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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돌들이 이럴 리 없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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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03, 2013 02:24에 작성됨.

765프로.

소속 프로듀서 2명. 소속 사무원 1명. 아이돌 12명으로 시작한 소규모 연예기획프로덕션이다.

음식점 위층에 사무소가 있는 인원도 적고 자금도 적은 프로덕션이었지만, 최근 엄청난

기세로 치고올라오는 중이었다. 아이돌들은 무려 6명이 A랭크.

나머지도 유키호가 B랭크가 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전원 B랭크.

A랭크는커녕 B랭크 하나만 있어도 중소급 프로덕션까지는 어떻게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765프로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었다.





"흐음............"

765프로의 사장인 타카기 씨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채였다. 코토리가 타다준 녹차는 이미

식어있었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는 이제는 765프로의 치프 프로듀서로 올라선 P가 있었다.

타카기가 맨 처음 아무것도 없었을 때, 코토리와 더불어 765프로를 일으켜준 유이한 존재이자

사실상 765프로의 전력의 핵심이다. 그래서 타카기는 더욱 아쉬웠다.

"P."

"네 사장님."

"최근 프로듀싱 일을 줄이고 후배 프로듀서 양성을 했던 이유가 이거였나." 

"..........그렇습니다."

"설마 내가 고통은 함께하지만 행복을 함께할 수 없는 상관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닙니다. 사장님을 모실 수 있었던 건 제 커리어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당연하겠지."

타카기는 말을 끊었다. 자신의 앞에 선 P는 즉흥적인 결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P."

"네 사장님."

"왜 독립하고 싶어졌는지 궁금하네."

"..........맨 처음 저와 코토리, 사장님이 아무것도 없던 이 사무소를 빌렸을 때 기억하십니까?"

"그랬지."

타카기는 잠시 눈을 감았다. 이제는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최고의 아이돌들을 만들어내보자고 셋이 타루키정에서 화이팅을 했던 그 기억.

잠시 말이 없는 타카기를 대신해 P가 말을 이어갔다.

"지금 765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뭐랄까....최근 타성에 젖었달까요."

"이제는 뭐든지 쉬워지긴 했지."

"네. 어디 내놓아도 팔리는 친구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네가 갑자기 떠나는 건....아이돌 제군들에게도 타격이야."

"...........그건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흐음..............."

타카기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최근 P의 행보를 되짚어 보았을 때, 예상은 했다.

이제는 치프 프로듀서라는 이름 때문에 아이돌들을 직접 관리하지 않게 되버린다.

거기에 P는 서서히 싫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타카기의 실책이였다. 아직 현역으로 마음껏 뛰고 싶은 사자를 너무 빨리 우리에 가뒀다.

그리고 그 사자는 우리 문을 물어뜯기 시작했고. 이 순간 자신의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좋네. 독립을 허가하지. 단."

"?"

"우리 사무소 아이돌들 중 셋을 데려가는 조건이네. 물론 본인이 원한다는 조건이지만."

"! 사장님.........."

"나는 자네를 내 후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네. 그래서 이제는 프로듀서를 관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었는데. 자네는 아직 원석을 다듬는 일을 더 하고싶다는 뜻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내 망치를 빌려주겠다는 뜻이네. 아무런 기반도 없이 자네를 내보내면, 사람들이
나를 무어라고 보겠는가. [타카기는 동고동락한 프로듀서를 빈손으로 내쫓는 사장이다.]라고 보지 않겠는가?"

"그런!"

"그러니 데려가게. 너무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우리도 새로운 인재를 슬슬 발굴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니까."

"............고맙습니다 사장님. 하지만 본인 의사가 없다면...."

"그럴 일은 없을거라네. 아마도."

"감사합니다 사장님."

자리에서 일어난 P는 고개를 숙였다. 타카기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자네의 자리는 언제든지 공석이라네 P."







"프로듀서! 왜 이렇게 이야기를 오래오래 한 거예요! 일이 밀렸잖아요!"

사장실에서 빠져나오는 P에게 765의 또 다른 메인프로듀서인 리츠코가 짐짓 면박을 줬다.

오늘은 프로듀서들의 재계약일이었다. 아이돌들만 재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태프들도 당

연히 재계약을 한다. 다만 아이돌들이 랭크업을 고려해 단기로 계약한다면 스태프들은 비교적
장기로 계약한다는 것만 빼면. 리츠코와 몇몇 스태프들도 새로운 계약을 했다. 그리고 말이 좋

아 재계약이지 사실상 종신 계약이나 다름없는 P야 뭐..........

"리츠코?"

"네 프로듀서?"

"나 해고됐어."

"네에에에에에!!!!!"

순간 리츠코는 사무소가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옆에서 서류를 옮기던 코토리는 서류를

바닥에 다 떨어뜨려버렸다. 다시 정리하려면 꽤나 시간이 들 것 같다.

"프...프로듀서!!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사장님이 프로듀서를 해고한다니!!"

리츠코와 코토리는 귀를 의심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P는 이 업계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을 자격과 실력이 있다. 실제로 수많은 대형 기획사에서 P를 빼가려고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둘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사장님도 약주 한 잔 하시면 [765가 내일

당장 도산해도 P군만 있으면 그런 프로덕션은 몇 개도 세울 수 있다고!]가 입버릇이었다.

765프로에서 P는 그런 존재다.

"자세한 이야기들은 아이돌들하고 프로듀서들이 오면 이야기할께."






765프로의 모든 스케줄들은 조정되었다. 사무소 중앙에 의자 하나가 놓여지고

765프로의 모든 아이돌들과 스태프들이 빙 둘러앉았다. 그리고 심문이 시작되었다.

"하....하인!!!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아!! 765를 떠나겠다니!!"

맨 처음 말을 꺼낸 것은 765에서 참을성이 가장 부족한 아가씨 이오리였다.

부족함을 모르고 살아 말투는 조금 고압적일지 몰라도 마음 따뜻하고 착한 아가씨.

P는 입을 열었다.

765를 처음 설립했을때의 심정부터 최근의 감정까지 맨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이야기했다.

아이돌들과 스태프들은 말이 없어졌다.

"허니!!!!!!!!!!!!!"

아. 한 명만 빼고.

"?"

"잘 듣는거야! 미키는 허니가 없는 사무소 따위 오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미키는 허니를
무조건 따라가는거야! 기각같은 건 없는거야! 끄...끝까지 미키를 책임져준다고 했잖아.....이제 A랭크가 되었다고 미키를 떠난다는 건.....있을 수 없는거야!! 무조건 따라갈거야!!"

"...................."

P는 속으로 작게 웃었다. 어차피 예상했었다. 처음 사장님이 3명의 아이돌들의 이적을 허락
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미키는 리스트 제일 위에 있었다. 아직은 모든 걸 보여주지 않은 보석이기에. 그리고 한 번 이적해왔기 때문에 이적에 대한 부담감도 적으리라 생각했다.

"허니!!!!"

"왜. 그리고 프로듀서라고 불러라."

"허니이이이~~~"

그 뜻을 알아차린 미키의 표정이 밝아졌고 나머지 11명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이제 남은 자리는 두 개뿐이다.

"그럼 이제 된거야!!!"

"어이 미키. 팔짱 끼지 말라고."

"흥~"

"자. 뭐 이렇게 되었으니까 더 지원자가 없으면 미키만 이적하는 걸로...."

"자!!!!잠깐만요오....."

손을 든 사람은 의외로 최근 B랭크가 된 유키호였다. 소심하지만 의외의 고집과 근성으로

수많은 공포증, 특히 여자 아이돌에게는 치명타라고 해도 좋은 남성 공포증을 딛고 B까지 올

라온 소녀다. 하지만 고집과 근성은 일할 때 뿐이고 평소에는 거의 공기같은 존재감인데...

"저.....전 아무데도 쓰...쓸모없는 아이이지만....데려가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처음은 미약한 음성이지만 끝은 크다. 맨 첫 글자만 크게 말하고 계속 움츠러들던 때의 유키호

가 아니다. P는 웃음을 띄었지만 짐짓 냉정하게 이야기했다.

"가면 마코토나 765 사람들하고는 잘 못 만나게 될지도 몰라. 게다가 내가 남자들하고 개들만 득실대는 일을 너한테 맡길 수도 있어. 그래도 좋아?"

"조.....조....좋아요!!!!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면 할꺼예요!!!"

"좋아 유키호. 그 자세야. 자 그럼 이제...."

"프로듀서."

손이 다시 올라왔고 갸냘픈 음성이 들렸다.

키사라기 치하야.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를 딛고 올라선 보컬리스트. 고고의 가희.

그녀가 합류해준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P는 또다시 냉정한 질문을 던졌다.

"치하야."

"네?"

"넌 노래를 부르기 원하지?"

"네...물론..."

"하지만 내가 노래를 부르는 일만 받아오리라고 기대한다면 765에 남는 게 좋을 거라고 봐."

"...................."

"잘 생각해서 결정해. 상관없다면 짐을 정리하고 상관있다면 정리하지 않아도 좋아."

그리고 P는 미키와 유키호에게 눈짓을 했다.
 
눈짓의 의미를 알아챈 둘이 사물함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치하야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둘의 뒤를 따랐다.

"흐음.........뭐 이렇게 된 건가. 다들 그렇게 말없이 우는 표정 하지마. 마음 약해지잖아."

"프로듀서어!!!!!!!!! 으아앙!!!"

의외로 냉정한 표정이던 리츠코가 우는 것을 시작으로 765는 울기 시작했다.

침착하게 짐을 챙기던 셋도 자리에 주저앉아 서로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765프로는 울었다.







다음날.

"미키, 유키호, 치하야인가. 765가 타격이 크겠는데. 허허허."

"신세 많이 졌습니다."

"프로듀서....자주 만날 수 있는 거죠?"

"그래. 안정이 되면 부를께."

"하인! 잘 들어! 실패같은 거 해버리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테니까!"

"알았어 이오리. 그런데 나머지는....?"

"흥!! 다들 약해빠져서 배웅도 못하고 사무소에서 울고 있단 말이야! 너 같은 건 빨리 가버려!"

그러나 끝까지 독설로 매도하는 이오리의 눈가는 그렁그렁했다.




네!! 뿌띠마스를 봉인해버리고(..) 나타난 작가입니다.

처음에는 슬프게....끝에는 함바가로?! 그렇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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