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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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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8, 2016 22:49에 작성됨.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는 방 안에서, 실로 오랜만에 눈을 떴다.
옆에선 시끄럽게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이게 날 깨게 한건가.

핸드폰을 집어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벽쪽으로 내던져 버린다.
그리곤 울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손에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는 소주병이 손에 치였다.

또, 눈물이 흐른다.
그 후로 벌써 2주나 지났는데도,


다시 눈을 떠 보니 한낮이었다. 아마도 배가 고파졌으니 일어난 거겠지. 이런 상황에서도 배고픔을 느끼는 자신을 비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방은 예전같은 깔끔한 모습이 아니었다. 배달시킨 음식들의 포장이 이곳저곳 더럽게 흩어져 있고, 몇 병인지 세기도 귀찮은 수많은 소주병들이 자신의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다.

......그녀를 떠나보낸지 벌써 2주다.

 

아까 던져버린 핸드폰을 주워 다시 전원을 킨다. 수신 목록.

부재중 전화 72건, 메일 194건.

....거 참, 대단하군

2주간 한번도 보지 않은 결과다. 누가 보낸건진 확인이나 해 둘까, 하는 생각으로 확인을 시작했다.

하루카, 유키호, 히비키, 미키, 리츠코, 오토나시씨, 사장님......
뭐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머리를 긁으며 핸드폰을 쇼파로 던져 버린다. 일단 뭐라도 좀 먹도록 하자.

컵라면에 물을 붓고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먹은 밥이 한 3일 전인거 같은데....


......뉴스라도 볼까, 하면서 티비의 전원을 킨다.

'765프로의 키사라기 치하야씨가 현재 집안에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마침 튼 뉴스에선 내가 담당하던 아이돌인 치하야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다.

'현재 765프로 쪽에서는 별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팬들은 이 사태에 대해 해명을 요구.....'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 속에서 참을수 없는 무언가가 치밀어 오른다. 마치 뜨거운 돌을 삼킨것 처럼,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타오른다. 그 뜨거움이 목을 타고 올라온다. 그것은 곧, 목구멍에서 소리의 형태로 바뀌어 목을 햘퀴며 밖으로 튀어나온다.

"지들이 뭘 안다고 지멋대로 떠드는거야!!"

깨닫고보니, 어느새 리모컨은 내 손을 떠나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리모컨은 어느새 가증스러운 리포터의 표정이 떠오른 화면를 깨부셔 버렸다. 한때 화면이었던 그것은, 산산히 부셔진 유리조각이 되어 밑으로 떨어진다.

"제길...제기랄...."

그럼에도 가슴의 뜨거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날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 뜨거움은 내 가슴 속에서 활개를 친다.

"아아....으아아..."

"...으아아아!!"

가렵다. 머리가 가려워 미칠 것 같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집기가 깨지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치하야의, 치하야의 웃는 얼굴은, 여전히 눈 앞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잡으려고, 잡으려고 해봐도 잡을 수 없는 나는, 그저 고통스럽게 머리를 부여잡고, 눈길을 떨궜다.

비참하게도, 자신이 품고 있던 모든걸 쏟아낸 채로 바닥을 구르고 있는 컵라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여전히 행복한 듯 웃고 있는 그녀의 사진 앞에서.

"우, 우웃..."

이제는, 더이상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치하야를 볼 수 없었다. 눈앞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까전까지 불덩이를 토해내던 가슴이, 이젠 그 불덩이에다 물이라도 부은 것처럼,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아니, 아까와는 다른 뜨거움이 밀려올라왔다.

".....어째서.....나는.."

....키사라기 치하야, 내가 처음으로 담당한 아이돌, 내가 처음으로 함께한 아이돌. 내가 사랑했던, 지금도 사랑하는 그녀를 떠나보낸지, 2주가 지났다.


그 후로 몇 시간이 흐르고, 하늘은 점점 어두워 지고 가로등이 하나 둘 씩 켜지기 시작했다.

술 한잔이 절실하게 생각난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이 가슴의 뜨거움이 식지 않을 것 같다.

냉장고를 열었더니 소주 한병이 들어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라며 그걸 들고 다시 방으로 간다. 잔은 이미 거기에 있을것이다.


캡을 거칠게 비틀자 까드득 하는 소리가 나면서 병이 열린다. 그 안에 들어있는 투명한 액체를 따르면서 방을 다시 둘러본다.

그녀의 사진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녀가 이 방에 왔을때, 그 순간이 떠오른다.


"헤에~ 프로듀서, 의외로 깔끔하시네요?"

"의외라니, 난 항상 깔끔한걸."

"후훗, 그건 어떠려나요?"

"어이, 그게 무슨 소리야."

"글쎄요오?"

"....에잇!"

"우앗?! 프, 프로듀서? 아...아하하! 간지러워요! 잘못했어요! 아하하하!!"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녀가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도, 같이 있는 것 같이.


두 잔째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은 몇 개월 전의 일이었다.

데뷔 이후, 쿠로이 사장의 방해와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도 꿋꿋히 치하야와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팬 수가 점점 늘어가고, 방송사에서 치하야를 출연시키고 싶다는 요청이 하나 둘씩 들어오게 되었다.

점점 둘이 있게 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개인적으론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는 기뻤다. 내가 처음으로 담당한 아이돌이 점점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녀가 무대 위에서 밝게 미소지으며 노래하는 것이, 시련을 딛고 자신의 노래를 세상에 들려주는 그녀가, 나는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웠다.


세 잔 째다.

그렇게 평화롭던 일상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사무소로 돌아오자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후우... 오늘도 어떻게든 넘겼구만."

"프로듀서, 수고하셨어요."

"아냐, 고생은 치하야가 다 하는걸."

"그러는 어딘가의 누구씨는 어제도 야근하셨다죠?"

"....어떻게 아는거냐..."

"정말, 그렇게 일하시면 언젠간 쓰러지실거라구요?"

"그럴 일은 절대 없을걸. 체력만큼은 자신있다고."


"후훗, 그건 어떠려나요?"

"어이, 그게 무슨 소리야."

"글쎄요오?"

"....에잇!"

"우앗?! 프, 프로듀서? 아...아하하! 간지러워요! 잘못했어요! 아하하하!!"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녀가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도, 같이 있는 것 같이.


두 잔째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은 몇 개월 전의 일이었다.

데뷔 이후, 쿠로이 사장의 방해와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도 꿋꿋히 치하야와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팬 수가 점점 늘어가고, 방송사에서 치하야를 출연시키고 싶다는 요청이 하나 둘씩 들어오게 되었다.

점점 둘이 있게 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개인적으론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는 기뻤다. 내가 처음으로 담당한 아이돌이 점점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녀가 무대 위에서 밝게 미소지으며 노래하는 것이, 시련을 딛고 자신의 노래를 세상에 들려주는 그녀가, 나는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웠다.


세 잔 째다.

그렇게 평화롭던 일상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사무소로 돌아오자 어느새 밤이였다.

"후우... 오늘도 어떻게든 넘겼구만."

"프로듀서, 수고하셨어요."

"아냐, 고생은 치하야가 다 하는걸."

"그러는 어딘가의 누구씨는 어제도 야근하셨다죠?"

"....어떻게 아는거냐..."

"정말, 그렇게 일하시면 언젠간 쓰러지실거라구요?"

"그럴 일은 절대 없을걸. 체력만큼은 자신있다고."

"또 그러시네요, 그러다가 정말 큰일난다니깐요..."

"그,그리고...."

"....?"

"거, 걱정된단 말이에요... 프로듀서가 그렇게 무리하시면..."

"....치하야?"

"프로듀서가 없으면....전...."

"....그렇구나, 고마워."

난, 그녀의 아름다운 파란색 머리칼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좌우로 움직였다. 손을 움직일때 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이 느껴졌다.

"프, 프로듀서?!"

"날 걱정해준 상, 이라고 해 줄게. 하하"

"....///"

"자, 그러면 이제 슬슬 돌아갈까? 시간도 늦었고."

그날 이후, 그녀와 나의 관계는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

장편 한 번 써봤습니다. 비판과 지적 감사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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