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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코 「아즈사씨, 이번 휴일에는 저랑 같이 움직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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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8, 2015 21:39에 작성됨.

리츠코 「지금 시간 비는 사람, 손. 아즈사씨를 찾으러 가자」 의 후일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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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일이 일어난 지.....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일부러 자기의 휴일과 아즈사의 휴일을 똑같은 날에 맞춘 리츠코는 이렇게 선언했던 것이다.

 

"아즈사씨, 이번 휴일에는 저랑 같이 움직입시다."

 

"어머나, 데이트 신청인가요?"

 

"아니에요!"

 

강하게 부정하는 리츠코였지만, 곧 자신이 오해 살만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닫고는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다.

 

"둘이 어디 대리점이라도 가서 휴대폰을 바꾸도록 하죠. 이대로는 안된다는 판단이 들었으니까요."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길찾기 어플을 깔아 사용하면 그나마 길을 찾는데 더 수월해질 것이다, 이것이 리츠코의 주장이었다. 그 절망적인 공간감각에 휴대폰을 바꿔봤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쓸 수 있는 수단은 전부 써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던 것이다.

 

"전자상가에서의 데이트도 나름 독특한 느낌~?"

 

"그러니까 아니라니까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자꾸 해대는 아즈사를 바라보며, 리츠코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하아.....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저는 당신의 새 스마트폰을 골라주러 동행하는 것이고요. 덧붙여 길을 헤메지 않도록 감.....아니, 안내역도 겸하지만요."

 

"그렇군요. 그런데 리츠코씨, 제 휴대폰은 아직 현역이랍니다?"

 

아즈사는 보란듯이 자신의 보라색 휴대폰을 꺼내 흔들어보였다.

 

"꽤 오래 쓰신 것 같은데, 슬슬 바꿔야하지 않겠어요."

 

안경을 고쳐쓴 리츠코가 그것에게 마치 격파대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아즈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으음.....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필요라면 충분히 있어요. 그 휴대폰으로는 지도 같은 게 제대로 지원이 되지 않는단 말입니다. 휴대폰을 바꾼다면 지금보다 훨씬 넓은 화면에 새로 지도를 쓸 수 있습니다. 그것도 단순한 약도뿐만이 아니라 현재 아즈사씨가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지금 아즈사가 가지고 있는 휴대폰의 결점, 그리고 이에 더해 새로 장만하게 될 스마트폰 지도 어플의 장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리츠코. 허나 정작 (리츠코 주장대로라면) 바꿔야할 사람은 탐탁지 않은 눈치다.

 

"갑자기 그런 복잡한 기능을 쓰게 되면 되게 헷갈릴 것 같은데요~"

 

"아직 21세밖에 안되셨으면서 그런 말씀하시는 겁니까......"

 

"리츠코씨가 저를 생각해서 이러는 건 고맙지만, 바꾸고 싶지 않네요. 아직 쓸 만하기도 하고요."

 

"으으......"

 

휴대폰을 두고 벌어진 묘한 공방전은, 일단 아즈사의 승리로 끝날 듯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 승패를 굳힐 수는 없었던 리츠코가 나직하게 중얼거린 것이다.

 

".....쓸 만하다......라고 하셨죠?"

 

"네."

 

"후우......."

 

리츠코는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한 팔을 쭉 아즈사에게로 뻗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아즈사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아즈사씨, 손."

 

"네, 네에?"

 

쭈뻣쭈뻣 프로듀서의 지시 사항을 따르는 아즈사.

 

"그 쪽이 아니라, 다른 쪽."

 

수정된 지시대로 다른 쪽, 그러니까 휴대폰을 쥐고 있던 손을 리츠코의 손에 올린다. 휴대폰의 무게가 느껴지자마자 날쌔게 그것을 낚아채는 리츠코. 히죽 웃으며 강하게, 아주 강하게 그것을 꽈아악 쥔다.

 

"우랴아!!!!!!"

 

그리고는.....호쾌한 기합 소리와 함께 바닥에 온 힘을 다하여 패대기쳐버렸다!

 

"에.......?"

 

파각, 하는 소리와 함께 운명을 달리한 휴대폰. 그나마 사람이 없는 방향을 향해 내려쳤긴 했지만, 그래도 물건의 주인에 있어서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아즈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직도 그게 믿기지 않은지 몇 번이나 깜빡깜빡거렸다.

 

"후후.....이제는 쓸 만하지 않게 되었으니, 빨리 새 휴대폰을 구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으음......그러네요......"

 

기분나쁜 웃음을 실실 흘리며 승리에 취한 리츠코였지만, 곧 자기가 한 짓을 깨닫고는 급격히 얼굴을 굳혔다. 무작정 부숴버리면 안되는 것이었다. 전화번호부부터 시작해서 중요한 메일이나 사진 같은 자료들을 미리 백업해놔야했었다. 거기다 내일이 당장 휴일인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못 쓰게 만들면 이 뒤로 기다리는 일정들을 어떻게 하겠는가!

 

".......안에 들어있던 자료는 제가 어떻게든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 하여튼 그 날은 저랑 같이 새 휴대폰을 고르기로 하죠. 아, 비용은 제가 전부 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잠시 동안은 우리 사무소의 업무용 휴대폰을 임시로 쓰기로 하고요."

 

리츠코는 얼굴을 붉힌 체 화면과 패드, 두 쪽으로 깔끔하게 분리된 잔해를 주워들었다.

 

"네, 그렇게 하죠."

 

아즈사는 자기 휴대폰을 부순 사람에게 화를 내지도 않고, 그저 웃는 얼굴로 승낙을 알렸다.

 

......

 

그래서, 바로 그 날. 아즈사는 집 앞에서부터 기다리고 있던 리츠코의 인도를 받아 원래 정했던 약속장소까지 도착했다. 그녀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이는 물건들이 즐비한 거리.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흐음.....요즘에는 이게 또 새로 나왔구나. 기능이 궁금해지는데.....엇차, 이럴 때가 아니지."

 

혼자 신나서 어느 가게에 전시된 전자기기들을 들여다보는 리츠코. 일하고 있을 때와 다르게 정장 차림도 아니고, 틀어올린 머리를 풀고 있기 때문일까, 심리적인 리미터도 조금은 느슨해진 듯 하다.

 

"저.....리츠코씨?"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에요! 자, 이쪽으로."

 

뭐가 뭔지 모르겠는 아즈사를 이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리츠코. 그동안 담당 아이돌의 마이페이스에 휘둘리다 이제 겨우 리드하게 된 덕분인지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다.

 

"어서 오세요.....어?"

 

두 여성을 향해 친절하게 인사하는 가게 주인이었지만, 아즈사가 모자에 안경을 쓰고 있어도 생김새 전부를 가릴 수는 없기에 그는 어디서 본 적 있는 얼굴인데, 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네~ 안녕하세요."

 

하지만 이럴 때일 수록 당당하게 행동해야 의심을 사지않는 법. 아즈사는 전혀 동요도 하지않고 평범하게 그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두 미인 분께서는 어느 일로 오셨으려나~"

 

"아, 그게 새로 스마트폰을 장만해야되어서요. 전에 있던 게 그만 고장나버렸지 뭐에요.”

 

".....우으.....”

 

아즈사는 딱히 그 일에 원망을 품고 있는 건 아니었다. 좀 놀라기는 했지만.그러나 고장의 원인 되는 사람으로서는 제 발이 저려오는 말이었다.

 

"아.....그렇다면 제가 선택에 도움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그래주신다면야 감사.....”

 

“아뇨, 괜찮습니다.”

 

아즈사와 달리, 딱 잘라 거절하는 리츠코였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아즈사에게 소근거리는 그녀.

 

“제가 뭘 위해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고장낸 것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아주 확실하게 골라줄테니, 부디 맡겨주세요.”

 

말을 듣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새도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리츠코. 아즈사는 우선 그녀를 믿어보기로 했다.

 

........

 

"자, 여기까지 범위를 좁혔습니다만.....이걸로 괜찮겠습니까?"

 

리츠코는 휴대폰 1개를 들어보였다. 기능, 가격, 편의성 등등 각종 고려사항을 모조리 통과한 제품이자, 아즈사에게 가장 적당하다고 그녀 나름대로 판단한 것이었다. 아즈사는 그걸 이리저리 살펴보고, 직접 들어보았다.

 

"으음......"

 

한 손 안에 가볍게 들어왔던 기존 것과는 달리, 역시 좀 크다. 새로운 물건을 쓰는 것 자체의 이질감은 어떻게 해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와 함께 들어오는 호기심이, 무엇보다도 골라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네, 괜찮네요. 이걸로 할게요."

 

"후우....."

 

남몰래 긴장하고 있던 리츠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휴대폰 골라주는 건데도 왜 이러는 걸까,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면서 리츠코는 가게의 주인을 불렀다.

 

"저기요."

 

"아, 네. 무슨 일이십니까?"

 

손님이 자기 조언 없이도 알아서 착착 고르고 있었기에 할 일 없이 카운터에 가만있었던 주인이 그 쪽으로 걸어갔다.

 

"이 기종의 색상은 어느 거가 있나요?"

 

"레드, 블루, 그린, 퍼플 이렇게 4개가 있습니다. 어느 색깔을 원하세요?"

 

"그거야 퍼......."

 

"그린, 으로 부탁드려요."

 

옆에서 들려오는 예상 외의 발언에 리츠코가 그 쪽을 돌아보았다.

 

"전에 쓰던 것, 보라색이었잖아요."

 

"네에,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린이 괜찮아보여서요."

 

아즈사가 뒤에 당신이 골라준 것이기도 하니까, 라고 덧붙이는 순간, 리츠코의 얼굴은 자기 이미지 컬러가 무색하게 새빨간 얼굴이 되고 말았다.

 

"어, 어흠! 워, 원하시다면야.....네, 그러면 그린으로 부탁드립니다."

 

눈에 띄게 당황해하면서도 어떻게든 의견의 정리를 마친 리츠코. 주인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즐겁다는 듯이 웃고는 원하는 기종을 골라서 주었다. 리츠코와 아즈사는 이 참에 아예 새로 개통까지 해버리기로 했다. 기존 것의 해지, 번호 문제, 기기값과 각종 요금에 대한 이야기가 한차례 오고간 뒤, 겨우 모든 과정을 끝마친 두 사람.

 

"저기, 잠깐만요! 제가 내기로 했지 않았나요."

 

아즈사가 언제나 느긋한 평소 모습와는 전혀 다르게 초고속으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 내버린 탓에, 리츠코는 끼어들지도 못한 체 투덜거렸다.

 

"이건 제가 쓸 거니까요."

 

"그, 그렇지만 저 때문에....."

 

"손해배상은 이미 끝났어요."

 

"네?"

 

"이렇게 좋은 걸 골라주셨잖아요. 아직은 모르는 것도 많지만,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자, 갑시다. 아즈사는 라츠코가 뭐라 할 새도 없이 손을 꼭 붙잡고 가게의 출구로 이끌었다. 처음 리츠코가 그녀를 끌고 갔을 때와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

 

'자, 이걸로 대략적인 사용 방법은 아셨겠죠.'

 

'네,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같은, 이 아니죠.....뭐, 그런 말씀을 하셔도 이미 다 아시는 것 같으니 여기서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로 장만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모든 설명 및 시연을 끝마치고 아즈사 본인의 실습 및 복습까지 확실하게 점검했던 리츠코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었다. 이걸로 조금은 안심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칠 줄을 모르고 또 생기고 말았다.

 

- 현재 전원이 꺼져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음성 사서함으로......

 

"으아아아......"

 

스마트폰은 폴더폰보다 전력 소모가 많은 탓에 배터리 소모가 빨리 된다. 그래서, 아즈사의 새 휴대폰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뻗어버렸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던 간에, 전원이 없다면 그저 얇은 금속과 플라스틱 조합의 판때기일 뿐.

 

연락이 되지않는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발생 중에 있다.

 

아즈사가......또 길을 잃었다.

 

"제발, 이번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때 그 사건의 재림이 되지 않도록 빌고 또 빌며, 리츠코는 부리나케 사무소로 달려갔다. 이미 이오리와의 연락은 끝났다. 남은 건 다시 지원군을 끌어모을 뿐이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계단으로 두다다 올라간 리츠코는 쾅, 하는 소리를 내며 거칠게 낡은 사무소의 문을 열어재꼈다.

 

"에, 뭐, 뭐야......"

 

"리츠코, 씨......?"

 

각자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던 사무소 일원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주목했다.

 

“지금 시간 비는 사람, 손.”

 

모두가 조용해진 가운데, 리츠코의 가라앉은 목소리만이 좁은 사무소 안을 울렸다. 다음에는 외장배터리를 마련해주자, 리츠코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모인 사람들 중에 손을 든 쪽을 골라냈다.

 

"미키, 오늘은 한가한데, 왜?"

 

"다른 애들은 몰라도 나야 이제 막 일이 끝났는데......갑자기 왜 그래? 뭔 일 났어?"

 

“......오케이.....그럼 가자.”

 

미키와 마코토, 두 사람의 팔을 꽉 잡은 리츠코는 그대로 사무소의 출구로 그녀들을 질질 끌었다. 갑자기 잡혀서 당황하는 두 사람. 리츠코는 자주 해서 익숙해진 말을 내뱉었다.

 

"아즈사씨가 길을 잃었어. 잡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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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끝나지 않는 고통의 굴레.......! 부숴진 휴대폰의 자료는 다행히 잘 복구해서 옮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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