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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미 씨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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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8, 2016 18:53에 작성됨.

 새파란 하늘, 뭉게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마치 솜사탕 같구만. 따스한 햇살과 산들바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평온한 나날...

 "오늘 시오미 양 사진 촬영 있는 거 아니였나요?"

 "...시라기쿠, 넌 필요없는 말이 많아."

 오디션 이후 시오미는 매일같이 사무소에 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라기쿠의 손에 끌려 온 것에 가깝다. 나는 시오미의 활동 방향에 대해 연구했고 시오미는 개조된 지하실에서 레슨을 받았다. 프로듀싱만 해 왔던 우리로써는 시오미의 레슨을 도울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시라기쿠의 지인이 우리들을 돕기로 했다. 아오키 케이라는 대학생이였다. 언니들이 모두 정식 트레이너이고 본인도 견습생이지만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시오미를 아오키에게 맡기기로 했다.

 물론 모든 것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시오미의 부모님...아니, 아버지는 시오미의 아이돌 데뷔를 강하게 반대했다. 가업을 이끌어야 할 유일한 딸을 왠 놈팡이가 채 갔다며 날 때려눕히려고까지 하셨다. 밀대란 건 머리에 맞으면 아픈 거구나.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

 하지만 시오미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호적에서 파 버리라면서 악다구를 썼다. 평소에는 여유롭게 웃기만 하는 애가 이렇게 매섭게 쏘아붙이니 놀랐다. 결국 성공해서 TV에 나오게 된다면 아이돌 활동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시오미의 프로필 촬영이 잡혔다.

 "그럼 어디 슬슬 준비해 볼까."

 "잘 됐으면 좋겠네요..."

 "...시라기쿠. 뭐가 문제냐?"

 "네? 아뇨, 저 딱히 별 문제 없는데..."

 "그래? 아까 전부터 자꾸 한숨 푹푹 쉬던데?"

 한숨 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시라기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리들 앞에서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 표정 역시 작위적이였다.

 "하하...알고 계셨네요. 사실 친척 여동생이 힘들어 해서...여기 사진이요."

 "귀엽네?"

 사진 속의 소녀는 시라기쿠와 닮아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눈가가 처져 있는 것 뿐이였다. 다만 그 처진 눈 때문에 어딘가 슬퍼 보이기도 했다.

 "그렇죠? 호타루 쨩이에요. 아이돌을 하고 있어요."

 "얘도 아이돌이야?"

 "네. 그런데 가는 기획사마다 다 도산을 해서...사실 지금 있는 기획사도 아슬아슬하거든요. 그래서..."

 과연. 기획사가 도산하면 사장뿐만 아니라 사원들 모두 실직자가 되어버린다. 소속 연예인 역시 어지간한 일은 끊겨 버리기 일쑤이다. 이적을 하려 해도 소문이 이미 퍼져 다른 기획사들이 채용을 꺼린다. 이 업계에서는 사실상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아이돌 활동을 하고 있다니...본인에겐 실례되는 말이지만 가히 역신이라 할 만하다.

 "걱정되겠지."

 "네...호타루 쨩도 마음 고생이 심하고...그냥 아이돌 활동을 포기하게 하는 게 호타루 쨩을 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걱정이 되는 건 이해한다만 본인이 원하고 있다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야. 내 생각에 지금은 동생을 믿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감사합니다. 선배랑 얘기하니까 조금 안심이 되네요."

 "뭘 이런걸로...그럼 난 시오미 데리고 방송국 다녀 온다."

 "네! 다녀오세요!"

 

...

 

 다행히 사진 촬영은 성공적이였다. 시오미는 촬영 내내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촬영 도중에 카메라맨과 컨셉에 대해 상의할 정도였다. 촬영진 사람들 역시 좋은 사람이였다. 별 볼일 없는 사무소 소속인 우리들을 깔보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줬다. 무엇보다 단 간식이 많이 나왔다.

 "이야~슈코 쨩 대단하지 않아?"

 "글쎄다. 그래도 프로듀서 하면서 너처럼 처음 있는 촬영도 긴장 안 하고 편하게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물론이지. 걱정이 많아 봤자 방해만 될 뿐이잖아. 세상 일은 어떻게든 좋게 흘러가게 되니까."

 "하하! 동감이다."

 나와 시오미는 죽이 잘 맞았다. 게으르고 낙천적인 성격이 비슷했다. 시라기쿠 몰래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고 아오키 몰래 간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어쩌면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은 처음이였을 지도 모른다.

 한창 시오미와 수다를 떨며 복도를 지나가다 다른 사진 촬영장에서 반가운 얼굴이 날 불러 세웠다.

 "하야미 아니냐?"

 "아, 토죠 선배 아니십니까?"

 토죠 마모루 프로듀서. 전에 다녔던 기획사에서 꽤 친했던 선배다. 150도 안 되는 작달만한 키에 앳된 얼굴이지만 눈매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말은 험하지만 잔정이 많은 사람이다. 토죠 선배의 얼굴을 보니 예전에 동료 프로듀서들과 함께 선배를 놀려먹던 추억이 떠올랐다.

 "여전히 정장은 어울리지 않네요."

 "시끄러워. 흐물거리는 해조류 같은 녀석이...그나저나 너도 이 쪽이 천직 같구나. 기획사에서 쫒겨났으면서도 아직 프로듀서 일을 하고."

 "우연히 좋은 동료를 만나서...아, 제 담당 아이돌인 시오미 슈코입니다. 데뷔는 아직이지만 금방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시오미 슈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토죠 마모루다. 잘 부탁하지. 뭐, 하야미가 담당이라면 금방 성공할 수 있을 거니 걱정은 안 한다만. 프로필 사진 촬영 때문에 여기 온 건가?"

 "네. 선배는요?"

 "우리 쪽도 컨셉 촬영 때문에 말이야."

 토죠 선배가 곁눈질을 한 곳에는 사진 촬영이 한창이였다. 금색 견장으로 장식된 청색 의상의 유닛이였다.

 "블루 나폴레옹. 이번에 내가 새로 맡은 유닛이다."

 "그렇습니까. 어디...멤버들 연령이 널을 뛰는...잠깐만. 저 사람 카와시마 미즈키 아닙니까?"

 유닛의 센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카와시마 미즈키,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아나운서다.

 "맞아. 아나운서 일은 때려 치우고 아이돌을 하기로 해서 말이지."

 "진심이에요? 저 사람, 28이라구요? 아이돌 데뷔하기에는 무리 아닙니까?"

 물론 카와시마 미즈키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업계는 한창 학생인 아이들도 인기를 잃는 척박한 곳인 데다가 이 나이 때는 강도 높은 레슨을 소화하기 쉽지 않다. 동년배로서 가지는 연민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리하게 이 업계에 뛰어드는 카와시마가 걱정되었다.

 "걱정 마라. 저레뵈도 열정이나 감성은 10대 소녀 못지 않으니까."

 토죠 선배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낙관적이기는 나 이상인 사람이였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다면 냉철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종종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나로는 뒤를 쫒는 것이나 가능한 사람이였다.

 "기회가 되면 그 쪽 아이돌들이랑 같은 무대에 서고 싶군 그래. 그럼 다음에 보도록 하지."

 "네. 그 때를 기대하겠습니다."

 방송국을 뒤로 하고 차에 올랐다.

 "친한 선배인가 보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배님이야. 전의 기획사 때도 곤란할 때마다 도와 주셨거든. 무색하게도 난 짤렸지만 말이야. 하하."

 "역시 연예계는 재밌는 사람들이 많네."

 "개성 강한 아이돌들이 많다지만 일반 직원들 중에도 개성파는 많으니까."

 "프로듀서처럼?"

 "당연하지."

 사무소로 돌아오니 시라기쿠가 수고했다면서 간식들을 준비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참 좋은 녀석이다.

 

...

 

 집에 돌아오니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어서 와."

 "오! 카나데냐. 오랫만이구만."

 사촌동생인 하야미 카나데다. 어렸을 때부터 친남매처럼 자란 사이였다. 물론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긴 하지만.

 "저녁은 어떻게 할까?"

 "나한테 넘겨. 손님이 일을 하면 안 되지."

 오랫만에 솜씨를 발휘할 때다. 간단하게 숙주무침과 양념돼지찜을 만들어 보았다. 의외라는 듯한 카나데의 표정이 웃겼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다행이네. 레이 오빠."

 "응? 뭐가?"

 "그냥. 여전히 즐거워 보여서."

 카나데는 미소를 보자마자 위화감을 눈치챘다. 카나데는 힘들어 하고 있다. 그건 내가 잘 안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였지만 아무래도 숙부님과 담판을 지어야겠어."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맞아죽을 각오 하고 있어.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야."

 숙부님은 엄격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였다. 흔히 말하는 꼰대 같은 성격이라는 거다. 숙모님은 유약한 성격이셔서 숙부님을 말릴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숙모님은 숙부님을 무서워 하고 계셨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바빠 숙부님 집에서 생활할 동안 우리 식구는 5명이였다. 나, 카나데, 숙모님, 숙부님, 회초리.

 "집에 들어가면 목줄이 목을 조르고 학교는 온통 적. 너 이대로 가면 정말 망가져."

 내 학창시절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몇몇 선후배들과 좋은 관계를 가졌다. 선배들은 날 자랑스러워 했고 후배들은 날 동경하고 따랐다. 문제는 그 다음이였다.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난 우등생이였다. 학업 쪽으로도, 운동 쪽으로도. 숙부님 말처럼 우수한 사람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친구가 될 줄 알았다. 그 기대를 깨부수고 나한테 돌아온 것은 시기와 분노였다. 학교 내에서 날 지칭하는 말은 '재수없는 녀석'. 말도 안 되는 소문도 늘어났다. 자연히 내 성격도 비관적으로 변해 갔다. 학교의 모두가 찌질하고 멍청한 어린애들로 느껴졌다. 학교 생활 역시 유치한 역할극처럼 보였다. 결국 성격 좋은 선배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날 떠났다. 나의 학창시절은 마음 터놓고 만날 사람 하나 없는 채로 끝났다.

 카나데는 언제부터인가 그 시절의 나처럼 변해 있었다. 시니컬하고 비관적인 성격으로. 언젠가 카나데의 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카나데는 무리 없이 학교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보이기만 했다는 게 문제다. 우연히 같은 학급 여학생들이 카나데의 흉을 보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닫힌 사회에서 우월한 존재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일시적이라 해도 그 끝은 결국 증오와 질투의 대상이 될 뿐이다.

 "...레이 오빠는 강한 사람이야. 그렇게 괴로웠는데도 결국 스스로 일어섰으니까. 그래서 오빠를 동경했어. 오빠처럼 되고 싶었어.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하지만 이제 한계인지도 몰라. 난 오빠처럼 강한 사람이 아니니까. 결국 닳고 닳아서 가루가 되어 버리겠지."

 카나데의 한 마디는 날 괴롭게 했다. 나는 카나데가 생각했던 것처럼 강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유일하게 내 옆에 있어줬던 선배,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기획사의 동료들 덕분이였다. 하지만 난 카나데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적어도 카나데를 죄고 있는 목줄을 풀어주기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카나데는 내가 생각치도 못한 말을 이어갔다.

 "저기, 오빠. 혹시 오빠는 어떤 사람이 새로운 광경을 보여 주면서 자기를 이끌어 주겠다면 믿고 따라갈 꺼야?"

 "뭐?"

 "사실 여기 오는 길에 스카우트 받았거든. 연예인 해 볼 생각 없냐고."

 솔직히 불안했다. 최근 들어 픽업 아티스트인지 뭔지 하는 사기꾼 제비놈들이 많아졌으니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 역시 그들과 별 다른 게 없어 보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땠어? 그 사람."

 "음...좀 바보같다고 해야 할까? 엄청 순수한 사람이였어. 힘들어 보인다고. 도와주고 싶다면서."

 "요즘은 그렇게 스카우트 하는 녀석도 있나...별난 놈이구만."

 "하지만 그 눈은 진심이였어. 지금 레이 오빠의 눈과 같은 눈이였어."

 "..."

 "만약 내가 그 호의에 응한다고 하면 오빠는 허락해 줄 거야?"

 무엇이 카나데를 위한 것인가. 정말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아무런 정보도 없는 사람에게 쉽게 카나데를 맡겨도 되는 건가? 순간 시오미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오미의 부모님의 얼굴이,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침에 시라기쿠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결론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한테 물어봤자 의미 없잖아?"

 "무슨 뜻일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내가 네 보호자가 될 수 있다고 해도 네 인생을 책임져줄 수는 없어. 이게 내 대답이야. 하지만 약속해. 이상한 낌새가 들면 바로 도망쳐. 내가 책임지고 지켜줄 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어쩌면 최악의, 너무나도 무책임한 대답이다. 하지만 카나데는 그 무책임한 대답을 원했던 것 같다. 굳었던 표정이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오빠다운 대답이네."

 그 후 숙부님의 집으로 갔다. 나와 카나데가 방금 있었던 일을 얘기했고 숙부님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 두들겨팼다. 계집애들 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더니 드디어 정신이 나간 거면서. 하지만 나 역시 물러갈 수는 없었다. 차라리 날 죽여버리라며 응수했다. 솔직히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다. 오히려 화만 돋왔으니까. 다행히 정말 맞아죽기 전에 숙모님이 말려 주셨다. 숙부님은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카나데가 집을 나가겠다고 하자 빨리 나가 버리라며 고함을 치셨다. 평행선으로 이어지던 싸움을 보다 못한 숙모님이 울면서 따지셨다.

 "레이라면 카나데를 잘 챙겨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애들을 믿어 주세요!"

 나중에 들어보니 그 때가 숙모님이 처음으로 숙부님께 소리질렀던 때라고 한다. 여하튼 숙부님은 당황해하다 결국 허락을 내리셨다.

 "결국 얼마 못 가 그만둘 게 뻔하니..."

 다친 상처를 소독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카나데가 날 불러세웠다.

 "고마워. 정말로..."

 "내일 허락 맡으면 그 녀석 전화번호나 알려줘."

 최근 들어 두들겨 맞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상쾌하다.

 

...

 

 "선배...정말 괜찮으세요?"

 "계단에서 구른 것 뿐이라니까."

 "하지만..."

 시라기쿠 녀석...쓸데없는 걱정이 많단 말이야. 이 정도 상처는 막대사탕 몇 개만 빨고 있어도 자연히 낫는다. 그런 의미에서 사탕을 좀 사 둬야겠다. 빈 사탕통만큼 날 힘들게 하는 것도 없다.

 "그것보다 오늘 오디션 보러 한 명 온다 하지 않았어?"

 "아, 네. 시간이...이제 올 시간인데..."

 순간 문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안녕~슈코 쨩이에요~좋은 아침...프로듀서?! 얼굴 왜 그래?"

 "좋은 아침이에요, 시오미 양."

 "좋은 아침~계단에서 굴렀다."

 "조심 좀 하지...아참! 오늘 아주 좋은 소식이 있어!"

 "오디션하러 오는 애 말이지?"

 "어떻게 알았...아, 당연한 건가? 지금 문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데리고 올게~"

 "그럼 준비하죠."

 지난번처럼 임시 의자로 오디션장을 만들고 시오미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생각치도 못했던 사람이 사무소로 들어왔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야미 카나...데...입니다..."

 "카나데 쨩? 무슨 일이야?"

 "아하하...긴장하셨나요? 너무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는...선배?"

 "..."

 그런 거였냐...그렇게 된 거였냐...

 "음? 아!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 이름이 하야미 레이였지!"

 "아! 아아! 설마?"

 "...사촌동생이다."

 

...

 

 "그런 일이 있었군요."

 "별 이상한 방식으로 스카우트하는 녀석이다 싶더니만...너다운 방식이긴 하지만..."

 "우와...카나데 쨩 아버지는 엄청 무서운 사람이네. 우리 부모님이랑은 비교가 안 돼..."

 "걱정 마라. 네 아버지가 더 힘이 세시니까. 아직도 밀대만 보면 놀란다고."

 어쩐지 안심했다. 시라기쿠라면 카나데를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 같은 사무소니까 문제가 생겨도 바로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배게영업같은 생각도 하기 싫은 일 따윈 없다는 거다.

 "카나데를 잘 부탁한다, 시라기쿠."

 "물론이죠! 반드시 하야미 양을 톱 아이돌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재밌는 사람이네. 하지만 명심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난 미련 없이 떠날 테니까."

 "야, 카나데..."

 "어머? 이렇게 하라고 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된통 당했구만... 

 "그럼 저희는 하야미 양 부모님께 인사하고 오겠습니다."

 "충고 하나 하지. 숙부님이 아랫입술을 깨무시는 걸 보면 바로 가드를 올려."

 "각오하라고. 아버지, 예전에 격투기 선수였으니까."

 "에엣?! 네, 네엣!!! 최대한 노력하게뜹니다악?!!"

 제대로 겁 먹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시라기쿠는 놀려먹기 쉬운 녀석이다. 정말 여러모로 재밌다니까.

 "너무 기합 들어갔잖아. 여유를 가지라고?"

 "시오미 넌 레슨 있지 않았나?"

 "에에~이번 한 번만 쉬자구~"

 "...아오키 양 또 울어버린다구요?"

 생각났다. 시오미가 레슨을 땡땡이 친 날, 아오키는 먼지투성이 지하실 바닥에 어린애처럼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자기가 부족해서 떠난 거라면서...언니들이 정식 트레이너랬던가? 열등감이라던가, 불안함이라던가...감정이 터진 거겠지. 그 날 우는 아오키를 달래느라 내 마카롱이 날아갔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나도 울었다.

 "으에에...다녀올게."

 시오미는 미안한 듯한 얼굴로 황급히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자,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한다. 하야미 카나데 양."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할게. 하야미 레이 씨."

 그렇게 우리들은 앞으로의 첫 걸음을 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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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데는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모습이 많이 드러났죠. 어쩌면 어두운 과거가 있거나 하진 않을까요? 호타루도 그렇게 도산과 이적을 밥먹듯이 하면 소문이 퍼질 텐데 용캐 아이돌 일을 이어가고...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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