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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15.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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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8, 2013 08:08에 작성됨.

*캐릭터 이미지가 망가집니다. 이거에 면역 없으신 분들 보지마세요.
*여기에 나오는 리카는 작품 오리지널 캐릭으로, 신데마스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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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와라 유키호-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왜냐하면 가짜라지만 나의 연인인 프로듀서씨로부터 아침부터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사무실로 출근해 먼저 와 차를 끓여 싸온 도시락을 먹으려 할 때 진동으로 해놓은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에 떠오른 이름을 보니 프로듀서여씨였다. 그것을 보고 ‘하와와’란 뜻 모를 소리를 내며 허둥거리다가 겨우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갈 수 있었다.

“여, 여보세요?”
-좋은 아침이야 유키호. 아침부터 갑자기 연락해서 폐가 된 거 아닌지 모르겠네.
“폐라니요! 아니에요!”

오히려 프로듀서에게 폐를 끼치고 싶을 정도로 내 쪽에서 연락을 하고 싶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일단 가짜라도 연인관계이니 아침인사 정도는 해야겠다 싶어서 말이야. 이런 내가 연인이라 싫겠지만……. 역시 아침부터 연락하는 건 폐였나?
“아니에요! 오히려 아침만이 아니라 매 시간마다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당황해 말하다가 너무 오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시간마다라니……. 그건 프로듀서쪽에서 힘든 일이었다. 차라리 시간마다 내가 연락을 한다고 하는 게 나았을까?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매 시간은 무리지만 최대한 자주 연락하도록 할게. 아침은 먹었어?
“아, 아침이요?”

아침식사는 차를 끓인 후 간단하게 사온 도시락을 먹으려고 해서 아직 먹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안 먹었다고 하면 프로듀서는 아침을 먹으라며 친절하게 전화를 끊어주실 거다.
싫다. 아침부터 듣는 프로듀서의 목소리를 짧게 끝낼 생각은 없었다.

“먹, 먹었어요. 든든하게 먹어뒀으니 더는 먹지 않아도 돼요!”

프로듀서의 목소리보다 날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은 없었다. 그러니 아침을 먹었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것이 식품이 아닌 프로듀서의 목소리였을 뿐이다. 

-그래? 나는 아직 인데. 이상하게 아침 먹는 건 거르게 되더라고.
“에, 그래도 괜찮아요?”
-익숙해져서 괜찮아.
“저희들 프로듀서하실 때는 아침 드셨잖아요?”
-그거야 너희들이 챙겨줄 때도 있었고, 안 먹으면 너희가 걱정해서 매번 챙겨 먹었던 거지 뭐. 
“리카씨는 안 챙겨줘요?”
-리카도 바쁘거든. 연인이지만 서로 매스컴도 주의해야하고. 그리고 오히려 내가 리카를 챙겨주는 편이야. 리카는 보기보다 아침에 약하거든.
“우…….”

내가 연인이라면 프로듀서의 아침 정도는 챙겨줬을 텐데…….
그러다 깨달았다. 현재 난 프로듀서의 연인이었다.

“프로듀서씨 지금 어디에요?”
-지금? 지금 리카 병원으로 가는 길이야.
“저희 프로덕션에서 멀어요?”
-아니, 멀지는 않아. 근데 그건 왜?
“저기, 바쁘지 않으시다면 여기에 들러주실 수 있어요? 저 765프로에 있거든요.”
-응? 상관없긴 한데. 그럼 그럴게. 그럼 765프로에서 봐.
“네, 천천히 오세요!”

난 전화를 끊고서 주먹을 꼬옥 쥐었다. 그리고 재빨리 거울을 꺼내 내 얼굴의 상태를 보았다. 아침이라 화장을 엷게 했는데 괜찮을까? 머리는 가지런하게 정돈 되어 있다. 옷은……. 평소와 같은 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지금 이 모습으로 만나도 괜찮겠지?
그 때 코토리씨가 사무실로 들어오셨다. 그래, 코토리씨에게 봐달라고 하자.

“저, 코토리씨! 지금 제 모습 어때요?”

코토리씨는 내 갑작스런 말에 살짝 의아함을 보이시다가 헤에라 하시며 귀엽게 웃으셨다.

“유키호는 평소처럼 귀여운데.”
“그게, 아니라……. 어디 이상하거나한데 없어요?”
“그런데 없는데. 갑자기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코토리씨가 이상해하며 묻자 난 치맛자락을 매만지며 우물거렸다.

“그, 그게 프로듀서씨가 오시기로 해서…….”
“프로듀서면……. 우리 측?”
“아, 아니요. P씨요…….”
“아하 아카바네씨가 오시는 구나. 근데 이런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시지?”
“그, 제가 불렀어요. 아침을 안 드셨다고 하시 길래 도시락을 드리려고…….”

부끄러워하며 그리 말하자 코토리씨는 눈을 호선으로 그리며 입을 가리시고 음흉하게 웃으셨다.

“후후, 적극적이네 유키호. 연인의 건강을 챙겨주는 거야?”
“연, 연인이라니……. 아니, 맡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이고…….”

그런 내 머리를 코토리씨가 쓱쓱 쓰다듬어 주셨다. 

“아우, 유키호 귀여워! 걱정 하지마. 유키호는 귀여우니깐. 하지만 프로듀서는 리카씨꺼니깐 뺏으면 안 돼?”
“뺏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코토리씨도 차암…….”

코토리씨는 내가 빨개진 얼굴로 소리치자 웃으시며 자신의 자리로 가시다가 갑자기 생각 난 듯 다시 밖으로 나가셨다.

“아, 난 밖에 일이 있으니 나갔다 올게. 둘이 좋은 시간 보내는 데 방해할 수도 없고 말이야.”
“코토리씨!”

코토리씨는 웃음소리를 남기며 손을 흔드시고 밖으로 나가셨다. 아우, 정말. 코토리씨도 차암…….
하지만 들뜨던 마음이 살짝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프로듀서씨는 리카씨의 연인이었지. 나도 연인이지만, 난 어디까지 그것을 숨겨주기 위한 가짜……. 우울해 지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와 한숨을 쉬고 도시락을 꺼내다가 달력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토요일이다. 

“아, 데이트!”

내일 프로듀서씨랑 데이트를 하기로 하였는데 그 이야기를 오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이트로 봐둔 곳이 있었다. 거기라면 그렇게 부담도 안 되고 연인들도 많이 찾아와 대외적으로 우리의 사이를 알리기에는 좋으니 프로듀서는 흔쾌히 받아들이실 거다.
잠시 후 프로듀서씨는 사무실로 오셨다.

“안녕 유키호. 어, 유키호 혼자뿐이야?”

프, 프로듀서씨. 슈트를 입은 프로듀서씨를 아침부터 사무실에서 보자니 예전 우리를 프로듀서 하실 때가 생각나 그리워지는 기분이었다. 순간적으로 다시 우리의 프로듀서로 돌아오신 듯 한 생각도 들었다. 

“아, 네! 그 코토리씨는 일이 있으셔서 잠시 나가셨어요.”
“그래? 근데 여기에는 왜 부른 거야?”

프로듀서씨가 묻자 난 준비한 도시락을 건넸다.

“그게, 아침을 안 드셨다해서……. 괜찮으면 이거 드세요!”
“이거 유키호가 먹으려 준비한 거 아니야?”
“네. 원래는 점심에 먹으려고 준비한 건데, 준비한 도시락이 하나더 있거든요. 근데 먹기로 한 친구가 오늘 오지 않아서…….”

사실 아침거와 점심거 두 개를 준비한거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 거짓말을 했다. 

“그렇다면 감사히 받을 게. 아, 그런데 병원에 갖고 가서 먹기에는 곤란한데…….”
“그, 그런 가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프로듀서씨가 드시지 못한다는 말에 내가 시무룩해지자 프로듀서씨는 눈으로 웃음 지으시더니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으셨다.

“그럼 여기서 먹고 갈게. 그래도 괜찮지?” 
“네, 네! 마음 껏 드시고 가세요!”

내가 큰 소리로 반기며 기뻐하자 프로듀서씨는 소리 내어 웃으셨다.

“옛날에는 자주 여기서 먹고 그랬는데. 그리움 느낌이네.”
“헤헤, 그러네요. 그 때가 그리워요.”

난 프로듀서씨의 앞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받치며 내 도시락 뚜껑을 여는 프로듀서씨의 모습을 보았다. 입가에는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이 자꾸 지어졌다.

“오, 맛있는데! 1년 전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 유키호 실력이 늘었구나.”
“그, 그야 1년이나 지났으면 당연히…….”

내가 칭찬에 쑥쓰러워 하다 사랑스럽다는 듯 프로듀서가 보시고 다시 입가로 음식으로 가져가셨다. 

“예전에는 이렇게 너희가 챙겨주기도 했었지. 그립네.”
“그러네요. 저기, 그럼 다시 저희 프로듀서가 되실 생각은 없으세요?”
“리카가 은퇴하면 그럴까 생각 중이야. 지금 있는 프로덕션에서는 잡을 지도 모르지만, 내 계약은 어디까지나 리카 개인에 한해서니깐.”
“그, 그래요. 프로듀서가 다시 저희의 프로듀서로…….”

그래 리카씨만 은퇴하시면 가능한 이야기다.
리카씨가 은퇴하신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후로는 일부러 식사에 집중하실 수 있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래도 프로듀서씨 쪽에서 간간이 말을 걸어오셔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다 먹은 프로듀서씨에게 내가 끓인 차를 대접했다.

“아, 유키호의 차. 사실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이건 많이 그리워서 혼났어. 역시 차는 유키호가 끓인게 최고인 것 같아.”
“아, 아우……. 그 정도 과찬을 하실 정도는 아니에요.”
“하하, 하지만 사실이야. 가끔 밥 먹고 나면 나도 모르게 차를 찾는데, 그 때마다 유키호가 그리워지더라고.”

나를 그리워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져 손으로 감쌌다. 그, 그렇구나. 프로듀서씨도 날 그리워 하셨구나.
……. 
리카씨만 없었더라면 그럴 일은 없었을 텐데…….
리카씨만 없었더라면 지금의 연인관계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일지도 몰랐는데.
프로듀서씨가 차를 다 드시자 난 준비한 데이트 이야기를 꺼냈다.

“아, 프로듀서씨 내일 데이트하기로 한 거 말이에요…….”



 

-키쿠치 마코토-
평소와 같은 날이다. 스케줄이 점심쯤부터 있어 다른 사무소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아침부터 765프로에 갔었다. 
평소처럼 사무소 문을 열고 힘차게 인사를 하려 했는데 이 사무소에서는 이제 들릴 리가 없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피랜드?”

그 사람의 목소리에 반갑게 다가가 인사를 하려 했지만 곧 바로 유키호의 목소리도 들렸다.

“네. 거기에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거기다 사람도 많아서 우리들의 관계를 대외적으로 알리는데 좋을 것도 같고 말이죠.”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소파에 앉아있었다. 

“뭐, 데이트는 내가 권했으니깐 당연히 원하는 곳에 데려다줄게. 오히려 가고 싶은 곳이 있는 쪽이 나도 편하고 말이야. 그럼 내일 아침에 유키호네로 데리러 갈게.”
“네, 네!”

데이트? 
지금 유키호가 프로듀서와 데이트 약속을 잡은 거야? 둘은 가짜연인이니 데이트하는 모습을 주위에 알릴 필요가 있으니 저러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마음이 답답했다.
난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신 후 마음을 다잡고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유키호도 좋은 아침.”
“하하, 마코토는 아침부터 기운차구나. 유키호가 아침을 안 먹었다니깐 이쪽으로 불러서 대접해줘서 말이야. 고마워 유키호. 도시락 맛있게 잘 먹었어. 덕분에 오늘 하루는 힘낼 수 있을 것 같아.” 

프로듀서는 유키호에게 웃으며 그리 말해주었다. 도시락? 이야기를 들어보니 프로듀서가 아침을 안 먹어서 유키호가 챙겨준 것 같다.

“그렇게 감사할 정도는 아니에요. 저도 도시락이 남으면 곤란했고……. 저기, 앞으로도 아침을 못 드시면 언제든 말해주세요. 제가 챙겨드릴게요.”

그리고 유키호는 사랑하는 소녀의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부러웠다. 평소에도 여자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은 특히나 그런 생각이 강했다. 보기에도 여성스러운 유키호는 저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프로듀서를 챙겨줄 수 있었다.

“하하, 폐가 안 된다면 다음에도 부탁하도록 해볼게. 그럼 나는 이만 리카가 입원한 병원에 가볼게. 마코토랑 간만에 보는 건데 오래 못 있네. 더 있고 싶지만, 리카가 상태가 안 좋다 해서. 미안해 마코토.”

프로듀서가 친절하게 웃으며 미안해 하셨다. 날 향한 미소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아니에요. 프로듀서는 바쁘니깐 어쩔 수 없죠. 그럼 다음에는 저랑 어울려 주세요. 조심해서 가세요!”
“그래 다음에는 마코토에게 연락하도록 할게. 그럼 유키호, 내일 봐.”
“내일 뵈요 프로듀서씨.”

프로듀서씨가 사무실을 나서며 인사를 하자 유키호는 사랑스런 미소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프로듀서가 나가자 유키호는 빈 도시락을 치우기 시작했다. 도시락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그리고 보니 이 도시락은…….

“그거 유키호 아침 아니야?”
“맞아. 하지만 프로듀서씨가 아침을 안 드셨다고 하고……. 거기다 오늘은 별로 배가 안 고팠거든.”

그러면서 유키호는 아침을 먹은 것보다도 더 어딘가 만족스러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행복해 보였다. 유키호의 손에는 리카씨로부터 빌린 은색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유키호는 그 반지를 낀 손을 소중하게 꼬옥 감싸 쥐며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 역시 유키호는 진심으로 프로듀서를…….

“유키호.”
“응?”

내가 부르자 유키호는 여전히 행복한 웃음을 머금으며 날 보았다. 그 미소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아파왔다.
그 미소를 무너트리고 싶었다.

“프로듀서의 진짜 연인은 리카씨야.”

순간 유키호의 미소는 눈에 띄게 흔들렸다. 미소는 유지했지만 더 이상 방금과 같은 행복해보이던 분위기는 사라져 있었다.

“하하, 알고 있어. 마코토도 차암.”

유키호는 장난처럼 말하며 도시락통을 치웠다.

“정말 알고 있는 거야?”

내가 다시 묻자 유키호의 움직임이 멈췄다. 고개가 숙여줘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알고 있어. 왜 마코토가 그런 말을 하는지 의도를 모르겠어.”

“그 반지, 회견장에서만 끼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이제 리카씨에게 돌려줘도 좋을 텐데.”

나도 모르게 말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지만 유지할 수 없었다. 유키호는 내가 반지를 뺏을 거라는 것처럼 반지를 낀 손가락을 숨기듯 손으로 감쌌다.

“그, 갑자기 빼면 의심 받을 지도 모르니 한 동안은 빌리고 있게.”

유키호는 태연한 척 말하려 하고 있지만 목소리에는 당황함이 역력했다. 

“내일 프로듀서와 데이트 하는 거야?”
“응. 일단 연인이라고 공식적으로 주위에 알려야하니깐…….”
“그런 이유 치고는 적극적인 것 같던데? 그 장소 유키호가 먼저 말 꺼낸 거잖아?”
“데이트는 프로듀서씨가 먼저 권하셔서 장소정도는 내가 정해야 할 것 같아서.”

달그락 거리는 도시락 치우는 소리가 거슬렸다. 

“프로듀서의 진짜 연인은 리카씨야.”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했다.

“알고 있어.”
“정말 알고 있는 거야? 너가 가짜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유키호가 소리치며 날 보았다. 유키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마코토?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유키호는 화를 내며 나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 거냐고?
왜냐하면 나도 프로듀서를 좋아하니깐. 날 여성으로 봐준 아버지이외의 처음인 남자였으니깐.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니깐.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없었다.

“난 유키호가 걱정돼서 그래. 너와 프로듀서는 가짜 가짜연인이잖아? 그럼 지금의 관계는 언젠가 끝나게 돼. 그 때, 지금처럼 진심으로 대했다가 상처받지 않을 자신 있어?”

유키호는 입술을 꽉 깨물며 날 노려보았다. 한동안 말없이 날 노려보기만 하다가 입을 떼었다.

“……가짜가 진짜가 될 수도 있어.”

짜악!
큰 소리와 함께 유키호가 소파에 넘어졌다. 난 손을 휘두르고서야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순간 유키호의 말에 이성을 잃고 유키호의 뺨을 때린 것이다. 그나마 주먹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때린 것이 다행이었다.
난 당황하며 손을 감싸 쥐다가 유키호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유키호는 놀란 얼굴로 뺨을 감싸며 날 보았다. 유키호의 입술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마코토?”
“아, 미안해. 저기, 나도 모르게……. 하지만 그런 말해서는 안 돼. 리카씨와 프로듀서에게 민폐잖아. 거기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유키호에 대한 주위 시선도 좋지 않을 거야. 그래, 그 유키호가 걱정이 되니깐……. 미안해!”

난 그렇게 횡설수설하다가 유키호에게 사과하고 그대로 사무실을 달려 나왔다. 내가 무슨 짓을! 유키호를 때리다니. 프로듀서에 대한 유키호의 마음은 알고 있었다. 유키호의 저런 행동까지는 예상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알고 있기 때문에 포기했다. 프로듀서와 같이 일을 하고 있었을 때는 내 마음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친한 친구인 유키호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포기했었다. 하지만, 유키호는 그 성격 때문에 끝까지 프로듀서에게 고백도 하지 못하다 결국 그렇게 그냥 보내고 말았다. 차라리 내가 고백을 했었다면……. 그가 떠난 날 그렇게 후회했었다. 
유키호를 때린 것은 미안했다. 동시에 뻔뻔하단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했던 주제에 이제와서…….
이제는 내 차례다. 유키호의 차례는 1년 전에 끝났다.

“내일 해피랜드라고……?”



 

-아마미 하루카-
사무실에 오자 유키호가 혼자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안녕 유키……호! 뺨이 왜 그래? 입술은 또 왜?”

인사를 하다가 유키호의 얼굴을 보고 놀라 급히 가까이 가 유키호의 얼굴을 매만졌다. 뺨이 부었고 입술이 터졌다. 거기다 눈은 많이 울었는지 엉망이었다.

“누가 때린 거야?”

당황하며 묻자 유키호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게, 마코토와 싸워서…….”
“마코토와 싸워? 어째서!”

유키호와 마코토는 사이가 좋았다. 설사 둘이 싸운다 해도 마코토가 함부로 손찌검을 할 리가 없었다.

“……모르겠어. 프로듀서씨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렴풋이 감이 잡혀왔다. 아, 그런 거구나.

“프로듀서씨와 무슨 일 있었어?”
“아침을 못 드셨다고 해서 사무실로 불러 도시락을 대접 했어. 그리고 내일 프로듀서씨랑 해피랜드에 데이트하기로 약속 잡고……. 그 이야기를 마코토에게 했더니 갑자기 나에게 화를 냈어.”

역시. 그런 문제였구나. 마코토도 프로듀서씨를 좋아했으니깐.

“그러다 다투고서 마코토에게 프로듀서씨의 진짜연인이 되고 싶다고 했더니 이렇게…….”

유키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마코토가 자신에게 화내고 폭력까지 휘둘렀다는 것이 어지간히 충격이었던 듯 쉽다. 둘은 친했으니 더욱 그렇겠지.

“내가 잘못한 걸까. 너무 이기적으로 그런 말을 했으니 마코토가 걱정하며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해.”
이거, 이용하기 좋을 지도 몰랐다.
“……마코토는 널 걱정해서 화낸 게 아니야.”

내 말에 유키호가 날 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이해할 수 없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마코토의 절친인 유키호가 제일 먼저 마코토의 감정을 알았을 테니 말이다. 

“모르겠어? 마코토는 유키호에게 질투한 거야?”
“그, 그럴 리가. 왜 마코토가 질투를?”

애써 부정하려는 유키호의 부은 뺨을 상냥하게 감싸주며 말해주었다.

“유키호, 더 이상 외면하지마. 알고 있었잖아? 마코토가 프로듀서씨를 사랑했다는 걸. 그래서 마코토도 자신도 모르게 그랬던 거야.”
“…….”

유키호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역시 유키호는 알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프로듀서씨를 좋아했기에 애써 외면했던 것이다.

“유키호, 마코토가 나쁜 건 아니야.”
“……알고 있어. 사실 나쁜 건 나였어. 마코토의 감정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유키호는 울 것처럼 말했다. 

“아니, 유키호는 나쁘지 않아. 유키호도 프로듀서씨를 좋아했던 거지?”

유키호는 말없이 시선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어. 유키호는 상냥하니깐 마코토에게 말할 수 없었겠지. 하지만 더 이상 그러는 건 서로에게 나쁘다고 생각해 나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해?”
“마코토에게 너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넌 진심으로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그리고 마코토에게도 그 마음을 솔직하게 들어봐. 친구잖아. 서로를 가장 믿는 친구니깐 그러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내 말에 유키호는 시선을 들어 나와 마주보았다. 그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 겁내고 있는 거겠지.

“유키호, 더는 겁내서는 안 돼. 서로 솔직히 말해야 화해할 수 있어.”
“……알았어.”

유키호는 결국 시선을 돌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유키호의 양 어깨를 잡아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다시 시선을 억지로 마주보게 했다.

“그리고 말하는 거야.”
“……뭐라고?”

그런 유키호에게 난 다정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포기하라고 전하는 거야. 프로듀서의 진짜 연인이 될 테니 마코토는 포기하라고, 그리 말하는 거야.”
“그런 말 할 수 없어!”

내 말에 유키호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런 유키호를 진정시키듯 살며시 끌어안아 주었다. 끌어안기 전 유키호의 눈에 비친 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니 해야돼. 이번에도 포기할 거야? 유키호가 프로듀서를 좋아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마코토 때문에 고백하길 망설였지? 유키호, 넌 친절하게도 마코토에게 기회를 많이 줬어. 그러니 이제는 욕심내도 돼. 더 이상 포기하지마. 난 유키호를 응원하니깐.”
“하지만, 하지만.”
“그럼 유키호는 프로듀서를 포기할 수 있어?”

내 질문에 유키호는 침묵했다. 그런 유키호의 등을 가만히 투닥여 주면서 위로하듯 말했다.

“유키호, 힘들었지. 마코토가 프로듀서씨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티도 못내고, 고백도 못하고. 유키호, 넌 충분히 마코토에게 많은 걸 양보했어. 이제와 욕심을 낸다고 해도 널 나쁘다고 할 사람은 없어.”
“……그래도 될까?”

유키호는 울고 있었다. 내 어깨에 얼굴을 뭍고 울고 있었다.

“그럼, 유키호는 힘냈잖아. 유키호, 힘내. 난 응원하고 있으니깐.”

유키호는 더는 말하지 못하고 그대로 울었다.
……이제 이쪽은 기다리기만 하면 라이벌이 줄어들겠지?
아하하하-




-미나세 이오리-
“해피랜드에서 데이트?”

하루카는 나와 만나자 유키호와 P가 데이트하기로 한 것을 이야기했다.

“응. 일단 가짜라도 연인이니깐 둘이 데이트하기로 했다고 하나봐.”
“헤에, 그 두 사람이?”

난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으려는 것을 억지로 웃었다. 하루카에게 들키지 않았겠지.

“그래서 말인데 이오리.”
“응?” 하루카가 웃으며 날 불렀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저렇게 웃지?
“해피랜드면 미나세가가 후원하는 곳 아니야? 그것도 큰 비중으로.” 
“응, 맞아. 지분도 상당수 갖고 있고 미나세가의 영향력이 큰 곳이야.”
“그럼 내일 이벤트를 크게 만드는 건 어때?”
“이벤트?”
“응. 이오리는 몰랐던 거야? 내일 그곳에서 커플이벤트가 있는데.”

모르고 있었다. 미나세라고 해도 난 어디까지나 아이돌 쪽에 집중하고 있었으니깐.

“몰랐어. 근데 크게 만들다니?”
“그걸 방송국과 협동해서 생방송으로 촬영하는 거야! 마침 프로듀서씨와 유키호도 거기서 데이트하니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둘의 연인 관계를 더욱 대중에게 알릴 수 있고, 유키호의 인지도도 높일 수 있고. 그러면 우리 사무소의 명성도 더욱 올라갈 거라 생각해. 거기다 MC는 이오리가 하면 딱이지 않아?”
“흐음, 글쎄.”

나에게는 그 녀석이 다른 여자와 데이트 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그런데 그걸 내가 왜 도와야하는 거지?

“하긴, 좀 그런가? 그랬다가는 리카씨 충격도 클테고…….” 

 그 때 나의 귀에 그 여자의 이름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그 여자가 P의 진짜 연인인 것을 유키호 일로 잊고 있었다.

“그 일로 프로듀서씨와 리카씨의 관계가 나빠지기라도 하면 안 좋으니깐……. 역시 그냥 놔두는 게 좋겠지?”

하루카는 처음에 밝은 표정과 달리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 여자를 걱정하는 건가? 

“흠, 흠.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유키호의 인지도를 많이 높여줄 기회야. 한번 오라버니에게 연락해볼게.”
“그래도 되겠어?”

내 말에 하루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훗. 유키호를 위해서잖아? 리카씨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리카씨보다 유키호가 우선이니깐. 내일 이벤트는 걱정하지마.”
“고마워 이오리!”

하루카는 기뻐하며 내 손을 잡았다.
유키호는 괜찮다. 어차피 많은 진도도 나가지 못할테고. 견제할 것은 어디까지나 그 여자다. 그 여자를 괴롭힐 수 있다면, 이 정도 일은 얼마든 지 해주겠어.



 

-미우라 아즈사-
헤, 내일 그런 이벤트를 하는 구나. 같은 류구코마치인 이오리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내일 그 방송을 할 때 난 마침 시간이 비니…….
후후, 아직 리카씨에게 면회를 못 가봤으니 가봐야 겠네.
나 리카씨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으니깐 사이좋게, 방송을 신청해 볼까?
리카씨의 일그러질 얼굴이 벌써 기대되네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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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 저기서 한 번 멘붕하면.... 의도치 않게 입원 기간이 길어지겠군요. 영화촬영 포기해야하나...
이제 스토리는 작가 손에서 벗어납니다. 저도 쓸때 마다 새로웠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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