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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세이크리드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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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6, 2015 14:48에 작성됨.

사람들이 수없이 지나가는 교차로에 설치된 커다란 TV에서 요란스러운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로 지난주에 발매된 최신형 스마트폰의 광고나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탄산음료의 광고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흘깃흘깃 잠시 눈길을 줄 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길을 바쁘게 가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 길 건너편의 건물에 있는 사람들도 그저 무의식적으로 광고를 흘려보낼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길을 지나는 사람들보다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넘기던 유명 아이돌의 화장품 광고가 끝나자 갑자기 TV의 화면이 검게 변했다. TV가 꺼진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광고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그대로 검은 화면이 나올 뿐이었다. 항상 흘러나오던 광고가 멈추자 지나가던 사람 몇몇은 변화를 눈치 채고 옆의 사람과 웅성거리며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뿐 여전히 사람들은 TV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곧이어 삐이 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부터 특별 방송으로 961프로덕션의 사장인 쿠로이 타카오 씨의 기자회견을 방송해 드립니다.’

 

마치 쇼핑몰의 안내방송 같은 알림이 끝나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TV로 눈을 돌렸다. TV에는 검은 화면 대신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는 쿠로이 타카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한때 아이돌 프로덕션 중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961프로덕션, 그리고 그 사장인 쿠로이 타카오는 765프로덕션의 아이돌들에게 밀려난 이후 더 이상 정점의 자리에 서 있다고는 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쿠로이 사장의 영향력은 적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 쿠로이 사장의 중대 발표 기자회견장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평소 기자들과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광고 전략을 즐겨 사용했던 쿠로이 사장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전혀 손을 쓰지 않아도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이런 도심가의 TV같은 것은 쿠로이 사장이 사전에 이야기를 해 두었을 테지만 방송사 중에서는 자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생중계 하는 곳도 있었다. 이번 발표는 쿠로이 타카오의 남은 모든 것을 건 한 수였기 때문이다.

 

쿠로이 사장은 언제나와 같은 보랏빛의 양복을 입고 있었다. 여전히 그 모습은 위압적이었지만 예전과 같은 절대적인 카리스마는 보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마이크를 쥐고 목을 가다듬는 모습에선 약간의 긴장마저 느껴졌다.

 

“아이돌은 어린아이의 장난이 아니다.”

 

쿠로이 사장이 꺼낸 첫 마디는 굉장히 오만했다. 자신이 옳다는 것을 확신한다는 듯한 목소리와 표정이었다. 다른 아이돌들을 모두 부정한다는 선언이었다.

 

“아이돌은 놀이가 아니다.”

 

두 번째 마디를 말할 때부터는 쿠로이 사장답지 않은 떨림도 멈추고 이제는 완전히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아이돌은… 신성한 것이다.”

 

잠시 뜸을 들인 말은 엄숙하게까지 느껴졌다. 분명 새 아이돌의 데뷔나 홍보 같은 것을 위한 방송일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방송에 집중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존재만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은 선택받은 존재였고 우리들, 다른 모든 사람들은 선택받은 그들을 동경했다.”

 

평소 냉철한 쿠로이 사장은 이때만큼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과거를 추억하는 목소리에는 그리움과 현실에 대한 질타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모두가 아이돌이라고 자칭하고 있다. 가짜 아이돌들이 범람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사라져가고 있다. 통탄할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쿠로이 사장의 목소리에는 진심어린 안타까움과 절망이 담겨있었다. 그 마저도 연기일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무언가 절실한 것만은 확실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싸워야 한다.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찬란한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조정이 어긋난 마이크의 지지직 하는 소리마저 비장했다. 쿠로이 타카오의 모든 힘을 동원한 무언가가 지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성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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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Sacred

#01 별의 변덕이 흩어지는 지평선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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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바람이 찼다. 집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게 한참 오래 전의 일이라 날씨가 이렇게 추워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난방 따위는 하고 있지도 않았지만 집에서 가만히 있다 보면 별로 춥지도 않다. 어딘가의 움막에 사는 것도 아니고 창문이나 문을 열어두지 않는다면 추울 리가 없잖아. 게다가 추위도 잘 타지 않으니 둔감할 수밖에. 나중에 한겨울이 되면 가만히 있어도 손발이 차가워지는 경우는 있었지만 아직은 이른 이야기다.

 

다만 지금 입고 있는 얇은 자켓으로는 초겨울의 칼바람을 버텨내기 힘들었다. 온도가 낮은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바람이 부는 건 추위를 느끼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괜히 칼바람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별 생각 없이 얇은 자켓만 걸치고 나온 걸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세상물정 모르고 티셔츠 한 장만 입고 나오려던 걸 혹시나 해서 자켓을 입었다는 점일까.

집에서 나갈 일이 있었다면 날이 추워진 걸 조금은 빨리 알았겠지만 집에서 나올 일이 없었다. 히키코모리는 아니다. 일이 있으면 집 밖으로 나가니까. 니트도 아니다. 일을 하려고 나가니까. 다만, 나갈 일이 없으니 나가지 않는 것뿐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혹시 학교를 가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나갈 일이 없다며 집에만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학생 시절에는 학교를 가야했기에 집 밖으로 나갔고 평범 또는 약간 그 이하의 생활을 했다. 스스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머리가 나쁜 건 아니어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성적은 잘 나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저 그 뿐. 예체능은 좋아할만한 감수성만 가지고 있었을 뿐 실력은 괴멸적이었고 대인관계도 그다지 원만하지는 않았다.

 

그런 내 자신과는 달리 주변의 기대는 크기만 했고 내 반발심은 더더욱 커져가기만 했다. 결국 졸업을 기점으로 모든 불만이 폭발해서 다다른 상태가 지금이다. 적당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기만 하고 그저 살아가기만 하는 날들. 유일한 즐거움이라고는 인도어 라이프 뿐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하는 일들. 누군가에게 넷잉여라고 들어도 할 말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내 인생에 커다란 굴곡은 없다. TV에 나오는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처럼 이름을 알릴 일도 없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삶만 살다 가면 되는 법이지.

 

덕분에 내 인간관계는 학창시절보다도 더 심해져서 괴멸적인 수준에서 파탄의 경지에 올랐을 정도다. 이런저런 일이나 취미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도 있지만 친구라고 부를 만한 친구 하나 없다. 뭐 제대로 된 친구가 아닌 이상에야 적당한 친구 같은 건 있어도 귀찮을 뿐이다. 그 시간에 개인의 생활을 영유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니까.

 

어째서일까 하고 생각을 해보면 내 성격이 비뚤어졌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한다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비뚤어졌기 때문이다.

 

‘공정세계신념’ 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까? 세상은 올바르다.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착한 일을 하면 언젠가 보답받는다. 윤리 교과서처럼 살아가자. 뭐, 그런 거다. 물론, 현실의 많은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살지 못하고 나 또한 그런 일반적인 사람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잘못을 저지르지만 나 자신은 그걸 용납하지 못한다는 거다. 사람을 싫어한다. 자신마저 싫어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조금 똑똑하다는 이유만으로 반장을 맡게 된 나는 학급회의 시간에 투표를 진행하게 되었다. 주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하지도 않고. 그런 투표에서 반 인원은 30명인데 표는 자꾸 27표밖에 모이지 않았다. 세 명이 내지 않은 것이다. 나는 재투표를 실시했다. 이번에도 27표였다. 나는 또다시 투표를 시작했다. 어김없이 27표가 나왔다. 다시 투표를 하라는 나의 말에 서기나 부반장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그만하자고 말했다. 정말 별 거 아닌 투표였다. 학급회의라는 구실에 맞춘 투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초등학교 때의 연습. 하지만 나는 그 때부터 위화감을 느꼈다.

 

그 때부터 모든 걸 멀리하고 고고하게 살아왔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은 나는 모든 일에 타협하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워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사람은 올바름으로만은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 하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을 때만 대응하고 싫어하는 모든 것들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된거다. 나쁘지 않은 사람이지만 누구도 가까이하지 않고 가까이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나다. 주변에서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봐도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건 그들의 생각이고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니까. 유유자적, 안빈낙도. 참 좋은 생활이다.

 

다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부모님이다. 효도를 하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이미 가슴 속 한편에 고이 접어둔 채로 보관중이지만 언제까지고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부모님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일도 그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아는 사람의 회사에서 일을 돕는 것.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정직원 채용이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정직원이라면 그만둘 때 힘들다면서 사양했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아버지가 소개해준 건 예능 프로덕션의 일이었다. 내가 집에서 아이돌 예능 방송 같은 걸 보고 있는 모습을 부모님도 보셨는지 마침 잘됐다 싶은 마음으로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버린 모양이다.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이돌을 열광적으로 좋아하지도 않고 사람을 대하는 일은 영 별로였기에 거절하려고 했다.

 

그래도 해보기로 했다. 예능 프로덕션의 일이라고 하니 왠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해져서 선뜻 알겠다고 한 것이다. 예쁜 여자아이들도 많이 있을 것 같고. 이렇게라도 바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평생 이대로일지도 모른다.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요즘 부쩍 외로우니까. 외로움도 고통에 속하는 것 같다. 익숙해졌다고 느끼면서도 계속 가슴 한 구석이 시리는 걸 느끼게 되니까 말이다.

 

-

 

“뭐야 여기는…”

 

주소만 받은 채 어디인지도 모르고 도착한 곳은 커다란 학교 같은 건물이었다. 작은 대학교라고 해도 될 정도의 엄청난 규모였다. 처음 보는 곳은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건네준 주소가 이 곳이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

 

346 프로덕션. 미시로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굴지의 예능 프로덕션. 예능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소속 연예인 이름을 대면 ‘아, 그 사람‘ 하면서 알아챌 정도의 유명 프로덕션이다. 대체 부모님은 이런 곳에 무슨 연줄이 있는 거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말할 걸 그랬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로 커다란 성의 로비같은 모습이었다. 붉은 카페트가 계단까지 깔려있었고 갈색 풍의 인테리어와 드높은 천장에 달려있는 환한 빛을 내는 샹들리에까지. 들어온 사람을 압도하는 웅장한 건물이었다.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웅장해보이기까지 하는 건물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연두색 옷을 입은 여자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나한테 말한 거 맞나? 주변에 경비 직원이나 프론트의 직원 빼고는 다른 사람은 전혀 없는데 나한테 말한 게 맞겠지?

 

“저…요?”

“네. 저는 센카와 치히로라고 합니다.”

 

다짜고짜 다가온 갈색 머리의 아가씨는 자신을 소개했다. 뭐지, 어딘가의 배우? 평범한 직원이라기에는 굉장히 예쁜데다가 알 수 없는 오오라 같은 것도 느껴지는데.

 

“자, 여기요.”

 

내가 멍하니 센카와 씨를 바라보고 있자 센카와 씨는 품에서 명함을 꺼내 나에게 건냈다. 센카와 치히로. 346 프로덕션 아이돌 부서. …어라?

 

“346 프로덕션에 아이돌 부서도 있었나요?”

 

내가 알기로는 아이돌하고는 상관이 없는 프로덕션이었는데. 유명한 배우나 가수들은 많이 있지만 아이돌 쪽은 들은 적이 없다.

 

“최근에 새로 생겼답니다. 아이돌 시대라고 하기도 하니 말이죠.”

 

그런가. 아이돌 붐이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예능계는 아이돌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방송도 아이돌이 나와서 꺄아꺄아. 영화에도 아이돌이 출연. 음악 쪽은 말할 것도 없지. 그래서 346 프로덕션도 발을 내밀었다는 건가. 이미 각 분야에 크나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346 프로덕션이라면 사업의 확장 정도는 간단한 일일 거다.

 

“그러면 센카와 씨도…?”

“아뇨. 저는 사무원이에요.”

 

무슨 낭비냐. 무섭구만, 346 프로덕션….

 

“일단 조금 둘러보실래요?”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인 후 앞서가는 센카와 씨의 뒤를 따랐다.

 

“건물이 특이하네요.”

“어떤 부분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점.”

 

보통 건물을 지을 때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면 층수를 늘리는 편이다. 100개의 방이 필요하다면 한 층당 10개의 방씩 10층짜리 건물을 짓겠지. 어쩌면 5개씩 20층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346 프로덕션의 사옥은 한 층에 방이 50개인 2층짜리 건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방은 훨씬 더 많이 있고 2층짜리 건물도 아니지만 예를 든다면 말이다. 처음 봤을 때 학교 혹은 캠퍼스라는 인상을 가지게 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네요. 건물이 높은 편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유명한 배우라던가 깐깐한 쪽은 이 정도도 무리- 라던가 귀찮다면서 엘리베이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글쎄요… 분명 프로덕션 안에 그럴만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네요. 처음부터 이런 건물이었다고도 하고.”

 

자연스럽게 소속 프로덕션의 예능인을 가차없이 평가해버리는 점이 무섭다.

 

“뭐, 무빙워크를 설치해 달라고 건의했다가 퇴짜 맞은 경우는 있네요.”

 

오히려 그 쪽이 이상하다고.

 

“전체를 다 둘러보기엔 시간이 부족하니까 아이돌 프로듀스에 관련된 쪽만 둘러보도록 할게요.”

“아, 네… 그런데, 프로듀스라고 하셨나요?”

“어라, 못 들으셨나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아이돌 프로듀스라고? 사무나 그런 쪽의 일 아니었어? 내가 아이돌 프로듀스라고?

 

“저는 사장님께서 오늘 새로운 프로듀서가 올 테니 잘 안내해주라고 들었는데요.”

“…….”

 

무리. 절대로 무리. 프로듀서라면 매니저보다 더한 거잖아? 커뮤니케이션 능력 바닥인 나한테 대체 뭘 바라는 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이돌 쪽은 회사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일이고 아이들도 다 처음이니까 같이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아, 알겠습니다….”

 

이제 와서 이 시점에 죄송합니다,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하는 건 더 무리겠지. 해보고 정말로 안 되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늦지는 않다.

 

“우선 여기는 촬영 스튜디오에요.”

 

한참을 걷다 들어간 곳은 스튜디오였다. 어디까지나 사진 촬영 정도만 가능하다지만 사내에 본격적인 스튜디오가 있는 건 어느 나라 회사냐.

 

“일단 저희 프로덕션의 스튜디오기는 하지만 다른 사무소에서 빌리기도 하고 보통의 스튜디오처럼 쓰이고 있답니다.”

 

지금도 어떤 갈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귀여운 리본이 잔뜩 달린 옷을 입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저 아이는 누군가요?”

“에… 잠시만요.”

 

센카와 씨는 현장의 누군가와 잠시 이야기를 속닥속닥 나눴다.

 

“다른 사무소의 독자모델 아이라고 하네요. 저희 쪽 아이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고…”

 

저 정도로 겨우 독자모델인가… 내가 보기엔 상당한데 말이지.

 

“그럼 다음으로 가죠.”

 

센카와 씨를 따라 나가려는데 순간 촬영을 하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어둡지만 약간은 푸른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소지었다.

 

“그래, 그 표정이야! 잘 할 수 있으면서 왜 여태까지 안 한 거야?”

 

촬영을 하던 사진작가의 말이 들렸지만 이미 센카와 씨와 너무 떨어져버려서 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귀엽죠 다들- 어때요, 프로듀서 일. 할 마음이 생겼나요?”

“하, 하하…”

 

그 후로도 연습실이나 레코딩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 같은 곳을 돌아다녔다. 가는 곳곳마다 다들 바쁘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새삼 346 프로덕션의 대단함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아이돌 부서의 사무실이었다.

 

“여기에요. 우리들의 사무실.”

 

아니, 아직 하겠다고 확언을 한 적도 없는데 ‘우리들’이라니요.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센카와 씨.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니 크지도 않고, 부족한 점도 많이 있지만 앞으로 쑥쑥 성장할 테니까요!”

 

이미 왠만한 중견 아이돌 프로덕션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말이지. 역시 세상은 가지고 태어난 자가 지배하는 법이지.

 

“그럼, 결정을 하기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의문이 있었다.

 

“센카와 씨는 보통의 사무원이 아닐 거에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이미 존재하는 대형 프로덕션의 부서라고는 하지만 갓 시작한 아이돌 프로덕션. 아직은 소속 아이돌도 없음. 프로듀서도 없음. 만약 있었다면 분명히 제게 소개해 주셨겠죠.”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지만 정작 알맹이가 없었다. 이제 막 시작이라고 하면 이해가 안 되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면…

 

“그렇네요. 지원자는 몇 명 있지만 아직 정식으로 소속된 건 저 하나뿐이에요.”

“그런 센카와 씨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요.”

 

우스운 이야기였다. 아무 것도 없는 데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니 모순이다. 하지만 센카와 씨에겐 뭔가가 느껴졌다. 마치 ‘기획자’를 보는 듯한 모습. 이것이 방송이라면 방송을 제작하는 프로듀서처럼.

 

“…….”

“이 프로덕션은 무엇을 위한 거죠?”

“들어보신 적 있죠? 아이돌 세이크리드(Idol Sacred)."

 

당연하다. 쿠로이 사장의 손에서 시작된 초대형 오디션. 전국에 방송되는 공개 오디션이자… 서바이벌이다.

 

“언제부턴가 예능계는 아이돌이 잠식하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모든 방송에 아이돌들이 나오고 있죠. 우연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야 그저 대세가 되어 인기를 끌고 있을 뿐인게…”

“아이돌이 언제부터 노래를 그렇게 잘 하게 되었죠? 연기는? 예능 방송은? 물론 예전에도 그런 사람이 없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처럼 모든 아이돌들이?”

 

듣고 보니 조금 이상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전체적인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색하다.

 

“아이돌이라는 존재들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시작된 성전. 우리의 목표는 거기 있습니다.”

 

센카와 씨의 표정에선 친절한 미소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불길이 타오르는 그 눈동자를 본 순간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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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변덕이 흩어지는 지평선 너머>

iconoclasm feat.GUMI - Idola : http://www.youtube.com/watch?v=W1NmjkZOf2w

 

저질러놓고 보는 장편!

아이마스로 이능력 오디션 배틀을 해보자 하고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2편은 언제 나올 지 모르지만..

신데메이션이 나오면서 영향을 받야아 말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P가 비뚤어진 부분이 팬픽 쪽의 하치만P와도 닮아서 어쩌나 싶긴 하지만... 난쿠루나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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