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미혹 - 3(完...?)

댓글: 4 / 조회: 690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05-14, 2016 14:43에 작성됨.

밤의 숲은, 분명히 위험한 곳이다. 단순히 동물의 습격이나 어두움 뿐만이 아니라 그 곳이 사령이 활동하고 있는 숲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치하야의 지시로 불침번을 서며, 하루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루하다.
아무리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사령이라지만 이렇게 부려먹는 건 너무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하야를 내려다본다. 차가운 밤의 온기 때문에 웅크리고 자던 치하야를 품에 기대게 하고, 체온이라는 걸 조금 높게 조절해 둔 터였다. 그 덕분에 치하야가 자신에게 붙어있다는 걸 빼면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하아... 아무리 그래도 하루카씨도 인간의 영이라구... 기분이라도 자고 싶단 말이야아~"


투덜거리며, 품에 기대어 있는 치하야를 끌어안는다. 따뜻한 온기에 기분이 좋은 듯, 치하야가 뺨을 대어왔다. 잠결에 한 행동이겠지만, 조금 얼굴을 붉히며 하루카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춥지도 않은지, 나무에 기댄 채 앉은 자세로 잠들어 있는 마코토. 마코토와 치하야가 건네준 옷을 덮고 함께 붙어 자고 있는 이오리와 야요이. 정말로 자매같은 두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던 하루카는 치하야의 푸른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진짜 자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쉬어둘까.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는 눈을 감았다. 품 안에 있는 온기에 안심하면서. 그 날카로운 특유의 감각은 그대로 살려둔 채로.

 

 

 

 

 

 

 

 

 

 

 

이 기괴할 정도로 많은 사령들이 점령하고 있는 숲의 밤은 아무 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흔히 들리는 부엉이나 올빼미의 소리도, 벌레들이 서로 속삭이는 소리도, 밤에 움직이는 동물들이 내는 소리도,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단지 바람에 사락거리는 잎의 소리만이 고요라는 이름 아래 작게 흔들리고 있을 뿐.
그 소리를 모두 듣고 있던 하루카는 품에 안고 있던 치하야의 몸이 움직이는 것에 눈을 떴다.


"...치하야쨩?"


눈을 떴을 때, 치하야는 자신의 팔을 풀고 품을 빠져나가 있었다. 일어나면 분명히 껴안고 있던 일에 대해서 상당히 혼날 걸 각오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올린다.
치하야는 당황한 표정으로 다 타들어간 잿더미의 건너편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뭔가 문제라도 생겼어?"


그런 그녀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묻는다. 그 질문에 하루카를 보고 당황하던 치하야는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 아니, 아무 것도... 그러니까, 조금... 목이 말라서 말이지."
"갈증? 어... 수통은 마코토에게 있겠지만..."
"그... 깨우고 싶지 않아서. 호수까지..."
"호수? 여기서 꽤 멀잖아?"

 

치하야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하루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치하야가 또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치채지 못하고 하루카는 조금 하품을 하고선 치하야의 곁에 따라붙었다.


"에, 저기..."
"같이 가자. 사령도 많은데 위험하니까."
"아, 자, 잠깐, 그러면 여긴..."
"...마코토는 누가 적의를 띄고 오고 있는데 그저 자고만 있을 사람은 아니라고 치하야쨩이 누차 말했지 않았어?"
"아, 아... 그, 그럴까... 응... 뭐 그렇지만..."
"흐응?"


'따라가겠다'라는 자신의 말에, 명백하게 눈에 띌 정도로 당황하고 있는 치하야의 모습에 하루카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째서 그렇게 당황하는 걸까. 자신의 말에 한숨을 쉬면서 혼냈으면 혼냈지 당황할 사람은 아니다. 짧은 시간의 교제였지만 그걸 확신하고 있는 하루카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고 뭐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뭐, 뭐야? 뭘 그렇게 빤히..."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여기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내가 이 주변에 내 기운을 둘러두면 괜찮을까? 그럼 내가 여기에 없어도 수상한 기운이 접근하는 즉시 알 수 있을 테니까."
"아? 아, 그, 그건..."
"무슨 문제라도?"
"으...음, 아니... 응... 응, 그래. 그래둬."


말을 헤메는 듯한 치하야를 가만히 보던 하루카는 한 번 손을 공중에 휘저었다. 이 밤에도 눈에 보일 정도로 짙은 검붉은색의 귀기가 그 손에서 흩어져나갔다. 그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보던 치하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발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치하야를 따라 걷는 하루카의 녹색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어두운 밤길을 치하야는 몇 번이고 헛디뎠다. 그런 그녀를 몇 번이고 부축해주며 하루카는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마치 걷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양, 치하야는 길을 더듬다기보다는 비틀거리는 것처럼 걸음을 옮겼다. 그런 치하야를 하루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한참을 숲을 헤치고 가, 작은 호수가 눈 앞에 드러났다. 그 호수의 모습에 치하야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뒤에 서서 그 모습을 보던 하루카가 말을 던졌다.


"목 말랐던 것 아냐? 마셔도 될 것 같은데.."
"응? 아, 그러니까..."


무엇이 그렇게 당황스러운 것일까. 치하야는 시선을 어느 곳에 두고 있지 못한 채 헤메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던 하루카는 치하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치하야가 움찔하며 하루카의 손에서 피했다.


"...치하야쨩?"


그런 치하야를 하루카는 의심쩍은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치하야의 태도가, 아까부터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카는 치하야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고 말을 하려고 했다.


"왜 그러는거야, 치하..."


하지만, 하루카가 말을 다 끝내기는커녕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하루카의 입술 위에 치하야의 입술이 덮였다. 그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에 하루카가 눈을 커다랗게 떴을 때, 치하야 쪽에서 먼저 입 안으로 혀를 넣어왔다.
조금 단 맛이 났다.


"...응..."


스스로 혀를 내밀어 요구하며 단 신음소리를 내는 치하야에 어떻게 대처하지도 못하고 하루카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보단 수상쩍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치하야가 자신을 요구할리가- 없는데.


"치하야쨩...?"


달콤하게 유혹해오는 키스에 넘어가지 않고 겨우 참아낸 뒤, 하루카는 치하야의 어깨를 붙잡으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어딘가 불안한 듯한 시선으로 하루카를 바라본 치하야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하루카의 손을 붙잡았다.


"...그, 하루카, 나랑... ...하지 않을래...?"


그리고 그 치하야의 입에서는 죽어도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말이 나와, 하루카는 잠깐 상황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뭐라고?

 

 

 

 

 

 

 

 

 

 

 


그럴리가, 없잖아.


"아~ 진짜 치하야쨩이 본심으로 이렇게 유혹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뭐...?"
"치하야쨩의 안에서 나와."


그 차가운, 시릴 정도의 미소와 함께 중얼거린 말에 치하야가 움찔하며 벗어나려는 듯 팔을 움직였지만─ 그보다 하루카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뻗어나와 그녀를 감싸는 게 먼저였다.
귀기. 그냥 내버려둔다면 사령을 따라다니는 단순한 '기운'에 불과한 것이지만, 하루카는 그 기운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천년이란 시간은 길었고 그녀를 잡으러 온 주술사들은 많았다. 하루카는 그 방법을 시험해 볼 시간도, 대상도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루카는 아주 간단하지만 사령들 대부분이 모르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나치게 강한 귀기는, 다른 사령의 귀기 뿐만이 아니라 사령 그 자체도 붙잡아 먹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욱...! 아, 으앗...!"
"...잠시만 참아줘, 치하야쨩?"


그렇게 속삭이며, 품 안에서 바둥거리는 치하야를 꼭 잡는다.
물론 이 방법은 인간인 치하야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이 믿는 것은 단 하나, 치하야와 자신이 계약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것. 하루카의 귀기의 영향은 치하야에게는 상대적으로 적게 미칠 것이다. 그것을 믿고 치하야의 안으로 귀기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행이도 하루카의 예상은 전부 맞아떨어졌다. 픽, 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검은 물체가 치하야의 몸 안에서 빠져나왔다. 동시에 치하야의 몸에서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졌다. 그리고 하루카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치하야의 몸을 둘러싸던 귀기는 전부 그 도망가는 검은 물체를 쫓아 달렸다.


"키아악!"


그 귀기의 줄기들에서 도망치는 것이란 건 애초에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뻗어나간 귀기는, 마치 촉수와도 같이 상대를 움켜잡았다. 단순한 기운에 불가능한 귀기가 물리력을 발휘하는 대상은 단 하나. 그리고 그 대상의 비명소리에 치하야의 몸을 추스리던 하루카는 고개를 들고선 미소지었다.
치하야의 앞에서는, 이젠 절대로 보이지 않는 싸늘한 미소.


"헤에~네가 범인이었구나?"


크르르르, 거리며 목을 울리는 상대를 본다.
붙잡힌 것은 사령이었다. 인간도 짐승도 아닌 모습을 하고 있는 상대를 하루카는 차분한 눈동자로 관찰했다. 일그러진 외모. 반은 인간인 듯 하면서, 반은 짐승에 가까운 상대는 천년을 살아온 하루카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억지로 인간과 짐승을 구겨넣어 버린 듯한.


"꽤 재미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난거야?"


하루카의 질문에, 귀기에 붙잡혀 묶인 상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못하는걸까 생각하며, 자신을 노려보기만 하는 상대의 눈을 마주본다. 그 붉은 눈은 고양이의 것과 약간 닮아있었다.


"하여간, 날 유혹한 치하야쨩은 네가 범인이었구나. 뭐, 너같은 사령이어도 지금의 치하야쨩에게라면 얼마든지 빙의할 수 있었겠네..."


지금의 치하야는, 몸상태가 말이 아니라고 하는 말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이오리의 회복주문을 받았다고 해도, 사흘간 결계로 수백마리에 가까운 사령들에게서 마을을 지키고 있었으니 그게 회복 주문 하나로 간단히 회복될 리 없다. 그만큼 약해진 치하야에게는, 빙의를 하려면 못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하루카>라는 자신의 이름도 치하야에게 빙의하고서 읽어냈겠지.
유혹해온 치하야가, 진짜 치하야가 아니라는 것은 하루카에게 꽤나 아쉬운 사실이었지만.

 
"아, 하나 묻고 싶은데, 여기에 자꾸만 생겨나던 사령들은 네가 풀고 있던거야? 그 의문을 해결하지 않으면 치하야쨩이 화낼 것 같아서 말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치하야가 화낼 린 없다. 하지만 하루카는 이 상대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건 전부 얻어낼 생각이었다. 이대로 치하야를 피곤하게 해선 안될 것 같기도 하고, 해결하면 치하야도 좋아해 줄 테니까.
상대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명...령, 먼 곳... 내가, 부활... 모두."
"...말을 잘 못하는구나. 하지만.. 네가 부활시킨거지? 어디선가 온 명령을 받고. 결국 범인이란거지?"


그리고 그 대답에, 하루카는 싱긋 미소지었다.


"그렇다면 너만 없어지면 전부 끝나겠네?"

 

 

 

 

 

 


"으응..."


눈을 뜨자마자 피로가 격습해왔다. 안정적으로 흔들리는 느낌은, 나른함과 겹쳐서 어쩐지 축 늘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치하야쨩, 왜 그래?"
"응...? 어..."


그리고 들리는 익숙한 소리에, 자꾸만 감기려고 하는 눈을 억지로 뜬 치하야는 눈에 보이는 익숙한 리본에 생각했다. 너무 오래 잔 걸까? 하지만 그 뒤로 보이는 배경은 전부 어두워서, 세상이 아직은 어둠에 잠겨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면 대체 왜 자신이 하루카에게 안겨서 가고 있는걸까.


"여기... 어디야? 나 얼마나 잤어...?"
"얼마 안 잤어. 아직 하루도 안 지났으니까."
"그런데 왜 나..."
"몽유병같은게 있는거야, 치하야쨩?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서 놀라서 쫓아왔더니 자고 있더라구."


나른하게 늘어진 머릿속으로 하루카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정이 그렇게 된 거였나보다. 그래도 몽유병 같은 건 없었는데.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렇게 많이 자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면 더 자도 되겠지.


"...치하야쨩?"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으며, 치하야는 그 품에 고개를 묻었다. 죽은 자 특유의 싸늘한 냄새가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런 치하야를 가만히 보던 하루카는 치하야의 이름을 다시 부르지 않았다. 다만 안아든 손을 고쳐, 조금 더 그녀가 편하도록 안아든 채로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을 뿐이었다. 내일 일어나면 치하야가 얼마나 놀랄까 궁금해하면서.

 
"응, 하루카..."
"예이?"


자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모를 상태로, 치하야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걷던 하루카는 치하야를 내려다보았다. 눈을 감은 채 하루카의 품에 고개를 파묻은 치하야는 웅얼거리듯이 말했다.


"조금...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아서... 그러니까... 꿈이지...?"


그 질문에 잠깐 걸음을 멈춘다. 그것도 눈치채지 못했는지 치하야는 눈을 뜨지도 않고, 이젠 안긴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런 치하야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하루카는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응... 그냥 꿈이야, 꿈. 내일부터는 전부 정상으로 돌아가 있을테니까."


그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조금 꾸벅거리며 졸고 있는 치하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치하야를 보고 미소지은 하루카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마 내일 일어나면, 그냥 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모든 것을. 쏟아지던 사령들도 모두 다 꿈처럼 사라져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게 치하야에겐 훨씬 나은 일이다. 그러니까 하루카는 진실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모든건 그냥,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환영으로.

-----------------------------------------------------------------------

...짧아보인다면 그 이유는 여기도 중간r-18부분을 확 쳐냈기 때문에 (._. ....

또한 또 제목이 완....?인 이유는 다른 제목으로 하나 더 있기 때문에 '~`..?

그나저나 예비군훈련 기네요~뭔 일주일동안 하고 다음 주에 또 하지....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