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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M@STER]Cinderella Lady - Track_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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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6, 2015 23:59에 작성됨.

♬BGM - Natural high "I got rhythm(Piano session)"

 

나, 타카가키 카에데. 올해 22살.

 

결코 어린 나이는 아니다. 대학도 졸업했고, 나름대로 괜찮은 직장도 있으면서, 남들한테 이럭저럭 인정받을 직업 또한 갖고 있다. 누구나 오래 버티지 못해 안달하는 모델 업계에서 제법 괜찮은 평가를 얻으면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장래 또한 키우고 있다. 대단한 성공은 아닐지라도 남 보여주기 부끄럽지 않다. 남들도 인정하는 바고, 나 또한 조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헌데 이런 나이에, 이런 자리를 갖고 있으면서 갑자기 노래하고 싶다며 뛰쳐나오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야 뻔할 것이다. 저 멍청이가 배가 불렀지. 아직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그래. 한심하다며 손가락질당하는 거야 당연할 테고, 나라고 모르는 것도 아니다. 철이 덜 들었다며 핀잔도 이래저래 들을 거다. 스물둘이나 먹은 처자가 애도 아니고, 왜 그런 선택을 한 거냐. 대충 어떤 종류의 싫은 소리들이 몰려들 건지는 나 또한 예상 못한 바는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말 어쩔 수 없다.
이젠 그 꿈에서 눈을 돌린 채, 그런 것도 있었다며 쿨한 척, 분위기 있는 적 폼을 잡을 여유조차 없다.

 

"아저씨!"
"예이, 어디로 모실깝쇼?"
"하라주쿠, 346 프로덕션 본사 앞으로요! 빨리!"

 

다급한 마음에 외쳐대자 천천히 택시가 미끄러져가기 시작한다. 급한 기색을 읽은 것인지 살짝 서두른 기색도 있는 것 같지만 한 시가 급한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진다. 가빠진 숨을 씩씩 몰아쉰 채 앞좌석을 붙잡고 이를 악 문다. 어느새 코언저리에서 오락가락하던 술기운도 씻은 듯이 사라져, 오로지 두근대는 이 심장의 느낌만이 남는다.

 

'오랜만이야.'

 

이렇게 가슴 뛰어본 적이 대체 언제였더라. 며칠 전? 몇 달 전? 몇 년 전?

 

한참이나 잊고 있었던 심장의 고동이 살아난다. 그간 고목처럼 말라 죽어가던 몸에 힘이 돌아온다. 그저 꿈을 생각한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몸이 달아오르고 목울대가 울렁울렁 꿈틀거린다. 방금 전까지 들이키던 맹렬한 알코올보다 강렬하게,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만 같은 꿈의 열기가 나를 취하게 만든다.

 

‘이젠 상관없어.’

 

이젠 정말, 아무래도 좋다. 이미 되새겨버렸으니 끝난 거다. 흘러가는 야경을 바라보며 다시금 울렁거리는 속을 가다듬는다. 떨리는 심장의 고동에 턱까지 다닥다닥 떨려온다. 이를 악문 채 흘러가는 도쿄의 야경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쥔다.

 

‘정말 상관없다고.’

 

누가 나를 애라고 부르건, 철없다고 부르건 이젠 상관없다. 이미 늦어버렸다. 진작 죽어버린 줄 알았던 내 안의 불씨에, 난 다시 생명을 줘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붙어버린 불은 언제부터인가 내 안을 활활 불태우며 잊고 있던 열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절로 비명이 나올 정도로 뜨겁고 반가운 열기가 나를 몰아내어, 드디어 난 여기에 다다랐다. 숨이 막히는 열정의 불길에 휩쓸려 난 다시금 여기에 섰다. 인생의 두 갈림길. 이 거대한 선택 앞에서 나는 다시금 청춘의 마지막과 같은 상황에 서게 되었다. 뒤로 돌아볼 수는 없다. 선택은 오로지 하나. 갈 수 있는 길은 두 개.

 

꿈이냐, 아니면 현실이냐.

 

‘상관없단 말이야.’

 

현실을 선택한다면 남게 될 것은 엄청난 상처다. 이번에는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포기. 스스로 내 꿈을 꺾은 대가로 난 타오른 불길이 남겨둔 엄청난 화상자국을 품게 될 것이다. 그 대신 이 불길은 사그라지고, 아마 두 번 다시 타오르는 일은 없을 테지.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될 테고, 먼저 어른이 된 사람들은 나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며 어른이 된 나를 축하해주리라.

 

그 대신 꿈을 선택한다면 그 때부터는 내 앞길에는 아무 것도 없어진다. 안정된 미래, 현실. 그 모든 것을 거부한 대가로 나는 이제부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야 할 것이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은 험난하기 짝이 없는 꿈을 향한 여정. 그 안에서 만약 내가 쓰러진다면 아무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지 않으리라. 그렇게 절망해버린 나는 현실의 그림자에 조용히 가라앉고, 아무도 그런 나를 기억해주지 않으리라.

 

‘…그래.’

 

하지만 난 이미 선택해버렸다. 현실이 아닌 꿈을, 그 길고 어두운 터널을 선택해버렸다.

 

꿈을 접어야 어른이 된다고? 그래, 그렇게 해서 내가 당신들 같이 시시한 사람이 될 수는 있겠어. 하지만 정말, 꿈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단 말이야. 지금 물을 부어 지금 이 불길을 사그라뜨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어른이 된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시시하게 10년, 20년을 흘려보낸 나는 지난 시간들을 웃으며 회상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 내가 알고 있다. 그런 건 행복이 아니다.
전부 다 내버린 그곳에 남아있는 건 어떤 형태로든, 내가 꿈꾸던 행복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른 따윈 포기하겠어. 차라리 아이로 살겠어.
철없다며 손가락질해도 좋아. 시시하게 철든 어른이 되느니, 차라리 아이로 살아가겠어!

 

"어이쿠."

 

살짝 흔들리며 택시가 멈춘다. 퍼뜩 놀라 고개를 멈추자 앞유리 너머로 보이는 건 새빨갛게 불을 밝힌 후미등의 행렬. 저 멀리 교차로까지 꽉 들어찬 차들이 보이자 자기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게 된다.

 

어두운 차안을 밝히는 액정의 불빛. 가리키는 시간은 밤 11시 50분.
마법을 걸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10분.

 

"여기 또 막히네. 하여튼 사람들이 이 시간까지 뭐하는 짓이람."
"으으…!"
"아가씨, 어떡할까요? 저기 교차로만 돌아가면 바로 보이는데. 신호도 없으니까 뛰면 10분도 안 걸려요."

 

속 타는 내 심정을 읽은 것인지 인자하게 생긴 택시기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돌아본다. 눈빛은 고맙다만 난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재빨리 핸드백을 열어 지갑을 꺼내고, 잡히는 대로 지폐를 꺼내 앞좌석을 향해 던지듯 내민다.

 

"…죄송해요. 여기서 내릴게요."
"아가씨, 거스름돈은…."
"필요 없어요!"

 

대충 대꾸한 채 얼른 가방만 챙겨들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열대야가 후텁지근한 도쿄의 밤을 향해 밤색 단발이 흔들흔들 춤춘다. 마음만 앞서 몇 걸음 걷다가 발목의 통증을 느끼고 주저앉고 만다. 욱신거리는 고통에 절로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온다.

 

"아악!"

 

도로 한복판에서 비명과 함께 주저앉고 나서야 뭐가 문제인지 깨달았다. 하필이면 힐을 신고 올 게 뭐람. 하지만 이미 아이처럼 뛰는 심장은 해결책을 내놓은 뒤다. 머리보단 가슴으로, 이 가슴에서 다시 뛰기 시작한 열정으로 벌떡 일어나고, 신고 있던 힐을 벗어다 한 손에 움켜쥔다.

 

"가자…!"

 

퍼뜩 남 보기에 굉장한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과년한 처자가 한밤중에 멀쩡한 힐을 손에 들고 맨발로 거리를 달려가는 모습이라니. 분명 엄청나게 우스운 광경일 테지만 지금은 이럴 여유가 없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한 시라도 더 빨리 그곳으로 가야 한다. 나를 향해 걸어줄 마법이 기다리고 있는, 스테이지의 요정이 기다리고 있을 그곳을 향해 달려간다.

 

"가야, 해…!"

 

이 가슴에 꿈과 열정이 살아난 이상, 난 이제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꿈을 향해 달려가고, 달려가고, 달려 나가서, 언젠가는 손에 잡힐 그 꿈을 향해, 오로지 그 꿈을 향해…!

 

"크윽!"

 

욱신거리는 발바닥의 고통도 마다하지 않고, 다시금 달려가기 시작했다. 가빠오는 숨도 쓰라린 발바닥도, 이 가슴 속 고동을 지울 수는 없었다.

 

 

 

초조한 얼굴로 기울이던 커피도 어느새 열 잔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과도한 카페인 탓인지 긴장 탓인지 심장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두근두근 뛰고, 그렇게 마지막 커피를 들이켠 종이컵을 구겨 버린 채 본관 응접실을 나서자 여전히 파랗게 물든 도시의 공기가 자신을 반겨주고 있었다.

 

"시간이 꽤 됐군."

 

방금 전부터 나와서 담배를 태우던 노부오의 발치에도 몇 개인가의 꽁초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말은 안 하지만 그 역시 초조하기는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하지만 긴장에 찬 얼굴로는 웃어줄 여력조차 없고, 카즈키 또한 쓰디쓴 얼굴로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 뿐이었다.

 

"그보다 이 시간까지 오지 않았다는 건… 역시 마음을 정했다고 밖에는 생각 못 하겠는걸."
"이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자네도인가? 자네 성격 봐선 그걸 알면서도 기다려줄 것 같지는 않았는데."

 

어떤 의미로는 정곡이다. 쓴웃음을 흘린 카즈키가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였다.

 

"뭐,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죠. 올 거면 진작 왔지, 굳이 이 늦은 시간에 마음을 정해서 달려올 것 같지는 않고."
"그런데도 여기서 이러고 있는 이유는 뭔가? 기적이라도 바라나?"
"기적… 그러네요. 역시 기적일지도요."

 

이젠 자기도 인정해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전혀 이성적이지 못하다. 취한 듯 비실비실 웃을 때마다 입과 코에서 체념 섞인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맞아요. 어쩌면 기적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요."
"그런 거에 기댈 사람 같지는 않은데."
"그냥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타카가키 카에데한테는 말입니다."

 

딱히 말로 들은 적은 없지만, 막연하게 사람을 기대하게 되는 어떤 마력 같은 게 있었다. 타카가키 카에데에게 있는 마력, 어쩌면 꿈이라고 할 수 있는 마력.

 

굳이 그녀에게 집착하고, 그녀가 올 것이라 근거도 없는 믿음을 품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전부 그 마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자 어느새 약간 더 시간이 지났다. 현재 시간 밤 11시 52분.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릴 때까지, 8분 남았다.

 

"요정도 신데렐라의 그 매력을 알았기 때문에 마법을 걸어준 거겠죠?"
"호오. 그거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나?"
"유일한 힌트였으니 말입니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있을 리가."

 

아마 이 입사시험에 통과하게 된다면 평생을 갖고 간다는 거도 장담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한 마디였다. 멋쩍게 머리를 긁고 파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 끄트머리에 걸린 분침은 살짝 돌아가서, 마법이 풀리는 시간을 다시 한 번 알려준다.

 

현재 시간, 밤 11시 53분.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릴 때까지, 7분.

 

"뭐라고 해야 하나… 그녀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더라고요. 만약 제가 이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해서 아이돌 한 명을 프로듀스하게 된다면… 역시 그건 타카가키 카에데 양 뿐이다, 그냥 그런 확신 같은 게 들었다고 해야 하나."
"반하기라도 한 건가? 시작부터 자기 담당 아이돌한테 반한 채로 시작한다니, 이거 좀 그런데."
"설마요. 그리고 만약 그렇다 해도 그 정도도 절제 못할 정도는 아니죠.“

 

하지만 어떤 의미론 한 바퀴 빙 돌아 정답에 근접한 걸지도 모르겠다. 마시로 카즈키는 타카가키 카에데에게 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남녀의 어떤 것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어떤 것. 사람을 마주친 순간 단숨에 사로잡는 마력과도 같은 광채에 의한 어떤 것일 수도 있겠다.

 

"아직도 품고 있는 그 열정이, 한 번 꺾이고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열정이… 그 열정이 저물지 않았으면 해요. 그 열정이, 꿈이 성과를 봤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사소해도 좋으니까, 만족할 만큼의 성과는 얻었으면 싶어요."
"호오."
"그냥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굳이 그녀여야만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만…."

 

그렇게 대답하며 쑥스럽게 웃어버리는 카즈키의 표정은 밤 속에서도 마치 불을 밝힌 듯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묵묵히 그런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길 잠시, 꽁초를 툭툭 털어버린 노부오가 한숨과 함께 여름의 공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생각하는 건… 자네도 나도 같군."
"이사님."
"그녀의 꿈을 꺾어버린 게 나였다네. 물론 본의는 아니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꿈만 보고 살아온 그녀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힌 것도 사실이야."

 

짤깍. 다시금 분침이 돌아간다. 현재 시각 밤 11시 54분. 남은 시간 6분.

 

"뒤늦게라도 좋으니 그런 그녀가 성과를 봤으면 좋겠다니. 이미 꺾여버린 꿈을 다시금 들고 앞으로 나아가줬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서라면 뭐든 좋으니 나도 도와줄 수 있는 건 모두 도와줄 거야. 지금의 난 옛날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던 핫바지 부장이 아니니까."
"……."
"물론 설령 그녀가 온다고 해도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 임원이라지만 뭐든 다 할 수 있는 건 아냐. 346은 큰 회사고, 그렇기 때문에 안에 얽힌 사정들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네. 나나 자네들이 상상도 못한 무언가가 일어날 수도 있어. 그게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고.

 

짤깍. 다시금 분침이 돌아간다. 현재 시각 밤 11시 55분. 남은 시간 5분.

 

"…근데 이사님. 저희 지금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왠지 당연하게 그녀가 올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네."

 

난데없이 떠올린 우스운 생각에 두 남자 모두 킬킬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배를 잡고 신명나게 웃다 못해 기침까지 터뜨리는 사이 분침은 또다시 돌아간다. 짤깍. 또다시 무정한 분침은 돌아가고, 마법이 풀리는 시간은 다시금 다가온다.

 

현재 시각, 밤 11시 56분. 남은 시간 4분.

 

"기왕 이렇게 된 거, 하루만 시간 더 주시면 안 됩니까?"
"그건 안 될 말이지. 이사 정도 되고 보면 자기가 뱉은 말에 책임은 져야 한다네."
"너무 짜게 구시네요."
"아닌 건 아닌 걸세. 자, 아무튼 또다시 시간이 흘렀군."

 

현재 시각 밤 11시 57분. 남은 시간 3분.

 

나란히 시계를 올려다 본 남자의 얼굴에서 비로소 웃음기가 사라졌다. 왜 웃지 않게 된 것인지는, 어째서인지 카즈키 본인조차도 알 수 없었다. 꿈같은 입사의 기회가 3분 후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실망한 걸까? 아니, 실망감이 아니다. 지금 내 몸을 사로잡은 이건 무력감에 의한 탈력도 아니고, 분노에 의한 떨림도 아니다.

 

흥분해 있다. 지금 나는 그 어떤 때보다 흥분해 있다.
곧 다가올 나의 마법을, 꿈이라는 이름의 마법을 떠올리며, 지금 내 심장이 꿈틀꿈틀 요동치고 있다.

 

"시간이 됐네."

 

천천히 움직일 기미를 보이는 분침. 살짝 눈을 감은 남자.
귓가를 울리는 시끄러운 야간의 자동차 소리. 저 멀리서 들려오는 할딱대는 숨소리.

 

"그럼 슬슬…."

 

그리고, 짤깍.
현재 시각 밤 11시 58분. 남은 시간 2분.

 

"맞이하러 가보게나."

 

그리고 그 순간.

 

"여기요!"
"…!"

 

숨 가쁘게 달려온 꿈이 까랑까랑한 외침과 함께 밤을 울린다.

 

"하악, 하악, 하악…!"
"…타카가키 양."

 

정문에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 밤중에 흩날리는 밤색의 단발.
야경 아래 드러나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 매력적으로 드러나는 눈가의 눈물점.

 

"하아, 하아악…!"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는, 녹색과 청녹색의 눈동자.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그 눈과 마주친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흥분도 기쁨도 아니었다. 마음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어떤 예감은 놀라울 만치 침착한 자세로 눈앞에 나타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그게 당연하다는 듯 그녀를 맞이하는 마음속의 떨림은 굳이 새삼스럽지 않은 기쁨으로 천천히 얼어있던 혈관을 데울 뿐이었다.

 

기이할 정도로 마음속은 덤덤하게 받아들여 오히려 당연하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은 그대로다. 천천히 몸을 돌려 환한 미소와 함께 그녀를 맞이하러 하자, 비로소 한 발 늦은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힘껏 달려온 그녀, 카에데의 발 앞으로 툭 떨어졌다.

 

"이렇게 뛰어본 적… 진짜 오랜만이네요.“

 

달그락.

 

발치에 떨어진 두 개의 신발. 힐이다.

 

비로소 그녀가 맨발로 달려왔다는 걸 깨달은 카즈키의 뇌리에 가벼운 탄식이 맴돌았다. 설마 힐을 벗고서 여기까지 맨발로 달려온 건가. 대체 어디서 온 건지는 몰라도, 이래서야 아주 좋은 구경거리 났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녀의 뜻밖의 모습에 웃음부터 나오는 것은, 이미 그녀의 마음속을 채운 열정의 실체를 깨달았기 때문인 걸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귀여운 광경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 카즈키의 웃음을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조금 숨이 가라앉은 얼굴로 핸드백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내민 그녀가 살짝 입가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밤 11시 59분… 아직, 1분 남았죠?"
"…예에, 물론이죠."
"그럼 아직… 아직 괜찮은 거겠죠?"

 

물론이죠. 하지만 굳이 말로 할 필요는 없었다. 빙그레 웃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카즈키와 노부오. 두 남자 앞에서 비로소 자세를 바로 한 카에데가 맨발로 그들 앞에 우뚝 섰다.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기 1분 전. 비로소 자신의 요정 앞으로 달려온 신데렐라가 마주 미소 지으며 그들을 아름답게 응시한다.

 

"마시로 카즈키 씨."
"예, 타카가키 카에데 양."
"약속… 아직도 기억하고 있죠?"

 

약속? 그런 걸 한 적이 있던가. 하지만 깊이 고민할 것도 없이 답은 금방 나왔다. 고개를 끄덕인 카즈키가 한 발짝 앞으로 걸어 나와 그녀 앞에 섰다. 등 뒤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노부오의 시선을 등진 채, 문 하나를 앞에 두고 남자와 여자가 마주 본다. 잊고 있던 꿈과 열정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물론이죠."
"저한테 마법을 걸어준다고 했죠? 스테이지의 마법을."
"물론입니다."

 

인생의 무대에서 쓰러졌던 그녀. 인생의 영업에서 실패했던 자신.

 

그런 우리들에게 마법을 건다면 어떤 게 좋을까. 삶의 쓴맛을 보고 어영부영 타협하려던 우리들이 뒤늦게 떠올린 이것. 우리가 바라보며 달려가야 하는 단 하나의 마법.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줄 수 있는 마법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 걸까.

 

깊이 생각할 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는 이 시간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마법.

 

"약속하겠습니다. 타카가키 카에데 양."

 

그렇게 요정과 신데렐라는, 신데렐라와 요정은 서로를 마주보고.

 

"언젠가 수만 관중이… 아니, 세상 모두가 당신의 노래를 부르는 날이 올 겁니다."
"……."
"아니, 말을 잘못했군요."

 

서로가 서로의 마법이 되어, 서로가 서로의 꿈이 되어.
서로의 잊어버렸던 꿈과 열정과, 삶의 리듬이 되어.

 

"그렇게 만들 겁니다. 제가."

 

그것이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걸어주는, 삶의 가장 멋진 마법.

 

"346 프로덕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렇게 환하게 미소 짓는 두 사람 위에서, 짤깍.
분침이 돌아가고, 우렁찬 종소리가 도쿄의 밤하늘을 울렸다.

 

"미래의 스타, 타카가키 카에데 양."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시로 카즈키 프로듀서."

 

현재 시각, 밤 12시.
마법이 풀리고, 두 사람에게 새로운 마법이 찾아왔다.
꿈이라는 마법이.


今はまだハッピーエンドには遠いけれど
아직 해피엔딩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もっとad.libで恋したい I got rhythm
조금 더 애드립으로 사랑하고파, I got rhythm


Track_01

“I got rhythm”


[iDOLM@STER]

Cinderella lady


네에, 드디어 신데레이디의 첫 번째 챕터가 끝났습니다.

제목인 I got rhythm은 현재는 해산한 Natural high가 부른 동명의 곡에서 따왔습니다.
한국에는 오오에도 로켓 엔딩곡으로 더 잘 알려져있으니 아마 귀에 익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럼 오늘도 느지막이 돌아온 신데렐라 이야기는 여기까지.

내일 이 시간, 새로운 마법에 걸린 신데렐라와 요정의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아디오스 아미고!


▶ Go on a next track.

처음부터 내가 바랐던 모든 것
지금도 내가 바라는 모든 것

"일단 커피 한 잔 하실까요?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요.“
"사실 이 프로젝트는 두 개로 나뉘어서 진행되는 겁니다."

눈을 뜨고 숨을 쉬고
다만 그 안에 사는 일

"…어, 어라? 안 웃겼어요? 전 충분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듀서가 나한테 걸어준다는 마법, 믿고 있을 테니까…."

So I hear and feel the sound
Always I hear and feel this song
Always I hear and feel the beat
And go on… go on….

"…그 때는 제가 퇴사하겠습니다."

[iDOLM@STER]

Cinderella lady

Track_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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