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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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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8, 2015 04:50에 작성됨.

야요이오리물 입니다

이오리 전용곡 フタリの記憶 을 듣고 연성한 소설입니다.

곡 특색에 맞게 수명물입니다.

 

 

 

"에..엣쵸!"

"풉! 뭐야뭐야 야요잇치, 이상한 기침소리쟝→"

"에헤헤, 내가 생각해도 조금 이상한걸지도-"

"괜찮은거야, 야요이?"

"응 그냥 단순한 재채기야아앗츄!"

"하하하"


아마도 시작은 단순한 기침이었을 것이다. 막 환절기에 접어든 터라 그럴수도 있다 싶었고 그 건강의 상징과도 같은 타카츠키 야요이였기에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야요이가? 싶은 느낌으로 조금의 위화감을 안고 시작한 하루였다. 허나 몇일 지나지 않아서 그친데다 갑작스럽게 전환되는 일들 한가운데 그대로 소소한 이야깃거리로 전환되지도 못한 채 묻혀 버린 사무소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그러나 12월, 아이돌은 물론 전 연예계가 가장 바빠지는 시기의 어느날 일은 발생했다.


부쩍 성장한 모두들과 더불어 야요이는 처음부터 굉장히 의젓한 자세로 아이돌 활동에 임하는 감이 있었기에 프로듀스 초반 내 실수로 특성이나 성격을 고려하지 못한 일거리(...고공 스턴트가 동반되는 특촬 계열의 일이라던가)를 가져왔을 때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활동을 혼자서도 곧잘 해결해 왔었고 그날의 '요리 사시스세소' 역시 녹화 방송이었기에 잠시만 얼굴을 비추고 사건 당시에는 하루카와 미키의 연극 배역 연습을 보러 간 터였다.

내가 떠난 이후 조금 열에 뜬듯한 기색으로 촬영을 재개했고 어째선지 몇번 얼빠진 태도로 몇번 테이크를 넘어갔지만 그때까지도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고 한다. 다만 녹화가 종료되고 대기실에서 마중을 오는 나를 기다리던 도중에 그대로 쓰러진 것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발견하고 바로 나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대려가서, 야요이의 부모들은 외지에 나가 있었던 터라 내가 보호자 역할을 하여 진단결과를 듣고는...


...허탈해져서 그대로 병원 대합실의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을때 날카롭지만 앳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긴 장발을 한쪽으로 쓸어내린 그 소녀를 바라본다.


"프로듀서, 방금.. 그 이야기 대체 뭐야?"

"코토리에게 들었어, 야요이가 실려가고 네가 와 있다고."

"숨길 생각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시한부? 마음의 준비를 해? 대체 무슨 소리인거야?"

"..."

"..."

"너 야요이가 쓰러지고 나서야 현장에 겨우 나타났다고 했지."

"야요이가 쓰러질때 넌 어디 있었어! 왜 자릴 비운거야! 이 무능 프로듀서!"

"그보다도, 그런 병이 있다는걸 왜 이제서야, 쓰러진 다음에야 알게 되는건데!"

"너 진짜 프로듀서가 맞는거야! 이 무능! 바보! 멍청이!"


그대로 달려들어서 내 가슴을 때리기 시작한다. 아프다.. 레슨 등으로 단련이 되었다 한들 기껏해야 중학생 소녀다.. 그럼에도 믿음에 배신당한 분노가, 친우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슬픔이 담긴 주먹이 이내 마음을 아프게 하기 시작한다..


"프로듀서라면 아이돌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게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거 아니야… 왜 그걸 이제서야 알게 되는건데.. 농담도 정말 질이 나빠... 어째서 야요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구..."


이내 무너지는 이오리를 보고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이오리의 말이 모두 옳다. 난 프로듀서 실격이었다. 길게 보았으면 겨울의 초입, 첫 위화감의 그날 야요이의 상태를 알아채고 조치를 취할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이상한 점을 몇번이나 봐왔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한참 바빠지는 일들에 치어 난 그 처음의 위화감부터 지금까지 전부 묻어버리고 야요이를 보지 않았다.


"이제 너에게 야요이를 맡길 순 없어… 미나세의 힘을 빌릴거야. 할수 있는 모든걸 해서 야요이를 지킬거야."


말도 안된다. 의학에 문외한인 나라도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말릴수 없었다. 야요이를 지키지 못한 나는 더이상 그런 이오리의 마지막 고집을 막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오리의 기억


기억이 있을 무렵부터 혼자였던 소녀와 함께 한건 토끼인형 우사짱과 때때로 신도 정도 뿐이었던 하루하루는 표현하자면 모노톤으로 이루어진 흑백 TV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어려서부터 갖춰진 통찰안은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타인들이 보고 있는게 자신이 아닌 미나세라는 이름일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빠르게 간파해낸다. 그 악의에 가까울 정도의 감정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당연히 조금도 마음을 열지 않은채 보내는 생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최고를 추구하는 오기와 함께 갖춰진 천재성으로 공부도 운동도 우수, 만능이라 불릴 정도로 해내는 생활이었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쌓은 벽에 가로막혀 진정한 우정 따위는 없고 따분한 일상이 계속될 따름이었다.

이런 톱니바퀴의 삶을 이어가서 미나세의 일원으로서 사랑도 우정도 알지 못한 채 정략결혼, 그리고 적당히 오래 살다가 죽어가겠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소회이라기엔 너무 애어른같은 태도로 더욱 지겨운 하루를 그저 반복하던 어느날 일어난 하나의 변화, 그것은 우사짱의 팔이 살짝 뜯어져버려서 난감해하며 바느질 세트를 찾으러 간 사용인용 휴게실에서 본 TV 프로였다.


반짝반짝거리고 있다.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다. 화려하고도 가련하게 꽃피우고 있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TV를 차지하고 앉은 작은 주인에게 당황하는 사용인들에게 저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아니 대답은 이미 알고 있다. 세계에 빛을 뿌리는 이들,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 아이돌이라 불리우는 이들의 모습을 난생 처음으로 본 소녀는 이내 처음 겪은 이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아름다워"

 

야요이의 기억


소녀는 항상 바빴다. 가족의 형편은 늘어난 입의 수만큼 늘 넉넉하지 못했고 그런 집안의 첫째로 태어난 그녀에게는 어찌보면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철이 들것을 강요당했다. 물론 그녀는 강한 아이였고 이내 집안의 장녀로써, 부모들의 좋은 딸로써, 동생들의 모범이 되는 누이로써 훌륭하게 행동해왔다. 아직 어린 나이에 조금은 친구들과 놀고 싶다, 조금은 예쁜 옷도 입어보고 싶다, 그런 모든 마음을 묻어둔 채로, 오늘도 활기찬 태도로 집안을 꾸려나간다. 그녀에겐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그날도 한창 바쁜 하루, 집안 청소를 마치고 마트의 할인 행사를 놓치면 계산했던 금액 내에서 저녁을 차리지 못할것이라는 위기감에 작은 다리를 부지런히 놀려 집을 나서 마트로 향한다. 그리고 이내 도착한 마트의 입구에서 보게 된 하나의 풍경. 그것은 판촉행사를 하러 나온 조금은 어색한 모습의 언니들이었다.


웃고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멜로디를 개사해 열심히 불러낸다. 조금은 과해 보일정도로 반짝반짝거리는 의상을 입고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다.


지나다니면서 비슷한 행사를 하는 경우를 몇번 본 소녀였지만 오늘의 이 광경에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은 무엇일까 조금 생각해봤지만 그 날의 저녁이 당장은 더욱 중요했고 결국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린다. 그리고 그날 밤 동생들을 전부 재운 후 다시 생각에 빠지지만 모르겠다. 무엇이 소녀에게 그렇게 깊은 감상을 남겼는지 전혀 알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마치 홀린듯이 방과후에 다시 그 마트 앞을 찾아가지만 하루짜리 판촉 행사였어서인지 어느새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채였다. 실망한 채로 돌아가려는 그때 누군가 그녀를 불러세운다.


"에? 저 말인가요? 아이돌?"

 

이오리의 첫만남의 기억


조금 더 어릴적에 한번 만난 적 있는 파파의 지인인 타카기 사장에게 입사 의사를 밝히고 몇일 후 사무소의 앞에 내린 이오리는 기가 막혔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부모의 위광을 업은 채로 달리는 고공행진은 이오리 쪽에서 절대사양이었다. 애초에 자신이 아닌 뒤의 위광만을 보고 자신의 오빠들과의 비교만을 하는 주변인들에 대한 일침과 함께 어쩐지 무시되는듯한 집안에서의 입지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가문의 덕을 보는 일은 사양이었다. 다만 타카기 사장은 어릴적의 일이었음에도 그녀에게 아이돌이 되어보지 않겠냐는 뜬금없는 모습을 보였던 기억이 남아있었기에 아직도 그 권유가 유효하냐는 질문과 긍정적인 답을 얻었기에 행한 일이다. 이것도 다 내가 슈퍼 프리티하니까 얻어낸 나의 능력인거야! 아무도 묻지 않은 물음에 대한 답을 혼자 되내인다.

그러나 이 외관은...


"폐허..?"


어째서 도쿄도 한복판에 이런 허름한 건물이 남아있을 수가 있는거지, 미스테리에 가까울 정도로 허름한 외관에 이내 한숨을 쉬고는 1층의 타루키정을 지나쳐 오른쪽의 복도로 발길을 옮긴다.


"어째서 엘리베이터마저 고장나 있는거야..."


이런 못믿음직해보이는 프로덕션의 사장과 친하게 지낸 파파의 선구안에 대해 조금, 아니 많이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어찌됐건 사무실은 한번 들어가봐야겠지.. 사실상 자신이 먼저 꺼낸거나 마찬가지인 이야기이다. 이대로 돌아가버리면 자신은 물론 미나세의 이름에도 흠집이 간다. 계단을 올라 이윽고 765 프로덕션이라는 이름이 붙은 철제 문 앞에 서서 심호흡 한번. 그리고 천천히 문 손잡이를 연다.


"으음? 생각보다는 깔끔한걸?"


외관만 보고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 이럴때도 유효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건물 전체의 허름함과는 전혀 다르게 사무실 내부는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조금 잡동사니같은게 쌓여있는 부분도 있지만 뭐 그정도야, 하면서 자기 내부에서의 사장의 신뢰도를 조금 상향조정한다. 1% 정도지만.


"앗 손님이신가요? 765프로에 어서오세요!"

"와앗! 깜짝이야.."


문여는 소리를 들은건가 사무실 한쪽에서 창문을 닦고 있던 밝은 주황빛의 웨이브진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낸 소녀가 이내 창틀에서 내려와 이오리에게 다가온다.

활기찬 소녀에게 붙들려서 앉게 된 응접실의 소파에서 받은 조금은 씁쓸한 싸구려 녹차를 손에 쥔 채로 그제서야 자기소개를 할 기회를 얻게 된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이 회사에 아이돌로써 입사하게 된 미나세 이오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반가워요. 타카츠키 야요이라고 해요. 저도 여기에 아이돌로 일하고 있어요! ..아직은 후보생이지만, 에헤헷"

 


두사람의 기억


조금은 달라진 일상, 정해진 레일 위를 달리는 모노톤의 인생이었을 나에게 색색들이 물감을 입혀준 아이돌 생활에 감사한다. 사무소의 모두들, 리츠코와 조금은 못미더운 프로듀서에 코토리와 사장. 그리고... 야요이에게.

밝은 태양처럼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안는 아이,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자기의 일을 힘내는 아이, 평소엔 그렇게나 억척스러우면서도 밤에 혼자 자는것과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조금은 어린아이같은 면도 있는 아이, 6남매의 맞이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아이... 그 모습을 나는 알고 있다.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원하는 것이 많을 나이, 뭐든지 해보고 싶을 나이였을 그녀는 그 모든것을 억누른 채 앞서나가느라 지쳐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나에게는 미소를 보여준다. 자신의 힘든 점은 끝끝내 감춰가면서 모두에게 빛을 나눠준다. 그 눈부신 모습에 구원을 얻는다, 그런 그녀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녀에게 받은 힘만큼 나 역시 그녀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늘 그렇듯이 바쁜 하루,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는 다르다. 자신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이 생활, 그 중심에는 사무소의 동료들이 있다. 프로듀서도 리츠코씨도 코토리씨도 타카기 사장님도 있다. 그리고... 이오리가 있다.

조금은 정직하지 못한 태도를 고수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상냥한 아이, 특유의 고압적인 태도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아이, 자기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상처입은 마음을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으려는 강한 아이... 그 모습을 나는 알고 있다. 상처입은 모습을 애써 감추고 혼자서 앓는다. 혼자서 울면서 삭힌다. 그녀 자신을 봐주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대로만 그녀를 재단하는 어른들 사이에 끼어 지쳐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착한 아이를 흉내낸다고 욕해도 좋아,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비난해도 좋아, 기쁜 일들을 가르쳐주고, 즐거운 일들을 가르쳐주고, 언제까지고 함께 있고 싶어.

 


그렇게 서로를 향한 눈을 뗄 수 없는 감정은 이윽고 집착으로 발전한다. 분명 큰 일이 없다면 그저 아름다운 우정으로 이름붙여져서 추억의 하나로 갈무리됐겠지. 하지만 그 불행이 있은 후에 도달한 곳은..



끔찍한 일이다.

이오리의 고집에 의해 치료라고 행해진 일들은 누구보다 밝은 미소를 지어주던 그 얼굴을 이제 헬쓱해진 채로 눈조차 뜨지 않게 만들었다. 진실을 알게 된 모두에 의해 그녀에게 몇번이고 차라리 치료를 중지하라는 말을 들었으나 이오리는 그럴수 없었다. 자신은 그저 야요이의 태양같은 따뜻함에 기댄 나머지 포기할 수 없어졌을 뿐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프로듀서를 비난할 자격이 없는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깨닫게 된다고 해서 이 최후의 희망마저 놓는다고? 말도 안돼. 포기할 순 없어. 이쪽이건 저쪽이건 자신에게 이어지는 죄를 씻을 방법이 없다면 야요이를 위해서 그 죄를 얼마든지 더 뒤집어쓰겠어.

 

조용하다.

야요이는 생각한다. 적어도 이 혼수상태에서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것 뿐이니까. 이오리가 원망스러울까? 그럴리가. 이건 자신이 자초한 일에 가깝다. 이오리와 함께 있고 싶다는 자신의 고집과 집착이 이내 그녀에게도 전염되어 버렸다. 지금의 이오리에게 있어서 자신을 놓아준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야요이는 그런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며, 그럼에도 그녀를 원망하지 않고 천천히 다가오는 마지막을 그저 조용히 기다린다. 하지만 조금, 조금 정도는 이오리와 더 말하고 싶었는데, 이젠 무리일려나-

 

이건 미친 짓이다.

야요이는 이제 아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버티고 있다. 이미 야요이의 시간은 끝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오리가 그걸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마지막 일은 무엇인가. 자신은 이미 이 둘에게 갚지 못할 큰 죄를 지었다. 이오리의 마지막 고집을 그때 막았어야 했다. 이제 이 짓까지 저지르고 나면 자신은 더이상 도덕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몸이 되겠지. 그렇지만 해야만 한다. 미친 짓이라는걸 알지만 그것만이 둘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속죄가 될태니까.

 

"이게 무슨 짓이야! 이 바보야! 너 미쳤어?"

"응.. 미쳤다고 한다면 맞는 얘기겠지, 아마도 그 처음의 순간부터 쭈욱 미쳐있었을지도 몰라."

"지금 그걸 뽑으면.. 아...안돼, 하지마! 야요이가 죽어버린다고! 안돼! 제발..."

"알고 있어, 그것 때문에 온거니까."


팍!

 

삑 삑 삑삑 삑삑삑삑─

 

 

삐──────

"..야요이...?"

"..야요이..."

"아..아아..."

───────

이내 무엇보다도 강한 통곡이 퍼져나간다.

 

야요이의 마지막 기억


이오리짱, 미안해, 하지만 이건 어쩔수가 없는 일인걸.

이런 상태라 나를 위해 애써준 것에 대해서도 고마웠다는 인사도 못하게 돼버렸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일거 같아. 마지막 순간을 느끼면서 조금은 무서웠지만.. 프로듀서와 이오리짱이 있어준 덕에 안심이 됐어. 고마워.

역시 작별인사를 하지 못하는건 조금 아쉽지만 정말로 작별인사를 할수 있게 된다면, 그땐 나도 정말 헤어지기 싫어서 아무 말도 못하게 될거 같아. 그러니 아무 말 없이 떠나가는 이 상황을 조금은 다행이라고 여기는 나도 조금은 이기적일지도. 아무도 듣지 못할 지금 나 혼자만 듣게 될 이별의 말을 남길께.

 

이오리짱, 조금 지쳤으니까, 먼저 쉬고 있을께.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있다가 나중에 다시 만나자. 안녕.

 

 


두사람의 기억


늘 그렇듯 하늘을 날고 있었어

끊임없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세계를

갖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거리는

속도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정도야

그러던 어느날 찾아냈지

완전히 지쳐 있던 너를

왜 그렇게

슬퍼질만큼 마음에 상처를 입은 거니?

꿈과 희망이 꺾여버려서

포기한 거로구나

내가 힘이 되어 줄게

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

예전의 너는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기쁜 일들로

즐거운 일들로


언제까지나 이대로 있고싶어

쭈욱 같이 있을 수 있길 바래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야

둘이서 노력한 덕분이야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이야

이제 곧 올거야

우리의 마지막 날이...

만일 내가

하늘로 돌아갈 날이 오면 어떻게 할까?

무척이나 울면서 손을 잡고서

이별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무 말없이 떠나갈게

널 만나서 정말 기뻤어

괴로울 테니 너에게 모두 돌려줄게

서로 웃었던 일도...

키스했던 일도......

언제까지나 잊지 않을게

항상 하늘위에서 지켜보고 있을게

 


후일담


면회객이 한명 찾아왔다.


"이런 곳까지 찾아와준건 고마운데 이건 대체 뭐지?"

"이 일은 단순한 의료사고였어. 뒷탈이 없도록 적당히 서류 몇장을 작성하러 왔어."

"...그냥 이 일 자체를 나 혼자한태 독박을 씌울수도 있는거 아니었어?"

"물론 나에게 불똥이 튀는건 내가 원해도 저 미나세가 그렇게 두지 않아. 그렇다면 나 역시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굴겠어."

"...무슨 바람이 분거야?"

"...속죄야. 너 좋을대로 하고 도망치려 하지마. 지금은 네가 필요하니까."


그녀는 결국 깨달았다. 프로듀서에게 모든걸 뒤집어 씌운다는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야요이에 대한 죄까지 가져가버린다는 것을. 그럴순 없었다. 당시에는, 아니 지금도 누구보다 미운 프로듀서이지만 이대로 끝내서는 안된다. 자신의 죄는 자신이 갚아야만 한다. 프로듀서는 그 죄책감마저 자신에게서 앗아가버릴 괘씸한 생각으로 혼자 짊어지려 한 모양이지만 이오리는 그 사실을 알고도 모른채 할만큼 요령좋은 아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기만을 하며 멈춰서 있는걸... 야요이가 원하지 않을태니까.


"이걸 쓰고… 끝까지 함께 가줘야겠어."

"...고마운걸, 적어도 그 모습은 보고 싶었으니까."


이후는 일사천리, 하루만에 이어진 물밑작업에 저녁에는 가석방이라는 형태로 구치소에서 빠르게 방출되어버려서 이것 또한 미나세의 힘인가 싶어 다시금 놀라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타카츠키 야요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미나세 그룹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그 장례식에는 가족과 프로덕션 관계자, 소수의 지인들로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이루어졌다.

장례식이 이어지는 중 등장한 프로듀서와 미나세 이오리에 대해서는 다들 복잡한 심정이었다. 표면적으로 그 둘은 타카츠키 야요이를 죽인 사람과 죽을 상황까지 가도록 만든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롯이 야요이를 위해서였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방향은 다를지언정 그들은 야요이를 위해 이런 일을 벌이고 결국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그 자리에 선 이들 누구도 그 둘을 비난할 수 없었다. 그 복잡한 심정을 억누르고 말을 거는 사람이 한명.


"...프로듀서씨, 오셨군요."

"..응, 적어도 여기에는 와야만 했으니까. 내가 여기 오도록 배려해주신 야요이의 부모님에게도 감사할 따름이야."

"...저흰 두사람을 원망하지 않을거에요. 그건 어디까지나 병 때문이었고 프로듀서씨는..."

"아니, 무슨 변명을 늘어놓더라도 그건.. 살인이었으니까. 그걸 내가 부정할 순 없어. 모두에게도 제대로 사죄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다시금 찾아온 봄은 아직 차갑다. 이 계절과 함께 화사하게 피어오르던 3월의 아가씨는 이젠 없다.


하지만 금방이다. 태양은 점점 고도를 높인다. 완연하게 피어오르는 5월의 아가씨가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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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글쓴이입니다. 열심히 야요이오리분을 자가충전시켜본 첫 소설입니다.

 

처음에 올린 Youtube는 쓰면서 들은 작업용 BGM입니다.

 

역시 소설 쓰는 분들은 참 대단한거 같아요..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즐겁게 감상하셨길 바랍니다. 

 

P.S. 곡에 대한 헌정소설같은 기분을 내보려고 같은 이름을 붙여봤지만 제가 보기에도 좀 낯뜨겁네요.. 명곡에 얹혀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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