아 뒀으니까. 자, 그럼 기름도 아껴야 하니까 잘까?"

 

린은 밤 잠이 없는 편이다. 정확히는 그날 이후로 잠을 깊게 자 본적이 없다. 신경이 곤두서서, 뭘 어떻게 해도 맘 편히 잘 수가 없는 것이다.
린은 자다 깬 몸을 일으키면서 그런 자신에 대해 복잡한 기분을 느껴야했다.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는데, 자다보면 여지없이 불안감이 자신을 덮친다. 이 삶 자체가 자신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는 것 아닐까.
혹시 시키 깨어 있으면 수다나 떨어야겠다. 린은 그녀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시키의 방으로 다가갔다.
시키의 은신처는 혼자 사는것 치고는 꽤 큰 편이다.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연구 자료라는게 문제지만. 린은 어두운 거실을 예민한 감각에 의지해서 가로질렀다.

"...!"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공기가 다르다. 딱 잘라 이렇다 라고 말 할수는 없지만, 알수 없는 오한이 린을 덮쳤다. 린은 입술을 깨물고는 감각을 집중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린의 눈에 보이는 것은 쓰러져서 피를 흘리고 있는 시키, 그리고 그 위에서 입에 피를 머금은 채 이쪽을 맹수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슈코. 그리고 슈코의 뒤에서 살랑거리는 아홉개의 꼬리.

"[아이올라이트 블루]!"

린은 검조차 소환하지않고 바로 창(蒼)의 기운을 사방으로 발사했다. 사물이 부서지며, 요란한 소리가 들리는것과 동시에 슈코와 린은 서로에게 돌진했다.

"어라, 바로 친구들을 깨울 생각부터 하다니, 상황 판단 능력이 좋은걸?"

"시키를...어떻게 한거지?"

"죽였어. 미안하지만."

 

10.

"모두, 도망쳐! 여기는 우리가 막을게!"

"유키...? 프레쨩...?"

"너희는 내 친구 시키가 남긴 희망이야. 너희가 시키의 유지를 잇는다면, 나는 너희를 지켜야지. 그리고..."

"그리고?"

"신세를 진적이 있어서 말야, 너에게는. 미오 넌 기억 못하겠지만."

"그게 무슨..."

"어서 가. 그리고... 다음번이 있다면 파트너로 만나고 싶네. 미오."

"...알았어!"


"흐응. 꽤나 멋진 대사를 하던걸?"

"프레데리카, 라고 부르면 될까?"

"어떻게든 불러. 곧 죽을 사람들끼리 무슨 상관이야."

"하하, 그런가. 그런데 프레데리카는 어째서 나랑 협력하는거야?"

"협력 같은거 아냐. 저 셋이 엄청 중요한 존재였을 뿐이야. 그리고... 내 친구기도 했으니까. 시키는."

"...듣던것과는 다르네. 미야모토 프레데리카는 굉장히 정신 사나운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어라, 여자는 비밀 한두개쯤은 있는법이야? 그리고, 그런 말 할때가 아냐. 눈 앞의 적에게 집중하자."

 

11.

"하하... 미안. 기껏 돌아와 줬는데, 여기도 전멸이야..."

"리-나! 도대체 누가...?"

"...미쿠. 미쿠는... 미시로 편에 붙었어."

"미쿠냥...? 어째서!"

"너무...그러지 마. 미쿠도 슬픔을 짊어진거야. 그리고 그런거 따져봐야, 록하지 않아. 그보다... 이걸 받아. 내 말쿠트의 세피라야. 세상을... 잘 부탁할게. 케테르..."

"리이나쨩!"

"리이나!"

"리-나!"

 

12.

"린... 린 맞지? 너 정말로 린인거지?!"

"나... 나오? 어쩌다 그런 모습이?"

"나는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하지만 카렌이!"

 

"카렌은... 마지막까지 네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어."

"..."

"...있지, 린. 코우메가, 카렌을 살릴수 있다고 했어."

"...정말...?"

"하지만, 케테르의 세피라를 가진 아이돌이 필요하다고... 그런 아이돌을 찾을 수 있을리가..."

"나, 내가 케테르야!"

"린...?!"

 

"나오... 기뻐.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 줄줄은..."

"카렌... 진짜 카렌이야! 카렌이야! 정말로... 정말로..."

"정말... 이 지경이 되도록 이런 피규어 같은 거나 모으고 있고... 내가 없으면 안된다니까..."

"...피규어 같은거...?"

"응? 나오? 왜 뒤로 물러서는거야?"

"아, 아무것도 아냐 카렌. 근데 있지, 혹시 우리 트라프리가 처음으로 같이 노래했을때 기억나? 정말 괜찮았잖아? 선명한 색 휘감은 파문은-"

"바람타고 날아올랐지- 후훗. 그래. 그때가 그립다."

"그러게... 배고프지? 뭐 가져다줄까?"

"음... 배는 안 고프니 아메리카노? 깔끔하게 말야."

"알았어. 금방 가져다줄게. 앉아있어."

나오는 피규어를 꾹 쥔채, 카렌이 있는 방을 나섰다. 식당을 향해 걷고 있던 나오의 발걸음은 점차 빨라져, 어느샌가 달리고 있었다.

"저건 카렌이 아냐... 카렌이 아냐...! 카렌은...! 흐앗?!"

앞도 보지 않고 달린 탓이었을까. 나오는 복도에서 누군가와 부딪혀서 꼴사납게 넘어지고 말았다. 엉덩이를 매만지고 있던 나오에게, 상대방은 손을 내밀었다.

"나오...? 왜 그래 표정이?"

"리, 린! 카렌이 좀 이상해!"

"지, 진정하고 말해. 카렌이 어떻게 이상하길래?"

"카렌이...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했어. 풀봇코쨩 피규어를 못알아보고, 트라프리가 처음으로 같이 부른 곡을 트랜싱펄스라고 했어."

"..."

"카렌이 아메리카노를 마실리 없어. 카렌은 항상 콜라라고. 이 피규어는 카렌이 나를 위해 생일 선물로 사 준거야. 그런데 그런 말을 할리가... 그리고 우리 트라프리가 처음으로 같이 불렀던건 에보레보잖아!"

 

13.

"역시... 난 공격 못하겠어! 미안! 린!"

"[나오...나...오...]"

"...이해해. 그래도 카렌 뿐이면 어떻게 해 볼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슈코까지 이 곳에... 힘든데."

"...린, 여기는 나에게 맡기고 도망쳐."

"나오! 너 혼자는 안돼!"

"저도 있는데요..."

"노노...? 여긴 어떻게? 위험해! 얼른 도망쳐!"

"도망 못치는데요...!"

"그게 무슨..."

"린씨는 기억 못할테지만, 린씨는 제 은인인데요... 그런 은인을 두고 도망치라니, 모리쿠보한테는 무-리...!"

 

"모리쿠보는...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는데요...그렇지 못하다면, 지나고 나면 전부 웃어넘길수 있길... [적어도, 꿈에서는 행복한 이야기를 (드림 스테어웨이)]"

 

"...이런. 한방 먹었네. 카렌이 마지막에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나오 편을 들 줄은. 축하해. 미시로 랭킹 4위, '요호'를 꺾은, 너희의 승리야. 이제야, 좀 쉴수 있겠..."

풀썩. 슈코는 마지막까지 여유롭게 중얼거리다,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카렌... 정말 카렌이야...?"

"응... 마지막에 정신이 들었어. 미안, 나오. 서로 상처만 입혔네."

"아냐아냐. 난 카렌하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해."

"그건 그렇고, 노노에게는 신세를 졌네."

"나중에... 보답을 해 줘야지."

"나중이 있다면... 말야."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린... 부탁할...게..."

 

14.

"..."

"...시마무...?"

"왜 그래, 우즈키?"

"...세상에는 어째서, 슬픔이 그치지 않는 걸까요?"

"..."

"...시마무. 울어도 돼. 가끔씩은, 맘껏 울자?"

 

15.

"뉴제네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와 니노미야씨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시로측은 유사 세피라를 만들어서 강제로 석판을 깨우려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케테르만큼은 유사 세피라를 만들수가 없었기에, 여러분을 잡으려고 하고 있는거구요."

"그래서, 내가 제안 하나를 할게. 너희가 세피라를 전부 모아서 먼저 석판을 깨우면, 전무의 계획을 막을 수 있을거야."

"그 말은, 미시로 프로덕션에 쳐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될래나. 다행히, 우리는 동료가 좀 있어."

 

[애송이.]

"응? 불렀어, 코즈에쨩?"

[오세라고 불러라. 코즈에는 잠들어 있어.]

"헤에, 그래? 그래서?"

[후회하지 않나. 선봉에 나서기로 한걸.]

"후회하지 않아. 내 결정인걸. 시부린도, 시마무도 이런 역할에는 어울리지 않아. 내가 해야지."

[넌 너무 남을 잘 믿는군. 손해볼거다.]

"난, 친구를 위하는걸 손해 본다고 생각 한 적 없어."

[재밌는 녀석이군. 그럼 너는 손해보고 산적이 없는건가.]

"그야... 손해 보고 살긴 했던거 같네."

[언제 손해봤다고 생각하지?]

"글쎄... 이를테면, 이런 상황이 되기 전까지 코즈에쨩이랑 재대로 친구가 되지 못했던거? 다시 만나면, 친구가 되고 싶어."

[...재밌군. 그런 소릴 들을 줄은 몰랐는데.
그럼- 부탁하는거야- 미오언니-"

"...응. 코즈에쨩."

[그럼 가 볼까. 힘을 빌려주지.]

"응. 자 간다. 별은 홀로 빛나지 않으니, 별빛이 모여 소원이 되고, 소원이 모여 희망이 되리라. 희망을 싣고 흘러라! [아오요로즈의 유성군(더 플로우링 스타)]!"

 

"노아, 기동."

[유사 강림 시스템, 코드 네임 IDOL-D, NOA TAKAMINE, 기동합니다.]

"노아, 여기서 정상을 노릴수 있겠어?"

[Yes, my master.]

"좋아. 그럼, 쿨 타입 프레임 기동."

[쿨 타입 프레임 기동. 청의 기운이 강화 됩니다.]

"간다. 창의 힘이여, 나의 손에 모여 화살이 되어라! [하늘을 찢어버리는 개벽의 화살(볼트 오브 헤븐)]!"

 

"정말로 괜찮으시겠나요? 무녀로서의 힘은, 자칫하면 자신을 잃어버릴수 있기에-"

"괜찮아요, 요시노쨩. 지금의 저는 언니에요. 린쨩과 미오쨩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그 마음은, 절대로 잊지 않아요."

"그렇다면, 가겠습니다. 힘을 받으소서."

"빛의 문을 여는 개벽의 여신, 아메노우즈메노미코토시여. 사루타히코의 이름을 지니고 니니기 태자를 섬기시니, 춤추며 내려와 세상에 빛을 주소서. [그 춤, 미소를 담아.]"

 

16.

"무슨 일이냐!"

"보면 알잖아, 전무님? 직접 쳐들어 왔어. 게릴라 잔당들이. 그리고 그 선봉은... 혼다 미오인거 같네."

"...아무래도 저쪽도 진심으로 보이는군. 이쪽도 병력을 풀어라. 전면전을 하는 수밖에."

"알았어. 그럼 나도..."

"아니, 하야미 카나데. 너는 다른 지시를 내리겠다. 혼다 미오가 있는데 시마무라 우즈키와 시부야 린이 없을리 없지. 찾아라. 그리고, 잡아 와."

 

"오랜만이군, 혼다 미오. 몇년 만이지?"

"에이, 우리 사이끼리 왜 그래, 전무님? 몇년동안이나 우리 꽁무니 쫓아 다녔으면서 데면데면한 척 하지 마?"

"그렇군. 서로 설명같은건 필요 없겠지. 미안하지만, 너 또한 케테르.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는 정숙한 세계를 위해 한몸 희생해 줘야겠다."

"있지, 전무님. 그런 세계가, 정말로 재밌을거라 생각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지?"

"그런 세계 따위, 이 미오쨩이 떠들썩하게 만들어 버리겠어! 그치지 않는 열정(Passion)으로! 혼다 미오, 갑니다!"

 

"어라, 이쪽은 통행 금지인데."

"비켜줘...라고 해도 비켜주진 않겠지, 카나데?"

"어머, 알면 굳이 물어보지 않기."

"있지, 카나데, 어째서 전무의 계획을 따르고 있는건지 들려주지 않겠어? 정숙한 세계가, 정말로 아름다울거라고 생각해? 영원히 변화가 없는 세계에, 무슨 의미가 있지?"

"린. 여자는 말이지, 비밀이 있어야 매력적인 법이야?"

"...말해줄 생각 없다 이거네. 나, 그런거 싫어하는데."

"후훗. 내가 남이 좋아하는대로 다 해줄 이유도 없잖아?"

"그렇다면, 검으로 물어보겠어. 시부야 린, 나간다!"

 

17.

"아야야..."

미오는 바닥에 드러누운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구리를 틀어막고 있던 손을 들어, 눈 앞에 가져다 댄다. 흥건한 피가 현재 미오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역시... 나로서는 역부족이었나..."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움직일때마다 격통이 달렸지만, 미오는 억지로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자신의 품 안에서 지니고 있던 세피라를 전부 꺼냈다.

"이걸... 시마무에게 전해줘. 시마무라면, 분명히 완성해 내리라 믿어. 그리고, 다음이 있다면, 다시 한번 친구가 되자고 전해줘."

 

"...하아...하아..."

쓰러진 카나데 앞에, 자신의 검을 바닥에 꽃은채 아슬아슬하게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린이 있었다. 이미 한 눈은 뜨지 못할정도의 상태. 허벅지는 보고 있기 힘들만큼 난도질 당해 있었고, 온 몸에는 카나데의 푸름에 당한 상처가 가득했다.

"미안, 우즈키... 따라가고 싶었는데, 나, 꼴사나워..."

린은 부들거리는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자신의 품 안에 있던 세피라를 전부 꺼냈다.

"우즈키에게... 전해줘. 우즈키의 미소를... 다시 보고 싶었는데..."

 

"이것이 케테르의 힘... 굉장하다냐..."

"미쿠쨩..."

"나... 전무의 계획을 실행 시켜서... 모든 슬픔을 잊고 싶었어...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

"이걸 받아... 네짜흐의 세피라... 우즈키쨩이라면 분명... 옳은 곳에 써 주리라 믿어..."

미쿠는 힘겹게 자신의 손을 우즈키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우즈키에게 세피라가 흡수 되는걸 바라본 후,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께 미쿠의 손이 힘없이 차가운 바닥에 떨어졌다.
우즈키는 미쿠를 바닥에 얌전히 눕히고, 눈을 감겨 주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그 시체에 짦막하게 묵념했다.

"어째서... 어째서 세상에는 슬픔이 가득한 걸까요... 린쨩, 미오쨩. 저, 느껴져요. 두 사람 다, 이제 저에게 웃어주지 못한다는거. 이런 세상에, 가치가 있는걸까요?"

"우즈키쨩!"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는 우즈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채, 우즈키는 고개를 들었다. 미호다. 미호는 양손을 가슴팍에서 꼭 모은 채로 이쪽을 향해 달려 오고 있었다.

"미호...쨩?"

"다행이다. 늦지 않았구나... 나, 린하고 미오가 가지고 있던 세피라를 모아 왔어. 자, 얼른 받아... 내가 감당하기는... 어려운 힘인거 같아..."

"이 곳은 위험한데... 어째서 그런 행동을..."

"친구를 위해서야. 이 정도는... 그리고, 도저히 두 사람을 두고 볼 수 없었으니까... 기운 내야해 우즈키. 네가, 마지막 희망이야."

 

18.

"왔구나. 시마무라 우즈키. 마침 세피라 없이도 석판을 깨울 준비가 막 완료된 참이었다. 이제, 케테르만 있으면 돼. 자, 이제..."

"말쿠트, 예소드, 호드."

리이나, 안즈, 미리아.

"무슨 소리를...! 설마, 세피라를 다 모은거냐, 시마무라 우즈키!"

"네짜흐, 티페레트, 게브라."

미쿠, 아냐스타샤, 리카.

"어째서... 마에카와 미쿠가 너에게 세피라를 맡긴거지. 나에게 동조하던것이 아니었나!"

"헤세드, 비나, 호크마."

란코, 미나미, 치에리.

"하지만, 넌 케테르를 완성하지 못했..."

"케테르."

"뭐...라고!"

미오, 린. 그리고 자기 자신. 셋이 모여서 완성된 하나의 세피라.

"그리고... 소피아."

우즈키의 발 밑에 CP의 로고가 떠오른다. 그 로고에서 발하는 빛이 우즈키를 감싸더니, 우즈키는 이윽고 순백의 정결한 모습이 되었다.

"이럴... 수가...!"

우즈키가 감고 있던 눈을 뜬다.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로, 자신을 믿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외쳤다.

"시마무라 우즈키, 소피아 - 아인 소프 오르. 열심히 할게요!"

 

19.

"난... 진 건가..."

"미안해요, 전무님. 하지만, 전 전무님과 함께할 수 없었어요."

"미안해 할 것 없다. 그 슬픔을 흩뿌리고도 내가 진 이상, 나에게는 세상을 거머쥘 자격이 없었을 뿐이야. 자, 가서, 석판을 깨우고 소원을 빌어라."

"...네."

"슬픔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영원한 지성을 가지고, 육체도 가지지 않는 지성끼리 서로 완벽하게 이해하는, 언제까지나 변함 없는 세상을. 하지만, 그것을 위해 너무 많은 슬픔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나 하는 후회가 드는구나..."


20.

[환영합니다, 신데렐라 걸. 세상을 어떻게 하고 싶나요?]

사방이 빛으로 둘러싸인 공간 한가운데, 석판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우즈키는 눈을 감았다.

내가 지금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

이제는 마음속으로만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어.

마주잡은 두 손을, 다시는 놓지 않을거야. 언제까지고.

"저는..."

 

 

"-라는 이야기! 어때?"

다소 과장되게 몸짓을 해가며 이어가던 시키의 이야기가 끝났다.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듣고 있던 사람들은 멍하니 시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서로를 보고, 뒤늦게 이해 한 듯한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괴, 굉장히 자세하네..."

"스케일 크다..."

"흥흥흥, 시키도 참! 이 프레쨩은 그런 진지한 캐릭터가 아니라구?"

"이치노세양이... 이야기에도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뭐야 그거! 레지스탕스라니, 굉장히 로꾸하잖아!"

"그렇게 로꾸하면 실명하고 안대 차 보지 그러냥?"

"그, 그렇게 따지면 미쿠가 배신하는게 먼저잖아!"

"뭐냥, 해보자는 거냥!"

순식간에 번지기 시작한 이야기 꽃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등장인물이었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실제 인물들이 나오는 만큼 할 말도 많으리라.

"모리쿠보양, 드림 스테어웨이라는 그거 보구임까? 타입은 아츠임까?"

"왜 모리쿠보한테 물어보는건지 모르겠는데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거 무-리..."

"미오! 내 파트너!"

"윳키 언니! 근데 무슨 파트너인걸까?"

"...후훗."

아스카는 그런 떠들썩한 공간에서 한발짝 물러나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가만히 손을 폈다 접어 보이더니, 등을 벽에서 떼서는 문 열고 밖으로 향했다.

"방관자...라. 그런건 이제 그만 둬도 되겠지."

----------------------------------------------------
분명히 아이돌 퀴-즈를 수습하려고 쓰기 시작했던건데 스케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별개로 봐 주셔도 되고, 연동되는거로 봐 주셔도 되고... 아니, 사실 이건 수습이 아닌거 같지만...

코우메는 9명의 아이돌을 희생시켜서 금술 컴프가챠를 시전해 료를 살리려 했다거나 처음엔 기획이 세카이계였다거나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지만, 작중에는 별로 반영 못하겠더군요(...)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