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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할 수 없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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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9, 2015 15:59에 작성됨.

 

 2015년 3월 14일. 날씨는 흐림. 그리고 약간의 봄비.

 

 문득 든 생각이지만 날짜 옆에 날씨는 쓰는 건 사람의 생활이 날씨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날씨는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농사처럼 생활의 토대가 되는 일부터 사람의 감정까지도 날씨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일기나 기록을 보면 항상 날씨가 적혀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봄비라고 하기에는 아직 날이 차가웠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우산을 쓰지 않아도 그다지 젖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잠깐 용무때문에 밖에 나갔을 뿐이었는데 내리는 비를 보면서 오늘은 산책을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약간은 습하고 축축한 공기의 느낌, 기분 좋은 비의 냄새. 가랑비를 맞으면서 걸으니 색다른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산책을 하는 게 잘못이었을까요. 혼자서 조용한 공원을 걷고 있을 때,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저를 알아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만약 알아봤다면 저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을테니까요.

 

 두 사람의 모습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녀 대신에 제가 저 자리에 앉아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커다란 파란색 우산 아래서 앉아있는 두 사람. 저는 별로 비가 많이 오지 않으니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는 이런 가랑비에도 감기에 걸릴 수 있다며 계속 우산을 들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어지는 대화. 어느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은 미소.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그의 옆에 제 자리는 없습니다. 제 자리는 아마도 두 사람의 뒤겠지요. 뒤늦게 굴러들어온 돌인 제가 있을 자리는 그 정도입니다. 제가 그를 처음 만나기도 전에 그녀는 항상 그의 옆자리에 서 있었으니까요. 아까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저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그의 솔직한 웃음이 너무나도 분할 정도로요.

 

 

 사실 처음부터 그를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처음으로 제 손을 잡고 이끌어준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려준 사람이었습니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기쁨을 알려준 사람이었습니다. 멈춰있었던 저의 시곗바늘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그런 마음이 호감으로 변했던 건. 그에 대해서 알아가고 제 자신을 보여줄수록 마음 속에는 미묘한 불편함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어떤 감정인지 몰랐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강해져만 가는 마음, 가슴 한 편이 아려와 애틋한 그 느낌이 사랑이라는 걸 깨달은 건 너무 늦어버린 때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제 마음을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니까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옆에 그녀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 또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입니다. 같은 동료로써 존경하고 친애하는 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녀를 배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를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도 꺼낼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견디지 못하고 그에게 슬쩍 마음을 내비쳐보았지만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저도 그 이상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 때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팬들, 만나는 사람들을마다 그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찾아보았습니다. 적어도 닮은 사람을 찾아보았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찾아보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항상 그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더욱 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차라리 포기해버리자고 마음 먹은 것이 여러번이에요. 아니, 계속 포기하려 했습니다. 몇 번이나 그를 싫어하게 되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를 싫어하기 위해서 단점들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무리였습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가 저를 싫어하도록 만들자고 좋지 않은 일도 여러번 저질렀었지요. 하지만 그는 저를 싫어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걱정해주고 배려해주었습니다. 역시 무리였습니다.

 

 안되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어도 자신도 모르게 그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쓰디쓴 커피를 즐겨 마시는 그의 취향을 따라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말을 하는 것도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아무리 불가능하다고 해도 조금만 더 이런 기분으로 있고 싶다고 응석을 부렸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겠지요. 눈물을 아무리 흘려도 한번 얽혀버린 마음의 실타래는 자르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정도로 엉켜버렸습니다.

 

 외로웠습니다. 처음으로 마음을 연 상대가, 처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상대가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거리가 벌어져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마음때문에 너무나도 괴로웠습니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괴로웠습니다.

 

 왜 제가 아니라 그녀인지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의 첫번째 담당 아이돌이 저였다면 지금 그의 옆에 있는 건 그녀가 아닌 저겠지요.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인지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저의 담당 프로듀서였다면 이렇게 가슴 아파하는 일도 없었겠지요.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좋아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운명의 장난이겠지요.

 

 

 저는 언제까지 이렇게 그를 생각해야만 할까요. 이미 자신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이외에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의식을 모두 아이돌 활동을 하는 데에 돌렸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렇게나 변할 수 있었던 거겠죠. 그와 이어질 수 없다면 제게 남은 방향성은 아이돌이라는 일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결의입니다. 부끄러운 기록이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겠지만 그마저도 안고 나아가겠다는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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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네요. 짧아요.

일기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글을 써보려고 했습니다.

소재는 '사랑'이라는 곡입니다. 오쿠 히나코 씨의 곡이고 유키호가 커버하기도 했죠.

 

후미카는 인기가 많지만 정작 글을 쓰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자가발전을 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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