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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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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31, 2016 14:50에 작성됨.


이 마계에는 가끔 익인(翼人)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날개가 달린 이 종족은, 새하얀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종족이다. 그 신비한 모습에 먼 옛날에는 익인을 신의 종족이라고 불렀던 때가 있었다. 그 아름다운 종족은 하늘을 지배하는 강인한 전사로서 … (후략)

 

 

 

 

 

난감한 표정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이를 마주 바라보고 있는 하루카를, 마코토는 황당하다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지금 뭐하는거지?
없어져서 한참 찾고 있었더니.
그렇게 생각하면서, 잠시 관찰한다.

 

하루카는 잠시 난감한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면 그 눈동자의 주인은 그녀를 따라간다. 뒤를 돌아본 하루카는 그 모습에 당황했다가, 조금 더 빨리 발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졸졸졸 따라간다. 뒤를 돌아봤다가 그래도 쫓아오는 눈동자에 더더욱 당황한 하루카는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그에 조금 벅찬 듯 하면서도 그 눈동자는 꾸준히 그녀를 따라갔다. 그 눈동자의 시선에 져버린 듯, 멈춰서 돌아본 하루카는 더더욱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머뭇거리다가─ 다시 반복한다.

 

어디까지 갈 생각이야?
...안된다. 저대로 놔두면, 저 짓거릴 계속 할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쉰 마코토는 하루카의 시야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뭐하는거야?"
"봐이?! 마, 마코토!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무슨 일?"


그제야 마코토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렇게 묻는 하루카의 말에 마코토의 눈동자가 싸늘한 냉기를 띄었다. 그 말은 갑작스레 집무 중에 없어졌다고 연락이 와서, 마족들의 재상인 자신이 마을을 온통 뒤집어 놓게 만들곤 이런 숲에서 저런 것과 사이좋게(라고 할 순 없겠지만) 저런 바보같은 짓이나 하고 있던 사람이 할 말이 아니란 말이다.
마코토의 그 생각을 눈빛만으로 느낀 하루카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마코토는 입꼬리만을 올려 웃었다.


"천천히 이야기할까?"
"...아, 아니... 잘못했어, 살려주세요!!!"


마코토의 싸늘한 미소에 하루카는 황급히 사과했다.
그래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자각하고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쉰 마코토는, 아까부터 하루카만을 바라보고 있는 갈색 눈동자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것을 가만히 보던 그녀는─


덥썩, 그 '것'의 작은 날개를 한 손으로 붙잡았다.


"피?!"


상당한 고음의 울음소리(외에 다른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 지 마코토은 잘 몰랐다)와 함께 날개를 붙잡히자 바둥바둥 거리는 그 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어떻게든 마코토의 손에서 빠져나갈려고 바둥바둥 거리는 그 것과, 놓치지 않고 꽉 날개를 붙잡고 있는 마코토를 번갈아 보던 하루카는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곤 당황했다.


"마, 마코토, 그러지 마! 아파하잖아!! 놓아줘 얼른!"
"...이거 어디서 데려온거야?"
"피, 피잇! 피─"


놓아주라는 말도 듣지 않고 날개를 붙잡은 채 그렇게 묻는 마코토에 하루카는 할 말을 잃었다. 이래서야 평소에 그녀가 자신보고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라'라고 말하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 자기 자신도 듣지 않으면서!
하루카가 그렇게 속으로만 화를 내고 있는 사이에도, 그 것은 마코토의 손에서 빠져나올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날개를 붙잡은 손을 그 작은 손으로 긁기도 하고, 버둥거리며 발로 손목을 차기도 하지만 마코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것은 한 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으니까.
손톱 크기만한 손으로 긁고 때려봤자, 아프지도 않은 건 당연하다.


"...어디서 주워왔냐니까, 이거."
"으, 응? 아, 그게.. 이 숲에 잠시 들어갔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서 가보니... 아니, 그보다 마코토! 그만 놓아주라니까!!"


남에게 하라고 하는 일은 자신이 하지 않는 모범적이지 못한 마코토의 태도에 멍하니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던 하루카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을 붙잡아 그 것의 날개에서 떼어냈다. 피, 하는 한숨을 내쉰 그 것은 황급히 하루카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코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엔 또 어디서 저렇게 골치아픈 걸 줏어온거냐.

그렇게 마코토가 머릿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리 없는 하루카는 자신의 어깨에서 옷깃을 꼭 붙잡은 채 마코토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그 것을 보고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소리가 났던 수풀 속에 있었어. 날개가 달린 사람은 처음 봐서 놀랬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성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계속 쫓아와서 곤란했던 참이거든."
"..... 내가 공부하랬지."
"응?"


하루카의 중얼거림에 마코토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마코토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리 없는 하루카는 오히려 무슨 소리냐는 듯 마코토을 돌아보았다.
어렸을 때 수업 시간에 뭐한거냐. 그렇게 생각하며 마코토는 한숨을 섞어 말했다.


"익인(翼人)이잖아."
"...익인?"


그 말에, 하루카는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그 것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그 것을 뚫어져라 관찰한다. 푸른 머리카락, 갈색 눈동자, 통통한 볼살, 뽀얀 피부, 아직은 어리고, 한참은 작은 그 몸의 등엔 작고 푸른 날개가 돋아나 있다.


...날개?


"...아, 그렇구나! 익인은 막 태어났을 땐 이렇게 작다고 했었던 기억이 있어!"
"......상식이거든?"


뒤늦게서야 깨닫고 그렇게 외치는 하루카의 말에 마코토가 핀잔을 던졌다. 그 핀잔에 뭐라 반박할 수 없어, 그저 웃기만 하는 하루카를 본 마코토는 시선을 하루카의 어깨 위에 있는 익인으로 돌렸다.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날개깃. 비행을 아직은 힘들어하는 것 같다. 거기다가 머리카락도 약간은 젖어있다. 거기다가 방금 전 봤었을 땐─


"성별 분화도 아직 안된 걸 봐선, 이제 막 태어난 녀석인가본데."
"아, 그러고 보니 주변에 뭔가 껍질같은 게 떨어져 있었어!"
"...진작 말해줘 그런건."


때려줄까. 진지하게 그렇게 고민하는 마코토의 생각을 알 리 없는 하루카는 싱긋 웃었다가 그 익인이 자신의 옷깃을 꽉 붙잡고 놓치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곤 다시 난처한 얼굴로 돌아왔다. 손톱만큼 작은 그 손으로 아무리 꽉 붙잡아봤자 금방 떼어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작은 손으로 옷에 주름이 갈 정도로 꽉 붙잡고 있으면, 애처롭다. 그래서 떼어낼 수 없다. 그 사실에 난감한 표정으로 익인을 바라보던 하루카는 마코토를 돌아보곤 말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따라오는거야?"
"알에서 깨고서 널 처음봤나보지."
"...?"
"...널 자신의 엄마라고 생각한다고! 한 번 말하면 즉각즉각 알아들어라!!"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하루카의 모습에, 얼마 안되는 마코토의 인내심이 뚝 하고 끊어졌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며 그렇게 외치자 본능적으로 마코토에게서 후다다닥 멀어졌던 하루카는 곧 마코토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꼭 붙잡고 있는 푸른 머리칼의 익인을 바라본다.


물기가 어린 듯한 눈동자가 마주 돌아온다.


"으~곤란하네. 그럼 이 아이의 진짜 엄마는 어디에 있는거지?"
"...어렸을 때 수업시간에 잠만 잔 건 아니지?"


재빠르게 그 검은 눈동자의 시선을 피하며 하루카가 중얼거린 말에, 마코토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어 마코토를 바라보자, 마코토는 한숨을 푹 내쉬곤 말했다.


"그 녀석, 태어나기도 전에 버려진거야."
"뭐? 어째서?!"
"...푸른 날개잖아. 익인들의 날개는 열이면 열에 하얀색이지. 하얀 날개를 가지지 못하고 태어난 자손은 무조건 버려. 흉조니까. 거기다가 그 녀석은 날개 뿐만이 아니라 머리카락까지 푸른 색인걸 봐선, 알 껍질까지 푸른색이었을거야. 아마 알을 돌보지도 않고 버렸을 텐데, 용케도 태어났는걸."
"...그럼... 이 아이의 부모는..."
"없다고 봐도 좋아."


그 말에 하루카는 자신의 옷깃을 꽉 붙잡은 채 놓지 않고 있는 익인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꽉 붙잡고 있는지, 손이 새하얗게 질려있다. 그 모습을 보던 하루카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어놓지 않은 채로 물었다.


"마코토, 그러면 이 아이를 이대로 버려두고 가면...?"
"죽어."
"...살아남을 확률은?"
"0%."
"어, 어째서?!"


단언하는 그 말에, 하루카는 당황해 돌아보았다. 0.1%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매사에 정확한 마코토라면 약간의 확률이라도 있는 일이라면 그렇게 단언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코토는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갓 태어난 익인은 정말로 약해. 면역력도 거의 없기 때문에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고. 그 녀석의 경우엔 모유로부터 필요한 면역성을 얻지 못할테니 더 그렇겠지? 그리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그렇게 작은 게 동물한테 안 먹힐 거라고 생각해?"
"...잡아... 먹는건가?"
"익인의 알이나 갓 태어난 익인은 육식 동물들에겐 꽤나 인기있는 사냥감이라던데... 갓 태어난 것 까진 아니더라도, 익인의 알은 하루카도 먹어 봤을텐데?"


그 냉담한 말에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익인의 알은 식용으로 사용된다.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
가만히 시선을 내려, 그 갈색 눈동자를 바라본다. 투명하고 맑은,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 어딘가 물기가 어려있는 듯한 그 눈동자를 보던 하루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치하야...쨩,이라고 할까."
"...뭐?"


갑작스레 내뱉은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 돌아본다. 하루카는 빙그레 웃으며 손가락으로(너무 작아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 익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피, 하는 작은 목소리와 함께,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꼭 옷깃을 붙잡고 있던 손에서 약간 힘이 빠진 듯 핏기가 살며시 돌았다. 그 모습에 여전히 미소지은 채로 하루카는 마코토를 돌아보곤 말했다.


"이름말야, 이름. 치하야쨩이라고 부를거야"
"데려가겠다는거야?"
"버려둘 순 없잖아. 마코토가 안된다고 단언한 일은 되는 게 없으니까. 여기에 버려두고 가면, 반드시 죽는다는 거잖아? 그런 건 싫어. 하루카씨가 돌보면 될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꼭 붙잡는 그 작은 손을 보며 웃는다. 그런 그녀를 보며 골치아프단 표정을 지은 채 마코토는 중얼거렸다.


"나 참... 왜 하필 이색의 날개인 익인을 고르는거야?"
"자아, 이제부터 네 이름은 치하야,야. 알겠지, 치하야쨩?"


하지만 그런 중얼거림은 듣지도 못했는듯, 그 작은 생명을 바라보며 하루카는 상냥하게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녀를 보던 마코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되면 저걸 어떻게 궁 안으로 들이는지 고민해야하나.
그렇게 생각하며 마코토는 하루카를 노려보곤 말했다.


"됐으니까 얼른 성으로 돌아가지 못해?"
"...우, 우아! 알았으니까 그렇게 화내지 마!"


손 위에 올렸던 치하야를 다시 어깨 위에 올린 하루카는 황급히 마코토의 시선을 느끼며 성이 있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한참을 하루카를 노려보던 마코토는 한숨을 푹 내쉬곤 그녀를 따라 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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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올린 장편이었던 '같은 마음'의 평행세계 '~`?
그쪽이랑 비교하자면 여기는 인간이랑 딱히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까요<

 

..765에 제가 아는 '새'는 둘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코토리씨를 쓰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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