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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수인 슈코와 늑대 수인 프로듀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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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7, 2016 15:15에 작성됨.

-늑대와 여우는 서로를 위로한다

늑대는 석양이 진 채 이제는 구름낀 채로 달빛도 비춰주지 않고 별조차도 반짝이지 않는 정적만이 흐르는 쉼터에서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두 귀를 세우며 조금씩 도둑마냥 다가간다. 소리는 거대한 정좌에 뒷편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고 늑대는 그저 그 소리를 따라 갈 뿐이다.

그렇게 조금씩 다가갈수록 늑대는 그 장소가 익숙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다름아닌 슈코가 오후 화과자집에서부터 자신을 끌고 온 쉼터에 뒷편이었다. 늑대는 조금씩 심해지는 소리에 빠르게 수풀을 헤치고 쉼터에 뒷편으로 들어갔다. 쉼터에 뒤에 자리잡은 가로등 빛은 마치 조명처럼 벤치에 앉은 슈코에게 집중되었다.

 

"여우 아가씨?"

슈코는 늑대에 말을 들은 것일까? 젖은 채 아직 마르지 않은 눈으로 늑대를 바라본다. 생기있던 귀도, 장난스럽던 세 갈래의 꼬리도 이제는 맥없이 구부러들었다. 늑대는 그러한 슈코를 보며 동공이 흔들리더니 이내 입술을 깨물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슈코에게 다가간다.

 

"아무래도...일이 있어나 보네."

"......"

"안 물을게. 것보다 눈물이라도...어래? 어?"

".....왜?"

"아니, 손수건...있었는데...없네..진짜 없네.."

늑대는 황급히 손수건이 없음을 깨닫자 갑작스럽게 뇌리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분명 상무가 음주를 하는 동안 하도 날뛰는 걸 잡고 있다가 아무래도 주머니에서 떨어져 버렸다는 것을. 아무래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줍지 못한 것 같다. 늑대는 손수건을 잃었다며 잠시 절망하나 눈 앞에 새끼처럼 우는 여우를 보자 감정이 북받치듯이 이내 그녀를 품으로 안았다. 가로등의 빛은 이내 쉼터에 빠짐없이 빛나기 시작한다.

 

"아...아저씨, 잠깐...."

"닦아."

"에?"

"지금 손수건이 없어서. 그냥 내 옷에다가 닦아."

"아저씨는 또 이상한 소리..."

"됐으니까."

늑대는 이내 옷에다가 닦으라는 자신의 말에도 슈코가 그를 뿌리치자 도리어 더 강하게 그녀를 안았다. 그러고는 어서 닦으라며 재촉했고 슈코는 어쩔 수 없이 그 품에다가 눈물을 쏟아부었다. 이후 슈코의 눈물도 그친 채로 손으로 가볍게 남은 이슬같은 눈물방울을 떨쳐내자 늑대도 슈코가 눈물을 그친 것을 보고 한시름을 놓았다는 듯이 슈코의 옆에 앉는다.

 

"저, 아저씨...미안."

"괜찮아."

"뭐가 괜찮아? 아저씨 옷 완전 버렸잖아."

"걱정 말라고. 여자에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 건 남자가 아니라고."

"하하...기분 나빠."

슈코는 늑대에 옷에 눈물을 모두 흘려 닦은 후 이제는 어느 정도 기분이 나아진 것 같다. 귀도 꼬리도 예전처럼 생기있게 돌아온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늑대는 아직도 겸연쩍은 표정으로 슈코를 바라볼 뿐이었다. 슈코는 그러한 그를 보며 시름을 풀어놓듯이 말만 늘어놓는다. 그러자 귀도 꼬리도 다시 조금씩 구부러져갔다.

 

"나 말이야. 쫒겨났어...."

"그래? 그 아저씨가 쫒아냈다고?"

"어...그게, 일자리도 못 구할 밥버러지는 필요 없다나...."

"그거 말고...다른 소리도 들었지?"

"...나...적어도...가족이라고 생각했어....피가 달라도, 여우라도...개 취급 해도...가족의 정...그런 거라도 있다고 생각했는데....히익..."

슈코는 이내 모두 닦아낸 눈물을 폭포수처럼 흘려낸다. 그러한 슈코의 기분을 대변하듯이 구름낀 하늘에서부터 조금씩 빗방울이 슈코와 늑대에 머리 위로 떨어진다. 늑대는 그러한 비가 내리자 조금씩 냄새를 맡더니 외투를 벗어던져 슈코의 머리 위에 둔다. 비가 거세질수록 슈코의 눈물도 거세지며 그럴수록 늑대에 마음은 마치 황산에 녹듯이 녹아내려 가던 것 만 같았다.

 

"아저씨....나....나....여우로 태어난 게 원망스러워...."

"...뭐...?"

"여우로...태어나지만 않았으면...나도 지금쯤...여우로 태어나서...이게..."

"뭔 소리야!"

늑대는 거센 빗줄기 속에서 번개가 몰아치며 폭풍우가 부는 곳에서 슈코의 말 한다미가 기폭제가 되었는지 그녀를 덮어두었던 외투를 날려버린 채 그녀의 멱살을 잡는다. 슈코는 이내 감정이 폭발하듯이 놓으라며 소리를 지르며 더욱 더 거세게 눈물을 쏟아내며 발버둥쳤다. 주변에 바람조차 일그러지는 슈코의 발버둥에도 늑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사나운 얼굴을 들이민다. 번개까지 치는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 그는 마치 악마와도 같이 슈코를 바라보았다.

 

"여우로 태어난 게 원망스러워? 헛소리 하지마! 왜 그런 녀석들한테 맞출려고 하는 건데? 이유가 뭐야!"

"네가 뭘 알아! 지금껏 여우라고 온갖 멸시는 다 받았다고! 그렇게 살아온 나한테 뭘 안다고 설교하는 건데!"

"나도 똑같아. 늑대도...여우랑 똑같아. 천대받고, 멸시받고, 조롱당하고....심지어 피부색도 퍼렇게 변해가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왜 그런 놈들에게 묶일 생각만 하는거야? 세상에 그런 놈들만 있는 게 아니잖아!"

"지금껏 여우를 좋아한다고 하는 녀석들은 한 명도 없었다..."

"내가 있잖아!"

갑작스럽고, 소란스럽게 울려퍼지는 한 줄기의 천둥번개. 지금껏 서러움을 마구잡이로 배출하던 슈코의 마음에도 떨어진 것만 같았다. 늑대는 강렬한 빗줄기를 맞으면서도 묵묵히 눈을 부릅뜨며 천둥보다 더 거세게 소리친다. 슈코는 그러한 기세에 멱살이 풀리자마자 다리에 힘이 빠지듯이 시체처럼 조금씩 뒤로 몸을 뺀다.

 

"나만 있는 줄 알아? 여우 아가씨네 어머니도 있어! 여우 아가씨를 키워준 것도 순전히 그 사람이잖아!"

"그...그건...."

"꽃사슴 아가씨도 있다고. 여우 아가씨가 여우건 말건...친구가 되고 싶다 해준 사람이잖아!"

"사...사에는......"

"여우 아가씨...분명 여우랑 늑대를 차별하는 사람은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그런 녀석들한테 속박되지마."

슈코는 방금 전까지 악마와도 같았던 그에게서 찾아보지 못할 상냥한 표정으로 다가오자 그에 접근을 허용한 채 눈물자국이 남은 채 아직도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그에 가슴에 맡긴 채 흐느낀다. 늑대는 그러한 그녀에게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그녀가 눈물을 닦도록 허용할 뿐이었다.

이내 어느새 비가 그치더니 검은 구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하늘 위에 아름다운 달, 그것도 보름달이 떠올랐다. 마치 거울처럼 물웅덩이에 비추어지더니 그 빛은 가로등의 인공적인 빛 따위가 따라올 수 없는 눈부신 조명이었다. 주변에 별들은 그러한 달빛을 장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늑대는 슈코의 눈물을 옷으로 받아낸 후 던져진 외투를 다시 젖은 벤치 위에 올려 그녀가 앉을 자리를 만들고 그녀에 안심하고 웃는 표정을 보자 본인도 안심했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방금 전처럼 서로의 감정이 부딪히는 이야기가 아닌, 기묘한 느낌의 대화를.

"근데 이제 어떡하게? 집에서 쫒겨난 이상 다른 거처를 찾아야지."

"그러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떡해하면 좋을지 정한게 없는데."

"그래? 아, 어머니한테는 말씀드렸어?"

"아니, 없었어. 아마 또 아빠가 쫒아낸 것 같아."

"그래...혹시....일은?"

"그게, 아이돌이 된다고 큰소리치고 나왔는데....여우는 될 수 없다나? 하긴, 난 뭐 그렇게 대단한것도 없...."

"...지는 않지."

 

슈코의 놀람에 늑대는 다시 처음 슈코를 만났을 때 처럼 능글맞은 미소를 띄우며 상무가 주었던 명함을 슈코에게 건낸다. 놀란 마음에 명함을 받은 슈코는 거기에 적힌 걸 바라본다. 그러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늑대는 훗, 하며 웃는다.

"아름다운 각선미 상시 대기...?"

"아, 잘못 줬어! 그게 아니고, 이거야, 이거!"

"저기, 아저씨? 혹시 다리 페...."

"아, 아니야 아니야. 그냥...오다 주운...아...꼰대가 준거....아, 됐어! 그냥 읽어!"

"어디보자....346 프로덕션...상무...시라가키? 그 아저씨 진짜 상무였어?"

"그런가봐. 여우 아가씨, 그 녀석 아가씨를 데뷔시키고 싶대. 재능이 있다나? 스타가 된다는데."

"스타? 아이돌 될 수 있다고? 내가?"

 

슈코는 적잖이 당황한다. 하지만 얼굴은 눈물도 슬픔도 없이 웃으며 3개의 꼬리를 살랑거리며 귀조차 더욱 더 귀엽게 쫑긋거린다. 아무래도 아이돌이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것 같아 보인다. 슈코는 늑대를 보며 장난 아니냐며 말하지만 늑대는 진실이라며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자 슈코는 기뻐 방방 뛰기 시작한다. 그만큼 기쁘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숙인 채 슈코의 양부가 말한 '여우 따위가 아이돌이 되겠냐'는 말에 잠시 생각에 빠진 채 아까와는 다른 슬픈 목소리로 늑대에게 말을 건다.

 

"저기....늑대 아저씨. 나 여우인데도 가능할까? 아이돌. 보통 수인도 어려운 거잖아."

"정말...나 같은게...가능해?"

 

"...분명 힘들어. 여우는 사회가 싫어하는 수인이니까."

"역시..그렇지? 난..."

"하지만...여우 아가씨 스스로 서겠다고 도전하는 거잖아?"

"분명 그래도..."

"그거면 돼. 자기 스스로 서겠다고 다짐했으면 그걸로 된 거야. 자기 발로 서는 사람을 비웃을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어."

"그리고 팬도 이미 있잖아?"

"누구?"

"나."

 

"에? 아직 데뷔도 안 했어."

"아가씨가 데뷔해서 누구도 보지 않는다한들 난 항상 여우 아가씨만 볼게. 그러니 같이 가자."

"같이...?"

"그 자식때문에 얼덜결에 입사를 해버려서...그 꼰대. 분명 날 아가씨 담당으로 만들거야. 그러니...나도 같이 갈게."

"정말?!"

"응, 아가씨를 꼭 그 무대에 세울게."

슈코는 늑대에 그 말에 어두운 기운을 떨친 채 다시 기쁜 채 홍조까지 띄운다.

 

"대신 아가씨도 각오해줘."

"각오?"

"아이돌의 길은 멀기 짝이 없어. 하지만 아가씨는 여우. 다른 아이돌들이 그냥 먼 길이면, 아가씨는 정말로 정말로...실로 머나먼 길이 될거야."

"그런 각오는 했어. 엄청 멀고 힘든 거."

"내쫒길지도 몰라."

"그럼 내 발로 올라가면 그만이지."

"욕먹을지도 모르지."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어. 아저씨가 말했잖아? 자기 발로 선 다짐을 한 사람을 비웃을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하, 이 아가씨가....그럼 합격."

늑대는 슈코의 결심했다는 말과 표정을 보고는 마음에 들었다며 검지를 새우며 합격이라는 장난스러운 말을 띄우며 슈코를 데리고 수풀에서 빠져나와 물웅덩이 천지인 젖은 쉼터로 나온다. 시계를 보니 현재 10시. 제법 늦은 시간이었다. 달빛은 정문 쪽에 더욱 더 강렬히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고 가로등은 그러한 빛에 고개를 숙인 것 같았다.

 

"그럼 이걸로...아저씨가...프로듀서인가 뭔가인가? 잘 부탁할게."

"...헤에...묘한 기대는 말라고. 이걸로 LESSON 1일 뿐이니까."

"뭐? 레슨?"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보다 346 프로덕션으로 갈 거면 지금 이동해야겠네."

"어디로?"

"우리 집으로. 마침 가깝거든. 아가씨도 와. 제법 넓어서 지낼만 하다고. 우선 임시거처라 생각해."

 

늑대는 그와 함께 슈코에게서 명함을 도로 받은 후 거기에 써진 상무의 운전수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다. 슈코는 달을 올려보며 자신이 정말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빠져 혼자만에 세계로 조금씩 귀를 기울인다. 그곳에서 퍼지는 파문에 정신을 집중하며...

"예...그러면...여긴...우선 좌회전을...."

이라는 소리와 함께 쉼터의 옆쪽 수풀을 격파하며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차가 슈코를 향해 돌진한다. 슈코는 정신이 팔려 눈치도 채지 못할 때 늑대가 재빨리 슈코와 함께 굴러 차를 피한다.

 

"WRyyyyyyyyyyyyy아아아! 대체 뭐야!"

"에? 아저씨 왜?"

두 사람의 놀란 소리에 차는 이내 정지하더니 문이 열리며 운전석에서부터 아름다운 분위기의 검은 꼬리를 가진 여우가 그곳에서부터 나온다. 슈코처럼 짧은 헤어의 흑발, 검은 꼬리. 그리고 정장과 어울리는 기품있는 분위기의 매력적인 여성이 그들에게 인사하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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