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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새로운 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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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6, 2016 16:29에 작성됨.

이전편들

 

“오랜만이네요.”

 

교토에서의 힘든 출장을 겪고나서 돌아온 히이라기는 변한 것 없이, 오늘도 빵을 구웠다. 뭔가 거대한 해프닝을 맞이했지만 말이다.

 

‘뭐...분명히 거절했고...사에 양도 알았다고 했으니...’

 

솔직히 너무나도 쉽게 해결된 것이 또 마음에 걸리는 히이라기였으나, 고민해서 될 문제가 아님을 알고있는 히이라기는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오븐에서 빵을 꺼냈다. 고소한 소보루의 냄새와 바닐라의 향이 미묘하게 섞어 풍기고 있었다. 주먹보다 약간 큰 슈크림 위에 소보루가 달라붙어있는 모습은 뜨뜻하게 달구어지 바위를 연상케하고 있었다.

그 순간, 문의 벨이 가볍게 울리며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렸다. 빵집의 문이 열리면서 더운 공기가 밖으로 밀려나가자 누군가 보기에는 부담스러워 보이는 장신구들이 한차례 흔들리며 주인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역시 여기는 늘 따뜻하네, 장소라는 건 주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걸까?”

 

조곤거리지만 막힘없는 말, 난해한 문맥.

 

“어서오세요. 니노미야 양. 뭔가 찾는 거라고 있나요?”

 

“글쎄....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느리고, 외부와 격리된 고독일까...”

 

당당하게 들어온 아스카는 자리에 앉아 조금 주위를 둘러보니 블랙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커피의 황금빛을 아주 미세하게 띄고있는 검은색 커피가 아스카의 앞에 놓여 그 열기를 내뿜었다.

 

“아스카 양은 역시 뭔가 어른스럽네요.”

 

냄비에 우유를 넣고 끓이던 히이라기는 커피를 앞에 두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짓고있는 아스카에게 문득 말을 걸었다.

 

“음? 아아, 가끔 듣는 소리네. 하지만 말이야 겨우 이런 걸로 어른스럽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그저 물 한 잔을 두고 사색하는 것인데 말이야. 너도 얼마든지 할 수있는 거라고.”

 

히이라기가 미소지으며 칭찬하자 조금은 기분이 좋아진 아스카는 조금 말을 많이 꺼내었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그래도, 저는 아직 블랙커피같은 건 즐기지 않는 걸요? 저는-”

 

그리고 히이라기는 방금 전까지 휘젓던 냄비 속의 액체를 머그컵에 따라내었다. 하얀색을 미묘하게 품은 적갈색의 액체가 길-게 허공에서 한바퀴 돌아가며 아름답게 머그컵에 안착하고 있었다. 냄비에서 길게, 그리고 부드럽게 뽑혀나오는 실같은 액체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녀는 곧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코코아...!’

 

너무 달지도 않고 카카오 특유의 달지만 기분나쁘지 않을만큼 떪고 씁쓸한 향이 가게 안을 가득 메우고있었다.

 

“저나 미치루는 아직 그렇게 쓴 걸 즐기지 않아서요. 특히 미치루는 조금 걱정이기도 해요.---”

 

히이라기가 부드럽게 말을 이어나갔지만, 아스카의 귀에는 들리지않았다. 오직 히이라기의 손에 들린 머그컵만이 보였다.

 

뻘줌하게 가게에 앉아있기 뭐해서 생각없이 블랙커피를 시켜버린 과거의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그러나 히이라기가 어른스럽다고 한 말에 신이 나 한창 말을 했는데 이제와서 그걸 뒤집어버리기는 것도 내키지가 않는다...!

 

“~그래서 말이죠. 매일 그렇게 먹는 모습도 좋고 솔직히 그런 걱정도 다 잊혀질 만큼 귀엽지만, 그래서 자꾸 미소지어지지만 그래도 그렇게 먹으면 미치루 건강이~~~~”

 

그러나 히이라기는 아스카의 속내를 모르는 건지 머그컵을 테이블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가까이 다가왔다. 천천히 움직이는 적갈색 표면은 마치 아스카를 최면에 빠트리려는 유혹과도 같았다. 히이라기가 한 모금, 한 모금 코코아를 마실때마다 떠오른다. 그 코코아의 맛이! 따뜻하게 데워져 묘한 단맛도 내놓는 우유가 입안을 가득채우고 그 부드러운 풍미는 분명 가진 자의 여유와도 같은 기분을 줄 것이다. 그리고 우유의 풍미 속에서 흘러나오는 초콜릿의 향. 설탕을 마구 넣은 것 같은 단맛이 아니다. 우유의 풍미를 해치지않고 그 위에 살며시 얹어진 듯한 초콜릿 향은 먹는 이의 마음을 고양시킬 것이고 넘어가면서 느껴지는 약간의 씁쓸함은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할 것이다....!

 

‘하아...’

 

그리고 결국 아스카는 입을 열었다.

 

“히이라기...씨?”

 

“예?”

 

사람좋은 미소가 아스카를 반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같은 순진한 미소. 어쩌면 히이라기는 말하면 그저 말없이 미소짓고 코코아를 줄지도 모른다.

 

“저...”

 

코코아를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기 있는 시럽 좀 주지않겠어?”

 

“아, 여기요.”

 

아스카는 끝내 사소한 반항으로 마무리짓고말았다.

 

‘크윽...!’

 

아스카는 남몰래 주먹을 쥐면서 그 분함을 속을 삭일 수 밖에 없었다.

 

‘코코아...!’

 

그러던 와중, 히이라기는 정말 의외의, 누구도 생각치 않던 말을 꺼냈다.

 

“아, 그러고보니 니노미야 양. 방금 나온 슈크림 한 번 드셔보실래요? 제가 드리는 거니까요.”

 

“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조금 나오려는 순간, 그녀는 고개를 들고 눈을 크게 떳다. 그러고보니 아스카가 한창 사색에 빠져있을 무렵, 히이라기는 카운터 밖으로 나와서 한창 빵을 진열하고 있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옮기던 그것, 마치 톡하고 터질 것 같은 주머니...

 

“슈크림?!”

 

“아...실례였나요?”

 

“.....네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실례겠지. 응.”

 

미시로에서 단련된 놀라운 순발력으로 그녀는 포커페이스를 회복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히이라기의 슈크림을 건네받았다.

 

‘코코아는 아니지만 이건 분명히...!’

 

비록 코코아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는 히이라기의 슈크림. 그것을 먹을 기회에 기뻐하는 마음을 숨기고 아스카는 남들과는 다른 속도로 슈크림을 앞에 두고 천천히 손에 쥐어 올렸다. 슈크림의 빵에서는 짙거나 깊은 냄새가 나지 않고 바삭하게 구워져 미묘하게 단내가 섞인 고소한 냄새가 올라온다.
주먹보다도 큰 슈, 손에 부스러기가 조금 묻는다.
바위같이 단단해 보이지만 손에 힘을 조금 주니 그대로 약간 찌그러지려는 듯 눌린다. 윗부분 소보루 장식이 없는 부분에 칼을 넣으니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대로 들어간다. 마치 천주머니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감촉을 느끼며 조심조심 칼을 움직여 반으로 쪼갠다. 황색이 도는 슈크림이 치즈라도 되는 양 양 옆으로 길게 늘어져 끊어질 기세도 없이 늘어난다. 한 입 베어물자, 이빨에서는 바삭한 쿠키의 식감이 느껴지고 혀 끝에서는 부드러운 크림이 느껴진다. 입으로 들어가자 크림의 바닐라 향이 입을 채워 코로 들어온다. 입을 움직이자 크림은 거세게 요동치며 마치 파도를 일으키는 것 같다. 그 요동에 크림은 혀와 입천장을 모두 만나 자극하고 약간 거친 빵에도 크림이 녹아들어간다. 순식간에 크림으로 뒤덮혀 바닐라 향과 부드러운 달콤함이 입 안을 한 가득 채운다. 그리고는 씹어볼 새도 없이 크림은 어느새 목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마치 따스하게 뎁힌 우유에 설탕을 조금 타먹는 듯한 목넘김이다. 우유가 들어간 홍차 한 잔이 연상되는 달달함과 부드러움을 느끼고 입 안에는 바닐라 향이 아직도 남아 크림의 여운을 전하고 크림에 녹아 버리기에는 조금 두껍고 바삭했던 쿠키가 씹힌다. 얕은 밀가루빵이 크림을 절묘하게 머금고 기분좋은 쫄깃함과 바닐라 향을 선사한다. 그 뒤에 바사삭-바사삭- 소리가 입에서 볼을 타고 올라가 귓가에 맴돌고, 고소한 쿠키가 느껴진다. 크림빵에서 느껴질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아몬드나 땅콩이 조금 들어간 듯한 고소함과 바삭함이다. 귓가에서 들리는 소리와 씹을 수록 배어나오는 아몬드와 땅콩의 달콤함이 점점 씹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씹을 때마다 시나브로 목에는 전혀 부담이 없이 넘어가버리고 만다. 텅 빈 입 안에는 한창 자극된 목과 혀가 침을 내놓고, 달달한 바닐라 향이 슬그머니 올라는 듯하다. 입술에 남은 크림을 혀로 슬며시 닦아내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맛있네.”

 

놀라는 표정이 새나갈까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아스카는 중얼거렸다. 약간 커지는 눈과 볼에 올라오는 홍조는 가릴 수 없었지만.

 

“아, 니노미야 양의 입에 맞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히이라기는 한껏 기뻐하면서도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아스카는 슈크림을 먹다가 문득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미치루는 언제나 이런 걸 먹는 걸까나...부럽네”

 

히이라기는 짐짓 모른 척, 가만히 앉아있었다. 별로 크게 알은 체 할 만 이야기는 아닐테니까. 아스카는 어느새 히이라기는 안중에도 없이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혼자 사색한다고 착각한 채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때때로 무겁고, 자존심이란 건 힘드네. 날 이렇게 속여야하다니...”

 

“......"

 

히이라기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자연스럽게 아스카랑 상관없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그래도 미치루가 대견해요. 남들에게 지적받고 자기가 꿈꾸던 일이 막혀도 기죽지도 않으니까요. 자신이 부끄럽다든가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자신에 대해 언제나 당당해서...”

 

히이라기는 팔을 잠시 아스카 쪽으로 밀었다가 말을 이었다.

 

“아스카 양도 분명 그러겠죠?”

 

“에?”

 

“그런 캐릭터성, 아니 자아정체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니까요. 타인에게 눌리지않고 자기자신에 대해 당당한 것도 어른의 특권이잖아요.”

 

아스카가 왠지모르게 가슴이 찔리는 감각을 받는 동안, 히이라기는 시계를 슬쩍보더니 할 일이 있다며 휠체어를 뒤로 빼기 시작했다.

 

“미치루보다도 어린 니노미야 양은 지금도 그렇게 어른스러운 모습이니까, 앞으로는 더 멋진 어른이 될 수있겠죠.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그럼 전 잠시 할 일이 있어서요. 남은 식사 달콤하게 즐겨주세요.”

 

툭-

 

아스카의 팔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닿았다. 그녀의 옆에는 아직도 더운 김을 내뿜고 있는, 막 담아낸 코코아가 다소곳하게 놓여있었다. 언제 놓여있었나 생각하는 것도 잠시 아스카는 한 가지 깨닫고는 중얼거렸다. 조금은 들리라는 듯이.

 

“어른은 영악하게 친절하구나...”

 

다음날부터 아스카가 오오하라 베이커리의 디저트를 섭렵하기 시작했다는 건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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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슈크림 드세요 슈크림. 코스X코 사랑해요. 근데 티라미슈는....생크림초콜릿 케잌가지고 속이지마시지

 

재개장-

 

오늘 빨리 자야하니 그냥 지금 올려버립니다.

 

아스카....힘들다고 투덜대면 왜 자꾸 쓰고있는가

 

아스카: 14살, 미치루: 15살

 

한줄요약: 아스카를 씹고뜯고맛보고 즐긴 히이라기

 

히이라기 관련 이야기: [1년에 3~5번 정도는 개인별장에서 쉬다온다고 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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