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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9.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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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4, 2012 15:33에 작성됨.

들어가기 전에 장난 없이 미리 경고합니다.
앞서보다는 심하게 캐릭터가 망가지니 그런게 싫으신 분들은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히 다음편부터는 리카가 서서히 망가져가니 이런 것이 싫으신 분들도 보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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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아즈사-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다. 정말 마음에 드는 배역을 맡은 영화의 첫촬영날이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오늘 촬영할 분량조차 내가 기다리던 장면.
늘 웃고 있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만족스러운 웃음이 지어졌다. 참을 수 없는 웃음은 연기를 할 때 큰 곤욕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게 그럴게, 이번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숨길 필요 없이 감정을 들어내면 되는 걸?
그래, 그 여자에 대한 내 감정을. 그리고 그 대상도 마침 그 여자였다.
자진했던 이 악역을 맡았다는 여자. 그 여자에게 아주 어울리는 역이었다. 그녀는 나를 괴롭히는 악역. 나는 그 여자에게 당하는 선역.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대사를 내뱉었다. 감정이 실린 연기였다. 주위에서는 자연스러운 연기라고 감탄하지만, 사실 연기가 아니다. 진짜로 이 여자에게 하고 싶은 말.
왜 우리에게서 프로듀서를 뺏어간 걸까.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의 운명을 훔쳐간 걸까.

“잘못? 아아- 설마 나에게 뭔가 사과하려고 한 거야? 후후. 그거 참, 안타까운 생각이네. 당신이 사과할 이유는 없어. 당신의 주변인들이 잘못 한 거지. 당신도 참, 불쌍하네. 그런 남자를 만나서. 이참에 그냥 나에게 양보하고 좋은 남자 만나는 게 어때? 내가 보증하는데 그 남자는 정말 최악의 쓰레기야. 뭐, 그 남자랑 같이 쓰레기가 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해, 잘못해서 분리수거도 안 되면 안타깝잖아.”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아니 어쩌면 연기가 아닐 지도. 평소 겉으로는 웃으며 태연하게 나에게서 운명의 사람을 뺏은 사람. 그래, 연기가 아니라 이 여자는 완벽한 내 인생의 악역이었다.

“뭐, 그 남자에게 반했다는 걸 보면 당신의 눈은 쓰레기일지도 모르지만.”

그 대사가 끝나자마자 나는 대본에 있는 대로 손을 올려 그대로 이 여자의 뺨을 내리쳤다. 있는 힘껏, 내 감정을 담아서. 
짜악-!
시원한 소리가 내 마음도 같이 후련하게 해주는 듯 했다. 이 소리와 이 촉감이 바로 내가 오늘을 기다린 이유였다. 연기인 척 마음껏 이 여자를 때릴 수 있는 날. 합법적으로 이 여자에게 죄의 일부를 무를 수 있는 날. 
하지만 실수했다. 감정을 실어 때리는 바람에 연기에 자연스러운 실수를 내지 못했다. 한 번에 오케이 받으면 어쩌지? 그럴 수는 없다.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세게 때렸다해도, 이 한 번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감독을 보았다. 주위에서는 내가 이 여자를 걱정해 이런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실제로 그랬다. 

“컷! 아니, 아니야. 너무 빨라! 그보다 맞을 때 리카씨 미리 겁먹었었죠?”

감독의 말에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리카씨를 보았다. 리카씨는 괜찮다는 의미로 웃음일 지어주었다.

“괜찮아요 리카씨? 제대로 맞았던데…….”
“괜찮아요. 그보다 저 때문에 다시 하게 되서 죄송해요.”

죄송하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웃었다. 죄송하기는. 오히려 고마운데. 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게 해서. 
아, 다행이야. 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서. 
리카씨의 실수는 반가웠다. 감정을 실어 때린 것이다. 겁먹지 않는 쪽이 이상했지만, 이 뻔뻔한 여자라면 충분히 겁먹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정도는 괜찮아요. NG로 촬영을 다시 하는 거야 흔하니깐요.”

그리 말해주고서 난 다시 연기로 보이는 일을 준비했다. 주위에서는 이번 촬영으로 이번 씬이 끝날 거라 생각하는 듯 했다. 
아라아라, 곤란하네 정말. 이럼 스텝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게 되잖아? 정말 할 수 없지.
모두 죄송해요. 후후.
난 손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때리려다가 일부러 한 템포 느리게 때렸다. 그러자 리카씨의 얼굴일 살짝 먼저 돌아가 버렸다.
짜악-!

“컷, 다시! 리카씨 얼굴이 미리 돌아가 있어요!”

역시. 이번 감독은 경험도 많은 실력 있는 사람이다. 이런 미세한 연기미스를 그냥 놓질 리가 없다. 어쨌든 큰 투자를 받은 영화. 대충대충 넘어갈 수 없었다.
특히나 갈등이 시작되는 중요 부분인 이 장면은 말이다.
다시 손을 높이 들었다. 이번에는 일부러 살짝 힘을 빼서 때렸다. 결코 그녀를 베려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짝-

“컷. 다시! 아즈사씨 손에 힘 뺀 게 느껴져요!”

후후. 약간이지만 일부러 힘을 빼면 당연히 앞서의 연기에 비해 박력이 떨어진다. 그럼 당연하게도 이것은 NG. 누가 보더라도 이건 내가 그녀에게 미안해 실수로 힘을 뺀 것이다. 결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연기를 제법 해서 안다. 어떤 경우가 NG이고,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운 NG를 내는지.
그녀의 볼이 빨개진 것이 보였다. 제법 만족스러운 모습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짜악! 이번에는 한템포 빠르게 때렸다. 그녀는 연기로 반응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버렸다.

“컷, 다시! 지금…….”

감독은 이번에도 지적하며 다시 할 것을 요구했다.

후후. 짜악!  

“컷. 다시!”

후후후후. 짜악!

“컷, 다…….”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짝! 짜악!
아라아라, 곤란하네. 주위 분들이 모두 지쳐버렸잖아? 어머, 리카씨 얼굴. 아, 아픔과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는 표정. 어떻게든 참아내려 하지만 조절이 안 되는 얼굴.
거기다 이쁜 볼이 빨갛게 부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일그러지고 망가져가는 얼굴을 볼 때서야 겨우 내 마음이 어느 정도 후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잠시 쉬었다가 해요. 리카씨 볼이 너무 빨개져서 촬영하기도 곤란하니.”

결국 감독은 휴식을 주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한 번으로 연기를 끝내려고 했었는데. 
난 결코 이기적이지 못한 사람이다. 주위 사람들의 지친 표정, 혹은 저 겁먹은 얼굴을 보고 언제까지고 이 장면만 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영화는 길고, 촬영으로 만날 일도 많았다. 오늘의 이 장면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그녀에게 쌓인 울분을 풀 수 있었다.
물론 이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그녀가 내 운명의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미안해요, 리카씨.”

일부러 그녀에게 다가가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를 했다. 이것이 연기. 아까 촬영할 때 한 감정표현은 진심. 참 아이러니하다.
연기를 해야 할 때는 진짜 감정을 내 비치고, 평소에 대할 때는 반대로 연기를 해야하다니.
정말 안타깝다. 이일만 아니라면 좋은 인연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데. 왜 하필 내 운명의 사람을 뺏어가서. 하지만 이런 감상은 그녀를 챙겨주는 내 운명의 사람의 얼굴을 보고서 이내 사라졌다. 저 런 일만 아니라면 정말 좋은 사람인데 말이다.  

“제가 죄송해요. 계속 실수하고 있고…….”

리카씨는 오히려 나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바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사과해야할 부분은 이것이 아닌데. 뭐, 언제가 그녀도 깨닫고 나에게 제대로 사과를 해주겠지.
단지, 그것이 지금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리카씨 아파보였어.”

미키가 옆에서 걱정하고 있었다. 머리를 짧게 짜르고 염색한 최근의 미키는 옆에서 보는 나도 놀랄 정도로 아이돌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톱 아이돌이었는데 그 이상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이대로만 간다면 리카씨를 따라잡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축하해줄 일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톱 아이돌이 되어서도 내 운명의 사람에게 허니라고 부르며 계속 노리는 것은 좋지 않았다. 뭐, 리카씨보다는 낫지만. 거기다 본래는 착한 아이니 내 남자를 뺏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런 부분은 안심이다.
30분 정도 쉬고 나니 촬영은 재개되었다.
이제 NG는 없다. 언제까지 이 부분만 잡고 있을 수는 없다.
감독은 몇 가지 더 지시상항을 주고서 촬영을 재개 시켰다. 
슬레이터가 펼쳐졌다. 거기에 맞추어 심호흡을 했다. 리카씨는 어딘가 겁먹은 표정이었다.
달칵! 하고, 슬레이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리카씨는 표정을 바꾸었다.
날 비웃는 표정. 연기인 줄 알고 있지만 견딜 수 없었다. 이 바보 같은 여자가 날 비웃다니. 다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내 비춘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으로 연기 아닌 최고의 연기가 탄생한다.

“뭐, 그 남자에게 반했다는 걸 보면 당신의 눈은 쓰레기일지도 모르지만.”

쓰레기는 당신이야! 속으로 외치며 앞서의 어떤 장면보다도 더 박력있고, 그리고 더욱 살벌하게 손바닥을 그녀의 뺨에 내리쳤다.
이 한 번에 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최대한으로 담았다.  

짜아아아아아악!

메마른 뺨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남기며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고, 내 손도 그 만큼 붉어졌다. 때린 내 손바닥도 얼얼하다. 하지만 반대로 기분은 최고였다.

“컷! 좋아, 완벽해!”

감독의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P씨는 리카씨에게 달려왔다. 아, 내 손바닥도 아픈데. 하지만 이번에는 봐줄까?

“헤헤, 겨우 끝냈네.”

리카씨는 바보처럼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후후. 그러게요 참 다행이네요.
하지만.

“리, 리카! 너 입술이!”

마지막 한 방은 확실히 셌는지 입술이 찢어지고, 뺨은 부어올라 있었다. 어머 곤란하네, 저대로는 다음 촬영을 못할 텐데? 실제로 감독은 리카씨에게 여기까지만 하고 돌아가 쉬도록 지시 했다. 저런 얼굴로는 더는 불가능 하겠지만.
집으로 가는 그녀에게 걱정하는 미키와 같이 다가가 개인적으로 다시 사과했다.
생각할 수록 기분 좋다.
맞을 때마다 드러나는 그녀의 표정이 날 기쁘게 했다. 그 표정에 그녀의 생각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자신의 실수를 자책한다. 
두 번째는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해한다.
세 번째에게는 그 예쁜 눈에 눈물이 선명하게 고이려 했다.
네 번째부터는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부터는 왜 계속해야하나 그런 갈등이 보였다.
여섯 번째. 이정도면 되지 않나?
일곱 번째. 너무 아프다. 그만 두고 싶다.
여덟 번째. 이번에도? 다음 다시 하면 안 되나?
아홉 번째. 처음에 당당했던 눈에는 공포가 어려 있었다.
열 번째. 무기력한 공포감이 얼굴 전체에 드러나려 한다. 내 손도 얼얼했지만 만족스러웠다. 이후로 반복 될수록 그녀의 얼굴은 만족스럽도록 일그러지고 망가져갔다.
후후. 이걸로 오늘은 만족스럽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틀림없이 잠들기 전에 그녀의 그 표정들이 잠잘 때 세는 양처럼 내 눈앞에 펼쳐지며 내 기분을 좋게 해줄 것이다.
촬영을 끝내며 미키랑 돌아갈 때 다음에는 어떻게 그녀에게 울분을 풀지 고민했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때 내 눈에는 어떤 소품이 눈에 띄었다.
내가 쓸 일은 없는 소품용 맥주병들이 든 상자. 

후후. 좋은게 있네?



-미나세 이오리-

“니히히히힛!”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의원이 어떤 사람인지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거기다 리카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최고다. 최고였다. 
DVD를 그 의원에게 전해준 것은 정답이었다. 물론 익명으로 보낸 거지만, 그 의원으로서는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연예계는 결코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빽이나 큰 재능, 그리고 운이 없다면 보통은 그런 더러운 일로 연줄을 잡고서 일을 얻고 인지도를 쌓아간다.
그러니 톱 아이돌인 리카에게 있어 이번 일은 엄청난 굴욕인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겼다. 이런 더러운 이유로, 깨끗한 척 순결을 지키며 P에게 안겼던 그녀가 천박하게도 성공을 위해 안기는 다른 3류 아이돌들과 같은 행동을 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성공한 국내 최대의 아이돌이 그런 일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면서. 
사랑하는, 그리고 자신을 지켜주던 사람의 노력을 배신하면서.

“니히히힛! 국내 최고의 톱 아이돌? 웃기고 있어!”

다행히도 우리 765프로덕션은 그럴 일이 없었다. 일단 미나세가의 영애인 내가 있었다. 그런 내가 있는 프로덕션의 아이돌을 건들 간 큰 인간은 없었다.
더불어 P는 그런 일을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었다. 덕분에 우리들의 일을 잡는 것은 큰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성실하게 노력해 우리는 거기까지 키워주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런 더러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경멸 했고 이 때문에 사람 좋은 그는 그 의원을 싫어했다.
멋진 사람이다. 진심으로 우리를 소중히 지켜주면서 우리를 이끌어준 사람. 그런 사람이 프로듀서니 우리가 성공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리카는 그런 프로듀서를 우리에게서 뺏어간 최악의 여자. 최악이다. 말도 못할 정도로 최악이다.
내가 주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같은 프로듀서가 있고, 또 연인이 있으면서 결국 그 의원에게 몸을 팔았다. 아마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핑계일 뿐이다.
아마 리카도 지키기 위해 그는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국내 최고의 톱 아이돌이라도 그런 연락을 하는 쓰레기들은 많았다. 그래도 P는 고생하면서 그런 여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을 것이다. 
리카의 행동은 그런 P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과 동시에 배신하는 일이었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그녀는 결코 그 사람을 프로듀서로 두기에는 한 없이 부족한 아이돌이었다.
운이 좋아 그라는 프로듀서가 같이해주고, 덕분에 미국에서 성공하고 여기까지 할 수 있었다.
인기, 재능, 노력, 비주얼.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오히려 우월한 듯 보이던 그녀는 결국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녀가 무너졌다는 건 따로 붙여둔 사람을 통해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난 통쾌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이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이건 시작이다.
서서히 무너트려 줄 것이다. 이 일을 시작으로 이제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것이다.
물론 그전에 먼저 P를 그녀와 떼어놔야 한다. 붙어있으면 P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그것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리카의 일은 P에게 전해지면 안 된다. 그 의원은 비밀을 확실히 지킨다. 그것이 리카와의 약속이니깐. 더러운 일을 하는 주제에 이런 쪽의 약속은 잘 지킨다. 이 점이 내가 이번 일에 그 의원을 선택한 이유지만.
결코 퍼트리지 않고, 확실히 원본만을 리카에게 전했다. 복사본도, 이 후의 협박거리는 준비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스스로 리카를 정신적으로 압박 할 것이다. 그 점이 더욱 그 사람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물론 내 동료들에게 손을 안 덴다는 전제하에지만. 
그 의원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지만, 그런 대리만족으로 멈출 수는 없다.
다음 주에 직접 그녀를 만날 것이다.
만나서 확실히 알려 줄 것이다. 그녀 자신은 결코 P랑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절망적인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 당당하고 도도한 리카가 제발 P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해 올 것이다.
니히힛. 물론 P에게는 비밀이다. 하지만 이것을 빌미로 얼마든지 그녀를 괴롭힐 수 있다.
웃음이 계속 세어 나오려 한다.
다음 주에 그녀랑 같은 방송에 출연한다. 그 때 보게 될 그녀의 표정변화가 벌써부터 기대 된다.
니히히힛! 이제 시작일 뿐인 걸 그녀는 알까?



-키사라기 치하야-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삭막한 집안에 박혀 있는 것은 괴로웠다. 멍하니 방안에 있으면 계속 그 사람이 생각났다. 
나에게 상냥하던 남자.
힘들 때 날 도와주던 남자.
나와 같이 미국에 가주겠다면 웃으며 약속했던 소중한 그 남자.
그 약속을 위해 노력해주던 그 남자.
날 위해 노래를 만들어주려 했던 남자.
사랑했던 사람.
그런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었는데.

“P씨…….”

뺏겼다. 
그의 옆을.
함께 했을 그와의 시간을.
나에게 향했던 그의 노력을.
나에게 만들어주던 노래.
마지막으로 그의 사랑을. 
모두 그녀에게 뺏겼다.

“큿.”

리카. 지금의 그의 담당아이돌이자 연인인 여자. 태연하게 나에게서 소중한 모든 걸 뺏어간 여자. 태연하게도 내 앞에서 그와의 연인사이를 공개했다.
그리고 행복하게 웃었다.
행복해 보였다. 그도 그녀도.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
행복한 두 사람을 보면 확실히 느껴진다. 나는 더 이상 끼어들 수 없음을.
멍하니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상당히 늦은 시간. 그가 프로듀서일 때 이랬으면 늦은 시간까지 뭐하냐며 혼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호통도 이제는 나에게 향하지 않는다.
향한다면 그 대상은…….

“……리카씨?”

어둑한 골목을 위험하게 지나치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리카. 나에게서 모든 걸 뺏어간 그 행복해야할 여자가 불행한 얼굴로 어딘가 향하고 있었다. 그곳은 호텔. 
처음에는 P씨와 가는 건 줄 알고 거기에 가슴 아파했지만, 하지만 상대는 P씨가 아니었다. 상대는 어떤 의원.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더러운 뒷소문이 나는 남자. P씨가 싫어하며 결코 우리와 엮이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상대.
그 남자는 자연스럽게 리카의 어깨를 감싸고 호텔로 들어갔다.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라는 좋은 연인이 있으면서, 나에게서 그의 모든 걸 뺏어가고서 왜 그런 남자를 만나고 있는 거야?
왜 그를 배신하고 있는 거야?
그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잘 알고 있다. 그 남자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관계를 맺으며 성공하려는 아이돌은 충분히 줄을 섰으니깐.
만족 못해서야? 지금의 성공에 만족하지 못해서 그런 짓까지 버리는 거야?
P씨는 모를 것이다. 알았다면 끝까지 반대했을 사람이니깐.
화가났다. P씨같은 사람이 연인이고 프로듀서인데도 저런 일을 하는 상대가.
경멸스러웠다. 그가 프로듀서라면 굳이 저런 짓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더욱 높은 곳을 향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쉬운 길을 가고 싶어 저런 짓을 한다고?
생각났다.
우리를 위해 노력하던 그가.
생각났다.
저런 일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가 과로로 쓰러진 그가. 그러면서도 우리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던 그가.
생각났다.
그런 그를, 우리를 위해서만 노력해오던 그를 뺏어간 것이 누구였는지.
나는 호텔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 의원과 리카는 한 동안 나오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 비틀거리며 리카씨만 혼자 나왔다. 그녀는 택시를 타려는 듯 큰 길가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난 그런 그녀를 급히 따라가 그 앞을 막아섰다.
난 말보다도 앞서 참을 수 없는 분노에 그녀의 뺨을 때렸다.
길목에서 매마른 따귀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나를 알아본 듯 했다. 그런 그녀에게 힘껏 소리쳤다.

“그렇게, 그렇게 성공하고 싶어요? 이미 톱 아이돌이면서 뭐가 부족해서?” 
“키, 키사라기양!?”

당황함이 여력한 목소리.

“애인 몰래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P씨가 시킨 일이 아니란 건 충분히 알고 있어요. 저희 때 이런 일을 받아들였다면 좀 더 편했을 일을 거절해 그렇게 고생하신 분이니깐요. 큿!”

그녀를 힘껏 비난하다가 목이 메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사람을 배신하다니. 나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너무한 것이다. 그녀가 나쁜 것이다. 고개를 들어 다시 그녀를 노려보았다.  

“당신,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거예요? P씨의 노력을 한 순간에 거품으로 만들었다고요! 자신의 아이돌을 위해 스스로 쉬운 길을 버려두고 고생해온 P씨의 노력을 말이죠! 믿었는데. 싫었지만 그래도 P씨가 선택한 여자라 대단한 사람이라 믿고 있었는데.”
“키, 키사라기양! 잠시만, 잠시만 제 말을 들어봐요! 오해에요, 이건 오해에요!” 

그녀는 당황하며 내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뭔가 변명하려 했지만 듣기싫었다. 어차피 치졸한 변명일 뿐이다.

“뭐가 오해죠? 저 남자, 어떤 남자인지 알아요. 사람 좋은 P씨가 유일하게 격멸하며 저희랑 엮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니깐요. 당신은 저 남자와 호텔에 들어갔어요. 설마, 그냥 이야기만 하고 나왔다는 그런 어린애도 안 믿을 소릴 하려는 거 아니죠?”
“그, 그게…….”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그녀를 노려보며 그녀의 손을 치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택시를 타러 갔다. 그런 내 앞을 그녀가 급히 따라와 막아섰다.

“어, 어디 가려는 거죠?”

당황하며 묻는 그녀에게 숨기지 않았다. 모두 말할 것이다. 이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얼마나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지를.

 “P씨에게. 모두 말할 거에요. 아마 모르고 있겠죠.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이자 담당아이돌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단 걸. 알았다면 어떻게 든 반대하고 막았을테니 말이죠. 만나서, 모두 말할 거예요.”
내 말에 그녀의 표정이 확실히 무너져 내렸다.
“아, 안 돼! 안 돼요 치하야양!”

애원하며 나에게 매달리는 그녀에게 이를 악물며 화를 냈다.

“그럼 P씨를 속이라고요? 아니면 끝까지 속이시려고요?”

그녀가 경멸스러웠다. 끝까지 그를 속이려 하다니. 이런 여자가, 왜 이런 여자가!
그녀는 자신보다도 어린 나에게 무릎까지 꿇으며 울며 빌었다.

“제,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요!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맹세해요! 그러니 제발 그 사람에게 말하지는 마세요! 뭐든, 뭐든 할테니깐 제발! 저에게는 그, 그 사람 밖에 없어요! 그 사람에게 버림받으면 전…….”

그 말에 내 이성은 끊어질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끊어져 있었다.

“그런 분이, 그 사람이 싫어하는 이런 일을 한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나에게서 그를 뺏어가 그런 행복을 누린 주제에 이런 일까지 하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제발,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요! 빌게요! 제발 그 사람에게 말하지 마세요! 제발! 죄송해요, 제가 모두 잘못했으니 제발!”

그녀는 손까지 빌며 그리 말했다. 비참하게, 그리고 불쌍하게도 그렇게 계속 빌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볼수록 내 마음은 속의 분노는 더욱 커져갔다. 남의 행복을 모두 뺏어갔으면서 이리 비참해지고 불행해지다니, 정말 용서 못할 일이었다.

“큿!”

그녀는 국내 최고의 톱 아이돌이었다. 거기다 최고의 프로듀서도 같이했다. 그런데도 이런 모습 밖에 보일 수가 없는 건가? 경멸스러웠다.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가 있다.
이 소식을 그에게 전하면 그는 슬퍼하겠지? 이 생각이 드는 순간 더 이상 그에게 말해야겠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알았어요. 일단 한 동안 말하지 않고 지켜볼게요.”
“키, 키사라기양!”

기뻐하려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차갑게 이어 말했다.

“대신, 알아서 헤어지세요. 당신은 결코 P씨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은 그 남자를 불행하게 할 뿐이에요.”

더는 이런 여자가 그와 같이 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절대로, 그녀는 그와 같이 해서는 안 되는 여자다. 그를 불행하게 할 것이다.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그녀를 버려두고 난 등을 돌려 걸어갔다. 뒤쪽에서는 그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가증스러운 여자! 
속으로 그녀를 경멸하며 난 그를 되찾아와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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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경고했고, 다음편에도 경고는 한 번더 할 것입니다.
다음편부터는 특히 리카가 심하게 망가져 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그런 거 못 보시는 분들은 보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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