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안키라 「데레스테 커뮤를 봤다.」

댓글: 12 / 조회: 773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08-25, 2016 01:13에 작성됨.

 

「방금 데레스테 커뮤(10~11화) 보고 쓰는 글」


1.


 너저분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지도. 훌륭하게 밤낮을 바꿔 보낸 주말, 문득 방 안을 훑어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방 구석에 들어오는 사람,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명 전부 너저분하다는 소리를 할 것 같다. 심하게 잔소리를 할 지도 모른다. 고등학생이나 되어서 방 정리 하나도 못 하냐고, 어지르기만 하면 좋은 어른이 못 된다고.
 글쎄, 안즈는 이미 좋은 어른이 되기에도 글렀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마찬가지로 정리라는 단어도 머리 속에서 지워 버린 지 오래다. 그도 그런 게, 밤낮이 바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어느샌가 머리도 지끈지끈 아파 오고, 밤새 게임기를 붙잡고 보스 레이드를 뛰느라 손가락도 아프고, 물기 없이 건조해진 눈은 기계처럼 꿈뻑거리는데, 거기에 하얗게 점멸하는 화면의 섬광이 눈을 찔러 오기도 해서 도저히, 도저히 안즈는 방 청소를 할 기력이 나지 않는다. 가려 놓은 커튼 사이로 햇빛이 아침이야, 아침, 성실한 사람은 이제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학교 갈 준비해야지? 하고 상냥하게 말을 걸 쯤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꿈의 나라에서 꿈에 그리던 아이돌 생활을 마치고, 음반도 두 세 개 정도 낸 다음에 인세를 받아 먹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렇다고 안즈가 정리라는 개념을 모르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사전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필요 없고, 내가 안 하면 누가 대신해주는 일.
 혼자 살게 된 이유도 이런 생활을 고쳐 보라는 취지에서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사람은 한 순간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안즈는 꿈의 나라에서 인세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 더더욱 부모님의 말을 들을 여유가 없다. 적당히 자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뒹굴거리고, 많이 놀고 싶다. 그래서 안즈의 사전에는 정리라는 표현은 오로지 개념으로만 존재한다.
너저분한 방은 둘째 치고, 주말이 끝나간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지금 뜨는 해는 아주 사악한 녀석이 틀림없다. 분명 보스 레이드에서 안즈의 캐릭터를 내동댕이 쳐버린 그 녀석 마냥 아주 악독한 놈일 것이다. 일요일의 태양은 아주 상냥한 녀석이었는데, 변신이 빠르다. 네가 야누스야? 아니면 파워OO저냐고!
 아, 모르겠다. 일단 자야겠다. 피곤해서 아무 생각 하기도 싫다. 오히려 작업을 정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동차에는 브레이크가 있으면서 생각에는 브레이크가 없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남들에게 보려 주려고 좋은 자동차를 샀으면서 정작 본인은 누더기를 입고 다니는 밑 층 아저씨 같다. 안즈는 이제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고! 생각하기를 포기한다! 이제 자야 할 시간이야. 사악한 햇빛이 안즈를 괴롭히기 전에 어서 꿈의 아이돌 인세 나라로 가야겠어. 그만……….


-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띵동!」
그거 참, 성격 급한 놈이네…… 음냐…

 「안즈쨩! ……집에 있는… 안다…☆ 」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목소리……

 「안즈쨩도 참, 아직까지 자고 있는 거야? ……그럼, 키라링! 무단침입, 하겠습니다니! 」
그만 둬, 바보!

 「……………헉! 」

 「앗, 제대로 깨어 있었잖아! 오늘의 키라링 어택으으으은, 아쉽게도오! 실패입니다! 」

 그랬지. 이 녀석, 우리 집 열쇠는 당연 하는 듯이 들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도 역시 아무 생각 없었음이 분명했다. 귀찮아서 그랬겠지. 애초에 우리 집에 자주 오는 사람은 키라리 한 명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하도 칭얼 거리길래 던져줬던 걸로 기억한다.
 키라리는 둘째 치고, 잠에서 막 깨어난 터라 머리가 울렸다. 잠들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였다. 새 나라의 새 사람인 안즈는 앞으로 두 시간 정도 더 자야지 평범한 사고 작용을 할 수가 있다. 분명 해가 떴을 때 잠들었으니까 잠든 시각은 여섯 시 정도, 거기서 오전에 일어나 버리면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졸려온다. 그건 그야말로 아주 심각한 문제로고 평상시에도 졸음을 달고 사는 데, 게임 할 때마저 졸려버리면 답이 없다. 그러니까 안즈에게는 수면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지금 이 순간 제일 필요한 것도 역시 수면을 보충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 녀석을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다. 정말, 사람 귀찮게 하는 데에 도가 튼 키라리라서 이렇게 한정된 공간에서 마주 치면 꼼짝 못 하고 잡혀나갈 수 밖에 없다. 일단 여기선 회피하도록 하자. 다시 눈을 감고 이불을 덮으면 안 보일 지도 모른다. 단순히 졸려서 나타난 환영일 지도 모른다.

 「아아아아아안즈쨩! 그러면 못 써, 응? 벌써 점심이라구! 」

 쾅, 불길한 소리가 났다. 무언가 붕 하고 날아 올 것만 같은, 아니 덮쳐 오는 그런 불길한 느낌이다. 뭐야? 뭐야, 뭐! 설마, 야누스인가? 아니면 파워OO저인가!

 「………… 」

 「흥, 진짜, 안 되겠네! 방도 이렇게 엉망으로 해 놓고, 으응?」

 쿵쿵쿵쿵쿵, 종전의 소리는 약과였다는 듯이 현관에서 이 쪽까지 순식간에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와 동시에 완벽하게 빛을 차단하고 있었던 이불이 휙 하고 걷혔다. 윽, 안즈! 산화 할 것 같다. 미세먼지가 되어버린다고! 그렇게 갑자기 빛에 노출되면 흡혈귀처럼 활활 불타서 없어져버린다고!

 「뭐야, 정말…… 귀찮게! 」

 「뭐어어어, 흥, 정말 키라리가 할 말이라구. 오늘, 우리, 야아아아악속! 잊은 거야? 」

 응? 뭔 놈의 약속?

 「응? 무슨 약속? 우리가 약속이나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야?」

 뾰로통한 표정의 키라리는 안즈가 내뱉은 말에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음, 서 있으면 키 차이가 상당하니까 아무리 안즈가 침대에 누워있다고 해도 엄청 올려다 보게 되는데 말이지. 물론 약속은 알고 있다. 방금 기억났다. 너저분한 머리 속 한 구석에 던져뒀으니 찾기 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이다. 주중 8일 휴무를 요하는 안즈의 사전에는 마찬가지로, 약속이라는 단어도 개념으로 존재하고 있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 원래 이런 건 필요한 쪽이 먼저 다가오기 마련이잖아?
 들어 올려진 이불에 손을 뻗는 순간, 홱, 커다란 손바닥이 닿았다. 그대로 양 볼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악력에, 이불을 향해 뻗은 손을 그대로 되돌려 녀석의 손바닥에 겹쳤다. 으아, 만화에서 보던 볼 꼬집고 들어 올리기(바꿔 말하면 중력을 무시한 기술!)를 당할 것만 같다.

 「으아아아아, 아프, 아프드아고오 바보, 아르아, 알아아, 안다고!」
 「안즈쨩은, 키라리가 그으으렇게 전날 신신당부 했는데니!」

 어이, 댁네 눈동자가 지금 이글이글 불타고 있거든요! 우리 집 요리는 전부 레토르트라고! 버너 같은 건 필요 없어! 있어봤자 쓰지도 않을 것, 귀찮고 불편하기만 하잖아!

 「그으으으, 그만해!」


-


 그 뒤로 실랑이 한 끝에 겨우 풀려났다. 빨갛게 부어오른 볼을 잡고 한 소리 했더니, 베시시 웃기만 한다. 그럴 수도 있지, 살다가 약속 같은 것도 잊어 먹을 수 있고 늦잠을 잘 수도 있고, 본방 일주일 전부터 레슨을 꼬박꼬박 받자는 성실한 약속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건 다 안즈가 결정하는 일이라고. 바보, 자기 무대나 신경 쓰지 어째서 그렇게 오지랖이 넓은거야.
이 녀석을 만나고 난 뒤로, 난 뒤로, 난 뒤로…… 귀찮은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얻어가는 게 많지만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있는 건 어째서 일까. 키라리와 내가 많이 달라서? 내면의 모습이 그대로 외면에 반영되는 키라리와 외면의 모습이든 내면의 모습이든 그렇게 중요시 않는 안즈의 성격이?
 뭐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충분히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인간 옆에 붙어 있어서 그런다. 안즈 같은 사람에게 붙어 있기에 키라리는 너무 아까운 존재다. 커튼으로 가릴 수 없는 햇빛이 줄곧 안즈를 비추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을 허투루 듣는 걸까. 아니면 안즈가 너무나도 불쌍해서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는 걸까. 음…… 어느 쪽이든 싫지는…… 않으니까 뭐, 상관 없으려나.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오디션 장에서 몇 마디 나눈 것으로 이렇게까지 안즈의 공간에 불쑥 들어와 버리고, 제멋대로 굴고, 귀찮게 굴면서도 그렇게 싫지는 않다는 점을 들었을 때, 안즈도 충분히 키라리만큼 이상한 지도 모른다. 아직 섣불리 단정하기는 이를 지도……


 「뭐, 이 상태로 가도 상관없겠지.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오히려 안즈의 패션은 전 세계 사람들이 본받아줬으면 하니까…… 키라리! 이제 그만 일어나.」

 「응? 아, 으으응. 안즈쨩도 참, 신경 써서 깨워줬는데, 벌이나 주고 말이지이이, 어쩔 수 없다니깐☆」

 「……꽤 아팠거든?」

 「에헤헤, 그래도, 키라리한테는 야아아아아아악간 서운한 말이었다구.」


 흥, 알까 보냐. 안즈는 수면부족이니까 건강하고 힘 쌘 키라리가 업어서 데려다 줘야 하는 거야.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