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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프로덕션 도서관, 두 사람에 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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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5, 2016 07:04에 작성됨.

          예능 사무소 346프로덕션에는 자사의 연예인들을 위한 시설이 많이 준비되어 있으며 특히 커피샾과 카페의 경우는 트레일러나 간이시설을 포함하여 두 자릿수에 달한다. 외주업체에서 운영하는 가게도 있으나 대부분은 346 프로덕션 소속의 직원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들은 회사에서 매출에 관계없이 회사에서 지급되는 급료와 경비로 가게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 자체가 매출을 위함이 아니라 현대사회에 있어 ‘커피’ 라는 기호식품이 가지는 그 위력으로 하여금 그들의 주력인 ‘연예인’ 중에서도 ‘아이돌’들을 위한 일종의 복지시설 이기 때문이다.

          사무소 내의 카페에는 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민간인이 출입 가능한 곳으로써 앞서 말했듯이 외주업체에서 운영하고 있기에 단순히 커피뿐 아니라 디저트 등의 스위츠도 판매하고 있어 인기가 높다. 또한 이 곳은 직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기에 외부에서 굳이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이 곳에 오면 ‘아이돌들과 만날 수 있을지도?’ 라는 생각을 하며 찾아오는 이들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결국 일반인을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이 점에 대해 다소 아쉽다는 부류와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다는 부류로 나뉘어 잠시 사내에서 말이 있었으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금세 잊혀지고 이 ‘일반인도 들어올 수 있는 카페’는 어느새 기자들과의 간단한 인터뷰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하였다.

          아직 과거의 잔재라고나 할까, 사무소 소속 연예인들은 모두 이 ‘카페’에서의 언동에 주의를 하라는 교육을 받는다.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를 하라는 것 이다. 이곳에서 사무소 소속 아이돌 ‘아베 나나’가 일을 하고 있는 것 에 대하여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5월 오늘은 마침 야외 테라스에 손님이 아무도 없어 마치 두 사람만의 공간이 펼쳐진 것 같은 풍경이다.

          가와시마 미즈키와 다카가키 카에데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아베에게 주문을 마친다. 서로에게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두 사람은 아까까지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회의 때문에 저녁 늦게 떠났을 때 였어요.”

          “응, 응.”

          가와시마는 그녀의 이야기를 기다리면서도 올라간 양 입 꼬리는 내려가지 않는다.

          “저희 건물 5층에 보면 도서관 있죠?”

          “아무도 안 쓰는 거기? 아, 후미카쨩이 언제나 있지.”

          “그렇죠, 후미카쨩 언제나 거기 있었죠.”

          여기서 다카가키는 잠시 자세를 고쳐잡고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여기에 맞추어 가와시마도 몸을 앞으로 기울여 서로의 간격을 줄인다.

          “그날도 후미카쨩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누구?”

          가와시마는 더욱 몸을 가까이 다가가며 답을 기다린다.

          “누구였을 거 같아요?”

          “에이, 내가 어떻게 알아?”

          살짝 뜸을 들이는 다카가키를 재촉해보면서 다시 묻는다.

          “그래서, 누구였어?”

          그녀의 반응을 조금 즐긴 다카가키는 진실을 털어놓는다.

          “시오미 슈코씨 였어요.”

          “시오미씨?”

          별다르게 친분이 있는 아이돌이 아니었기에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가와시마 조차 그녀를 성으로 불렀다.

          “두 사람, 뭔가 유닛을 짜게 됬나?”

          “아뇨.”

          “그럼 두 사람은 왜 거기에?”

          “살짝 보니까 말이죠…”

          다시 조금의 휴식.

          “책을 읽고 있었어요.”

          “시오미씨가?”

          별다른 친분은 없음에도 시오미 슈코가 성격상 책을 읽는다는 것 은 상상조차 못할 일 이라는 것을 가와시마는 파악하고 있었다.

          “네. 그것도 웃으면서 후미카쨩하고…”

          “책을 읽으면서 보통 웃나? 아니, 후미카쨩이 웃긴 책을 같이 읽었나?”

          “그게 말이죠, 얘기를 살짝 들어봤는데 책을 소개받고 있었어요.”

          “책을 소개받아?”

          “네. 시오미씨가 ‘자기는 나쓰메 소세키 정도 외에는 잘 몰라요.’ 라고 하면서 이런저런 책을 소개해줬는데 여기 어디에 웃을 부분이 있을까요?”

          “나한테 물어도.”

          “그러면서 이런저런 책을 추천해주면서 실제로 책을 몇 권 가져다 줬어요. 그리고 시작된 게 독서 타임 이었어요.”

          그 흥미로운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싶었던 다카가키는 도서관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귀를 기울이던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에 대해서는 생각 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서로 대화도 간간히 오고 가면서 시오미씨가 ‘우화 인가요?’ 라던가 물으면 ‘우화 보다는 풍자물 이에요. 고양이는 나쓰메 소세키 본인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주인공이고요’ 라면서 책의 설명을 하기도 하고, 가끔 개인적인 얘기도 나왔어요.”

          그때였다. 사기사와와 시오미가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정리하는 소리가 들리자 다카가키도 급히 자리를 떴다.

          “흐응, 그래.”

          맥이 빠진듯한 가와시마 미즈키의 반응은 다카가키에게까지 전해졌다. 뭔가 그녀가 기대하던 얘기는 아니라는 뜻, 하지만 그 반응에 결코 실망하지 않았다.

          “근대 말이죠…”

          그 한마디에 가와시마의 시선이 다시 자신을 향한다.

          “그 두 사람, 그 날 이후로도 계속 만나는 것 같아요.”

          ‘만난다’는 그 한마디에 가와시마의 눈이 커지며 다시 몸이 기울어진다. 어떤 의미로? 라는 그 물음을 눈빛으로 보내고 그것을 다카가키가 모를리 없다.

          “도서관에서.”

          “왜?”

          “책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읽지도 않았던 시오미씨가 매일 밤 늦게까지 후미카쨩하고 함깨 웃으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이 상황, 어떻게 생각하세요?”

          웃으며 얘기를 끝맺으려는 그녀의 질문에 가와시마는 답한다.

          “그거, 완전 섹스잖아?”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아름다운 여성의 입에서 나오자 다카가키는 급히 입을 가리며 웃음을 참았다.

          “푸훗!”

          말 없이 레몬티와 아이스티를 내려놓은 아베 나나만은 눈을 감은 체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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