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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크로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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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0, 2015 15:09에 작성됨.

"크, 크다......"

"여기가, 앞으로 사기사와 씨가 일하게 될, 346 프로덕션입니다"

프로듀서의 차를 타고 찾아온 도쿄 시부야구의 346 프로덕션. 마치 커다란 성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설들이 있는 걸까요?

"따라오시죠"

"아, 네!"

종종걸음으로 프로듀서의 뒤를 따라가 본관을 지나쳐 신관의 엘리베이터를 타, 30층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 있는 고풍스러운 문을 열면,

"아! 프로듀서짱! 어서 와!"

"오빠, 기다렸다구?! 저기저기, 뒤의 그 언니가 마지막 멤버?!"

"......엣?"

갑자기 금발의 여성 두 분이 프로듀서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한 분은 외국인분으로 피부도 새하얗고, 찰랑거리는 짧은 금발에 크고 둥근 올리브색의 사백안이 특징적인 인형 같았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금발벽안으로 염색을 한게 아니라 천연 같았습니다. 살짝 웨이브가 진 긴 머리로 얼굴 조형은 동양인에 가까운데......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이 분은 프로젝트 크로네의 마지막 멤버, 사기사와 후미카 씨입니다"

"아! 아, 안녕하세요...나, 나가노에서 온...사기사와 후미카입니다..."

몰려드는 10쌍의 눈동자. 다들 아이돌이라 그런지 예쁜 분들입니다. 다만, 그렇게라 뚫어져라 쳐다보시면...무심코 프로듀서의 등 뒤로 숨었습니다

"아하핫! 부끄러움이 많은 아가씨네! 그럼 자기소개부터 할까?"

짧은 금발의 아가씨가 프로듀서의 등 뒤로 얼굴을 빼꼼 내밀며 미소지으셨습니다

"하이~♪ 미야모토 프레데리카에요~ 마마가 프랑스 사람이고 파파가 일본인인 하프야! 그래도 나, 프랑스어는 전혀 못해. 마마도 일본에 있는 동안에 프랑스어 잊어버렸어!"

"그...그러시군요..."

웃어야 할까요? 아뇨, 여기서는 웃으면 안 되겠죠. 웃으라고 한 이야기 같지도 않고,

"안뇽안뇽 반가워~☆ 오오츠키 유이임다! 언니도 사탕 먹을래?"

막대사탕을 하나 내밀기에 일단 받기는 했습니다만...지금 먹어서는 안 되겠죠?

"하야미 카나데야. 잘 부탁해"

짧은 흑발의 소녀. 아직 앳되어 보이는 인상인데도, 어쩐지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풍깁니다

"안녕. 난 시오미 슈코야. 아이돌이 되리라곤 생각 못했는데, 친가에서 쫓겨나버려서, 어쩔 수 없네~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야. 그런고로, 잘 부탁해!"

"아, 네, 네..."

창백해 보일 정도로 흰 피부와 백금발에 가까운 머리색에 도도하고 쿨해보이는 인상이었습니다만...뭐 때문에 친가에서 쫓겨났는지 물어서는 안 되겠죠. 시오미 씨와 대화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찾았습니다

"타치바나...타치바나 아리스입니다. 타치바나라고 불러주세요"

음...이렇게 어린 아이도 같이 일을 하는 건가요? 일단 근로조건과 노동법은 잘 지키고 있는지 걱정되네요. 346은 대기업이겠지만...갑자기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Доброе утро"

"에? 러, 러시아어?! 으, 으음...Привет"

"러시아어, 할 줄 압니까?"

은발벽안에 어딜봐도 외국인처럼 생긴 아이가 러시아어로 인사를 해와 무심코 이전에 읽었던 러시아어 사전의 내용을 떠올려 대답해보았습니다. 제가 말한 내용은 좀 더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인사하던 걸로 기억하는데...좀 더 정중한 단어를 미처 꺼내지 못 한 게 아쉽습니다

"아, 조금...예전에 책을 읽은 적 있어서..."

"그렇습니까. 아, 저는 아나스타샤입니다. 러시아와 일본의 하프라서, 양쪽 말 다 가능하지만...일본어는 아직 서툴러, 이상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 아뇨. 그 정도는 괜찮은 편이라고...생각해요"

"흥-흥↘ 같은 하프인데도 이런 차이?! 프레데리카는 이걸로 놀림받으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아나스타샤가 그 말에 당황하며 사과하지만, 프레데리카 씨는 조크라며 웃어넘겼습니다. 아나스타샤는 프레데리카 씨에게 자주 휘둘릴 것 같네요

남은 세 명의 아이들은 시부야 린, 호죠 카렌, 카미야 나오로 다들 친구인 듯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상에서 의자에 앉아 등을 돌리고 있던 분이 몸을 돌리셨습니다

정장 차림에 앞머리를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 짙은 눈화장과 화려한 액세서리, 날카로운 인상 등 여성 분이시지만, 처음 본 순간, 잘 벼려진 칼날부터 떠올렸습니다

"346 프로덕션 아이돌 사업부 총괄이사 미시로다. 여기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성에 잘 어울리는 공주님이 되기를 바라지"

미시로...346을 일어로 발음하면 '미시로'라는 말이 나옵니다. 346 프로덕션 회장님의 따님분이신 걸까요. 게다가 상무에 총괄이사라는 직책으로 보면...저희들에게 있어 제일 높은 상사...

"아름다운 성에...아름다운 공주님..."

"뭔가 궁금점이라도 있는건가?"

"...?!"

저에게 시선이 쏠려 조금 흠칫 놀랐습니다. 그래도,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 지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변화의 가능성을 보고서 아이돌이 되었으니까요

"저는...아이돌이라는 일을...아직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이 없어요. 그러니까, 우선 다른 사람이, 상무님이 바라는 아이돌이 무엇인지...그것부터 알고 싶어요..."

"그런가, 질문의 의도는 이해했다"

상무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울리며 걸어오셨습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 346 프로덕션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해외에도 손을 뻗은 상태인 거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이 아이돌 부서는 신설된지 얼마 안 되었긴 하지만, 유서깊은 미시로 그룹의 이름을 쓰는데 그런 격이 떨어지는 방식은 안 된다──라는 것이 일단은 내가 생각하는 아이돌 부서의 방향성이다"

격이 떨어지는 방식은 안 된다...아이돌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일단 상무님의 방침이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따라오기 힘들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살 수 밖에 없는 말이라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상무님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어떤 일을 해왔는지는 잘 모르는 상황 속에서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런 식의 발언은...적을 많이 만들지 않을지 걱정되네요

"현재 아이돌 시장은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정상에서 군림하고 있는 765. 이전부터 업계의 여럿 곳에 손을 뻗고 입김이 큰 961. 그리고, 오로지 남성 아이돌 전문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315가 끼리끼리 작은 파이를 가지고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마치 옛 전국시대를 떠올리게 만들지"

765와 961 정도는 저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그, 765의 키사라기 치하야 씨의 노래, 저도 좋아하니까요

"다만 현재에도 과거의 전설로 남아있는 히다카 마이라는 아이돌의 영향력이 강하더군. 13세에 데뷔해서 약 3년 정도밖에 활동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아이돌 얼티메이트에서 우승도 해 봤고, 1집부터 5집까지 5연속 밀리언셀러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등 엄청난 전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 이름은 잊혀지지 않아. 가끔 깜짝 등장해 그 자리를 초토화시키고 가버리니까"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빨을 부득 갈며 상무님은 분노를 드러내셨습니다

"아이돌은 분명 모두의 동경이 되는 대상이다. 쇠락하지 않고, 영원불멸의 동경으로 남는 존재라면 분명 모두에게 찬양받으며 기억되는 것이 당연하겠지. 다만, 그런 존재가 346의 위에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바꿔버린다

"정점에서 군림하는 건 우리다. 그걸 모두에게 똑똑히 각인시켜주겠다. 이 하늘 아래에 있는 모든 것,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미시로의 색으로 물들여, 정점의 자리에서, 히다카 마이를 끌어내리겠다"

그 커다랗고 압도적인 야망에 저는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습니다

 

 

 

텐타님이 번역하신 '상무의 야망'을 참고해서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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